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92화 (92/171)

# 92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4권 18화

18. 어둠에 물들던 순간(1)

"나, 이제 숨 쉬기도 조금 불편해졌어......."

"착각일 거예요, 착각.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가 없잖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르도의 마을, 모안의 집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안에게 보이지 않도록 창문 아래에 쭈그려 앉은 채 조용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아....... 이게 도대체 며칠 째야?"

얼마 전, 일이 있어 모안이 나갔다 온 뒤부터 그녀의 상태가 이상했다.

엄청난 저기압에 말이라도 붙이면 인생이 끝날 것 같은 그런 느낌.

며칠 지나면 상태가 괜찮아질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모안의 상태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숨 막히는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모안을 제외한 주민들 사이에는 회의 아닌 회의가 열렸다.

"역시 누구 하나가 총대를 메고 물어보는 게 좋다니까?"

"그 총대를 누가 멜 건데?"

"크라우스 씨가 메실 건가요?"

"......그건 아니지."

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마땅한 해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크라우스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간단하게 누구 하나가 모안에게 이유를 물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총대를 메고 물어보러 갈 용자는 없었다.

사리반은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주면 모안의 분위기가 한결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요 며칠 사이에도 계속 먹고 있었다.

그때에도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레이나는 아예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가라앉기를 기다려보자고 하였지만 이미 시간도 많이 지나 있었다.

"......진짜 어떻게 하냐?"

"으음."

모두가 머리를 굴려댔지만 딱 이거다 싶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다들 여기서 뭐해?"

그때 마을에 돌아왔던 치빈이 모안의 집 앞에 모여 있는 그들을 보고는 말을 걸어왔다.

"볼일이 있으면 안에 들어가지 왜 문 앞에 그러고 있어? 아, 설마 모안이 지금 없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조금 상황이......."

"안에 있어? 휴우, 다행이다."

치빈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문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야! 잠깐!"

그 모습을 보고서 크라우스가 그를 멈추려 했지만 이미 문은 활짝 열린 뒤였다.

"그래서 결정은 했어?"

치빈의 물음에 모안은 미간을 깊게 찡그리며 눈을 감았다가 이내 결심했다는 듯이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정했어."

"그럼 지금 갈까?"

"그래."

문을 나오던 모안이 크라우스와 마을 주민들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너희들은 아까부터 뭘 하고 있던 거야?"

"어? 아, 아무것도?"

모안이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고서 치빈과 함께 마을을 나섰다.

둘의 목적지는 마계였다.

* * *

마탑에 도착한 호야는 이전과는 다르게 바로 최상층에 위치한 에반의 사무실까지 바로 올라올 수 있었다.

이전에 에반에게 미리 받아놓았던 통행증의 덕분이었다.

"응, 이정도면 충분해. 누가 만든 것인지 실력이 꽤나 훌륭한 걸."

호야에게서 검푸른 구슬을 받은 에반은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자리를 옮기는 에반을 따라서 호야가 이동한 곳은 바로 옆방이었다.

그 안은 마탑의 원래의 크기보다도 넓은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오르도의 훈련장과 같이 마법을 사용해 공간을 키운 듯 했다.

"잠깐만 거기에 있어줘."

"네."

에반은 자신을 따라서 방 깊숙이 들어오려는 호야의 발걸음을 입구에서 멈추고서 자신은 방의 중앙으로 가 한손에는 지팡이를, 한손에는 파피스가 만든 검푸른 구슬을 들었다.

이내 에반의 손에 있던 구슬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구슬을 중심으로 해서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주변의 공기가 일렁이면서 옷자락과 머리카락들이 휘날렸다.

이윽고 구슬을 중심으로 그려졌던 마법진이 실타래의 실이 풀어지듯이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떨어져 나와 구슬을 감싸며 흡수되었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 호야가 에반에게 건네받은 구슬에는 처음부터 그어져있던 하얀색 선을 따라서 빛나는 문자가 각인되어있었다.

[환각의 구슬]

마탑장 에반의 환각 결계가 새겨져있습니다.

아이템을 사용할 시 결계를 설치한 장소의 인식을 방해하여 접근을 제한합니다.

아이템의 사용자가 접근을 허락한 자들만이 결계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이는 지속적으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한번 사용하면 장소가 고정되어 결계의 이동 및 재사용은 불가능합니다.

사용가능 횟수:1/1

"감사합니다."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한 호야는 에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었다.

마탑장의 환각 결계가 담긴 아이템, 그 누구도 쉽게 구하지 못할 귀한 물건임과 동시에 그림족에게 필요한 물건이었다.

에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호야는 바로 그림족의 부락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에반이 그를 붙잡았다.

"어둠의 숲의 위치는 나도 알고 있으니까 내가 입구까지 보내줄게."

"정말요?"

에반이 그래준다면 시간은 훨씬 단축 된다.

호야의 입장으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그 대신에 그 그림자 안에 있는 분의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에반이 호야의 그림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호야는 그림자 속에 있는 이켠의 존재를 눈치 챈 것에 놀랐지만 이내 그것을 납득하였다.

에반은 마법사들의 정점인 마탑장이었다.

그림족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탐지 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에반은 호야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부터 그의 그림자속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그것이 그림족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호야에게 결계를 부탁받았을 때에 그가 그림족에 대해서 해준 말이라고는 그림족이라는 종족의 명칭과 그림자를 사용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과거에 사람들과 트러블이 있어 숨어서 살게 됐다는 것이 이 전부였다.

호야는 빠른 대화를 위해서 그 트러블이 무엇인지는 서술하지 않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과거의 기록들을 읽어 왔다고 자부하던 에반의 머릿속에는 그림족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림족에게 흥미가 생겼다.

호야가 말한 그 트러블의 정확한 내용도 궁금했지만 그림족이라는 종족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은 그것보다도 거대했다.

어쩌면 소실된 기록의 발견일지도 몰랐다.

호야의 그림자 속에 있는 그림족의 존재에 대하여 느꼈을 때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지식욕을 채울 기회, 소실된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

"어떻게 안 될까?"

에반의 물음에 호야는 고민했다.

에반이 워프로 데려다준다면 딱히 시간이 지체되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야기가 빠르게 끝이 난다면 원래 걸렸을 시간보다 빠르게 도착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었다.

하지만 결정권은 자신의 그림자속에 있는 이켠에게 있었다.

자신이 그에게 나오라 마라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그럴 수 있는 입장이라고 해도 명령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고 싶어?

호야의 물음에 이켠은 조금 고민을 하다가 이내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에반은 자신들을 위해서 결계를 만들어 준 은인이었다.

그리고 컨서누가 신뢰하는, 호야가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켠이 호야의 그림자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옷을 입은 검은 머리의 소년을 에반은 흥미가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겉보기에는 사람과 다를 점이 없었기에 그림족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특이한 능력을 가진 보통의 사람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 에반의 시야에 소년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검은색으로 물들어있는 손가락, 에반은 그것과 비슷한 것을 이전에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을 본 에반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호야, 결계를 설치하고 일이 마무리되면 한 번 더 나를 찾아와 주겠어?"

마음 같아서는 호야와 호야의 앞에 서있는 그림족 소년을 지금 당장이라도 자리에 앉혀서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싶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호야와 그림족에게도 빠르게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둘에게는 그쪽 일이 더 우선순위가 높았다.

"네? 네."

호야는 에반의 진지한 눈빛에 꼭 그리하겠다고 답했다.

에반은 호야를 데리고 어둠의 숲의 입구 근처, 플레이어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나무 뒤로 워프했다.

마탑장이 이러한 곳에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알려지면 큰 소란이 될 터였다.

"바로 와야 돼, 알았지?"

에반은 호야에게 다신 한번 확언을 받은 뒤에 마탑으로 돌아갔다.

그림족의 부락에 도착하니 이미 플레이어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 바깥에서 행동하고 있던 그림족과 컨서누가 먼저 부락에 도착해있었다.

이켠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에 미리 와서 호야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모든 그림족이 호야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림족이 쳐다보는 가운데 호야는 인벤토리에서 파피스가 만들고 에반의 마법이 들어간 검푸를 구슬을 꺼내어 토윤에게 넘겼다.

어둠의 숲에 입구에서 부락까지 오는 사이에 이켠을 통해서 컨서누에게 아이템의 능력에 대하여 이미 모든 설명을 끝마쳤다.

환각의 구슬은 아이템의 사용자만이 결계를 통과할 수 있는 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즉 지속적으로 부락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지금 이곳에서 위치가 제일 높은 것은 컨서누였지만 그가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컨서누는 그림족의 일이 해결되고서 호야에게 무투술을 가르쳐주면 다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계획이었다.

부락에서 생활하지 않는 컨서누가 아이템을 사용하게 되면 나중에 큰 불편과 혼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토윤이었다.

컨서누 다음으로 부락 내에서 위치가 높으며 모두가 의지하고 따르고 있는 인물이었다.

모두가 그 선택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제 어깨가 조금 더 무거워져버렸네요."

이켠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만큼은 매우 밝았다.

여기저기에 피로의 흔적이 엿보였지만 말이다.

토윤이 환각의 구슬을 사용하자 그의 손에 들려있던 구슬이 허공에 떠올라 빛을 발했다.

빛을 발하고 있는 구슬에서 하얀 선을 따라 새겨졌던 마법진이 새겨지던 때와 비슷하게 구슬에서 밖으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한줄기씩 풀어진 빛나는 문자들은 허공에서 다시 뭉쳐지며 처음 에반이 만들어보였던 마법진의 모습을 갖추어갔다.

완벽하게 처음의 형태로 돌아온 마법진은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이미지를 확대하는 것처럼 그 크기를 키웠고 커지는 것이 멈춘 마법진은 눈이 찌푸려질 정도의 빛을 발했다.

빛을 내뿜던 마법진은 자신의 역할을 다 끝냈다는 듯이 빛 알갱이의 눈을 내리며 사라져갔다.

......제대로 성공한 건가?

아이템 사용에 의한 이펙트만으로는 판단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토윤의 얼굴이 밝은 것을 보니 에반의 환각 결계가 제대로 설치가 된 모영이었다.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 '그림족의 보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그림족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칭호 '그림족의 은인'을 획득합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퀘스트 '접근 금지'를 클리어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개의 퀘스트가 완료되면서 호야는 한번에 총 9개의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3일의 시간을 투자하여 수행한 퀘스트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험치가 올랐다.

시스템 메시지의 순서를 살펴보면 접근 금지 퀘스트가 많은 경험치를 준 것 같았다.

3일을 사냥에 투자했다면 이만큼의 레벨을 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것으로 호야의 레벨은 295.

한번에 오른 레벨에 비례해서 랭킹도 단숨에 상승해 21위에 안착했다.

이제 마의 300레벨까지 남은 레벨은 앞으로 5개.

호야가 이니티움을 시작하게 된 원인이자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계기이자 목표까지 앞으로 7개.

목표까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호야는 상승한 레벨을 확인하고서 칭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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