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4권 16화
16. 새로운 그림자(1)
파피스는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취미로 아이템 제작까지 하는 숨겨진 장인이다.
그 완성도가 결코 취미 수준이 아니었지만.
전투용의 장비 아이템의 제작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무언가를 추적하거나 주변을 한순간에 파악하는 등 보조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아이템은 그녀의 전문 분야였다.
호야는 이전에 흥미 삼아서 파피스가 만든 아이템을 구매해 사용했다가 생각보다 큰 효과에 놀란 적이 있었다.
그래서 파피스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 결과 파피스가 내뱉은 말은 불확실의 말이었지만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3일 뒤에 다시 찾아오기로 약속한 호야는 그 사실을 에반에게 전하고서 바로 어둠의 숲으로 돌아와 약속 장소로 향했다.
"호야님, 여기예요!"
약속 장소에서 이켠과 만난 호야는 그의 안내에 따라 그림족 부락에 도착했고 조금 시간이 흘러 컨서누가 부락에 돌아왔다.
그의 얼굴에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피로가 살짝 묻어나있었다.
아무리 전설이라고 해도 열흘이 넘도록 한숨도 안 자고 움직이고 있었으니 피로가 조금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마 평범한 사람이라면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괜찮은 거예요......?"
"괜찮아요, 괜찮아. 이렇게 피로가 느껴지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그보다 혼자 오신 건가요?"
모안과 같이 올 줄 알았는데 호야가 혼자 오자 컨서누가 의문을 표했다.
호야는 의아해하고 있는 컨서누에게 모안의 상태와 그로 인해서 모안이 아닌 다른 이에게 부탁해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가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다행이네요."
에반이라면 컨서누도 알고 있었기에 호야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에반에게 부탁을 하기위해서 그에게 그림족에 대하여 알려버렸지만 그는 그것을 떠벌리고 다닐 인물이 아니었다.
"서누님,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합니다."
안심하고 있는 컨서누에게 토윤이 다가와 용건을 전했다.
어둠의 숲에 관한 소문이 퍼지면서 어둠의 숲에서 사냥을 시도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 중 많은 이들이 소문을 쫓아 어둠의 숲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만큼 컨서누와 그림족이 상대해야 하는 플레이어들도 늘어났기에 그들은 호야와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바빠져 있었다.
그림족에서 모험가들의 제압을 위해서 뺄 수 있는 전투인원은 한정되어있기에 그림족과 컨서누는 이전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주 조금씩 플레이어들이 안으로 파고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호야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컨서누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컨서누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호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해보니 바로 옆에 고양이 손이 아닌 호랑이 손이 있었다.
컨서누가 호야의 양 어깨를 꽤 잡고 말했다.
"호야, 결계가 완성될 때까지 손을 빌려주세요."
[퀘스트 '접근 금지'가 발생되었습니다.]
[접근 금지]
그림족의 부락이 있는 방향으로 개척을 진행하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림족과 컨서누가 그들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횟수도 증가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의 진입을 확실히 막기 위해서는 인원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컨서누와 그림족을 도와 결계가 완성될 때까지 플레이어들의 접근을 막으세요.
*퀘스트 수행 중에 플레이어를 공격할 시 상대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되지 않습니다.
*퀘스트 수행 중에 플레이어를 공격할 시에는 카오 수치가 상승하지 않지만 상대방이 사망에 이를 시에는 카오 수치가 상승하며 PK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완료 조건: 결계가 완성될 때까지 플레이어들을 제압해 그림자 장막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성공 보상: 제압한 플레이어의 수에 비례한 경험치.
실패 패널티: 그림족의 존재가 대륙에 알려집니다.
"자, 잠깐만요."
호야는 발생된 퀘스트를 보고서 생각에 잠겼다.
퀘스트 난이도가 심각하게 높았다.
어찌 보면 플레이어들을 막으면 되는 간단한 퀘스트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플레이어들에게 공격을 가할 시에는 카오 수치가 상승하지 않지만 상대가 사망하면 카오 수치가 상승하면서 PK 패널티가 부여된다.
그렇다는 것은 죽이지 말고 제압을 하라는 뜻이었다.
"별로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어요. 그냥 기절만 시키면 돼요."
컨서누가 말하는 것만 보면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호야는 기절을 발생시키는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번의 공격으로 상대방에게 HP의 2분의 1의 피해를 주면 확률적으로 기절을 하기는 하지만 그 확률도 낮을뿐더러 기절하기 전에 HP가 다 되어서 상대가 사망할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플레이어들을 막아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나중에 일이 복잡해질 것이 뻔했기에 정체를 숨겨야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만이 소지하고 있는 휘몰아치는 냉기의 칼날은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경매장을 둘러보면 급하게 무기를 구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비싸다.
한번 쓰고 말 것을 거금을 주고 사는 것은 소시민의 금전 감각이 몸에 배어있는 호야에게는 무리였다.
무기 없이 방어구를 둘둘 두르고 있을 플레이어들에게 한번에 그 정도의 대미지를 주는 것 또한 버거웠다.
"에이~, 그건 걱정 마세요. 호야의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잊으셨어요?"
호야의 양 어깨를 잡고 있는 컨서누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시간이 없으니 속성으로 무투술을 사알짝만 배우죠. 제대로 된 것은 이 일이 끝나면 알려드릴게요."
"아, 네, 네......."
컨서누의 티 없이 맑은 미소가 이때만큼은 살짝 무섭게 느껴졌다.
* * *
"오케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어둠의 숲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나서 플레이어들이 늘어남에 따라 검은색 NPC들에게 막혀 나아가지 못하던 개척이 아주 조금씩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검은색 NPC들의 뒤에 있을 탐스러운 보상을 꿈꾸며 그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바스락.
그때 개척을 진행중인 한 플레이어들의 앞에 검은색 NPC가 나타났다.
"조금 빠르지 않아?"
"그러게."
예상보다 빠르게 등장한 검은색 NPC의 모습에 그들의 의아해하면서도 자신들의 처지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검은색 NPC들이 플레이어들을 죽이지 않고 기절만 시킨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사망 패널티의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들은 짐짓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1시간이 넘도록 기절해 있어서 접속 제한 시간을 날리기는 하지만 사망 패널티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게다가 검은색 사람이 찍힌 영상은 돈이 되었다.
"시청자 여러분, 응원의 골드 부탁드립니다."
-오, 나왔다.
-우선 이정도만 줄게요. 이기면 10배드림.
-윗사람 아예 안주겠다는 뜻인데, 저거?
어둠의 숲은 지금 마교의 수색보다 큰 관심거리가 되어 있었다.
검은색 NPC와 조우만 한다면 스트리밍을 통해 소소한 골드의 비가 꽤 많이 쏟아져 내렸다.
오래 버티면 버틸수록 골드의 비는 더 많아졌다.
전 플레이어를 합쳐서 지금까지 오래 버틴 기록이 3분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3분은 모든 상태이상을 면역 상태로 만들어주는 '진실의 이슬'의 지속 시간이었다.
'어디보자.......'
눈앞에 있는 검은색 NPC의 체격으로 봐서 그림자를 사용하는 쪽의 NPC 같았다.
딱 한 명 존재하는 체술을 사용하는 검은색 NPC는 조금 더 키가 크고 체격이 다부졌다.
"포메이션 B다."
"오케이."
"알았어."
그들은 그림자를 사용하는 검은색 NPC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들이 그림자를 부리면 그림자는 그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기 직전에 아주 잠깐 일렁임을 보인다.
그 현상만 집중해서 파악하면 공격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퍼억-!
"크악!"
그림자를 움직일 줄 알았던 검은색 NPC가 난데없이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그림자를 움직이는 이들도 가까이 접근하면 주먹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주먹을 내질러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치잇!"
한명이 당하자 그의 옆에 있던 플레이어거 검은색 NPC를 향해서 둔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강하게 휘둘러진 그의 둔기는 NPC가 바로 코앞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옷자락을 스치지도 못했다.
"---."
NPC가 작게 중얼거리자 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지면서 그들의 사이를 뛰어다니며 한번 혹은 두 번의 공격으로 그들을 모두 쓰러트렸다.
스트리밍을 하던 플레이어가 기절하면서 화면이 새카맣게 변하며 스트리밍은 끝이 났지만 채팅창은 아직 살아있었다.
-진짜 10배 주고 싶었는데 못 이겼네ㅠㅠ!
-그런데 주먹질 하는 녀석이 원래 저 체격이었냐?
-그냥 그림자를 안 쓴 거 아니야?
-내가 후딱 검은색 NPC 정리글 보고 왔는데 저 머리길이의 NPC는 이제까지 없었어. 묵었던 거 푼 것도 아니더라.
사람들은 파티를 전멸시킨 NPC가 새로 출현한 NPC라고 생각했다.
현제 커뮤니티의 베스트 게시글에 올라가 있는 NPC들의 스크린샷을 모아 만든 정리글에는 체격은 비슷하지만 머리 모양이 맞는 NPC는 없었다.
묵었던 머리들을 푼 것 또한 아니었다.
새로운 NPC의 출현,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것이 NPC가 아닌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 정체는 호야였다.
녹색 머리는 염색을 해서 검게 물들였고 옷과 가면은 토윤의 것을 빌렸다.
손과 발까지 검은색 천을 둘러 가리니 그가 호야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호야가 퀘스트를 받고서 지옥을 경험하며 컨서누에게서 20분 만에 스킬 하나를 배운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조잡한 컨서누파 무투술]
숙련도: X
전설의 무투가 컨서누가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권가문의 무투술입니다.
빠른 시간 내에 속성으로 익힌 불완전한 스킬이라 사용 가능한 스킬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컨서누에게 제대로 된 수련을 받아야 '초급 컨서누파 무투술'로 변화합니다.
[제1격-약점 간파]
날카로운 눈빛으로 적의 약점을 꿰뚫어 봅니다.
스킬을 사용할 시 붉은 점과 푸른 점이 상대방의 몸에 표시됩니다.
붉은 점을 정확하게 타격할 시 치명타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푸른 점을 정확하게 타격할 시 50%의 확률로 대상에게 상태이상 '기절'을 발생시킵니다.
사용 MP: 1초 지속에 10MP 사용, 지속 시간에 제한 없음.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초급 컨서누파 무투술을 습득할 시 제2격과 제3격의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아직도 몸이 욱신거리는 것만 같았다.
수련의 탈을 쓴 샌드백은 크라우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컨서누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도 급하게 습득한 약점 간파 덕분에 퀘스트 수행이 훨씬 수월해졌다.
호야는 지금 자신이 수행 중인 퀘스트를 소규모 공성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림족의 부락이 성, 자신이 성을 지키는 수성, 플레이어들이 공성.
그리고 지금 수성 측의 한 아이템으로 인해서 전투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