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86화 (86/171)

# 86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4권 12화

12. 개척 방해자 유아?(1)

"저희는 여기서 인사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꼬옥~!"

"꼬옥~!"

이니티움 스타의 고정 MC 중 한명인 김국민이 마무리 멘트를 치자 모든 출연진이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평소와 같았으면 이것을 끝으로 마무리가 되었어야했다.

하지만 김국민의 마무리 멘트가 나온 것은 방송시간이 아직 15분가량이나 남아있던 때였다.

방송이 끝나고 검은색 화면이 나타났지만 빠르게 색을 되찾았고 스피커에서는 한 방송의 도입부에서 항상 흘러나오는 BGM이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이니티움 스타의 강구라입니다."

흘러나오는 BGM에 맞추어 카메라는 낮은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이니티움 스타의 또 다른 고정 MC인 강구라를 따라 움직이며 그를 찍고 있었다.

그는 평소에 잘 입지도 않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슬쩍 보기에도 지금 장면이 '그 사건이 알고 싶다'의 패러디라는 것이 느껴졌다.

낮은 계단을 내려와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강구라가 의자에 앉아서 말을 이었다.

"저희 이니티움 스타는 토크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제작진의 이 모 작가는 토크쇼인 저희 프로그램에 방송 소재로 한 인물의 인터뷰를 건네왔습니다. 처음에는 황당해한 저희 제작진이었으나 이내 인터뷰의 영상을 확인한 제작진은 결국 이니티움 스타가 방송된 이래 최초로! 토크쇼의 틀을 깨고서 그것을 방송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구라는 말을 멈추고 잡시 뜸을 들였다.

"토크쇼라는 이유로 거부하기에는...... 그것은 너무 탐스러운 열매였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지금, 그 탐스러운 열매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강구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화면이 바뀌어 그간 여러 형태로 공개되었던 호야의 영상이 멋들어지게 편집되어 재생되었다.

그 영상이 끝이 나자 예고편과 같은 화면이 띄워졌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자기소개... 말인가요?"

"네, 부탁드릴게요."

"어......, 안녕하세요, 호야라고 합니다."

"......끝?"

"네, 끝."

화면에 검은색 점이 세 개가 하나씩 찍히면서 까마귀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짧게 이어진 정적에 영상이 빠르게 감겼다.

빠르게 감기고 있는 영상 속의 호야가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무언가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빠르게 재생되고 있는 영상의 아래에는 갑작스러운 요청이었기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는 자막이 지나가고 있었다.

빠르게 감기던 영상이 원래의 속도를 되찾자 예고편을 통해 먼저 공개되었던 그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이니티움 스타 시청자 여러분. 직업 마을사람인 호야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그 뒤에 붙은 말은 예고편에는 없던 것이었지만 말이다.

시작이 살짝 불안했지만 그 뒤 인터뷰는 제대로 진행되었다.

목소리만 출연중인 이 모 작가라는 여자가 꽤나 능숙하게 질문의 강도나 인터뷰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예숙에게 붙들려 방송을 같이 보고 있는 호영은 자신의 얼굴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아들 귀엽네~. 호호호호."

"아들! 저 귀여운 애들 나중에 나한테도 보여주라!"

"어머, 어머, 어머!"

이예숙이 방송 내내 추임새를 넣으며 호야의 옆구리를 콕콕 찔러대는 것은 괜찮았다.

하지만 재건이 하는 것은 괜찮지 않았다.

"호영이 말 잘하는구나~?"

"호영아, 호영아, 저기 얼굴 살짝 빨개졌다. 어, 여기도 빨갛네?"

재건은 이예숙을 제외하고 호영이 호야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재건은 호영의 인터뷰를 같이 보기 위해 방송 시간에 맞춰서 둘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그 뒤로 계속 호영을 놀려대고 있었다.

호영이 이예숙에게 눈빛으로 도움을 청해봤지만 이예숙은 둘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인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재건이 계속 호영의 얼굴을 붉게 만들고 있자 방송도 막바지에 다다라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즐거웠어요."

"다음번에는 아예 저희 프로에 게스트로 출연해주시죠?"

"네?"

그 장면에서 화면이 딱 멈추더니 다시 강구라가 있는 스튜디오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표정이 띄워져 있었다.

"저희는 그에게서 긍정의 대답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과연 그는 자신의 말을 지켜줄 수 있을까요? 그럼 여기서 인사드리고 이번에는 진짜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꼬옥!"

호야가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네'는 뒤에 확실하게 물음표가 붙어있는 반문이었다.

하지만 강구라는 그것에서 물음표를 제외하고 단어 그대로의 의미처럼 말을 해버렸다.

이것은 사실 이니티움 스타의 제작진이 이번의 시청률을 앞으로 조금이라도 유지하기 위하여 시청자들에게 던진 미끼였다.

시청자를 상대로 낚시를 한 것이었다.

과한 낚시는 후에 자신들에게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었지만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었고 아슬아슬하게 농담처럼 들리도록 해놓았으니 역풍이 불어도 미풍에서 그칠 것이다.

오히려 시청자들의 입을 통해서 농담처럼 이야기가 오고 가면 프로그램 홍보도 되어줄 것이다.

자신들의 토크쇼는 결코 약하지 않았으니까.

* * *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어둠의 숲의 개척 캠프, 물약과 바두의 간식 조달을 위해서 오랜만에 그곳에 방문한 셋은 개척 캠프의 묘한 분위기를 읽었다.

그들이 개척 캠프에 들어오자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소곤거렸고 슬쩍 쳐다보는 눈빛에는 적의와 의심이 묻어나 있었다.

"그러게......."

"혹시 남 몰래 뭐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 지금 고백하면 변호는 해줄게."

유아의 물음에 도반과 호야는 고개를 저었다.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짐작이 가는 것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호야 님!"

"어, 안녕하세요."

셋이 의아해하고 있자 아직 개척 캠프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세하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죽여 조심스레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호야 님, 혹시 캠프에 흐르고 있는 소문 들으셨어요......?"

"소문이요?"

개척 캠프에 들를 일이 손에 꼽던 셋이었기에 소문이 흐르고 있다는 것도 세 명 모두 오늘 세하에게 처음으로 듣는 이야기였다.

"그게 말이죠. 누군가가 개척을 방해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현재 어둠의 숲의 개척을 진행 중인 플레이어들의 사이에서 묘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특정 구역에서 개척을 진행하려고 하면 검은색 일색인 사람이 나타나 사냥을 진행 중인 이들의 방해를 한 뒤 그들을 기절시켰고 정신이 들면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수상한 사람이 발견될 때마다 사용하는 기술이 조금씩 다른 것을 보아하니 그들이 한둘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아직 피해를 받은 사람은 아직 그리 많지는 않아요. 그리고 실제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너무 순간적으로 당해서 무엇을 당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하는 자들이랑......,"

세하가 슬쩍 유아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림자를 조종하는 사람에게 공격당했다고 하는 자들이 있어요."

"잠깐, 잠깐, 잠깐! 그걸 왜 나를 보고 얘기해요?"

"지금 사람들은 자신을 방해하던 사람들 중 하나를 유아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

유아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자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세한 이야기를 이었다.

피해를 받은 이들이 입을 모아 공통으로 하는 말이 '대상의 정보가 뜨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자신들을 방해하던 것이 몬스터였다면 먼저 공격을 가한 시점에서 전투 판정이 되어 이름과 레벨이 떠야한다.

하지만 뜨지 않았다는 것은 상대가 NPC라거나 혹은...... 플레이어라는 뜻이었다.

플레이어가 PK를 걸 경우 PK를 당하는 플레이어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뜨지 않는 경우가 두 가지 존재한다.

아주 극히 드물게 퀘스트의 진행 과정에서 PK가 강요되어 퀘스트를 수행하는 자의 보호를 위해서 시스템 메시지가 뜨지 않는 경우.

다른 하나의 경우는 암살단의 사람이라거나 뒷골목에서 불법거래를 하는 등의 NPC들에게 큰돈을 지불하고 한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최근에서야 존재가 발견된 아이템이고 판매가 확인 된 NPC들은 아직 한손에 꼽을 정도다.

사용에도 시간제한이 있는 일회성 아이템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또한 구입을 하기 위해서는 판매하는 NPC와의 호감도가 터무니없이 높아야했다.

여러 제한이 많은 아이템이지만 PK범들 중 몇몇은 이미 사용을 한 것이 확인되었다.

개척지의 플레이어들은 유아도 그것을 이용해 자신들을 방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아의 스킬은 얼마 전에 시작된 그의 여자친구의 스트리밍을 통해서 꽤나 넓게 알려진 상태였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의 스킬과 개척을 방해했다는 검은 사람이 사용한 기술은 매우 비슷했다.

유아가 그들을 방해할 이유가 없기는 했지만 이미 열이 뻗칠 만큼 뻗친 그들이 의심하기에는 충분한 근거였다.

"나 아니에요!"

하지만 유아에게는 어이가 없는 누명일 뿐이었다.

"정말 아닌가요?"

"증명할 수 있어?"

"랭킹 한 자릿수라고 해도 그딴 짓을 하고 다닌 거면 재미없을 줄 알아."

"아니라면 증명해주시죠. 지난 일주일간 뭘 하고 있었나요?"

유아 쪽을 주시하고 있던 이들이 유아의 목소리를 신호로 그에게 들러붙어 해명을 요구했다.

말이 좋아서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지 그들은 완전히 유아를 범인으로 확정하고 몰아가고 있었다.

"저희가 증명할게요. 유아는 접속하면 항상 저희랑 있었어요."

"맞아."

그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지 못한 도반과 호야가 유아의 앞에 나서면서 그를 변호했다.

유아는 둘의 그런 모습에 살짝 감동했다.

그리고 도반과 호야의 당당한 행동에 유아에게 적의를 향하던 사람들의 기세가 살짝 꺾였다.

하지만 아주 살짝 꺾이기만 했을 뿐이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럼 그 사실을 증명할 거는?"

"영상이라도 있나요?"

"원래 지인의 증언은 전혀 효력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며 유아의 무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무리 말을 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셋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그런 태도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해명과 증명을 요구하고 있으면서 귀는 완전히 닫아놓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저 사냥의 방해를 받아서 생긴 짜증을 풀기 위한 겉보기에 이유가 정당한 대상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개인이 아닌 단체라는 입장이 그들을 심적으로 뒤에서 받쳐주고 있었다.

"전부 그만해라."

사람들의 의심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자 애서가가 그들의 사이를 파고들어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인 것을 확인한 애서가는 말을 이었다.

"방금 전에 막 우리 길드원이 당신들이 말하는 그 방해라는 것을 받았다. 이것으로 증명이 되나?"

아카하네의 길드 마스터, 랭킹 1위, 플레이어들의 정점인 그가 단호하게 말하자 피해를 봐서 유아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길드가 없는 개인인 유아와 달리 애서가는 단체였기에 유아보다 위험성이 크다고 생각해서였다.

"그, 그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요?"

하지만 그들 중에도 용자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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