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84화 (84/171)

# 84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4권 10화

10. 전설의 과거(2)

호야는 단탈스의 정리를 도우면서 나오는 아이템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호야가 클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유니크였다.

이번에는 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유니크였다.

간간히 레전드리도 보이고 있는 것은 잘못 본 것이 아닐 것이다.

원래는 호야에게 아이템 정보가 안 보여야 정상이다.

하지만 대장장이의 집이라서 판매하는 물건처럼 적용이 되고 있는지 아이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에 쓰여 있는 설정 가격까지도 말이다.

......머리가 아프니 가격에 대해서는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이런 아이템들을 잡동사니를 쌓아 두듯이 보관하고 있던 단탈스가 여러 의미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장비들을 걷어 내는 것을 반복하자 그 아래에서 작은 테이블과 장식장, 소품 같은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 한구석에서 창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창고가 아닌 그냥 평범한 방이었다.

장비들의 무게도 무게이고 양도 양이었기에 정리하는 것은 꽤나 중노동이었다.

하지만 장비들 아래에서 발굴되다시피 발견되고 있는 것들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작업복처럼 보이는 옷에서부터 평범한 머그컵까지 별의별 게 다 나왔다.

대장간의 간판들은 왜 있는 걸까?

"오, 이게 여기 있었구먼."

"어, 단탈스, 이거 안 쓰는 거면 나한테 주면 안 돼요? 마침 집에서 쓰던 게 망가졌거든."

"그래라."

그런 재미를 맛보고 있는 것은 호야뿐만이 아닌 듯했다.

단탈스는 물론이고 투덜거리던 크라우스까지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건......."

이번에 호야가 발굴해 낸 보물은 사람의 머리만 한 크기의 액자였다.

그 액자에는 단탈스와 10대 중반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인간 소년이 그려져 있었다.

이상하게 인간 소년의 얼굴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으음......."

"뭐 하고 있어?"

호야가 머릿속으로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쓰고 있자 단탈스가 손을 털며 다가왔다.

호야의 손에 들려 있는 액자를 본 단탈스는 크게 미소를 지었다.

"이게 여기 있었구나!"

"거기 같이 그려져 있는 거는 누구예요?"

"내 아들이야. 이름은 반달."

"네?"

단탈스의 말을 듣고서 액자에 그려진 소년을 다시 바라보니 조금이지만 반달의 얼굴이 보였다.

이 소년이 자라서 건강하게 늙으면 딱 반달처럼 될 것 같았다.

드워프의 피가 섞였을 거라는 그 장인의 예상이 맞았다.

반달이 단탈스의 아들이라니, 세상이 참 좁다는 것을 느꼈다.

"아내가 인간이었거든......."

호야의 의문을 단탈스는 자신의 아들이라는 자가 인간에 가까운 외모를 가진 것에 대한 의문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그에 대한 답을 말해 왔다.

호야에게 답한 단탈스는 정성스레 액자의 먼지를 털어 내며 회상에 잠겼다.

* * *

전설의 대장장이 단탈스, 그가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에게 인정받은 뒤로 그의 드워프 생에서 굴곡이 없어져 버렸다.

젊은 날의 패기로 인해서 행해 왔던 대장간 깨기도 이제 하지 못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망치를 두들기는 것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흥미롭고 재밌는 일이었지만 삶이 너무 평평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그가 평소와 같은 굴곡 없는 드워프 생을 보내고 있을 때 예고도 없이 갑자기 그의 드워프 생에 굴곡이 찾아왔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던 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그냥 길가를 지나쳐 가는 행인에 불과했지만 그녀가 옆을 지나쳐 가자마자 자신의 고개가 그녀를 향해 돌아갔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돌려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흔히들 말하는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를 놓치면 평생 후회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가갈 자연스러운 명분이 없었기에 단탈스가 속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자 며칠 뒤에 그의 대장간에 그녀가 손님으로서 찾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손님과 대장장이의 관계가 친구와 친구의 관계가 되었고 연인의 관계가 될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고 부부의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그녀는 선천적으로 몸이 많이 약했기에 전설의 대장장이인 단탈스를 향하는 여러 시선을 나눠 받는 것은 몸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그래서 단탈스는 그녀를 위해서 대장간을 정리하고서 지금 살고 있는 것과는 조금 먼 작은 마을의 옆에 있는 숲속에 새로 집과 공방을 지었다.

숲속에서 살기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흘러 그녀의 몸속에 새로운 가족이 생겨났다.

새로운 가족이 생겨난 것은 축복받을 좋은 일이었지만 동시에 안 좋은 일도 같이 찾아왔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단탈스의 아내가 출산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 자신이 낳았던 아들, 반달이 걷기도 전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단탈스는 아내가 떠나간 자리에서 커다란 공허함과 슬픔을 느꼈지만 반달을 키우며 그것을 버텨 내었다.

투박한 아버지의 손에서만 자란 반달은 고집이 세기는 했지만 크게 모난 곳 없이 자라 주었다.

"아버지, 저 마법사가 될 거예요!"

"......뭐?"

반달과 함께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반달이 마법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내 왔다.

갑자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단탈스는 반달이 자신의 뒤를 이어서 대장장이가 되어 주기를 원했기에 처음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고집이 센 반달은 단탈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잠시 머물고 있는 마법사에게 마법을 배웠다.

그가 마을에서 떠난 뒤에도 그가 가르쳐 준 마법을 열심히 연습했다.

처음에는 반대하고 있던 단탈스의 마음이 반달이 노력하는 것을 보고서 그를 뒤에서 밀어주고 싶다고 바뀌었다.

고민 끝에 단탈스는 반달을 위해서 지팡이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

그것을 위해서 좋은 재료들을 꺼내기는 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반달이 마법에 너무 재능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재료들을 그대로 사용하면 좋은 지팡이가 나오기는 하겠지만 반달이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단탈스는 아직 시험 단계인 자신이 만든 오리지널 광석인 '단탈티움'을 꺼냈다.

훗날 이것은 전설의 마법사인 모안의 힘을 빌려 완성되면서 모안탈티움으로 이름을 바꾸지만 그것은 지금의 단탈스는 모르는 먼 미래의 일이다.

"자, 받아라."

"아버지, 이거는......."

"한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라."

지팡이를 받은 반달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단탈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반달의 꿈을 밀어주기로 정하기를 잘한 것 같았다.

그 뒤로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 반달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었던 마법사가 다시 마을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갑자기 반달이 그들과 함께 몬스터를 잡으러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 왔다.

"그것만은 안 돼. 허락 못 한다."

"아버지, 제발 부탁드릴게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단탈스의 반대에 반달은 끈질기게 그를 설득했다.

결국 반달의 설득에 꺾여 버린 단탈스가 허락을 해 주었고 반달은 마법사의 파티와 함께 몬스터를 사냥하러 나섰다.

그 뒤로 시간이 흘러서 예정된 날짜가 모두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반달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단탈스는 반달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와 마법사의 파티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마을로 향했다.

"그 양반이라면 며칠 전에 돌아와서 아직 저기 여관에서 묵고 있어요."

단탈스는 그 말을 듣고서 반달도 그들과 함께 같이 여관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돌아왔으면서 집에도 안 찾아와?'

반달을 크게 혼을 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여관으로 향했다.

마침 그 여관의 1층 음식점에서 마법사의 파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반달은 그곳에 없었다.

그리고 왜 저 마법사가 자신이 반달에게 만들어 준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게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설마 그런 꼬맹이가 이러한 물건을 들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의외의 소득이었지."

"걔 아직 좀 어려 보이던데 넌 죄책감이라는 것도 없냐?"

"자신의 수준에 맞지도 않는 무기를 들고 다니니까 그런 꼴을 당하는 거야. 다 자업자득이지. 게다가 이런 죄책감 없는 녀석하고 어울리는 너희들은 뭐냐?"

"우리도 죄책감이 없으니까? 하하하!"

그때 단탈스는 속에서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마법사의 파티원들을 모두 정리하고서 마법사만을 거의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놓은 뒤였다.

"끅, 끄윽......."

"내 아들은 어디에 있어."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시치미 뗄 생각은 하지 마라!"

단탈스는 무력을 사용해서 반달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를 알아냈다.

마법사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이가 갈렸다.

얻을 정보를 모두 얻은 단탈스는 여관 주인에게 자신이 부숴 먹은 것에 대한 수리비를 건네고서 곧장 이야기 속의 장소를 향해 반달의 흔적을 찾았다.

단탈스가 강을 따라가면서 그 주변을 열심히 수색했지만 발견한 흔적이라고는 돌부리에 걸려 있던 반달의 신발 한 짝이 다였다.

후회가 몰려왔다.

반달이 허락을 구했을 때에 허락하지 말았어야 했다.

설득에 꺾이지 말고 억지로라도 반달을 붙잡았어야 했다.

사전에 미리 반달이 함께 간다는 사람들이 어떤 자들인지를 알아봤어야 했다.

후회를 느꼈을 때에는 너무 늦었다.

* * *

"다......."

"......."

"단탈스?"

"어? 어어."

회상에 잠겨 있던 단탈스는 호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너무 멍을 때리고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정리를 시작하는 단탈스에게 호야가 물어 왔다.

"그럼 가끔 마을에서 나갈 때에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거예요?"

"아니, 그건 재료를 구하러 가는 거야."

만나러 갈 아들은 이미 없거든.......

호야의 물음에 답하는 단탈스의 얼굴에는 슬픈 미소가 걸려 있었다.

호야가 아무렇지 않게 뱉은 질문이 단탈스의 가슴을 찔러 왔다.

아들이 살아 있던 때에 조금 더 잘 대해 주었어야 했다는 후회와 미련이 아직도 단탈스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호야는 단탈스의 표정과 그의 대답을 듣고서 둘의 사이에 무언가의 트러블이 있던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저리 단호하게 딱 잘라서 '아니'라고 답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탈스의 표정이 저리 슬픈 것이라 판단했다.

둘 중 어느 쪽의 잘못으로 트러블이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푸는 것이 둘에게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괜한 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둘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빨리 푸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풀고 싶어도 못 풀어."

아들이 죽어 버린 지금은 오해를 풀고 싶어도 풀 수가 없었다.

단탈스의 눈에 새겨진 슬픔이 조금 커졌다.

그때, 호야가 꺼낸 말로 인해서 슬픔이 새겨졌던 단탈스의 눈이 주먹만 하게 커졌다.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 보시는 제 좋지 않을까요? 반달 님이 왕성의 공방에서 생활하기는 해도 가끔 음식점에는 나오시니까 미리 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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