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83화 (83/171)

# 83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4권 9화

9. 전설의 과거(1)

호야는 오랜만에 오르도에 돌아왔다.

이즈바론트의 북동 구역의 복구가 끝이 난 지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호야는 그 며칠 동안 다시 어둠의 숲에서 도반과 유아와 함께 몬스터를 사냥했다.

유아는 여자 친구의 일로 인해 사냥에서 간간이 빠졌기에 거의 도반과 둘이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도반조차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혼자가 되었기에 무기의 수리를 겸해서 얼굴을 보기 위해 마을로 돌아온 것이었다.

로브나 부츠 등 오르도의 바깥에서 얻은 아이템들은 플레이어나 도시의 대장장이 NPC들에게 수리를 맡겼지만 단탈스가 만들어 준 팔찌와 무기, 오염된 숲의 엔트 아종이 드랍 했던 죽은 나무의 시선은 단탈스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수리 중에는 자신의 아이템이 아니어도 아이템의 정보를 읽을 수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오르도에 온 것인데 마을이 묘하게 조용했다.

기척이 평소에 비해 적게 느껴지고 있었다.

오르도의 주민들이 마음만 먹고 기척을 숨긴다면 호야가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기에 호야는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수아수아: 안녕하세요, 호야 님.]

그때 이수아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왔다.

[이수아수아: 호야 님 인터뷰가 이번 주 방송의 마지막에 15분 동안 방송되는 것으로 결정됐어요. 저희 방송 시간은 아시나요?]

처음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수아가 인터뷰를 하고 간 그날에 호야는 이예숙에게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호야의 말에 이예숙은 물개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더니 이니티움 스타의 방송 날짜와 시간을 검색해서 알람까지 맞추었다.

아직 방송 날짜도 확정이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방송 날짜가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이예숙에게 전해 주면 아마 매우 기뻐할 것이었다.

호야가 원하지 않았기에 주변에 자신의 아들의 인터뷰가 TV에 나온다며 자랑은 하지 못하지만 매우 기쁜 일이었다.

호야가 찍힌 영상이 방송을 타는 것하고 인터뷰는 다른 것이었기에 이예숙은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호야: 네, 알고 있어요.]

이수아에게 귓속말을 보낸 호야는 단탈스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때, 호야의 귓속말을 받은 뒤 찬구가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이수아가 기뻐했다는 것은 호야는 모르는 일이었다.

"단......."

"어서 와, 호야!"

단탈스의 집에 붙어 있는 공방에서 망치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호야는 목소리를 내면서 문에 노크를 해 그를 부르려고 했다.

그때 단탈스의 이름을 다 꺼내기도 전에 크라우스가 문을 벌컥 열고서 호야의 팔을 잡고 안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뭐, 뭐예요?!"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대장님!"

크라우스가 호야를 끌고 간 곳은 아직까지 들어와 본 적이 없던 단탈스의 집 안쪽이었다.

단탈스의 집에 방문해도 항상 거실이나 혹은 공방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었기에 처음 보는 방의 모습이었고 호야는 그 모습을 보고서 아주 기겁을 했다.

"세상에...... 이게 다 뭐예요?"

쓰레기장 그 자체였다.

쌓여 있는 물건들이 검이나 활, 창 등의 무기의 완성품과 광석 등의 재료가 아니었다면 호야는 방을 본 즉시 단탈스가 쓰레기를 모아 두는 곳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원군이 도착했으니, 타격이 커 이제 싸울 수 없는 저는 이만 퇴각하겠습니다."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게나, 크라우스 병사! 너는 아직 싸울 수 있다! 자네가 없으면 나 혼자 이 적들을 어떻게 무찌르나!"

"하지만, 대장님! 저는 이미......!"

"......뭐 하시는 거예요?"

서로 부둥켜 앉고서 우는 흉내를 내던 둘이 호야의 말에 헛기침을 하며 우는 척을 그만두었다.

"흐흠, 정리하는 것 좀 도와줘라."

"도와줘......! 끝날 기미가 안 보여!"

이야기를 들어 보니 오르도에 정착한 뒤로 한 번도 정리를 안 했더니 눈치를 챘을 때에는 이미 이 모양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슬슬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을 먹은 김에 한 번에 다 정리하기 위해서 주민들에게 협조를 구하러 다녔다고 한다.

"렌시아는 잠시 고향에 가 있는 상황이고, 치빈과 컨서누는 애초에 밖으로 나도는 놈들이라 마을에 있는 경우가 손에 꼽고, 모안은 타이밍 좋게 일이 있어서 아침부터 나가 있고, 사리반은 저녁으로 맛있는 걸 준비해 주겠다고 해서 놔뒀고 레이나는 도망갔어."

"나도 도망갔어야 했어......."

크라우스가 작게 중얼거린 말을 들은 것인지 단탈스가 그의 팔을 꼬집었다.

"아악!"

"뭐, 그렇게 돼서 정리를 도와줄 인원이 적거든. 그때 타이밍 좋게도 네가 와 준 거지!"

무기의 수리를 하러 왔을 뿐인데 팔자에도 없던 대청소에 휘말려들었다.

그래도 단탈스가 정리를 끝내야지 무기의 수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호야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크라우스가 구세주를 만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자, 일단 지금 입고 있는 것들부터 싹 다 갈아입어. 로브를 입고 할 수는 없잖아?"

호야는 크라우스가 건네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서 기다란 머리카락도 올려 묶으며 도와줄 정리를 끝마쳤다.

"좋아, 이런 방이 두 개는 더 있으니까 셋이서 오늘 안에 어떻게든 해 보자고!"

"......역시 도망쳤어야 했어."

"하하하......."

크라우스의 한탄을 시작으로 셋이서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그래서, 나를 부른 이유가 뭐야?"

마계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마왕성, 모안은 그곳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헤이든과 마주하고 있었다.

테이블의 높이가 아이의 모습에는 너무 높았기에 마탑장으로 지내던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모안이 마계에 온 것은 치빈이 들고 온 헤이든의 초대장 때문이었다.

평소와 같았다면 마족의 초대에 응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헤이든에게서 직접 건네받았다면서 치빈이 내민 초대장이 무언가 이상했다.

마족들이 내뿜는 기운 마기, 그것들은 주변의 것들을 오염시킨다.

오염을 시키는 대상은 생명체, 비생명체를 가리지 않으며 그 대상에 따라 오염의 정도는 다르지만 마족의 손이 직접 닿는 것에는 소량이나마 마기가 남아 있어야지 정상이다.

그리고 새어 나오는 마기는 마족 스스로가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어를 한다고 해도 새어 나오는 마기의 양을 줄이는 것이 전부, 새어 나오는 마기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헤이든이 건넸다는 편지에서는 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모안은 자신의 옆에서 쟁반을 두 손으로 꼭 붙들고서 자신을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마족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에게서도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 안에는 마기가 있지만 어떻게 한 것인지 마기가 밖으로 전혀 새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몸속에 있는 마기도 이전 세대의 마족들과는 다르게 마치 인간이나 엘프 등의 마력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저, 저기...... 제가 무,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요? 혹시...... 차가 입에 안 맞으시나요......?"

모안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 소녀가 작은 목소리로 물어 왔다.

"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모안의 대답에 살짝 안도의 숨을 내쉰 소녀는 살짝 뒤로 물러났다.

"그 소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때 헤이든이 모안에게 질문을 해 왔다.

"설마 이 애를 보여 주려고 그런 이상한 초대장까지 보낸 거야?"

"반은 맞혔다. 내가 당신을 초대한 이유는 그 소녀와 이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헤이든이 주머니에서 팔지 하나를 꺼내어 자신의 손목에 채워 보였다.

그러자 모안으로서는 믿기 힘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그녀의 옆에 같이 앉아 있던 치빈도 마찬가지였다.

헤이든이 팔찌를 착용하자 그에게서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던 마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후후후, 많이 놀랐을 테니 설명을 하지."

헤이든이 착용한 팔찌는 그가 약 50년 전 자신의 아버지를 몰아내고 나서 마왕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아버지의 눈을 피해 계속해서 연구하여 수십 년 전에 겨우 완성했던 그의 작품이었다.

새어 나오는 마기를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 그것이 팔찌의 정체였다.

그 부작용으로 인해서 스킬이나 마법의 사용을 위해 몸속에서 마기를 움직일 때에도 조그마한 제약이 걸리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 팔찌를 태어났을 때부터 착용해 온 것이 모안의 뒤에 서 있는 소녀였다.

소녀를 몸속에 품고 있던 부모에게 협력을 요청하여 태어나자마자 팔찌를 착용하도록 했다.

그 당시 소녀와 같이 태어나자마자 팔찌를 착용했던 아이들은 총 20명.

1년을 간격으로 한 명씩 팔찌를 해제해 보도록 했고 태어나고서 15년째에 팔찌를 해제한 아이부터 팔찌를 벗어도 마기가 새어 나오지 않게 되었다.

몸이 마기가 새어 나가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는 인식을 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인 것인지 몸속에 있는 마기도 마력에 가깝게 변했다.

마기를 이용해 스킬이나 마술을 사용해도 주변이 오염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다섯 명의 아이들 중 성품이 제일 순한 소녀를 모안에게 증명하기 위하여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우리는 이 아이들만이라도 인간계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다."

헤이든이 미사여구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자신들은 이미 늦었지만 후대들만이라도 인간들과 공존하고 화합하면서 살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왕명으로써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15년간 팔찌를 의무 착용하도록 했다.

몸에 해가 끼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확인된 뒤였기에 모두가 그것에 순순히 따랐다.

아이들의 부모도 헤이든과 같은 생각이었으니까.

수백 년 전부터 이어졌던 마족과 다른 인종들의 악연은 마족에게서 새어 나오는 마기와 전투적인 성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 마기와 성향을 해결하면 인간계에 다시 발을 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극소수가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마족들의 성향은 이미 완전히 바뀐 뒤였다.

마기의 문제도 해결되었다.

그러니 자신들이 과거를 반성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그 확률은 매우 낮겠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었다.

치빈은 헤이든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이 마계를 탐험하면서 본 마족들은 자신에게 매우 우호적이었다.

자신들을 강제로 이곳에 몰아넣은 종족일 텐데 말이다.

아이들만이라면 한번 시도를 해 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

하지만 모안은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마족과 다른 인종들의 갈등은 새어 나오는 마기로부터 오염된 몬스터들과 환경, 그리고 그들의 전투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것이 해결되었다면 시도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모안은 그것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의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아론이 목숨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이루어 낸 것을 없애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그녀도 그것이 사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모안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아론이 마탑을 세웠던 이유는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아론이 마족들을 몰아냈던 이유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아론이 결과적으로 원하던 것은 세계의 평화였다.

"......생각할 시간을 줘."

"다, 당연하지!"

모안의 대답에 헤이든은 크게 기뻐했다.

매몰찬 거절의 말도 각오하고 있었는데 보류의 대답이 나온 것이다.

모안의 지금 표정은 매우 험악했지만 속에서는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생각이 싹터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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