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82화 (82/171)

# 82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4권 8화

8. 이니티움 스타(2)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인터뷰를 끝낸 이수아는 호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빈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감사였다.

그에게서 모든 질문의 답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들만 하더라도 충분히 큰 수확이었다.

그녀가 호야에게서 답을 받아 낼 수 있었던 것은 '게임 속에서의 이야기'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중에서도 칭호나 스킬 같은 캐릭터 정보는 당연히 제외되었다.

답을 받을 수 없을 것이 뻔했고 질문을 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기에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않기는 했다.

그런 종류의 질문을 하는 것은 하루 살고 보자는 식의 기자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그런 질문 외에는 거의 모든 질문의 답을 받을 수 있었다.

호야는 인터뷰 내내 매우 협조적이었다.

정말 이런 사람이 그 엄청난 움직임과 힘을 보이는 영상들의 주인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절대 입을 열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현실에서의 자신의 모습.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물어보자 그가 살짝 머뭇거리는 것이 보였기에 이수아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의 입장에서 민감한 질문을 밀어붙이는 것은 추후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거미줄만큼의 얇은 인연의 끈이기는 하지만 그거라도 좋게 이어 놓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좋았다.

그래서 답을 얻지 못한 국적을 물어봤던 것을 끝으로 그녀는 현실에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인터뷰가 방송에 나가는 날짜랑 시간은 정해지면 바로 알려 드릴게요. 그러니까......."

이수아는 만에 하나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능성이 크다고 여기며 호야에게 말했다.

"쪽지 함은 확인을 안 하시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혹시 친구 추가 가능하실까요......? 방송 날짜만 확인받으시고 바로 삭제하셔도 돼요!"

인터뷰의 방송 날짜를 핑계로 그의 친구 목록에 자신의 닉네임을 올린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그의 성품을 생각하면 성공할 가능성은 높았다.

"......네, 괜찮아요."

'아싸!'

자신의 친구 목록에 새겨진 호야라는 두 글자를 보면서 이수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수아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연습 방을 나온 호야에게 많은 플레이어들이 다가왔다.

이수아를 보고서 자신들도 인터뷰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호야가 연습 방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와 작가들이었다.

하지만 호야는 그들의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수아의 경우에는 실제로 그녀의 푸념을 들어서 마음 한구석의 찝찝함으로 인해 응한 것이지 두 번이나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 * *

-안녕하세요, 이니티움 스타의 이수아입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자기소개...... 말인가요?

-네, 부탁드릴게요.

-어...... 안녕하세요, 호야라고 합니다.

-......끝?

-네, 끝.

MBS의 이니티움 스타의 사무실, 그곳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작은 노트북 하나를 보기 위해서 한 책상 앞에 옹기종기 모였다.

그들의 앞에 놓인 노트북에서는 이수아가 따 온 호야의 인터뷰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 솔직히 말해 봐. 지금 무슨 몰래카메라 찍고 있는 거 아니지?"

"아니에요."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누가 내 볼 좀 꼬집어 봐라악! 아악! 야! 너무 세게 하면 어떡하냐!"

"그래도 아파야지 확인이 되잖아요."

노트북 앞에 모여 있는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놀라움, 그것이 그들의 반응이었다.

일단 사전 보고를 받았었기에 이수아가 호야의 인터뷰를 따러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신입의 패기라 생각하고 허락을 내준 것이지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돌아온 이수아가 호야의 인터뷰를 따 왔다고 했을 때에는 실패를 무마하려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수아야, 실패를 했으면 그냥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해야지. 괜히 거짓말하면 일에 혼란만 생겨."

"언니...... 아니, 선배님! 제가 다른 거는 몰라도 거짓말은 절! 대! 로 안 해요!"

이수아를 이니티움 스타에 데려왔던 장본인인 남민서 메인 작가가 그렇게 말하자 이수아는 노트북을 켜서 그녀에게 정리해 온 호야의 인터뷰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사무실에 있던 이니티움 스타의 관계자들이 영상을 본 남민서의 반응에 호기심을 가지고 이수아의 책상으로 몰려와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었다.

"수아야! 우리 평생 함께 가자!"

"남 작가가 추천할 때에만 해도 조금 고민했었는데, 알고 보니 귀인이었네, 우리 막내!"

이니티움에 관련된 프로그램들 중 이니티움 스타의 인지도는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인지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높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중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이니티움 스타였다.

그래도 이제는 레드 오션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후발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버티고 있는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작가를 새로 들인다는 것은 조금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처음 남민서가 이수아를 추천했을 때에는 꽤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세가 한풀 꺾여 있기는 했어도 그 '출발! 이니티움 속으로'의 막내 작가였다는 말에 바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데리고 온 지 얼마 안 되어 대어를 물고 왔다.

그것도 초특급 대어를 말이다.

"그런데...... 이 호야라는 플레이어, 생각보다 꽤 귀엽네."

"아, 그거 저도 느꼈어요."

영상 속의 그는 자신을 칭찬하는 듯한 이야기만 나오면 가면 아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말을 더듬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긴장했다는 것이 행동에서 조금씩 드러났다.

한데 그것이 꽤 순박하고 귀엽게 느껴지고 있었다.

일부러 그런 쪽으로 연기했다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 * *

"반달 님이 안 보이시네요?"

북동 구역의 복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나탈리 때문에 부수어진 건물들은 이미 모두 복구가 되었다.

남아 있는 것은 매료에 걸린 이들의 난동으로 인해 부서졌던 자잘한 흔적들뿐이었다.

길어도 3일이면 복구가 완전히 마무리될 것 같다는 것이 왕실의 예상이었다.

그리고 아직 복구가 끝이 나지 않았는데 어째선지 반달의 모습이 현장에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한 왕실 소속의 장인이 끌끌 웃으며 호야에게 말해 왔다.

"오늘은 국왕 폐하가 반달 님을 의무적으로 쉬게 하는 날이야."

"국왕 폐하가요?"

반달은 자타 공인 워커홀릭이었다.

왕실 소속의 장인이 된 뒤로 망치를 놓고 쉬는 날이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였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하루 정도는 쉬라고 말을 해도 듣지 않는 것이 그였다.

그의 그런 행동에 반달의 나이에 따른 건강을 걱정한 제프리노는 왕위에 즉위하자마자 왕명까지 들먹이며 반달이 쉬는 날을 만들었다고 한다.

"엄청 건강해 보이시던데요?"

그렇게 해서까지 쉬게 할 정도로 반달의 건강이 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 호야의 생각이었다.

물론, 쉬는 것이 반달을 위해서도 좋겠지만 왕명까지 내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호야에게 말을 걸어왔던 장인이 호야의 반응에 껄껄 웃으며 다시 질문을 했다.

"자네가 보기에 반달 님의 연세가 얼마나 될 것 같나?"

"음...... 한 65 정도?"

"땡! 틀렸다!"

장인이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호야에게 작게 말했다.

"최소한 그 배 이상은 사셨을걸?"

"네?!"

그럼 130을 넘었다는 소리가 아닌가.

인간이 그럴 수가 있나?

아니,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그 나이를 먹고 그렇게 정정할 수가 있...... 있긴 있구나.

호야의 머릿속에 오르도의 주민들이 떠올랐다.

'모안도 300에 가까우니까.......'

오르도의 주민들 모두가 최소 100살은 넘었거나 그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르도의 주민들은 모두 나이와는 다르게 젊은 시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반달은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몸 관리를 잘한 할아버지였다.

"농담이죠?"

"농담 아니야. 반달 님에게는 이종족의 피가 섞여 있거든."

무슨 종족의 피가 섞여 있는지 까지는 자신들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기에 모른다고 한다.

"우리가 예상하기로는 드위프의 피가 섞인 것 같은데 본인이 알려 주지를 않는단 말이지. 영감탱이가 치사하게."

"하하하......."

다 말해 주고서 마지막에 치사하게 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콰직-.

길게 이어지는 장인의 살짝 뒷담 같은 푸념에 호야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그저 옆에서 어색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던 때에 살짝 멀리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호야가 고개를 돌려서 확인해 보니 장인 한 명이 살짝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응......?'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상태에서 목도리까지 두른 채 고개도 푹 숙이고 있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뒤돌아서 망치를 두들기고 있었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딱 보아도 수상한 차림새였다.

하지만 망치를 들고 부들거리고 있는 팔과 그의 등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호야는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던 장인에게 다시 일을 하러 가겠다 말하며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곧장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장인에게로 다가갔다.

"여기에 두고 가면 될까요?"

"......."

호야의 물음에 그는 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호야는 직감적으로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반달 님, 맞죠?"

"크흠, 흠."

"여기 계셔도 돼요?"

분명 '왕명'으로 쉬는 날이라고 들었는데...... 여기 있으면 위험한 거 아닌가?

"반......."

"호야 님!"

호야가 반달이라고 확신한 장인에게 다시 말을 걸려고 할 때 멀리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는 안내인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자, 잠시만...... 숨 좀......!"

헐떡이던 숨을 어느 정도 진정시킨 안내인이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확인하면서 말을 이었다.

"호, 혹시 반달 님 보지 못하셨나요? 호야 님과 친해지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뭐 들은 말씀이라도 없을까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호야가 안내인의 시선에서 반달을 절묘하게 가려 주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모자 때문인 것인지 안내인은 반달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다리를 무언가가 툭툭 치는 것이 느껴졌다.

살짝 시선을 옮기자 반달이 손을 휙휙 젓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냥 보내라는 뜻이었고 호야는 그것을 얼추 알아들었다.

"그...... 죄송해요. 오늘은 못 봤어요."

"그런가요......."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안내인이 어깨를 추욱 늘어트리고는 호야에게 인사를 하고서 다시 주변을 뛰어다니며 다시 반달을 찾기 시작했다.

안내인이 꽤 멀리까지 가자 반달이 목도리를 슬쩍 내리며 답답했던 숨을 내쉬었다.

"후우, 벌써 찾으러 다니다니....... 에잉."

"여기 있어도 되는 거예요? 왕명으로 쉬는 날이라면서요."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처박혀 있으면 답답해서 내가 제명에 못 살아."

정기 휴일에는 왕성 안에 있는 공방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면서 반달이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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