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81화 (81/171)

# 81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4권 7화

7. 이니티움 스타(1)

"이봐! 정신 차려라!"

"끄윽......."

자신의 몸을 흔드는 느낌에 지하 감옥을 지키던 병사가 어지러운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으며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이미 날이 밝고 있었다.

자신을 깨운 이는 멜뷰어 님이었다.

왜 왕자님이 이 시간에 이곳에 와 있는 거지......?

그런 의문을 품고 있자 그의 뒤로 많은 수의 기사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그때 그의 머릿속에 지난밤에 있던 일이 생각났다.

일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다.

자신은 어젯밤 평소와 같이 경비를 섰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몰려온 졸음으로 인해서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그것은 피로가 쌓여서 생긴 것과 같은 종류의 졸음이 아니었다.

휙!

고개를 돌려서 지하 감옥으로 향하는 문을 바라보자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특수한 마법 처리가 되어 있는 문의 열쇠 구멍이 박살이 나 있었다.

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에는 분명히 멀쩡히 잠겨 있었고 망가지지 않았던 문이었다.

병사의 머릿속에는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떠오르고 있었다.

"정신이 드나?"

"아, 예, 예!"

멜뷰어가 병사의 정신을 다시 일깨우자 그가 얼른 그에게 예를 취해 보였다.

멜뷰어는 뒤이어서 깨어난 다른 병사를 포함해서 그들에게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 왔다.

"그, 그것이...... 잘 모르겠습니다."

병사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자신이 갑작스럽게 잠들었다는 것뿐이었다.

자신이 어째서 잠들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들의 말을 들은 멜뷰어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에게 그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제, 제발 목숨만은......."

멜뷰어가 말한 휴식이라는 단어를 병사들은 안 좋은 쪽으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그들의 불안에 떠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주변 상황을 보면 자신이 정신을 잃은 사이에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대충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그 일에 대한 책임이 크다는 것까지도 말이다.

멜뷰어는 병사들을 안심시킨 뒤에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는 마인이 마법을 사용해 흔적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뭔가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멜뷰어의 물음에 마인은 고개를 저었다.

지하 감옥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나탈리가 탈옥을 하면서 남긴 파괴 흔적들뿐이었다.

그것을 이용해 마법으로 그녀의 행방을 쫓았지만 그녀의 흔적은 도시의 입구에서 완전히 끊겨 있었다.

하지만 흔적이 끊겼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날에 바로 비밀리에 나탈리를 쫓기 위한 추적대가 구성되었다.

나탈리가 탈옥했다는 사실은 숨겨야 할 비밀이었다.

만약 그녀가 탈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모험가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인해 조금씩 작아지고 있는 사람들의 불안을 다시 키울 것이 확실했다.

그렇기에 비밀로 할 필요가 있었다.

모험가들에게는 이미 마교의 수색을 맡긴 상태였으므로 추적대는 마탑의 마법사들을 주축으로 해서 왕실과 중앙 신전에서 인력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 * *

호야는 그날 뒤로도 계속 북동 구역의 복구 현장에 나와 작업을 도왔다.

자재를 나르는 도중에 반달과도 여러 번 마주쳤다.

처음 만났던 날에 털어놨던 이야기들의 덕분에 속이 후련한 것인지 그는 더 이상 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술에 취해서 꺼냈던 옛날이야기도 잠이 들어 끊겨 버린 그 이상의 것은 말하지 않았다.

선을 긋고서 그 이상은 넘어가지도 넘어오지도 않게 하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날에 그 일로 호감도가 오른 덕에 반달은 호야를 살갑게 대해 주었다.

2~3일에 한 번은 그 식당에도 데려가 주고 있었다.

"여기 두고 가면 되나요?"

"아, 네! 아니, 아무 데나 두셔도 돼요!"

복구 현장에 있는 플레이어들과 얼굴을 마주한 지 며칠.

그들은 아직도 호야가 자신들에게 자재를 가져다준다는 것에 신기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몇몇은 조금은 익숙해진 것인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호야 님, 저 정말 팬이에요!"

"어떻게 하면 영상에서처럼 그렇게 움직이실 수 있는 거예요? 진짜, 지인짜 대단하세요!"

"저는 지금까지 호야 님이 나오신 영상 다 챙겨 봤어요! 저번의 블랙헤븐 때처럼 직접 영상 찍어서 올려 주시면 안 돼요? 네?"

"호야 님이 하고 계신 이어 커프, 저도 똑같은 거 샀어요! 이거 지금 엄청 인기 있는 거 아세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어서 저도 겨우 구했어요."

"호야 님, 같이 스크린 샷 하나만 찍어 주시면 안 될까요?"

"어이, 거기! 잡담할 시간 있으면 몸을 움직여라!"

"네, 네!"

플레이어들의 호들갑에 왕실 소속의 장인이 호통을 쳐 왔다.

바로 앞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니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어딘가로 숨어들어 가고 싶다고 호야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살짝 붉어진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을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타인이 보내오는 직접적인 호의를 한 번에 모두 마주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들에게 좋은 말을 들으니 요 며칠 심란했던 마음이 살짝 편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깨가 많이 가벼워졌다.

'그나저나.......'

호야가 주변을 스윽 둘러보았다.

며칠 사이에 북동 구역의 복구를 돕는 플레이어들이 꽤나 많이 늘어 있었다.

퀘스트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유입된 플레이어들도 있었지만 호야 때문에 일부러 이곳에 와서 퀘스트를 받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의 유형은 세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그저 호야를 보고 싶어서 온 사람들.

호야는 평소에 어디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나마 요즘에는 어둠의 숲에서 목격이 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어둠의 숲에 가까이 가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호야의 위치가 도시 안에 고정되어 있는 지금을 틈타서 마치 연예인이라도 보러 오는 듯이 온 것이었다.

왕실 소속의 장인들은 귀중한 인재들이었기에 작업 시간에는 주변이 병사들에 의하여 통제받고 있어서 퀘스트를 수행 중이지 않으면 접근하기가 힘들었다.

다른 하나는 혹시나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큰 보상을 노리는 사람들.

최상위 랭커인 그가 괜히 이런 곳에서 자재나 나르고 있을 리가 없다.

호야가 무언가를 노리고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 이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야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있지도 않은 숨겨진 보상을 찾고 있었다.

마지막 하나는 호야라는 인물 그 자체가 목적인 사람들.

그들은 유명 방송국과 매체의 기자와 작가들이었다.

호야의 영상과 그의 인터뷰를 건지거나 섭외를 하기 위해서 퀘스트를 수행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었다.

영상을 노리던 이들은 원하던 영상을 건지기는 했지만 찍힌 영상은 다큐멘터리라고 할 만한 것도 되지 못했다.

자재를 옮겨 주러 돌아다니기만 할 뿐인 영상.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같은 장면의 반복 재생을 했다고 믿을 정도였다.

전혀 재미가 없었다.

아무리 그가 유명한 사람이라 해도 이런 영상은 처음 한 번밖에 통하지 않을 것이다.

호야의 인터뷰와 섭외를 노리던 이들은 그가 쪽지 함이 꽉 차도록 놔둘 정도로 전혀 그러한 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접근하는 것에 신중했다.

무작정 '인터뷰를 해 주세요!'라고 하면서 다가가도 거절만 당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접근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행동 패턴이 너무 단조로웠기에 좀처럼 그 틈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이 눈치를 보고 있을 때였다.

"저기, 잠시만요!"

오늘의 작업 시간이 모두 지나고 각자가 자신이 갈 길을 가려 하고 있을 때 한 플레이어가 눈을 빛내며 호야에게 다가왔다.

호야는 어째서인지 그 플레이어에게서 낯이 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의 방송 프로그램 이니티움 스타의 이수아라고 합니다."

이수아, 그 이름을 듣고서 호야는 그녀의 낯이 왜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그것과 동시에 그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의 일들도 떠올라서 살짝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호야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넨 이수아는 그를 붙잡았던 용건을 꺼내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시다면 인터뷰 한 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직 주변에 있던 다른 방송국의 기자와 작가들은 그녀의 말에 속으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렇게 막무가내로 접근하다니, 뭘 모르는 사람이내.'

'대상에 대해 사전에 조사도 안 한 건가? 바보네.'

'저 여자 바보네. 아아, 이 일로 호야 씨가 괜히 인터뷰에 거부감을 가지면 안 되는데.'

그들은 모두 이수아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이수아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안 되려나?'

이수아 그녀는 더 이상 SBC의 '출발! 이니티움 속으로'의 막내 작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MBS의 '이니티움 스타'의 막내 작가였다.

그녀는 박봉석의 잔소리와 잔소리를 빙자한 폭언을 결국 버티지 못하고 '출발! 이니티움 속으로'의 막내 작가를 그만두었다.

그 대신에 방송 아카데미에서 친분을 다져 놓았던 선배가 메인 작가로 일하고 있는 이니티움 스타의 막내 작가로 들어갔다.

페이는 박봉석의 아래에 있을 때보다 작았지만 근무 환경으로 따지자면 몇 배는 더 쾌적했다.

이 쾌적한 환경을 지켜 내고 자신을 추천해 준 선배에게도 보답하고자 했기에 이번에야말로 열심히 해 보자고 이수아는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하던 와중에 호야가 이즈바론트의 북동 구역의 복구 현장에 며칠째 머물러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프로그램에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했기에 이수아는 그 즉시 북동 구역으로 날아왔다.

막 도착했을 때에는 병사들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했기에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솔직히 그가 자신의 인터뷰에 응해 줄 것이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의 인터뷰를 따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모든 방송국이 마찬가지인 입장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그의 인터뷰를 실패해도 별 타격은 없으니 찔러나 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이니티움 스타 측에는 미리 보고를 하고 움직이기는 했지만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자신을 크게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호야의 인터뷰를 따러 간다는 이수아의 보고에 그들도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으허헝. 아니이~! 쪽지가 안 가는 걸 어떻게 연락하라는 곤데에! 쪽지 함이 꽉 차서 안 간다는데에! 나보고 오쩌라고오!

"......잠시만이라면."

이전의 일이 생각난 호야는 긍정의 답을 말했다.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딱히 할 이야기 같은 것은 없었지만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호야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무의식적으로 둘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방송국 기자들과 작가들이 고개를 휙 돌리며 눈을 주먹만 하게 키웠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것은 이수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내 주먹만 한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저, 정말요?!"

"네."

"가,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기쁨의 춤을 추고 싶었지만 이수아는 그 욕구를 참아 내었다.

어째선지 박봉석의 아래를 나오자마자 일이 술술 풀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호야에게 진심이 담긴 감사를 건넨 이수아는 곧장 그를 데리고 대련장의 연습 방을 생성했다.

진짜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인터뷰 장소가 섭외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급하게 연습 방을 인터뷰 장소로 정한 것이다.

그냥 길거리에서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주변에 있는 기자들과 작가들에게 좋은 일만 시켜 주는 꼴이었다.

연습 방은 처음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을 할 때처럼 새하얀 공간이다.

연습 방에 입장하여 전용 인터페이스를 조작하여 목록에서 배경을 고르면 새하얀 공간이 선택된 배경으로 바로 바뀐다.

이수아가 선택한 것은 숲을 모티브로 한 '나무의 관중'이었다.

나무들이 원형의 넓은 풀밭을 빙 둘러싸고 있는 곳이다.

이곳이 호야에게 제일 어울리는 배경이라고 선택해 고른 것이었다.

인터뷰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같이 찍히는 영상도 중요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수아는 밝은 목소리로 호야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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