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78화 (78/171)

# 78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4권 4화

4. 마교 수색의 보상(2)

호야는 시스템 메시지에 눈을 끔뻑였다.

스탯 '친화력'이 생겨난 뒤로 친화력이 상승하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호야가 예상하기로는 처음부터 있던 8의 친화력은 오르도의 주민들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제프리노의 호감도가 오르도의 주민들과 비견될 만큼 높아졌다는 소리인가.

자신이 한 일이 호감도가 그리 높아질 만한 일이었던 건가 하고 호야는 생각했다.

혼란 속에서 그만큼의 능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히에로스 덕분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히에로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에는 호야의 힘이었다.

제프리노의 입장에서는 몬스터들로부터 도시를 지켜 주고 아도라를 멈춰 준 것으로도 모자라서 국보까지 되찾아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빠른 속도로 마교의 힘으로 인해 일어난 혼란을 빠르게 소강시켰다.

그 혼란이 길게 이어졌을 때의 경우를 상상해 보니 끔찍하다.

제프리노가 호야에게 큰 호감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군. 이즈바론트의 혼란을 막아 준 영웅에게 보상을 주어야겠지."

경험치는 퀘스트가 자동으로 완료 처리가 되었을 때에 꽤 크게 받았었다.

제프리노가 호야에게 직접 건네준 보상은 지난번과 같은 왕성 지하 창고의 출입 권한이었다.

"아, 그리고 그대에게 한 가지 더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안내인의 뒤를 따라서 이동하려던 호야를 제프리노가 멈춰 세웠다.

"현재 마교가 날뛰었던 북동 구역의 복구를 위해 왕실 소속의 장인들을 파견한 상태다. 그들을 도와주었으면 한다."

[퀘스트 '북동 구역의 복구'가 발생되었습니다.]

[북동 구역의 복구]

마교가 날뛰어 큰 피해를 입은 이즈바론트의 북동 구역의 복구와 사람들을 보살피기 위하여 왕실 소속의 장인들과 중앙 신전의 사제들이 파견되었습니다.

제프리노는 당신이 그들을 도와서 복구를 도와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완료 조건: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그들을 돕는다.

성공 보상: 왕실 소속 장인들의 호감도 상승, 경험치

실패 패널티: 없음

원래 이 퀘스트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NPC가 생산 계열의 플레이어들에게 주는 퀘스트다.

그러한 퀘스트를 제프리노가 직접 호야에게 준 이유는 그를 생각해서였다.

왕실 소속의 장인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공방에서 나가지 않기에 평소에는 만나는 것조차 힘들다.

그들과 자연스럽게 얼굴을 트게 해 주기 위하여 퀘스트를 준 것이었다.

호야는 흔쾌히 퀘스트를 수락했다.

북동 구역에는 파피스의 잡화점이 있기 때문에 도움을 주어 빨리 복구가 되는 편이 호야에게도 좋았다.

퀘스트를 수락한 호야는 왕성의 지하 창고로 안내되었다.

['루제로스의 왕성 지하 창고'에 입장하였습니다.]

[현재 획득 가능한 아이템은 1개입니다. (0/1)]

왕성의 지하 창고에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기억이 살짝 희미하기는 하지만 지하 창고에 무엇이 있는지는 지난번에 모두 확인했었다.

그때 머릿속에 차 순위로 미루어놨던 아이템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호야는 그것들 중의 하나를 가져갈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갈 생각이 없었다.

호야가 아무 망설임 없이 집어든 것은 검은색 테에 작은 깃 장식이 달려 있는 단안경이었다.

[광대한 시선의 모노클]

등급: 유니크

내구도: 100/100

*스킬의 사정거리가 30% 증가합니다.

*먼 곳을 보다 뚜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루제로스 왕실 소속의 대장장이인 명장 반달이 만든 모노클입니다.

그의 특유의 섬세함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녹지 않는 만년설을 응축시켜 만든 렌즈를 사용해서 착용자의 시야를 넓혀 줍니다.

착용 제한: 마력 500 이상, 민첩 250 이상

호야는 죽은 나무의 시선이 있기에 이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려고 한다면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가면을 벗어야 했다.

호야가 이 아이템을 고른 이유는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진짜 나 주는 거야?"

왕성을 나와서 히에로스를 부른 호야는 그에게 검은색 단안경을 건넸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무기의 재료인 에르텔의 대가였다.

이미 고철이 되어버린 모안탈티움을 주기는 했었지만 호야는 히에로스에게 충분한 대가를 건네고 싶었다.

그렇기에 히에로스가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선물한 것이다.

화려하면서도 침착한 모양새로 만들어진 단안경이다.

겉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모안탈티움을 받아 갔으니 아마 이것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 받아도 돼? 진짜 고마워!"

내심 한구석에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다행히 히에로스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다.

단안경을 오른쪽 눈에 착용한 히에로스는 호야의 뒤를 따라 움직이며 길가에 있는 가게들의 창문을 거울 삼아서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의 히에로스의 이러한 행동이 가게 안에 있던 플레이어들에 의하여 인터넷에 퍼져 일부 사람들 사이에 '히에로스 앓이'를 불러오게 된다.

그리고 훗날 그들은 유명한 아이돌의 팬덤처럼 세력을 키우며 자리 잡아 가게 되지만...... 그것은 아직 머나먼 미래의 일이다.

"그쪽 단단히 잡고 있어."

"어이, 거기! 그거 반대로 박았어! 정신 안 차려?!"

"당신하고 당신, 그리고 당신은 저쪽 형님의 일을 도와. 그리고 당신은......."

북동 구역의 복구 현장에 도착하니 NPC들과 몇 명의 플레이어들이 섞여서 열심히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호야는 그중에서 다른 이들한테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응? 자네는 뭔가?"

"국왕 폐하에게서 복구를 도와주라는 명을 받고 왔습니다."

"아아! 그래, 이야기는 미리 들었어. 여기가 이 정도의 피해로 끝난 것은 자네 덕이 컸어! 하하하!"

그는 호야의 등을 두드리며 칭찬을 하더니 바로 호야에게 일을 부탁하고 그 자신도 망치와 자재를 들고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야는 생산에 관련된 스킬이 없기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다.

그렇기에 호야가 부탁받은 일은 자재의 운반이 다였다.

호야는 양팔 한가득 자재를 들고서 바두를 소환해 바두가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바두의 등 위에 올리고 자재를 옮겼다.

호야가 습득한 아이템이 아니기에 인벤토리에 넣어서 옮길 수가 없었다.

아직 호야와 같이 있던 히에로스 또한 자재를 들기 위해 시도를 했지만 히에로스는 힘이 강한 편은 아니었기에 진짜 어린아이들이 드는 정도밖에 들지 못했다.

"여기요."

"아, 가, 감사합니다."

"어이, 형씨! 이것 좀 같이 옮겨 줘!"

"네!"

호야에게서 자재를 건네받은 플레이어들은 대부분이 처음에는 당황하는 반응을 보이고 그다음에는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이러한 일은 그 같은 최상위 랭커가 할 일이 아니었기에 굳이 자재를 한가득 들고 다니는 그가 신기해 보인 것이다.

뭔가...... 다른 최상위 랭커들보다 친근하게 느껴졌다는 것이 그들의 감상이었다.

"바두야, 안 무거워?"

"커옹!"

[상태: 이 정도는 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랜만에 도시 안에서 소환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매우 즐거운 상태입니다. 아직 성장이 낮아.......]

그러고 보니 바두가 커진 뒤로는 오르도를 제외하면 마을이나 도시 안에서 불러내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직 작았던 때에는 품속에 넣거나 머리에 얹어서 다녀서 움직이기 편했다.

하지만 커진 뒤로는 그러지 못해서 무의식중에 소환을 자제하고 있던 것 같다.

그것을 상기하며 호야는 다음부터는 도시 안에서도 자주 소환해 주자고 다짐했다.

"전체 휴식! 30분 동안 쉬고 다시 작업 들어간다!"

한참을 더 자재를 옮기며 돌아다니자 왕실 소속의 장인이 복구 현장을 돌아다니며 휴식을 알려 왔다.

휴식 시간이라는 소식을 듣자 모두가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 거지?

"모두 간식 받으러 가는 거예요. 휴식 시간마다 주거든요. 꽤 맛있어요."

자재를 한쪽에 내려놓은 호야가 한곳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 플레이어가 말해 왔다.

호야가 자재를 건네주었던 플레이어들 중 한 명이었다.

간식이라....... 아마 자신의 몫도 있을 것이다.

호야는 자신에게 사실을 알려 준 플레이어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서 자신의 몫은 바두와 히에로스에게 나누어 주자고 생각하며 옆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바두가 있던 자리에 바두가 없었다.

저 앞쪽의 사람들이 향한 곳을 바라보니 사람들 사이로 검은색 꼬리가 살랑거리는 것이 보였다.

"......."

호야는 재빨리 살랑거리는 검은색 꼬리를 향해 달려갔다.

"얘 호야 님 펫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먹고 싶은 건가? ......먹을래?"

"크앙!"

바두를 향해서 플레이어 하나가 조심스레 간식을 조금 뜯어서 내밀자 바두는 그것을 덥석 받아먹었다.

그 플레이어를 시작으로 호기심이 가득 찬 플레이어들이 바두에게 자신들의 간식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바두의 위에 앉아 있던 히에로스에게도 말이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호야가 바두의 목에 둘려 있는 리본을 잡아채며 바두를 제지하고서는 주변 플레이어들에게 사과를 건네었다.

"끼잉......."

제지당한 바두는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히에로스, 네가 말렸어야지."

"에이, 뭐 어때? 뺏어 먹은 것도 아니잖아?"

"아무리 그래도......."

누가 보면 내가 굶긴 줄 알겠다.

호야가 그런 생각을 하며 살짝 한숨을 내쉬자 어디선가 화통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핫! 그 멍멍이도 충분히 일을 도왔으니 먹을 자격이 충분하지."

화통한 웃음소리의 주인은 나이가 들어 하얗게 세어 버린 머리를 가진 할아버지였다.

얼굴에서는 연륜이 느껴졌지만 옷 위로 드러난 몸만큼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탄탄했다.

바두에게 가까이 다가온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바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지 않냐, 멍멍아?"

"크아앙!"

바두가 그에 맞장구치듯이 크게 짖었다.

결국 호야는 다시 바두를 풀어 주었다.

바두가 눈빛으로 얻어먹어도 되는 것이냐고 물어 왔기에 호야는 적당히 선을 지키라는 의사를 내보이며 허락했다.

"저, 저기, 호야 님......! 펫 만져 봐도 되나요......?"

"아, 네."

"꺄아아아!"

몇몇 여성 플레이어들이 호야에게 조심스레 다가와 바두를 만져도 되는지 허락을 구해 왔다.

호야가 그에 대해 긍정을 표하자 좋아하며 바두를 쓰다듬었다.

바두도 굳이 그들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나도 예전에 개를 한 마리 길렀었지. 수십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거든."

호야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할아버지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자네가 제프리노가 보낸 모험가지. 저기 저 어린애가 끼고 있는 단안경을 보고 바로 알아챘어."

할아버지는 호야를 향해 손을 건넸다.

"내 이름은 반달이라고 하네. 왕실 소속의 장인들의 우두머리쯤 된다고 생각하면 돼."

"호야입니다."

호야는 그의 손을 맞잡아 악수를 받았다.

한데 제프리노를 높임말 없이 부르다니, 신기한 사람이다.

"그래서 말이야 내가 그때......."

자연스럽게 호야와 대화를 이어 가던 그의 눈에 문득 호야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이 들어왔다.

"반달 님?"

말을 멈춘 채 가만히 자신의 검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호야가 의문을 표하자 그가 망가진 태엽 인형처럼 몸을 움직이며 호야에게 말했다.

"자, 자네...... 그, 그 검! 어, 어어, 어디서 구했나!"

덥석.

반달이 호야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내어 살피고서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강하게 흔들었다.

"역시....... 흐윽......! 자네, 이 검! 어디서 구했나! 대답하게!"

호야에게 답을 구하는 반달의 축축한 눈동자에는 간절함과 아련함이 엿보였다.

왜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호야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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