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76화 (76/171)

# 76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4권 2화

2. 매료의 목소리(3)

아레나의 팩심아이스는 나탈리의 손등에서 붉은색 육망성을 발견하자마자 작게 스킬명을 읊조리며 그녀에게 스킬을 걸었다.

'추적의 낙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스킬은 상대방에게 한번 걸면 지속 시간 동안 낙인이 찍힌 상대방의 위치를 눈으로 찾을 수 있게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수풀 속에 몸을 숨겨도,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옷장에 몸을 숨긴다 해도 대상을 가리고 있는 모든 것을 꿰뚫고 붉은 빛을 내뿜어 주는 점이 대상의 위치를 알려 준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팩심아이스의 눈에는 건물을 통과해 빛을 내뿜고 있는 붉은 점이 하나 보이고 있었다.

건물의 안인지, 건물 너머의 골목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방향만은 완벽히 알 수 있다.

그 설명을 들은 설백호와 로열 나이츠는 아레나와 함께 마교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아레나가 괘씸하기 짝이 없었지만 지금은 마교를 잡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레나는 자신들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것인지 위치 정보를 정확히 알려 주면서 열심히 움직였다.

그들은 팩심아이스의 스킬에 의지해 움직인 끝에 나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탈리를 발견하자마자 타이밍 좋게 스킬의 지속 시간이 끝나 버렸다.

"휴우, 아슬아슬했네요."

아까와는 옷도 달라져 있었고 얼굴도 보이지 않았지만 방금 전에 사라진 붉은색 빛은 그녀가 나탈리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들은 나탈리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그 대신에 손짓으로 조용히 신호를 주고받으며 스턴과 마비를 일으키는 스킬을 준비했다.

현재 나탈리가 있는 곳은 매우 좁은 골목길, 공격 스킬 하나 잘못 사용했다가는 주변 건물에 피해가 클 것이다.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우선 움직임을 봉쇄한 뒤에 공격 스킬을 사용할 셈이었다.

그들은 건물 뒤와 지붕 위에 몸을 숨긴 채 조용히 스킬을 사용해 나탈리를 향해 쏘아 냈다.

하지만 그 무엇 하나도 나탈리에게 닿지는 못했다.

"찌직!"

"찌익!"

골목길과 하수도 구멍, 건물 틈새로 튀어나온 수많은 쥐들이 나탈리의 방패가 되어 모든 스킬을 대신 맞아 주었다.

스킬들의 여파도 어느 순간 나탈리를 보호하듯이 그녀의 뒤에 나타난 남자에 의해 가로막혔다.

"......저 사람 왕실 기사단 사람이에요."

건물 뒤에 같이 몸을 숨기고 있던 에리먼이 말했다.

상태를 보아서 아직 매료에 걸려 있는 듯했다.

"저기~ 그냥 좀 보내 주면 안 될까?"

나탈리가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해 왔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이미 위치를 들켜 버린 상황, 사실 나탈리는 스킬을 사용하기 이전부터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리 쥐를 매료시켜 놓았던 것이다.

"일 귀찮게 만들지 말자고, 응?"

나탈리가 자신의 입장에서 평화적 방법을 제안해 왔지만 그들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잡을 생각이었다.

건물 뒤와 지붕 위에 숨어 있던 그들은 매료의 대책으로 가져왔던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상태 이상을 완벽히 방어해 주는 효과를 가진 물약을 마시고서 나탈리에게 달려들었다.

[나탈리의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이 당신을 유혹합니다.]

[상태 이상 '매료'에 걸렸습니다.]

[상태 이상 '매료'에 저항하였습니다.]

나탈리가 묘한 목소리로 그들을 유혹해 왔지만 물약의 효과로 인해 저항할 수 있었다.

가격이 비싼 만큼 그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었다.

하지만 효과의 지속 시간은 매우 짧았기에 얼른 결판을 지어야 했다.

"칫."

그들의 행동을 보고서 혀를 찬 나탈리는 매료의 대상을 바꾸었다.

"---!"

나탈리의 음파에 가까운 목소리가 그녀를 중심으로 해서 넓게 퍼져 나갔다.

그 직후였다.

"꺄아아악!"

"뭐야! 너 왜 이래!"

도시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퀘스트 '혼란'이 발생되었습니다.]

[퀘스트 '피난 유도'가 발생되었습니다.]

"그러게 보내 달라고 할 때 그냥 보내 주면 좋잖아?"

퀘스트가 발생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고 나탈리가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발생한 퀘스트의 내용은 갑작스럽게 이상해진 사람들이 주변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으니 그들을 확산을 막고 제압해 원상태로 회복시키라는 것과 멀쩡한 사람들의 피난을 도우라는 것이었다.

이 퀘스트는 이즈바론트의 북동쪽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발생된 퀘스트였다.

나탈리를 제압하려 하고 있는 그들의 상황 판단은 빨랐다.

이 퀘스트의 발생 원인이 나탈리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상태 이상은 시전자를 처리한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탈리를 처리한다고 해도 지금 혼란이 바로 잠잠해지는 것은 아니었고 애초에 그녀를 포박할 필요가 있었기에 처리를 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직접 뛰어다니며 매료에 걸려 이상해진 이들에게 스킬이나 아이템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원이 필요했고 많은 인원이 빠지면 나탈리를 놓칠 확률이 컸다.

[호야: 저 혼자서 갈게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그들이 고민하고 있자 호야가 백설에게 귓속말을 보내왔다.

호야에게는 히에로스가 있다.

많은 인원이 지금 상황에서 우르르 빠져나가는 것보다는 호야가 혼자 히에로스와 움직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원인을 모른 채 일단 보상을 원해 퀘스트를 따라서 움직이고 있을 것이었다.

......솔직히 지금 이 자리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호야는 백설의 대답을 듣지 않고서 바로 히에로스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대로 거리에는 많은 플레이어가 매료에 걸린 이들을 제압하고 멀쩡한 이들의 피난을 돕고 있었다.

"부탁할게."

"알았어!"

히에로스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때로는 말을 내뱉어서, 때로는 밤하늘을 휘두르면서 플레이어들과 NPC들에게 걸려 있는 매료를 해제시키기 시작했다.

호야는 히에로스가 매료를 해제한 이들에게 힐을 사용하거나 물약을 하나씩 건네며 그들을 도왔다.

빠른 이동을 위해 건물 위를 뛰어다니던 호야의 시선에 골목길 사이의 사람이 잡혔다.

꽤 큰 상처를 입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호야가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파피스!"

"호, 호야 씨?"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는 파피스의 잡화점이 있었다.

호야는 바로 파피스에게로 다가가 그녀에게 힐을 걸고서 물약을 건넸고 그 덕에 상태가 괜찮아진 파피스의 표정이 조금 가볍게 풀어졌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곧 괜찮아지겠지만 파피스도 얼른 피난해 있는 것이 좋겠어요."

"......그렇겠죠."

파피스는 살짝 우울한 표정으로 호야의 말에 수긍했다.

호야는 그녀를 피난을 돕고 있는 플레이어에게 넘기고서 다시 히에로스와 함께 거리를 돌아다녔다.

히에로스의 덕으로 인해서 매료로 인한 혼란은 빠르게 소강되었고 백설에게서 나탈리를 포박했다는 귓속말이 도착했다.

결국 건물이 몇 개 날아가 버렸다고 하지만 말이다.

나탈리를 포박하는 과정에서 유아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그의 스킬이라면 사용이 많이 제한적이기는 하나 확실히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고 호야는 생각했다.

큰 피해를 대가로 해서 제압된 나탈리는 구속구가 채워져 우선 지하 감옥으로 옮겨졌다.

* * *

아리아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지었던 포장용의 진지한 얼굴이 아닌 마음이 담긴 진지함이었다.

그녀가 그러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는 방금 전에 받은 보고로 인해서였다.

이즈바론트에서 마교가 발견, 포박되었다는 보고는 그녀에게 사태의 중대성을 알려 주었다.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허상이 아니었다.

이미 이번 소동에 관하여 루제로스의 왕실과 마탑, 중앙 신전에 원인에 대한 조사와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호야와 히에로스의 덕분에 사태가 커지지 않고 북동 구역에서만 피해가 생긴 채 조기 진압이 되었다.

하지만 자칫했으면 도시 전체가 피해를 입었을 일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소동의 원인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 비밀로 해 감춘다면 그들의 불안과 혼란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이미 이번 소동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태, 사실을 알리는 것이 그들의 혼란이 줄어들겠죠."

그런 상황에서 혼란을 막기 위해 사실을 숨기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혼란이 생길 일이라면 사실을 알리자.

예배실에서 기도를 올리던 아리아가 그렇게 정하자 창문에서 포근하고 따듯한 빛줄기가,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은 빛이 들어와 그녀를 감쌌다.

-그들이 갖고자 하는 것은 변천되어 이룰 수 없는 허상.

그리고 빛과 함께 그녀의 머릿속에 이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나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역사. 과거에 존재치 않던 이들의 힘을 빌리는 것을 두려워 마라.

"......알겠습니다, 이브 님."

머릿속에 울려 퍼진 이브의 목소리에 아리아는 그 자리에서 경건한 자세로 한참을 더 기도를 올렸다.

그 바로 다음 날, 사람들에게 혼란에 대한 사실이 공개되었다.

이즈바론트의 몬스터 웨이브에서 발견된 마기, 그것을 토대로 비밀리에 마교의 수색을 행했고 그 결과 큰 피해를 대가로 해서 마교의 중요 인물인 것으로 보이는 인물을 포박할 수 있었다는 것까지.

중앙 신전과 루제로스 왕실의 공표를 통해 그 사실을 모든 이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플레이어 전원을 대상으로 한 마교의 수색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퀘스트의 수령을 위해서는 도시에 있는 신전에 방문하여 수색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야 했다.

손등에 붉은색 육망성을 가진 이들을 찾으면 되는 얼핏 보면 간단한 퀘스트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NPC들을 억압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되었다.

만약 불합리한 행동을 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퀘스트가 자동적으로 실패 처리가 되며 다시는 마교의 수색 퀘스트를 수령할 수 없게 된다.

마교의 말단을 한 명이라도 찾는다면 그 후 퀘스트를 완료하고 다시 퀘스트를 수령할 수 있는 반복형 퀘스트였다.

물론 얼마만큼의 기여를 하고 퀘스트를 완료하는지에 따라서 보상은 다르다.

크고 적은 보상을 원한다면 나중에 한 번에, 작고 많은 보상을 원한다면 그때마다 완료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퀘스트를 다시 수령할 수 없는 패널티는 매우 큰 것이었다.

조금 제한적인 퀘스트지만 NPC들에게 모험가들에게 협력하자는 의향이 퍼져 있었기에 이곳저곳에서 마교의 신도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길드 세 개의 일부가 움직일 때와 플레이어 전체가 움직일 때의 차이는 매우 컸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는 동안 발견되고 있는 마교의 신도들은 모두 말단들이었다.

붙잡힌 신도들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정보를 듣고 그들의 아지트를 찾아가도 이미 빈집, 간부들에 대한 정보는 그 누구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간부들에 대하여 그나마 알아낸 것이라고는 간부들이 모두 여섯 명이라는 것이었다.

그 정보는 중앙 신전에 보관되어 온 문서에도 적혀 있는 내용이었다.

결국 완전히 마교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나탈리의 입을 열어야 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녀는 중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전혀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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