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3권 21화
21. 저주받은 지하 신전(3)
"그, 미안!"
"아니...... 괜찮다니까."
아무리 몬스터로 보였던 것이 원인이라 하지만 도반을 이불의 먼지를 털듯이 공격했던 호야의 마음속은 편치 않았다.
도반은 계속 사과를 하는 호야에게 자신도 다르지 않았다고 말하며 호야의 편치 않은 마음을 덜어 내 주기를 반복했다.
그 상태에서 둘은 록 샤먼이 있는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도착해 걸음을 멈춰 섰다.
아니, 지금은 록 샤먼이 아닐지도 모른다.
'록 프리스트'가 '저주의 흔적'이라는 이름으로 변했던 것처럼 록 샤먼도 변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저주의 흔적처럼 강해지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예배실의 문을 가볍게 밀자 무거운 소리를 내며 거대한 문이 천천히 양옆으로 열렸다.
천천히 열리고 있는 문틈으로 보이는 안에는 다른 몬스터들과는 달리 화려한 장식이 달린 검은색 로브를 입은 이가 무릎을 꿇고 누구인지 모를 동상의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거대한 문이 모두 열리면 무릎을 꿇고 있던 검은색 로브, 록 샤먼이 오른쪽에 놓여 있던 지팡이를 들고 천천히 일어나 뒤를 향해서, 플레이어를 향해서 고개를 돌린다.
이것이 예배실에 입장하게 되면 록 샤먼이 처음 보이는 고정 행동이었고 굳이 기다려 줄 필요가 없는 행동이었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의 모션을 기다려 주는 것은 옛날 히어로 만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도반과 호야는 예배실의 문이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벌어지자마자 록 샤먼을 향해 달려가 공격을 가했다.
이전의 공략들도 이렇게 진행해 왔었다.
쾅! 서걱!
가까이서 본 록 샤먼의 모습은 록 프리스트와 같이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이전까지 보았던 록 샤먼의 모습은 인형에 가까웠었다.
양쪽의 입꼬리 아래로 두 개의 선이 그어져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며 턱을 위아래로 움직였고 눈동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형이 아닌 사람에, 정확히는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체에 가까웠다.
그런 록 샤먼은, 아니, 저주받은 주술사는 바로 치고 들어온 호야와 도반의 공격에 큰 피해를 입었다.
저주받은 주술사가 바로 공격을 날려 왔지만 모두가 도반의 방패에 막혔고 방패로 공격을 막고 있는 도반의 뒤에서 호야가 튀어나와 재차 공격을 가했다.
둘 다 스킬이 거의 다 빠진 상태였기에 대부분 기본 공격을 사용해 가며 저주받은 주술사를 잡아야 했다.
그러한 이유로 시간이 생각보다 더 걸렸지만 호야와 도반은 끝내 저주받은 지하 신전을 클리어 할 수 있었다.
['저주받은 지하 신전'의 보스 몬스터 '저주받은 주술사'를 쓰러트렸습니다.]
['저주받은 지하 신전'을 모두 클리어 하여 경험치와 아이템의 정산이 진행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히든 피스의 달성과 클리어에 대한 보상을 지급합니다.]
['동료의 증표'를 획득합니다.]
호야와 도반의 각자의 눈앞에 조그마한 펜던트가 달린 은색의 체인 목걸이가 나타났다.
[동료의 증표]
등급: 유니크
내구도: 100/100
*아이템을 획득할 당시에 같이 아이템을 획득했던 모든 이와 인식이 가능한 거리에 있을 시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대상: 도반)
*획득자에게 귀속됩니다.
던전 '저주받은 지하 신전'의 히든 피스의 클리어 보상입니다.
서로의 거짓된 모습을 꿰뚫어 본 당신들은 질긴 동료의 끈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착용 제한: 던전 '저주받은 지하 신전'의 히든 피스를 달성한 자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한 호야의 얼굴에는 어린아이처럼 밝은 웃음이, 도반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효과가 발동되는 것에 조건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모든 능력치를 5%나 올려 주는 아이템이었다.
조건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많은 인원수, 던전의 입장 제한의 최대인 여덟 명이서 히든 피스를 달성해 보상을 받았다면 여덟 명 모두가 같이 행동을 해야 하는 골치 아픈 조건이었지만 호야와 도반은 단 두 명이서 클리어를 해냈기에 쉬운 조건이었다.
호야와 도반은 그 즉시 목걸이를 착용했고 그 뒤에 던전의 몬스터를 잡고 나온 아이템들의 분배를 마친 둘은 바로 던전을 빠져나왔다.
"아! 호야 님!"
던전을 빠져나오자 세하가 둘에게 달려왔다.
그는 던전의 입구 앞에서 장사를 하며 호야와 도반이 던전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땠어요? 히든 피스는 달성하셨나요?"
세하가 둘을 기다린 것은 다름이 아닌 둘에게서 정보를 사기 위해서였다.
히든 피스를 달성했을 시 히든 피스의 정확한 조건의 정보가 그의 목표였다.
솔직히 둘이서 히든 피스를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지금 호야의 가면 아래로 살짝 미소가 지어져 있는 것을 보아하니 던전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듯했다.
"네, 뭐. 덕분에요."
"오오!"
움찔, 세하가 호야에게 큰 목소리로 '히든 피스는 달성하셨나요?'라고 물었을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둘의 이야기에 귀를 집중하고 있던 이들이 순간 움찔거리며 호야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세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큰 소리를 냈던 것이었다.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홍보부터 해야 하는 법.
아직 상품은 없지만 홍보를 성공한 것에 세하는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출처 호야'라는 보증서까지 생긴 셈이었다.
[세하: 그 정보, 제가 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목소리를 내 가며 할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세하는 호야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호야는 세하에게서 날아온 귓속말을 보고서 살짝 고민했다.
히든 피스의 달성은 도반과 같이 한 것이었기에 정보의 판매는 자신이 혼자서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호야가 도반에게 의견을 물은 직후였다.
연한 빛을 발하는 새하얀 작은 새가 도반의 앞으로 날아왔고 도반은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서 새가 손가락에 앉을 수 있게 하였다.
새하얀 작은 새가 부리를 몇 번 뻥긋거리더니 깃털을 흩날리듯이 모습을 감추었다.
"......미안하지만 일이 생겨서 가 봐야겠어."
도반은 호야에게 정보의 판매를 해도 괜찮다는 말을 한 뒤 호야의 배웅을 받고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반의 긍정의 표시를 세하도 들었기에 그는 호야에게 귓속말로 다시 물었다.
도반도 괜찮다고 했으니 히든 피스의 조건에 대한 정보를 팔아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세하가 정보의 대가로 무엇을 줄 것인지를 알아야 했다.
거래란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을 때에 성립하는 것이니까.
[세하: 돈! 은 호야 님과 도반 님은 이미 많으시겠죠. 으음...... 혹시 뭐 찾고 있는 정보나 아이템 같은 거 있으세요?]
그런 것은 지금 딱히 없었다.
귓속말로 도반에게 물어보니 도반 또한 원하는 것이 없었다.
호야가 원하는 것이 없어서 뜸을 들이고 있자 세하는 애가 탔지만 그를 재촉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세하에게는 수십 분 같던 수십 초가 지나자 드디어 호야가 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호야: 빚이라는 걸로 괜찮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은 필요하다고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호야는 나중을 위해서 세하에게 빚을 남겨 놓기로 정했다.
이미 도반의 승낙도 받은 뒤였다.
호야의 말에 세하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세하: 물론이죠!]
나중에 빚을 받기 위하여 세하와 친구 등록을 끝낸 뒤 호야는 그에게 귓속말로 자신이 아는 히든 피스의 조건을 말해 주었다.
히든 피스의 조건을 말해 준 호야가 자리를 뜨자 세하는 눈을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씨익 웃으며 크게 소리쳤다.
"저주받은 지하 신전의 히든 피스의 조건과 방법! 경매로 단 한 분에게 판매합니다! 대련장 연습 방! 제목 저주받은 지하 신전, 비밀번호 4444!"
수요보다 공급이 적을 때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 * *
"어서 오세요, 도반."
도반이 새하얀 작은 새로 부름을 받고 달려온 곳은 아헤샤의 중앙 신전에 위치한 고위급 사제들만이 사용 가능한 예배실이었다.
그곳에는 아리아뿐만이 아닌 다른 이도 존재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드는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목소리를 들으니 생각이 났다.
이전에 처음으로 저주받은 지하 신전을 공략하러 갔을 때에 호야에게 말을 걸어왔던 남자였다.
분명히 이름이.
"아르코라고 해요."
맞아, 저거였다.
도반은 그를 향해 짧게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것으로 서로 인사가 끝났다고 생각한 아리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두 분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중요한 임무를 하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두 분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모험가님들이시니까요."
호감도에 관한 이야기였다.
도반은 성녀를 바로 옆에서 보필하는 빛의 수호 기사이기에 지금까지 퀘스트를 해 오며 중앙 신전의 사람들, 특히 아리아에게 쌓은 호감도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아르코는 길드 자체에서 간부들이 각각 하나씩 중요 기관의 호감도의 관리를 맡고 있는 것들 중에서 중앙 신전의 호감도를 맡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체계적인 길드의 지원으로 인해서 도반을 제외하고서는 중앙 신전의 사람들의 호감도가 제일 높았다.
높은 호감도가 둘이 아리아에게 불려 온 이유였다.
"얼마 전에 일어난 이즈바론트의 몬스터 웨이브에 대해서는 두 분 다 알고 계실 겁니다. 제 말이 맞나요?"
아리아의 말에 도반과 아르코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그 몬스터 웨이브의 부산물에서 마교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두 분에게 하달할 임무란 바로 그 마교의 수색과 색출입니다."
[퀘스트 '마교의 수색'이 발생되었습니다.]
[마교의 수색]
중앙 신전에서 마교의 존재를 포착하였습니다.
마교는 마족들을 숭배하는 집단, 존재가 곧 혼돈으로 이어지는 집단입니다.
미래에 다가올 혼돈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색출해 내어 처벌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교가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면 그들은 미지의 공포로 인해 불안에 잠길 것입니다.
중앙 신전에서는 그것을 막고자 하여 제일 신뢰가 가는 당신에게 은밀히 협력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서로 협력해 마교들을 찾아내 처벌하세요.
완료 조건: 마교의 신도들을 찾아내 처벌한다.
성공 보상: 기여에 따른 중앙 신전의 보상, 경험치
실패 패널티: 중앙 신전의 호감도 하락
퀘스트를 확인한 아르코가 아리아에게 질문했다.
"성녀님, 혹시 이번 일에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믿을 수 있는 손이 많으면 저희로서는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의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이 일은 크게 공론화되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 주셔야 합니다."
"네!"
그럼 유아와 호야도 퀘스트에 참가시켜도 될 것 같다.
그 말을 듣고서 그렇게 생각한 도반은 아르코의 질문이 끝나자 아리아에게 물었다.
"협력은 옆의 이자와 하라는 소리입니까?"
"네, 하지만 두 분이 협력해야 할 사람들은 더 존재해요."
아리아의 말에 따르면 이번 일이 일이다 보니 루제로스의 왕실과 마탑의 도움을 빌렸다고 한다.
그 두 곳에서도 믿을 수 있는 모험가에게 임무를 내릴 예정이니 그쪽의 사람들과도 협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틀 후, 이곳 중앙 신전에서 모두와 회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잊지 말고 꼭 참석을 하셔서 서로 얼굴을 익히도록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