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70화 (70/171)

# 70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3권 20화

20. 저주받은 지하 신전(2)

"팀장님, 저주받은 지하 신전에 있는 히든 피스의 힌트가 벌써 발견됐는데요?"

"그래? 와...... 어떻게 그 구석에 숨겨 놓은 거를 벌써 발견하냐. 독종이야, 아주."

네오워즈의 개발 팀 사무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온 강주원 팀장이 사원의 말을 들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글귀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발견되기는 했지만 애초에 발견하라고 넣어 둔 힌트였다.

게다가 그 조건을 만족할 파티가 쉽게 짜일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흐르는 소문을 살피었는데 역시나, 플레이어들은 하나의 증표를 서로 같은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 같은 무언가가 필요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아이템은 아니었다.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히든 피스를 노리며 공략을 진행하는 이들이 아주 조금 늘어났지만 아직 히든 피스를 달성한 이들은 없었다.

'하긴, 입장한 인원수에 상관없이 전원이 같은 스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겠어?'

같은 스킬을 가졌다는 것은 최소한 같은 직업군이라는 것인데 그런 밸런스로 도전해서 클리어를 노리려면 최소한 수개월은 더 지나야 할 것이다.

지금 플레이어들의 수준으로는 하나의 직업군으로 저주받은 지하신전을 클리어 하는 것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돌아가려는 이들은 없을 것이고 몇몇 별종이 있어도 클리어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다.

* * *

던전에 입장한 도반이 서 있던 곳은 이전 공략 때에 시작했던 지점과는 다른 곳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호야는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시야에 들어온 것은 무너져 내린 기둥과 구멍 난 천장과 벽 사이로 보이는 어두운 동굴의 내부, 그리고 자신의 뒤에 존재하는 거대한 문이었다.

저주받은 지하 신전의 보스 몬스터인 록 샤먼이 있는 예배실로 들어가는 문의 앞이었다.

던전에 진입하자마자 호야와 떨어져 그런 곳의 앞에서 시작해 버렸다.

상황이 이상했다.

그렇게 생각한 도반은 우선 호야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그에게 귓속말을 보내려 했지만 귓속말이 보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확인해 본 친구 목록의 호야의 이름에 빛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아하니 제대로 접속해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 튕긴 것은 아니었다.

이니티움에서 튕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렇다는 것은 던전에 진입하자마자 무언가가 원인으로 호야와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마 그 무언가의 원인에 시작 지점이 변한 이유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진짜 히든 피스를 달성한 건가?'

도반은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상황이 변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히든 피스를 달성한 것이라면 시스템 메시지가 생성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

의문에 관해 고민해 봤자 바로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기에 도반은 일단 호야를 찾아서 움직이기로 정했다.

도반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의 기척을 느낀 몬스터들이 귀신같이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아무리 도반이라도 몬스터의 수가 10이 넘어가게 되면 상대하기가 힘들어졌기에 도반은 몬스터들이 모일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빠르게 몬스터를 사냥하며 움직였다.

몬스터의 이름이 변한 것에 대해 신경이 쓰였지만 일단은 몬스터를 사냥해야 했다.

도반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몬스터가 하나둘씩 줄어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반의 주변에는 몬스터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후욱, 후우......."

숨을 고리던 도반은 지금 상황에 또다시 의문을 느꼈다.

'빨라도 너무 빨라.'

자신 혼자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속도로 몬스터들의 정리가 끝이 났다.

자신이 아직 발을 들이지 않은 구역의 몬스터들도 정리되어 있었다.

도반은 그 원인이 호야의 사냥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찾아 신전을 돌아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반은 저 멀리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움직이던 무언가는 호야가 아닌 몬스터였다.

다른 몬스터들과 같은 낡고 해진 검은색 사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것의 오른쪽 팔은 비정상적으로 길며 날카로웠다.

그 몬스터와 눈이 마주치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죽은 나무의 시선에 노출되었습니다.]

[시선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모든 스테이터스와 공격력, 이동 속도가 15% 감소합니다.]

"무슨......!"

이 악랄한 디버프는 무엇이란 말인가.

도반은 스테이터스가 하락함에 따라 살짝 무거워진 듯한 몸에 살짝 움찔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리고 몬스터가 그를 향해 날카로운 팔을 휘둘러 왔다.

채앵-!

도반은 몬스터의 팔을 망치를 들어 막아 내는 것에 성공했다.

망치에서 전해지는 몬스터의 힘으로 인해서 도반의 망치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버티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 도반은 왼손에 들려 있던 방패를 휘둘러 몬스터를 떨쳐 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반의 방패를 피했던 몬스터가 몸을 회전시켜 그의 방패에 재차 충격을 가해 왔다.

"크윽!"

방패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던 몬스터의 머리를 향해서 도반이 망치를 휘두르자 몬스터는 그제야 그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그어어-."

몬스터가 멀리 떨어진 것에 도반이 잠시 숨을 돌렸지만 몬스터는 일부러 그에게서 멀리 떨어진 것이었다.

몬스터가 동굴에 울리는 듯한 소리를 내자 몬스터의 주변 허공에 검은색 창들이 생성되었다.

그것을 본 도반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검은색 창들이 자신을 향해 쏘아진 뒤였다.

한 개의 창을 피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같이 쏘아졌던 두 개의 창은 방패로 막아 내야 했다.

방패로 막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양의 대미지가 들어왔다.

그때 도반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방금 전의 몬스터의 공격과 비슷한 것을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런 느낌.

그리고 무언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지나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도반이 이 묘한 느낌의 정체를 알기 위해 속으로 자신에게 계속 되물어봤지만 몬스터는 그를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다.

몬스터의 맹공을 버텨 내면서도 꾸준히 자신에게 되묻기를 반복하던 도반은 왜 자신이 묘한 느낌을 받는 것인지를 눈치챘다.

묘한 느낌이 아닌 의문이었다.

처음 공격을 허용하고서 그 뒤에 바로 강한 공격이 이어지며 그냥 지나쳤던 의문.

분명히 전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터의 정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시스템의 오류?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몬스터의 정보는 아니었다.

[휘몰아치는 냉기가 몸을 얼리기 시작합니다.]

[상태 이상 '동상'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도반의 머릿속에 가까운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으음, 동상을 걸 수 있고......."

무기를 완성한 호야에게 유아가 어떤 무기가 나왔는지 알려 달라고 하는 통에 호야는 도반과 유아에게 무기의 효과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었었다.

그중 하나가 동상의 상태 이상을 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스템에 쓰인 '휘몰아치는 냉기', 그것은 호야의 무기 이름이었다.

그제야 아까 전에 몬스터가 검은색 창들을 쏘아 내던 순간과 호야가 평소에 얼음의 창을 쏘아 내던 모습이 겹쳐졌다.

설마 눈앞에 있는 이 몬스터는 호야인 건가.

"너! 호야인 거냐!"

도반은 그런 확신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생각에 몬스터를 향해 소리쳤지만 몬스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정보가 뜨지 않는 눈앞의 몬스터, 도반의 예상대로 그것의 정체는 호야였다.

도반에게 호야의 모습이 몬스터로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호야의 상황도 도반과 그리 다를 것이 없었다.

호야가 상대하고 있는 기다란 팔에 커다란 주먹을 가진 몬스터, 그것의 정체는 도반이었다.

서로가 몬스터로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도반은 몬스터의 정체를 눈치챈 것이다.

도반은 계속 호야를 향해 말을 걸었다.

하지만.

"구어어어-."

호야에게는 그저 몬스터의 울음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호야가 스킬명을 말할 때 도반에게도 그리 들리던 것처럼.

호야도 지금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공격을 멈추지는 않았다.

도반은 던전에 들어오기 전의 사냥에서와 이전의 전투에서 거의 모든 스킬을 사용한 상태였기에 호야가 도반처럼 스킬을 보고 눈치를 챌 수단이 없었다.

그렇기에 호야는 이 이상한 상황을 끝내기 위해 맹공을 가하고 있던 것이다.

도반의 말이 울음소리로 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쉬지 않고 몬스터가 계속 울음소리를 내자 호야는 그것을 몬스터가 무언가 변화를 보이기 전의 신호라 받아들이고 공격의 강도를 끌어 올렸다.

호야의 꺾이지 않고 거세지는 공세에 도반은 보스 몬스터를 위해 아껴 두고 있던 스킬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신의 가호!"

저주받은 지하 신전의 보스 몬스터인 록 샤먼은 이름과는 다르게 어둠 속성을 가진 몬스터다.

그렇기에 아껴 두고 있던 스킬이었지만 지금 호야일지도 모르는 몬스터에게 죽는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그러한 생각으로 사용한 스킬이었는데 도반이 신의 가호를 사용하자마자 몬스터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호야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무슨......."

도반이 신의 가호를 사용하던 순간에 호야가 보고 있는 몬스터의 모습이 바뀌었다.

낡고 해진 검은 사제복을 입고 있는 몬스터의 모습이 도반이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마치 안개가 걷히듯이 서서히 지워지더니 도반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을 본 호야는 도반이 생각했던 것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지?

도반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도 원래대로 돌아온 건가?

도반이 망치를 내려놓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자신의 모습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호야는 도반처럼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야 할 필요를 느꼈다.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그때 호야의 머릿속에 세하에게 들었던 글귀의 내용, 히든 피스의 조건이라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하나의 증표, 도반이 신의 가호를 사용하며 모습이 돌아오는 것을 봤던 호야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킬명을 읊조렸다.

"......신의 가호."

투구 사이로 보이는 도반의 눈이 크게 뜨이는 것과 동시에 둘에게 같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 '저주받은 지하 신전'의 히든 피스를 달성하였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처치해 던전 클리어에 성공할 시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

"......."

던전 '저주받은 지하 신전'에 입장한 파티원이 인원수에 관계없이 전원이 같은 스킬을 가지고 있을 경우 모두가 던전 내에 랜덤으로 뿔뿔이 흩어지며 서로가 몬스터의 모습으로 보이게 된다.

그 후 보스를 제외한 던전의 모든 몬스터를 사냥한 뒤에 모두가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스킬을 사용하여 자신의 정체를 확인시켜야 하는 것이 히든 피스의 조건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조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같은 스킬을 가졌다는 것은 같은 직업군이라는 소리일 터, 하나의 직업군으로 치우친 파티로 클리어를 노리기에는 저주받은 지하 신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서 홀로 떨어진 상황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스킬을 많이 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록 샤먼에서 고배를 마시게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도반과 호야는 알고 보니 매우 간단한 조건에 큰 허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에게 고전할 것이라는 걱정은 둘의 머릿속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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