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64화 (64/171)

# 64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3권 14화

14. 정령의 에르텔(2)

"아, 그거? 그거 이름이 에르텔이구나. 응, 있어."

호야가 에르텔의 생김새와 생성되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더니 히에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다행이다.'

솔직히 히에로스가 '몰라'라고 답했을 때에는 없는 줄 알고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하나 걱정했었다.

하지만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광석에 대한 이름을 몰랐을 뿐이었다.

상급 이상의 정령들의 보금자리에는 크기는 다르나 에르텔이 다 하나씩 있다고 한다.

물론 히에로스의 보금자리에도 에르텔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거는 왜?"

"그게 사실은......."

호야는 히에로스에게 단탈스가 수리해 준 기간트 레드 베어 본 소드를 보여 주며 사정을 설명했다.

"흐음, 사정은 알겠어. 무기를 새로 만드는 것에 그 에르텔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지?"

"응, 맞아."

"필요하다면 줄까?"

"정말?"

아니...... 그래도 그 귀한 것을 그냥 받는 것은 조금 그렇다.

호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히에로스가 말을 이었다.

"그 대신에."

히에로스의 매혹적인 미소에 살짝 욕심 어린 미소가 추가되었다.

"그 검에 원래 붙어 있던 그...... 모안탈늄? 그거 나 주면 안 돼?"

"모안탈티움 말하는 거지?"

"그래, 그거!"

단탈스가 무기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떼어 낸 모안탈티움은 현재 호야의 인벤토리에 들어 있었다.

[힘을 잃어버린 모안탈티움]

전설의 대장장이와 전설의 마법사가 합심해서 만들었던 광석입니다.

현재는 가진 바 힘을 모두 잃어버려 고철에 불과합니다.

제련을 위해서는 전설급의 대장장이 실력이 필요합니다.

주는 거야 어렵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저 고철에 불과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호야의 생각으로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잃어버린 모안탈티움보다 에르텔이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그러니 호야의 입장에서는 득을 보는 교환 조건이지만 양심상 찝찝한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물물 교환이니 그에 상응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호야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호야는 모안탈티움을 꺼내 보이며 지금 모안탈티움의 상태를 히에로스에게 말했다.

"히히, 괜찮아."

히에로스는 호야가 들고 있는 부러진 모안탈티움 중 상대적으로 더 기다란 것을 가져가 이리저리 허공에 휘둘렀다.

그 모습이 꼭 지휘봉을 든 지휘자 같았다.

"어울리지 않아?"

히에로스가 말하기를 처음 봤을 때부터 색이 마음에 들어서 갖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템을 사용함으로써 힘이 강해지든 강해지지 않든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히에로스가 원하는 것은 겉모습이었다.

모안탈티움의 막대를 휘두를 때마다 새하얀 손끝에서 검푸른 밤하늘이 빛나는 것이 확실히 잘 어울리기는 했다.

"정말 그거랑 에르텔을 교환해도 괜찮아?"

"응."

히에로스가 저렇게 좋아하고 있으니 괜찮은 건가 싶었다.

서로의 시야와 바라는 것에 따라서 가치는 달리지는 법이니까.

히에로스의 입장에서는 좋은 소재지만 잠자리에 굴러다니는 광석보다 힘은 없어도 밤하늘과 같은 아름다운 색을 보이는 모안탈티움이 더 가치가 높았다.

"그럼 나도 줄 건 줘야겠지!"

히에로스는 호야를 데리고 위그드라실의 마을로 이동했다.

물론 그 전에 오르도를 나가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워프 스크롤을 찢는 것이 먼저였지만 말이다.

오르도 주변의 공간은 왜곡되어 있어서 위그드라실의 위치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히에로스가 이전에 한 설명이었다.

모안에게 부탁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히에로스가 모안을 무서워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슬슬 그 무서워하는 것을 고쳐 줬으면 해서 모안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있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히에로스가 모안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직은 먼 나중의 일인 것 같다.

위그드라실의 마을에 도착하자 호야를 알아본 엘프들이 그에게 인사와 감사를 보내왔다.

렌시아가 위그드라실의 마을에 돌아오게 된 후부터 엘프들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 호야! 마침 잘됐네요, 오늘 열매가 아주 싱싱한데 하나 가져가요."

"아, 감사합니다."

"어, 오랜만에 왔네요. 다른 분들처럼 자주 들르고 그러세요."

"하하, 네."

렌시아와 마을이 화해할 수 있었던 것의 이유가 호야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엘프들은 호야에게 매우 친절한 편이었다.

호야는 한 엘프가 건네준 파란색 나무 열매를 히에로스와 반씩 나누어 먹으며 걸음을 옮겼다.

히에로스의 보금자리, 위그드라실의 숲의 북서쪽에 위치한 정령들의 숲.

그곳에서는 수백의 정령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나뭇가지에 걸터앉으며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으로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 장소다.

"아아! 호야다! 호야!"

"와아-! 오랜만이야, 오랜만!"

"안녕."

"뭐 하려고 온 거야? 응?"

"바두는? 바두는 어디 있어?"

호야를 발견한 정령들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 달라붙었다.

정령들이 내뿜고 있는 빛으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히에로스의 보금자리까지 가는 것은 힘들 것 같다.

할 수 없이 바두를 불러내자 많은 정령들이 바두에게로 달라붙었다.

"크엉?"

"바두가 바두가 아니야!"

"바두 잘생겨졌어! 잘생겼어!"

"힝, 나는 귀여운 바두도 좋은데, 그치?"

"나는 이쪽도 좋아!"

나오자마자 정령들이 달라붙어 바두가 당황하고 있었지만 호야는 그 틈을 타서 히에로스를 따라 그의 보금자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히에로스의 보금자리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의 가지들의 중심부였다.

가지들이 절묘하게 자라 있어 딱 히에로스가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생겨 있는 공간에 나뭇잎들이 폭신하게 깔려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커다란 푸른색 구슬 하나가 덩그러니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마 저것이 에르텔일 것이다.

크기도 딱 단탈스가 말했던 크기였다.

"자, 여기."

"고마워."

히에로스는 호야에게 그것을 건네주었고 호야는 히에로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히에로스는 모안탈티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지만 호야는 나중에 히에로스에게 무언가 더 해 주자고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정령의 에르텔]

정령에게서 흘러나온 마력이 뭉쳐서 만들어진 광석입니다.

마력 그 자체인 정령의 마력으로 생성되었기에 그 순도가 매우 뛰어납니다.

장비로 제련할 시 스킬과 마법의 효율을 올려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제련을 위해서는 장인 이상의 대장장이 기술이 필요합니다.

"크앙!"

히에로스에게서 에르텔을 건네받자 바두가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와 호야의 로브 자락을 입으로 잡아당겼다.

왜 자신을 두고 가는 것이냐고 시위하는 것만 같았다.

"풋, 크흐흐흑......."

나무를 타고 올라온 바두의 몸에 정령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어서 꼭 칠색으로 빛나는 털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이 예쁘기는 하나 언뜻 보면 웃기게도 보였다.

그 덕분에 로브를 잡아당기는 것도 귀엽게만 보였다.

호야가 흘리는 웃음에 바두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호야는 바두에게 아무 말도 해 주지 않고 지금의 모습을 조용히 스크린 샷으로 남겼다.

호야는 스크린 샷을 나중에 스마트폰 배경 화면으로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에르텔을 구했으니 이제 여기에 얼음 속성을 담으면 원하는 재료가 완성된다.

호야는 일단 나무에서 내려와 에르텔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단탈스에게 들은 에르텔에 속성을 넣는 방법, 그것은 에르텔을 제련하기 전에 에르텔을 향해 속성이 담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용한 마법의 위력에 따라서 효과가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정령들이 뭘 하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다가왔기에 위험하다 말하고 바두를 제물로 내어 주고서 뒤로 물렸다.

"스피어."

[탁한 마법의 팔찌가 '스피어'에 반응하였습니다.]

['스피어'가 8번 추가로 시전됩니다.]

운 좋게 탁한 마법의 팔찌의 효과가 발동되어 호야의 주변으로 총 11개의 얼음의 창이 나타났다.

그 얼음의 창의 끝이 향하고 있는 것은 바닥에 놓여 있는 에르텔.

얼음의 창을 한 번에 에르텔을 향해 날려 보내자 큰 소리와 함께 한파가 몰아치는 것처럼 강한 냉기가 폭발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으, 추워! 추워!"

"빨리 불 피워! 불!"

"나무에는 옮기지 않게 조심하고!"

"알았어!"

주변에 있던 정령들은 냉기를 피해 불의 정령의 주변으로 모이거나 바두의 털 밑으로 몸을 숨겼다.

냉기를 피하지 않은 것은 일부의 얼음의 정령들뿐이었다.

스피어로 인해서 생겼던 먼지와 냉기가 걷히자 그곳에는 드라이아이스처럼 냉기를 흘리고 있는 반투명한 얼음의 구슬이 있었다.

[냉기를 품은 정령의 에르텔]

정령에게서 흘러나온 마력이 뭉쳐서 만들어진 광석입니다.

마력 그 자체인 정령의 마력으로 생성되었기에 그 순도가 매우 뛰어납니다.

장비로 제련할 시 스킬과 마법의 효율을 올려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강력한 냉기를 품고 있는 상태입니다.

함부로 손을 대면 동상의 위험이 있습니다.

제련을 위해서는 장인 이상의 대장장이 기술이 필요합니다.

아이템 설명에 단 한 줄이 추가된 것인데도 에르텔의 변화는 꽤 엄청났다.

완성된 에르텔을 들어서 자세히 확인하자 구슬의 안쪽에 눈꽃 결정들이 촘촘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꽤나 차가웠다.

진짜로 칭호 '땅끝 마을의 주민'이 없었다면 바로 동상에 걸렸을 것 같다.

제일 중요한 재료인 에르텔을 획득하기는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무기를 만들 수 없다.

이 크기의 에르텔로는 단검 정도밖에 안 나올 것이 뻔하다.

그렇기에 에르텔의 효과를 해치지 않을, 뒤에서 받쳐 줄 재료가 더 필요했다.

얼마 전에 아다만타이트를 떨어트리는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는 던전이 발견되었다고 들었기에 호야는 그곳에 가 볼 생각이었다.

* * *

"......생각해 보니 호야한테서 먼저 연락이 올 때가 없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도반과 유아, 둘이서 오랜만에 같이 사냥을 하고 있던 때에 도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야. ......나를 싫어하는 건가?"

"허어."

그 도반이 한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서 저러는 것을 보니 유아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만큼 그가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유아가 보기에는 겨우 그런 걸로 저런 걱정을 하는 도반이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얼마 전에는 말도 놨다며?"

"그것도 내가 먼저 놓자고 했던 거다."

"그래도 받아들였다는 것은 그 사람도 너와 친해지고 싶다는 거 아닐까?"

게다가 진짜 싫어했다면 귓속말도 무시했겠지.

유아가 그리 말하자 도반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은 없앨 수가 없었다.

"그럼 밀당이라도 해 봐."

그런 도반의 마음을 읽은 유아가 말을 꺼내 왔다.

"밀당?"

"계속 네가 먼저 다가가 당겼으니 이번에는 그 사람이 먼저 연락할 때까지 연락하지 말아 봐."

"......그건 연애할 때 하는 거 아닌가?"

"사랑이나 우정이나 가까워지려고 하는 것은 똑같잖아. 참고로 나는 이 방법으로 그녀의 사랑을 쟁취했지."

유아는 농담 삼아서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도반은 정말 그래 볼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호야: 도반, 혹시 바빠?]

그때 호야에게서 그에게 귓속말이 날아왔다.

그 사실을 유아에게 말하자 그가 도반이 답장을 보내려는 것을 막았다.

"잠깐! 바로 대답하지 말아 봐. 살짝 텀을 두라고. 주도권을 가져와! 그를 안달이 나게 만들어!"

이번에도 역시 장난삼아서 하는 말이었다.

남자 사이에 밀당이랑 주도권은 무슨, 사내새끼를 안달이 나게 만들어서 뭘 하라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유아가 하는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도반은 인간관계 쪽으로는 지식이 거의 전무했다.

그래서 유아의 말을 믿고서 딱 1시간 뒤에 답장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바로 직후였다.

[호야: 혹시 바쁘지 않다면 나랑 던전 하나만 같이 가 줄 수 있을까?]

[도반: 전혀 안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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