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60화 (60/171)

# 60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3권 10화

10. 남쪽의 작은 섬(1)

내일 여행을 갈 준비를 하려면 지금도 충분히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호야는 이어서 영약들을 확인했다.

불 속성을 만들어 주는 것, 어둠 속성을 만들어 주는 것, 마력을 120 상승시켜 주는 것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의 하나를 호야가 자신의 손에 들었다.

[다가가려는 의지]

사용할 시 스탯 '친화력'이 생성됩니다.

친화력은 잔여 포인트로 상승이 불가능합니다.

플레이어에게 일정 지수 이상의 호감도를 보유한 NPC 한 명당 1의 친화력이 상승합니다.

스탯을 '상승'시켜 주는 것이 아닌 '생성'해 주는 영약.

친화력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이 이 지하 창고에 있는 영약들 중 스탯을 만들어 주는 영약은 이것밖에 없었다.

친화력이 무슨 스탯인지는 모르겠지만 있어서 나쁠 것 같지는 않다.

호야는 망설임 없이 '다가가려는 의지'를 선택했다.

획득 후 그것을 사용하자 작은 구슬 속을 맴돌던 빛의 알갱이들이 빠져나와 호야를 감싸며 사라졌고 구슬은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스탯 '친화력'이 생성되었습니다.]

이름: 호야

직업: 오르도의 마을 사람

레벨: 269

HP: 9,840/9,840 MP: 9,980/9,980

힘: 545(+162) 민첩: 537(+161)

체력: 553(+162) 마력: 566(+163)

신성력: 516(+25) 친화력: 8

잔여 포인트: 0

속성: 얼음

호야는 자신의 스테이터스에 새겨진 '친화력'을 보고 만족하며 지하 창고를 나왔다.

* * *

"마탑장님, 루제로스의 왕실에서 마탑장님을 뵙기 위해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뭐? 오늘 아무런 약속도 없었지?"

"네. 하지만 찾아온 이의 얼굴이 매우 심각해 보이기에......."

"으음, 뭐, 오늘은 바쁜 일도 이제 없으니까. 올라오시라고 그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네, 들어오세요."

에반의 대답에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서 그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꺼내기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얼마 전에 지하 왕묘에 침입자가 있었습니다. 에반 님도 알고 계시는 것일 겁니다."

"이야기는 들었어. 조사를 부탁해서 내일모레에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바로 찾아왔다는 것은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야?"

"네. ......아도라 님의 검이 돌아왔습니다."

"어, 진짜? 찾은 거야? 그럼 좋은 일 아니야?"

"검만이 돌아온 것이 안 좋은 일입니다."

그는 에반에게 아도라가 데스 나이트가 되었던 것과 호야에게서 전해 들은 그 원인에 대하여 설명했다.

"흐음, 즉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손을 빨리 써 달라고 이렇게 찾아온 거지?"

"네, 최대한 빨리. 가능할까요?"

지금 당장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결계와 만에 하나 결계가 깨졌을 때에 그 사실을 바로 알려 줄 방범 마법 정도면 될 것이다.

지금 자신의 마법을 아무런 흔적도 없이 뚫을 수 있는 사람은 그분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에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바로 가자."

에반은 워프를 사용해서 자신을 찾아왔던 이와 바로 성 앞으로 이동했다.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에반을 보고서 문 앞의 병사들이 잠깐 움찔했지만 현 마탑장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없었기에 바로 예를 차리고 그를 통과시켰다.

에반은 자신을 찾아왔던 이에게 제프리노에게 자신이 왔다는 사실을 전하라 말하고 지하 왕묘 쪽으로 먼저 향해 결계를 설치했다.

에반이 결계를 설치하는 것을 기다리던 안내인이 그를 모시고 제프리노에게 갔다.

둘은 알현실이 아닌 응접실에서 동등한 눈높이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에반이 결계를 설치했다는 말에 제프리노는 크게 안도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한 가지만 알려 주세요."

에반이 씨익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그 아도라의 검을 가져왔다는 모험가가 누구예요?"

그 아도라의 데스 나이트를 쓰러트릴 정도의 힘을 가진 모험가.

그것이 에반의 흥미를 일으켰다.

원래는 호야가 아닌 크라우스가 쓰러트린 것이었지만 크라우스가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말아 달라는 말에 크라우스의 존재를 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들은 그 데스 나이트를 쓰러트린 것이 호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도라가 데스 나이트가 되는 과정에서 약화되었거나 혹은 그 모험가가 아도라를 이길 정도로 강하거나.

둘 중 어느 쪽이라고 해도 에반은 그가 몹시 궁금했다.

"아아, 호야라고 하는 모험가입니다."

"호야?"

진짜로?

"아직 여기에 있어요?"

"네, 아직 보고가 올라온 것은 없으니 지금쯤 지하 창고에 있을 겁니다."

에반은 제프리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서 바로 왕실의 사람들에게 물어서 지하 창고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병사 한 명과 모험가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들었던 생김새와 정확히 똑같은 모험가였다.

에반을 발견한 병사가 그에게 예를 표했다.

그의 인사를 받은 에반은 곧장 호야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호야?"

"아, 네."

호야의 대답에 에반은 씨익 웃었다.

[에반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아니, 왜?

호야는 갑자기 왜 호감도가 오른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주쳤다고 호감도가 올라?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이름과 얼굴이 어딘가 익숙하다.

머릿속을 천천히 뒤지던 호야는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혹시 마탑장님?"

"맞아! 현 마탑장인 에반이야. 반가워."

에반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기에 호야도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에반은 호야가 자신의 손을 잡자 그를 자신 쪽으로 잡아당겨 귓가에 속삭였다.

"모안 님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

"네?"

에반의 말에 호야가 두 눈을 끔뻑거렸다.

"자세한 거는 그분에게 직접 물어봐. 여기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잖아? 그리고 그분이 아끼는 사람은 내가 아끼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터무니없는 것만 아니면 최대한 도와줄 테니까."

에반은 자신이 할 말을 끝내고서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 * *

서울 김포 국제공항 국내선 로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온 학생 단체로 인해서 그곳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악! 방학 때가 좋았어! 수학여행을 왜 가!"

백호민은 그 학생들의 틈바구니에서 답답함을 토해 냈다.

그 모습을 본 민아란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토했다.

"허,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고등학교 들어오자마자 수학여행, 수학여행 노래를 불러 대던 게 누구더라? 내가 작년 1학기 때부터 들어와서 귀에 딱지가 앉은 것 같다."

"아, 그때는 형님을 만나기 전이니까 그렇지!"

백호민이 수학여행을 가기 싫은 이유, 그것은 수학여행 기간 동안은 이니티움에 접속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호야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만나지 못하는 거는 마찬가지잖아? 레벨도 안 맞으면서."

"그래도 귓속말은 가능하거든! 그리고 나도 많이 노력했어!"

백호민은 호야와 리포른에서 헤어진 후 다시 호야와 사냥을 하고 싶은 마음에 죽어라 노력해 레벨을 올렸다.

그 노력에 민아란도 휘말려서 뜻하지 않은 지옥 레벨링에 동참하게 됐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것이 효과가 있었기에 그들의 파티는 빠르게 레벨을 올려 갈 수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숙제 다 끝내고 할 일을 다 마무리한 후에 오로지 레벨만 올려 왔었다.

그 덕분에 학생인 신분으로 아직도 랭커의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호야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자신들이 한 발 나아가면 호야는 세 발, 네 발은 나아가 있었다.

그것 또한 존경스럽기는 했지만 호야와 다시 사냥을 하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그래, 내가 그 노력에 휘말려서 그동안 4kg이나 빠졌다."

"그래? 전혀 티가 안 나는데?"

퍽!

백호민의 망발에 민아란은 그의 머리에 주먹을 먹였다.

고통에 머리를 감싸면서 백호민이 민아란을 노려봤지만 이내 바로 시선을 돌려야 했다.

옆에서 백호민과 민아란의 대화를 들었던 여자아이들이 백호민을 엄청난 기세로 째려보고 있었다.

"야, 호민이 너 말 다 했어?"

"어떻게 그런 말을 내뱉을 수가 있어?"

"그래 4kg이 아니라 2kg이기는 하지만 아란이 확실하게 살 빠졌거든?"

"야! 넌 누구 편이야!"

"꺄하하하하."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수속을 하고 캐리어를 부친 아이들은 출국장 안쪽에서 반별로 모여 비행기 시간을 기다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출국장 안을 걸어 다닌다.

'하아, 왜 수학여행을 2박 3일이나 가는 거야?'

입 밖으로 내뱉으면 주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들을 만한 생각이 백호민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유 시간을 틈타서 갈 수 있는 캡슐 방이 있나 하고 며칠 전에 인터넷을 뒤적거렸지만 호텔 주변이나 자신들의 일정표에 있는 장소 근처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꼼짝없이 3일 동안 강제로 탈니티움(탈출 이니티움)행이었다.

'저 사람들은 커플인가, 둘이 여행 가나 보네. ......와, 초등학생 단체다. 선생님들의 무운을 빕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 백호민은 민아란의 말을 대충 받아쳐 주거나 주변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 사람들은 가족인가. 아빠랑 딸에 아들? 아닌가, 아들이랑 딸이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저 남자 도둑놈이구나! 어떻게 저렇게 나이 차가 나는 여자를!'

퍽!

"억! 갑자기 또 왜 때려?"

"왜기는 왜야. 네 표정 보니까 또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랬다."

"이씨......."

백호민이 보았던 3인 가족의 뒷모습은 이미 자리에서 사라져 있었다.

* * *

두근, 두근.

호영은 기대감으로 인해서 자신의 가슴이 이렇게 뛰는 것을 매우 오랜만에 느끼고 있었다.

얼마나 기대감이 큰 것인지 얼굴도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비행기 타는 게 그렇게 기대돼?"

"어? 어어?"

옆에서 호영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이예숙이 호영에게 물었다.

"아, 아니? 내가 애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잖아."

"흐응, 그래?"

호영의 반응에 이예숙이 피식 웃었다.

호영은 거짓말을 하면 귀가 새빨개진다.

그리고 지금 호영의 귀가 새빨갰다.

말과는 다르게 기대를 한껏 하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호영은 태어나서 처음 타 보는 비행기에 크게 기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애가 맞았다.

"나는 많이 기대하고 있는데? 예숙 씨는 기대 안 돼요?"

"저도 당연히 기대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 아들은 기대가 안 된다네?"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재건이 선글라스를 살짝 치켜 올리며 한 말에 이예숙이 맞장구를 쳤다.

자신을 바라보고서 그러는 것이 '우리는 다 알고 있으니까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호영은 느꼈다.

"......저,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호영의 대답에 만족한 둘은 출국장 안쪽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시간을 때우다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호영아, 그거 아니?"

"뭐가요?"

재건의 질문에 호영이 질문으로 답했다.

"비행기 탈 때는 신발을 벗어야 돼. 벗어서 스튜어디스한테 건네주면 된단다."

"......아저씨, 제가 그런 거짓말에 속을 것 같아요?"

"거짓말이 아닌데? 아저씨가 하는 거 잘 보고 있어 봐."

먼저 앞장선 재건은 스튜어디스 바로 앞에까지 다가가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서 스튜어디스에게 눈을 찡긋거린 후 신발을 벗은 뒤 그녀에게 건넸다.

눈치가 기가 막히게 빠르고 원래부터 끼가 있던 스튜어디스는 재건의 뒤에 있는 일행들을 보고서 그가 원했던 대로 그의 신발을 받아 들었다.

"봤지?"

"......."

호영은 지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어?

순간 자신이 정말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넘어간 호영이 신발을 벗으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호영의 뒤에 서 있던 이예숙이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크흐흑, 아들, 신발 안 벗어도 돼. 언니도 그 아저씨 장난에 어울려 줄 필요 없어요~."

"여기 있습니다."

이예숙의 말에 스튜어디스가 재건의 앞에 가지런히 신발을 내려놓았다.

잽싸게 신발을 다시 신은 재건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호영은 벗으려던 신발을 제 위치로 돌려놓은 후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자리에 도착하자 재건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호영아, 안 앉고 뭐 하고 있니?"

"......."

그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몇 년 안 만났더니 머릿속에서 미화가 많이 되어 있었나 보다.

호영은 다음에는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이예숙에게 재건의 옆자리를 양보하고 붉어진 얼굴로 그 바로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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