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59화 (59/171)

# 59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3권 9화

9. 멈추는 첫 번째 검(2)

"......미안, 내가 너무 심하게 했지? 안 좋은 모습을 보여 버렸네."

크라우스는 아도라가 남기고 간 검을 들고 와 호야에게 건넸다.

데스 나이트가 되어 버린 아도라의 유해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원래의 상태 그대로였던 아도라의 검은 아도라의 유해와 같은 판정을 받지 않고 남아 있었다.

[아도라 루제로스의 은검]

등급: 레전드리

공격력: 10,500

내구도: 700/700

*기본 공격 대미지 40% 상승

*검술 스킬 사용 시 대미지 40% 상승

*적과 전투를 오래 지속할수록 공격력 상승

*공격 속도 20% 상승

루제로스의 제4대 국왕이자 두 번째 검이라 불리던 아도라 루제로스가 생전 사용하던 검입니다.

루제로스 왕실의 국보이자 역사의 기록으로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물건입니다.

불법적으로 소지하고 있을 시 루제로스 왕실의 추격을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착용 제한: 힘 4,300 이상, 민첩 3,100 이상, 아도라

"이거, 지금의 루제로스 국왕에게 전해 줘. 아도라가 죽었을 때 그와 같이 안치됐었다고 들었어."

사라진 아도라의 유해와 그의 검의 행방을 열심히 찾고 있을 것이라고 크라우스가 말했다.

아도라의 유해는 사라져 버렸으니 그의 검이라도 돌려 주었으면 하는 것이 크라우스의 부탁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관에 이름만 박혀 있으면 씁쓸하잖아."

호야는 크라우스의 부탁으로 곧장 이즈바론트의 워프 스크롤을 찢었다.

호야가 이즈바론트의 광장에 나타나자 그를 보고서 움찔거리며 소곤거리는 이들이 있었다.

아마 디노의 스트리밍을 보았던 자들일 것이다.

평소에는 크로커게일의 후드가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정도의 귀한 아이템은 아니라서 후드로 잘 가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잘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호야는 아도라와의 전투로 인해서 장비가 많이 상해 있었다.

아무리 얼굴을 가린다고 해도 디노의 스트리밍을 봤던 플레이어들은 장비에 남아 있는 흔적을 보고서 그가 호야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

확실히 지금 자신의 모습이 말이 아니었다.

이런 꼴로 성에 갔다가는 입구에서 쫓겨나는 것은 확정이다.

호야는 우선 가게에 들러서 장비의 수리를 한 후에 왕성으로 향했다.

왕성에 가까워질수록 호야는 이 검을 어떻게 전해 주어야 할지 고민했다.

왕성에 출입한 전력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런 약속도 없는 모험가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자신을 안으로 들여보내 줄까.

그냥 바로 '아도라의 검을 가져왔습니다.'라고 해야 하나?

......그건 확실히 아니었다.

왕족의 유해가 털렸다.

그와 함께 국보도 털렸다.

한데 아무런 이야기가 돌고 있지 않았다는 것은 왕실에서 이 사실을 일부러 숨기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성문을 지키는 병사라면 알고 있겠지.

"어! 이즈바론트를 수호해 주신 모험가님 아니신가요!"

호야가 처음 왕성에 왔을 때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 중 한 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호야를 발견한 병사는 호야가 무슨 약속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라 생각하고 곧장 안내인을 모시고 오겠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병사에게 불려온 호야를 안내했던 안내인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호야가 찾아왔다는 소리에 밖으로 나왔다.

그는 이즈바론트를 수호해 준 영웅, 그것도 최고의 기여를 해 준 영웅이었으니까.

"호야 님......? 오늘은 어쩐 일로 오셨나요?"

"그게......."

병사에게 사정을 설명하려 했던 호야는 그 대상을 안내인으로 바꾸었다.

병사가 '모시고 오겠다.'라고 표현했었으니 성문을 지키는 병사보다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

"......!"

호야는 그의 귓가에 아도라의 검을 가져왔다는 것을 간단하게 작게 속삭였다.

호야에게 그 말을 들은 안내인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더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호야를 밖에 두고서 빠르게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안내인이 숨을 헐떡이며 다시 밖으로 나왔다.

"허억, 헉. 폐하께서 안쪽으로 모시라고 하십니다."

호야는 안내인을 따라 성으로 들어가 제프리노의 앞에 섰다.

제프리노를 마주한 알현실에는 처음 왔을 때만큼의 사람은 없었다.

"정말...... 정말로 검을 가져온 것이냐?"

호야가 검을 가져왔다는 소리에 잠시 그가 범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왕묘가 외부인의 침입을 허락했을 그 시간에 호야는 열심히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주고 있었다.

시간이 맞지 않으니 그가 범인인가 하는 생각은 곧바로 지워졌다.

그는 자신들의 보물을 되찾아 주고 명예를 지켜 준 은인이었다.

호야가 검을 꺼내자 안내인이 검을 받아 들어 제프리노에게 건네었다.

"아, 아아....... 정말 고맙다. 정말로 고맙구나......."

제프리노는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호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제프리노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제프리노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제프리노는 잠시 마음을 추슬렀다.

"흉한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구나."

방금 전까지 그리 울었던 것이 환상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만큼 제프리노는 빠르게 근엄한 왕의 얼굴을 되찾았다.

"한데 이 검은 어디에 있었나? 혹시...... 근처에 다른 것은 없었나?"

제프리노가 말한 '다른 것'은 아마 아도라의 유해를 말하는 것일 거다.

유해와 검이 같이 사라졌는데 검만이 돌아왔으니 당연히 생기는 의문일 것이다.

제프리노의 물음에 호야는 자신이 보았고 경험했던 것을 크라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온전히 그에게 말해 주었다.

호야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아도라가 데스 나이트가 되었었다는 것이다.

디노가 어떻게 해서 아도라를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 부릴 수 있었던 것까지는 모른다.

"그럴 수가......."

호야의 말을 들은 제프리노의 얼굴이 사뭇 진지하게 굳었다.

지하 왕묘에는 아도라만큼은 아니지만 강인한 힘을 가졌던 선대들이 여럿 안치되어 있다.

아도라를 데스 나이트로 부릴 수 있는 자가 있으니 그들을 데스 나이트 혹은 리치로 만들어 부릴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처음 침입하였을 때에 그들을 한 번에 언데드로 만들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힘의 제약이 있다는 뜻이겠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어쩌면 사실 제약 따위는 없고 그저 아도라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제프리노가 손짓해 호야를 안내해 주었던 안내인을 자신에게 가까이 오게 했다.

"......에반 님을 모셔오거라."

"예."

제프리노의 명을 들은 안내인은 곧바로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안내인이 알현실을 나가자 제프리노가 호야에게 말했다.

"자네에게는 정말 짧은 기간에 여러 도움을 받아 버렸네. 그 보답으로 왕성 지하 창고에서 원하는 아이템 하나를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주도록 하겠다."

사실 제프리노는 마음 같아서는 그에게 귀족의 직위라도 내려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업적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번 일은 공개될 수 없는 업적이었다.

자신은 딱히 한 것이 없었지만 국왕의 은혜를 거절할 수도 없었기에 호야는 제프리노에게 고개 숙여서 인사하고는 자신을 안내해 주기 위하여 찾아온 병사를 따라서 이동했다.

자신을 안내해 주는 병사를 따라서 이동하고 있는데 병사가 전에 호야가 창고에 갔을 때 걸었던 길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저기, 창고는 저쪽이 아닌가요?"

"아아, 호야 님께서 가실 곳은 그곳이 아닌 따로 지하에 있는 창고입니다. 저곳에 있는 창고보다 귀중한 것들이 보관되어 있죠."

병사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서 계속 이동해 지하로 내려가자 전에 갔었던 창고보다도 확실히 조금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커다란 문 앞에 도착했다.

호야를 안내해 주었던 병사가 지하 창고의 문을 지키던 병사에게 다가가 제프리노의 말을 전했다.

호야는 곧바로 창고의 안으로 들어갔다.

['루제로스의 왕성 지하 창고'에 입장하였습니다.]

[현재 획득 가능한 아이템은 1개입니다. (0/1)]

확실히 전에 갔던 창고와는 완전히 달랐다.

전에 도반과 갔던 창고에 비하면 안에 있는 아이템 수는 매우 적었지만 겉만 보아도 확실히 좋은 것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에 갔던 창고가 동네 마트 진열장 같았다면 이 지하 창고는 고급 백화점의 명품 코너 같은 느낌이다.

모든 아이템들이 자신의 크기에 딱 맞는 진열대에 각각 들어서 있었다.

전의 창고에서는 기다란 진열대 하나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것을 떠올리면서 호야는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 창고에는 장비와 스킬 북만이 아닌 다른 아이템도 존재했다.

이른바 '영약'이라 불리는 소비 아이템들이었다.

한번 사용하면 캐릭터의 능력치에 '영구적'으로 효과가 번영되는 소비 아이템들을 플레이어들은 한 번에 묶어서 '영약'이라고 부른다.

호야에게 얼음 속성을 만들어 주었던 '얼음의 결정'과 모든 스탯을 50씩 올려 주었던 '강인한 성장의 숨결'이 바로 영약에 속했다.

'......그럼 사리반의 빵도 영약인가?'

호야는 영약들에 관심이 갔지만 그래도 우선은 창고에 있는 다른 장비와 스킬 북들도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이니 제일 좋은 것, 제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가고 싶었다.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호야는 고민했다.

-너는 스킬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아도라의 말이 떠올랐다.

......확실히 그의 말이 맞았다.

생각해 보니 요즘 너무 한 스킬에만 의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스킬은 바로 '마을 사람의 일격'.

최근에 들어서 '힘들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그 스킬부터 사용하고 봤었다.

그러면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일이 한순간에 해결되었으니까.

그래서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안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는 적을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스킬이 있으니 괜찮다고.

만약 자신에게 마을 사람의 일격이라는 스킬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영웅의 전당의 도플갱어나 오염된 기간트 레드 베어를 상대했다고 해도 결국 이기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조금 더 길고 어려웠겠지.

그만큼 경험이라는 것을 얻었을 것이고 말이다.

'......마을 사람의 일격은 사용하지 말자.'

자신의 목적은 강해지는 것이지 스킬 하나에 안주해서 지금의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순수 능력으로만 따지자면 목표는 넘어섰겠지만 그렇다고 멈추어 설 생각은 없다.

무턱대고 마을 사람의 일격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자.

그것은 해 볼 거 다 해 보고 난 뒤에 정말 안 되겠다 싶을 때에만, 지금의 자신으로는 부족하다는 확신이 들 때에만 사용하자.

호야는 스스로 자신에게 제약을 걸었다.

[템플리처의 스킬 북]

사용할 시 '템플리처'의 습득이 가능합니다.

사용 제한: 마력 420 이상 마법사

[샤프 아이의 스킬 북]

사용할 시 '샤프 아이'의 습득이 가능합니다.

사용 제한: 민첩 360 이상 궁수 혹은 암살자

[깨지지 않는 의지의 주먹]

등급: 유니크

공격력: 890

내구도: 120/120

*물리 공격을 완전 무시하는 고스트 등의 몬스터에게 직접 타격이 가능합니다.

*10%의 확률로 타격할 시 적의 장비의 내구도를 크게 하락시킵니다.

*10%의 확률로 타격할 시 적에게 상태 이상 '골절'을 발생시킵니다.

평범했던 글러브에 고급 대장장이의 기술이 완벽하게 녹아들어 그 형태와 능력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손가락의 첫마디 뼈 부분에 징을 박아 적의 장비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주먹은 그 누구보다도 무겁고 단단할 것입니다.

착용 제한: 힘 280 이상, 체력 320 이상 무투가

우선 영약들을 제외하고 모든 장비와 스킬 북들을 확인했다.

무기의 내구도가 0이 되며 완전히 깨져서 사용 불가의 상태가 되었지만 끌리는 무기가 없었다.

이거다! 싶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단탈스라면 혹시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구석에서 작게 피어나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장비와 스킬 북들을 과정에서 벌써 2시간은 넘게 지난 것 같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아이템을 고르고 성을 나가면 바로 로그아웃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내일부터 3일간 가족 여행의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그 준비를 위해 늦게까지 접속해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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