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56화 (56/171)

# 56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3권 6화

6. 멈추고 싶은 두 번째 검(1)

일명 디노의 'PK 길드 깨기'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아도라를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없었기에 디노가 노린 길드들은 빠른 속도로 피해를 입어 가고 있었다.

블랙 헤븐을 나간 길드원들이 소속된 길드,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한 인맥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속한 길드 등등.

그만큼 많은 수를 상대했으니 디노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노출된 장소에서 행한 일도 있었으니까.

영상 기록도 생겨 버렸다.

-데스 나이트 X3 = 짱 센 데스 나이트?

└정말 그렇다면 환장의 공식이다.

-미쳤네. 디노 그 사이에 떨어진 레벨이 몇 개인데.......

└그런데 디노 레벨 왜 그렇게나 떨어진 거?

└블랙 헤븐의 저주를 계속 받았던 거 아닐까? 길드원들은 다 바로 탈주했는데 길마랍시고 자리를 지켰던 거지.

-운영자니이이임! 염! 색! 약! 업! 데! 이! 트! 제발!!

-와, 저걸 누가 이기냐? 완전 라스트 보스급인데 저거.

-디노: 몸을 숨겼던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아무말)

디노가 지금까지 소환했던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와는 정교함과 빛깔부터 다른 갑옷을 입은 채 은색의 검을 든 데스 나이트.

사람들은 그것을 디노가 소환하던 데스 나이트들의 집합체라고 생각했다.

영상이나 스크린 샷으로 남은 그의 주변에는 그 한 마리의 데스 나이트만이 존재했으니까.

디노는 굳이 꺼낼 필요가 없었기에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1을 던져 주면 그것을 10으로 부풀리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또한 잘한다.

-그런데 디노가 정신을 차린 건가? 저거 다 PK 쪽 애들이라던데.

-진정한 개과천선?!

-에이, 설마.......

그리고 그렇게 부풀려진 것은 곧 진실과는 다른 내용에 도달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곧바로 디노에 의하여 부정당했다.

호야를 제외한 모든 복수가 전부 끝났지만 그는 아직도 호야가 있는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에 짜증이 난 디노의 다음 목표물은 설백호였다.

유일하게 그와의 접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때도 그 자식들을 가지고 놀았더니 튀어나오지 않았었나.

이번에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 * *

"안녀엉~. 요즘 내 얘기 많이 들었지? 뭐, 잡소리는 넘어가고. 지금부터 즐거운 PK 시간이다."

블랙 헤븐 TV에 처음으로 실시간 스트리밍이 켜졌다.

지금까지 디노의 행보로 인해서 사람들의 이목이 쏠려 있는 때였기에 시청자 수는 빠르게 늘어갔다.

-PK 길드 참교육 하는 걸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건가요?

-아조씨가 요즘 하는 행동 참 마음에 듭니다.

-아직 남아 있는 PK 길드가 어디 어디였지?

99가지의 나쁜 일을 행해도 마지막 한 가지만 착한 일을 행한다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의외로 착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지금 이들에게 있어서 디노는 마음을 고쳐먹고 선을 위해 과격한 행동을 하는 다크 히어로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희망 사항과 상상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디노는 다크 히어로가 될 마음이 전혀 없었다.

"크크크,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닌데?"

-응? 무슨 소리야?

-뭐가 아니라는 거예요?

디노는 올라오는 채팅들을 무시하고서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디노가 멈춰 선 곳은 이구세에 있는 설백호의 길드 하우스 지부 앞이었다.

마침 길드 하우스에서 나오던 길드원 하나가 디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디노의 카오 수치를 느낀 마을의 경비병들이 그에게 경계 태세를 취한 채 천천히 다가왔다.

"이봐, 잠시 따라와 줘야겠다."

"싫은데?"

경비병 하나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하자 그는 곧바로 그 손을 쳐내고서 아도라를 소환했다.

그것을 본 경비병들이 곧바로 디노를 적으로 간주하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해치워 버려."

스걱-.

디노가 짧게 한마디 하자 아도라가 검을 가볍게 휘둘러 경비병들을 쓰러트렸다.

투구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아도라의 얼굴은 분노와 슬픔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러려고 검을 배운 것이 아니란 말이다!'

죽었다 깨어나니 자신의 몸인데 자신의 말을 듣지를 않는다.

루제로스를 위해서, 사람들을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 연마하고 갈고닦았던 검술이 이런 일로 쓰이는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

누군가 자신을 멈추어 주기를 바랐다.

예전처럼 자신을 힘으로 억제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정작 그 사람의 가슴에는 젊은 혈기와 자만으로 인해서 큰 상처를 새겨 버렸지만 말이다.

그때의 일은 죽고서 깨어난 지금에서도 마음속 깊게 무거운 죄로서 박혀 있었다.

"크으윽......."

"자, 이제는 저쪽이야. 이번에는 순식간에 하지 말고 천천히 가지고 놀면서 하라고."

제발.......

제발 누군가 나를 멈추어 주기를.

아도라의 그런 마음과는 달리 그의 검은 눈앞의 사람들을 쫓고 있었다.

* * *

[도반: 디노가 난리를 치고 있어.]

"응?"

도반에게서 날아온 귓속말에 호야가 의문을 표했다.

디노가 PK 길드를 치고 다니는 것은 그도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호야도 얼핏 찍힌 영상을 본 적이 있고 시선이 붙잡히기도 했었다.

그 주체가 디노가 아닌 그 옆에 있던 데스 나이트의 검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검은 인물화에 그려져 있던 아도라가 들고 있는 검이었다.

그것이 왜 저기에 있는 것이지?

그런 의문에 시선이 갔던 것이었다.

그 이유는 아마 디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디노가 했던 일이 난리라고 한다면 난리는 맞지만, 좋은 쪽의 난리였다.

도반이 하는 이야기가 그것인 줄 알고 답장을 보내자 도반이 링크 하나를 보내왔다.

그 링크는 현재 디노가 진행 중인 스트리밍의 링크였다.

"......."

디노의 스트리밍을 본 그는 인벤토리에서 워프 스크롤을 꺼내어 찢었다.

도저히 자신이 가만히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호야 그 새끼 나오라고 그래! 그 새끼만 남았다고!

디노가 계속 내뱉고 있는 말이었다.

그는 이전의 성훈의 파티를 이용해 자신을 불러내던 것과 같이 이번에는 설백호를 이용해 자신을 불러내고 있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이즈바론트.

호야는 바로 경매장으로 향해 다시 워프 스크롤 하나를 구매했다.

호야가 다시 워프 스크롤을 사용하면서 최종적으로 도착한 장소는 이구세였다.

이구세에 도착한 호야는 디노의 스트리밍을 확인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과시하듯이 워프 스크롤을 찢지 않고 굳이 뼈로 된 말을 타고 이동하면서 이구세를 벗어나 다른 도시로 향하고 있었다.

아니면 일부러 자신을 기다리고 있기에 그러는 것이거나.

호야는 스트리밍을 통해서 그의 뒤를 쫓았다.

자신 때문에 죄 없는 이가, 설백호가 피해를 입는 것은 싫다.

저 멀리 디노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에는 선 언데드, 후 디노가 아니라 선 디노로 빠르게 해결한다.

그렇게 생각한 호야는 재빠르게 그에게 다가가서 그가 블렛의 범위 안에 들어오자 곧바로 블렛을 사용했다.

"블렛."

[탁한 마법의 팔찌가 '블렛'에 반응하였습니다.]

['블렛'이 3번 추가로 시전됩니다.]

네 개의 얼음의 탄환이 재빠르게 디노를 향해 쏘아졌다.

디노에게는 이미 '죽은 나무의 시선'으로 인한 디버프 때문에 자신이 근처에 왔다는 것이 알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디버프로 인해서 반응하는 것보다 블렛이 그에게 도달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호야는 생각했다.

캉, 카강, 캉- 캉.

하지만 블렛이 디노에게 닿기 직전, 그의 옆에 서 있던 데스 나이트가 블렛을 쳐 내어 그를 보호했다.

뒤늦게 그것을 눈치챈 디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기는 했지만 이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번에는 빨리 왔네. 효과 죽이는데?"

영상으로 모았던 데스 나이트의 움직임으로 그가 블렛을 막을 수도 있다고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운 좋게 터져 준 아이템 효과로 인해서 추가로 생겨난 세 개의 블렛까지도 막아 낼 줄은 몰랐다.

느낌이 안 좋았다.

영상으로만 보았을 때에는 데스 나이트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하자 느낌이 매우 달랐다.

영상에서의 데스 나이트는 모든 힘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호야는 직감할 수 있었다.

"......하아, 대답을 안 하니까 재미가 없잖아. 그냥 전력으로 빨리 끝내 버려."

"크으윽......."

디노의 말에 옆에 있던 데스 나이트가 크게 도약하며 호야에게 접근했다.

'빨라......!'

쐐액-!

데스 나이트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빨랐다.

영상에 찍힌 움직임은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아니, 빙산의 일각보다도 작았다.

호야가 반사적으로 움직여 바로 옆으로 피하기는 했지만 그의 검은 호야의 왼쪽 어깨를 크게 베어 냈다.

눈으로도 모두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

어째서인지 눈앞의 데스 나이트에게 크라우스가 살짝 겹쳐 보였다.

카가각!

호야의 어깨를 베었던 데스 나이트의 은색 검이 다시 재빠르게 호야를 향해 크게 휘둘러졌다.

무게가 실린 묵직한 공격.

호야는 자신의 검을 들어서 그것을 겨우 막아 낼 수 있었다.

힘의 차이로 인해서 호야의 검이 밀려 그의 몸과 바짝 붙는 형세가 되었다.

검의 내구도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속도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호야는 그것들에게 온전히 신경을 쏟을 수가 없었다.

검을 가까이 맞대고 있기에 보인 데스 나이트의 투구 사이의 얼굴.

창백해지고 눈두덩이 짙어져 있기는 했지만 그 얼굴은 분명히 크라우스와 같이 그려져 있던 인물이었다.

"아, 도라?"

"......나를 아는 건가."

지금까지 디노가 찍힌 영상에 데스 나이트가 크게 잡힌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호야는 디노가 어떻게 아도라의 검을 구하여 데스 나이트에게 장비시킨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한 생각이 났을 때에 눈치를 챘어야 했다.

아도라의 검, 두 번째 검이라 불리던 남자가 사용했던 검의 사용 제한을 만족할 수 있는 이가 그 말고 있기는 할까, 하는 것을 말이다.

"......미안하구나."

아도라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검이 조금씩 더 묵직해져 갔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 판단한 호야가 그의 검을 비틀며 탈출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

완전 괴물이 따로 없었다.

겨우 두 번의 공격을, 그것도 제대로 명중했던 것이 아닌데 자신의 HP가 거의 반이나 줄어들어 있었다.

호야는 지금까지 아껴오던 위그드라실의 물약을 꺼내 마셨다.

아껴 오기를 잘한 것 같다.

지금 호야의 인벤토리에는 100개가 넘는 위그드라실의 물약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게 끌면 자신이 몇십 배는 더 불리하다.

그렇게 판단한 호야는 자신이 가진 모든 버프를 사용했다.

"버프, 신성력. 신의 가호. 검기."

움찔.

호야가 검기를 사용하자 아도라의 몸이 살짝 움찔거렸다.

검기가 그리 귀한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모험가가 사용하는 검기는 자신이 '스승님'에게 배웠던 검기와 동일한 것이었다.

"신속."

신속을 사용한 호야가 빛과 같은 속도로 그에게 공격을 넣었지만 호야의 공격은 그것보다도 더 빠른 검에 막혀 버렸다.

호야는 첫 번째 공격이 막힌 것에 당황하지 않고 남은 거리와 시간 내내 빠르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것을 디노의 스트리밍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감탄을 흘렸다.

-와...... 둘 다 영상에 제대로 잡히지를 않아.......

-돈 들여서 영상 촬영 옵션 높인 스트리머였으면 조금은 잡히기는 했을 것 같은데 디노가 그러한 것을 했을 리가 없으니.

하지만 호야의 공격이 그에게 제대로 닿은 것은 두 번밖에 되지 않았다.

아도라의 머리 위에 있는 HP를 확인하자 피해 또한 미미했다.

신속이 끝난 호야는 바로 자신의 최강 스킬을 사용했다.

"마을 사람의 일격!"

콰앙-!

아도라가 있던 자리에 스킬이 호야의 검이 내리꽂혔다.

......손끝에 느낌이 없다.

갑옷에 먼지를 뒤집어쓴 것 외에는 변화가 없는 아도라가 먼지 구름을 뚫고서 호야에게 재차 공격을 가했다.

아도라의 검을 겨우 막은 호야는 아까 전과 같이 그와 검을 맞대어 힘겨루기를 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 호야를 향해서 아도라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조금 전의 그 기술, 누구에게 배운 것이냐......."

"크윽......!"

"대답해라!"

투구 사이로 보이는 그의 얼굴은 슬픔과 그리움으로 인해서 강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아도라의 검은 투구 아래로 작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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