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53화 (53/171)

# 53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3권 3화

3. 마족의 입장

캡슐 방 사장의 승낙을 받아 낸 이수아는 10분 거리에 있는 캡슐 방에 전력으로 달려서 5분 만에 도착했다.

이니티움에 접속한 그녀는 박봉석에게 접속했다는 귓속말을 보내고 경매장에서 이즈바론트의 워프 스크롤을 찾았다.

"히익......!"

이즈바론트의 워프 스크롤의 가격이 평소보다 1.5배는 올라 있었다.

아아, 이거는 경비 처리도 안 해 줄 텐데!

이수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워프 스크롤을 구입해 이즈바론트에 도착했다.

"막내야, 이쪽!"

왜 이렇게 늦는 거냐며 박봉석이 짧게 잔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현재 '출발! 이니티움 속으로'에서 촬영을 위해 온 인원은 세 명, 대규모 몬스터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곳은 네 군데였다.

한 곳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문! 남문을 버리죠!"

"으음...... 너 그거 감이지? 네 감은 못미더운데."

"PD님! 이러고 있는 사이에 좋은 장면이 다 지나갈 수도 있어요! 이럴 때는 과감하게 움직여야죠!"

"하아,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내가 동문, 서브가 서문, 막내가 북문으로 가라."

"네!"

이수아의 말에 그들은 세 방향으로 찢어졌다.

* * *

오염된 기간트 레드 베어가 허무하게 쓰러지고 난 뒤로 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퀘스트가 끝을 알렸다.

[이즈바론트의 수호 2]

제프리노가 처음 몬스터 웨이브 발생의 소식을 전달받고 곧바로 정보의 확인을 위해 파견시켰던 병사가 몬스터들의 정보를 알아 왔습니다.

이즈바론트로 향해 오고 있는 몬스터들은 무언가에 의하여 오염되어 매우 흉포해지고 강해진 상태입니다.

오염된 몬스터들은 현재 모든 사방에서 다가오고 있는 중입니다.

이즈바론트의 평화를 위협하는 오염된 몬스터들을 사냥하세요.

퀘스트 수행 도중 사망할 시 자동으로 실패 처리가 됩니다.

완료 조건: 오염된 몬스터의 전멸 (617/???)

설공 보상: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실패 패널티: 이즈바론트 주민들의 호감도 소폭 하락

[퀘스트 '이즈바론트의 수호 2'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고로 많은 몬스터를 사냥하였습니다.]

[거대한 업적을 달성한 세 명의 영웅 중 한 명인 당신은 보상의 수령을 위해서 왕성에 직접 방문해야 합니다.]

"호야, 혹시 왕성에 방문하라는 메시지가 떴나?"

"네, 떴어요."

"같이 갈래?"

"아, 죄송해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호야는 도반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바로 오르도에 워프 해 모안의 집으로 향했다.

"모안!"

"응? 나는 왜? 것보다 내가 누나라고 부르라 했지!"

호야의 목소리에 문을 열고 나온 모안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이내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호야, 너...... 뭘 가지고 있는 거야?"

호야가 손에 들고 있는 검은 구슬, 불완전한 마기의 정수를 보며 물었다.

"어디서 구했어?"

호야는 모안에게 이즈바론트에서의 일을 전했다.

대규모 몬스터 무리의 발생, 오염된 몬스터, 마기의 정수.

이야기를 다 들은 모안은 호야에게서 마기의 정수를 건네받았다.

"그렇단 말이지.......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

"제가 도울 일은 없나요?"

"괜찮아."

모안은 살짝 무서우면서도 밝은 미소로 호야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바로 움직였다.

모안은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의 발생은 십수 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던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

이번에도 그러한 것일 줄 알고 간섭하지 않기 위하여 놔두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족이 수작을 부린 결과였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세계에 간섭은 하지 않지만, 마족이 얽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실제로 이번 일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약 1년 후에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예정이었다.

조금씩 징조가 나타나고 사전 퀘스트가 풀리며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거라는 것을 예고하는 형태로 좀 더 대규모적으로 일어날 예정이었다.

그것이 NPC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우연이 겹친 덕분에 의도치 않게 다른 형태로 앞당겨진 것이다.

모안이 허공에서 주먹만 한 수정구를 꺼내었다.

"에반, 이즈바론트에 몬스터 무리가 나타난 거 알고 있지?"

-네? 네, 당연히 알고 있죠. 제가 거기 있잖아요.

"걔네 다 마기에 노출된 것들이야. 부산물 싹 다 수거해."

-아아, 그거라면 이미 수거하고 있어요. 수에 따라서 아이템과 교환해 준다고 해 놨으니 늦어도 아마 일주일 내로 다 모일 거예요.

"다 수거되면 가지러 갈게."

-네.

에반과 대화를 하면서 하늘을 날아 아론의 결계에 도착한 모안은 우선 마계에 들어가지 않고 결계를 확인했다.

그러자 발견할 수 있었다.

완전히 신경을 쏟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 아주 작은 균열이 결계에 새겨져 있었다.

"이것들이 결계에 손을 대?"

한동안 얌전했기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서 눈치채지 못한 균열이었다.

바로 결계의 균열을 고치면서 강화까지 한 모안이 결계를 지나쳐 마족의 땅, 마계로 뛰어내렸다.

검은 기운을 통과한 모안은 그대로 곧장 한곳을 향해 날아갔다.

한참을 날아가자 그녀의 눈에 거대한 성이 들어왔다.

높은 산 위에 세워져 있는 칠흑의 성.

모안의 목적지인 마왕의 성이었다.

성 앞을 지키던 병사로 보이는 자들 중 한 명이 모안을 발견하자 창을 앞세웠다.

"넌 뭐냐! 정체를 밝...... 악!"

"너 미쳤어?! 조용히 안 해!"

창을 앞세웠던 젊은 병사의 머리를 옆에 서 있던 이가 강하게 때렸다.

그의 얼굴은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얘가 태어난 지 아직 30년도 되지 않은 햇병아리 녀석이라......."

그는 젊은 병사의 머리를 강제로 누르며 사과했다.

그의 나이는 현재 100살, 그는 약 50년 전에 마왕성에 찾아왔던 그녀의 무력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전대 마왕과 사천왕들이 목숨을 잃었다.

자신도 잘못하면 후임의 실수로 마왕과 같은 전철을 달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선배님, 이게 무슨......."

"넌 닥치고 있어!"

젊은 병사의 머리를 누르는 그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그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리며 무심한 표정의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 나왔다.

"마왕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모안 님."

"호오, 이딴 거를 써 놓고도 나를 만날 배짱이 있나 봐?"

"그것에 관해서는 마왕님께서 설명을 해 드릴 것입니다."

모안이 마기의 정수를 손에 쥐고 흔들어 보였다.

루시엘은 그런 그녀를 보고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녀를 성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녀가 안내된 곳은 알현실이 아닌 지하의 공동이었다.

그 공동의 한가운데에는 헤이든이 서 있었고 그 옆에 한 인물이 바닥에 쓰러진 채 부들거리고 있었다.

"이런 곳으로 안내해서 미안하군."

"할 말은 끝났어?"

모안의 주변에서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기가 가득한 마계에서 저 정도의 마력을 내보인다니, 다시 봐도 엄청난 사람이라고 헤이든은 생각했다.

헤이든을 바라보는 모안의 시선은 아직도 싸늘했다.

"아니, 조금 더 남았다. 그러니 일단 그 마력은 억눌러 주었으면 좋겠군."

"......."

모안은 마력을 억누르지 않았다.

헤이든은 어쩔 수 없이 그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인간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하여 사과하지. 초반에 알아채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다."

그는 자신은 전혀 모르던 이야기라는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즉, 너는 범인은 따로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래, 이 녀석이 그 주범이다."

헤이든은 자신의 옆에 쓰러져 있는 가곤을 발로 툭툭 쳤다.

발에 치일 때마다 가곤의 몸이 움찔거린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증명을 할 수는 있다."

헤이든이 모안에게 증명이라고 내놓은 것은 가곤이 결계에 미세한 금을 냈을 때 남긴 흔적과 그가 사용하던 수정구에 기록된 기록, 그가 마기의 정수를 인간계에 내보낸 흔적 등이었다.

확실히 이것들만을 보면 헤이든의 주장은 맞는 주장이었다.

"부하의 관리를 소홀히 해서 미안하다."

헤이든은 바로 가곤을 이 세상에서 떠나보냈다.

모안은 헤이든의 그러한 행동을 보면서 과거의 일을 겹쳐 보았다.

쐐애액-.

강력한 바람의 칼날이 헤이든의 왼쪽 팔을 잘라 냈다.

"......만약 이 일로 인해서 큰 피해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그냥은 안 넘어갔을 거야."

"이, 이해해 줘서 고맙다."

모안은 마기의 정수를 파괴하고서 개운치 않은 얼굴로 그 자리를 떠났다.

약 50년 전에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모안의 손에 의하여 뒤로 수를 쓰고 있던 과격파인 당대의 마왕과 사천왕들이 사망해 세대교체를 이룬 사건.

당대의 마왕이 뒤로 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증거를 제시해 주었던 것이 바로 헤이든이었다.

그것으로 인해서 그때 일어날 뻔했던 일을 사전에 차단한 모안은 그 자리에서 뒤로 일을 꾸미던 당대의 마왕과 사천왕들을 죽였다.

그때에는 아직 마왕의 신분이 아닌, 마왕의 아들에 불과했던 헤이든이 그녀에게 대신 사과를 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을 것이라 약조하였다.

그것이 헤이든의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모안은 나중에서야 눈치를 챘다.

이용당한 것 같아서 살짝 기분이 조금 그랬지만 그 후로 마족들의 성향은 천천히 뒤바뀌어 그들은 완전한 온건파의 길을 걸었다.

지금의 평화를 잃기 싫어하게 되었기에 가끔 일어났던 마족들의 돌발 행동은 그때를 기점으로 대부분이 끊겼었다.

작은 돌발 행동들은 간헐적으로 일어났지만 그 모든 것을 헤이든이 자신의 손으로 정리했었다.

그렇기에 그때 헤이든에게 굳이 손을 대지 않았었다.

모안은 이번 일도 그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

그때처럼 이유를 만들어 반동분자를 정리한 느낌이었다.

모안의 생각은 얼추 맞아들었다.

헤이든은 지금의 평화가 깨지지 않기를 바랐다.

거의 대부분의 마족들도 헤이든과 같은 입장이었다.

그리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만약 가능하기만 하다면 과거 선대들의 죄를 사죄하고 화합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 평화를 깨트리고 지금 진행 중인 것을 백지로 만드는 승산도 없는 일을 행하려는 자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 반동분자를 죽이고 싶었지만 아무 이유 없이 수하를 죽이는 왕을 사람들은 따르지 않는다.

그것은 마족도 마찬가지.

가곤은 생각이 짧은 주제에 밖에서는 철저히 이미지 관리를 했기에 그의 성향을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다른 마족들이 이해할 그를 죽일 구실을 만들어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가 일을 행하기 전에 먼저 방법을 제시해 주며 실패해 들킬 수밖에 없도록 일을 꾸몄다.

그 마족의 정수는 바닥에 내던지는 것만으로는 깨지지 않는다.

마력을 주입해 안에 들어 있는 마기를 모두 헤집어 놔야지 그제야 깨지는 구조다.

그것을 일부러 알려 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증거가 남을 수밖에 없는 명령이었다.

증거가 남고 그것이 어떻게든 모안에게 넘어간다면 그녀는 곧바로 마왕성으로 쳐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그녀에게 증거를 제시한 뒤에 가곤을 죽이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족들에게 보여 주면 된다.

헤이든은 공동에서 자신을 찍고 있는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이미 꺼져 있지만 방금 전까지의 일들이 수정구를 통해 마계 전체에 알려졌을 것이다.

가곤을 정리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보였다.

그와 동시에 혹시나 가곤과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을 이들에게 경고를 주었다.

너희도 같은 길을 가고 싶은 것이냐고 말이다.

자신의 팔이 잘린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그 일로 인해서 백성을 위해 한 몸 희생하는 왕의 이미지까지 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 모안에게도 자신의 의사가 전해진 것 같았다.

피해가 적었다고는 하지만 팔 하나로만 끝났으니 말이다.

팔은 어떻게든 다시 붙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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