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51화 (51/171)

# 51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3권 1화

1. 이즈바론트의 수호(3)

"바두야, 히에로스."

"안녀엉~!"

"컹!"

몬스터들의 사이를 헤집어 놓고 있는 호야의 옆으로 검은색 늑대와 하얗고 검은 소년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이름이 불린 히에로스는 호야에게 불만을 토해 냈다.

"저기, 조금 자주 불러 주면 안 될까? 부르는 횟수가 너무 짠 거 아니야?"

"어...... 알았어."

호야의 대답이 마음에 든 히에로스는 밝게 웃음 지었다.

"약속이다? 그런데 오늘은 왜 부른 거야?"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걸 도와줘."

"알았어. 가자, 검둥아!"

"크앙!"

바두가 히에로스의 호칭에 불만을 표했다.

[상태: 자신을 검둥이라고 부르는 것에 불만이 있습니다. 자신에게는 바두라는 이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직 성장이 낮아 본연의 힘을 대부분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 알았어. 가자, 바두야!"

"아오~."

히에로스가 그런 바두의 불만을 느끼고 호칭을 바꿔주자 바두가 기분이 좋다는 듯이 크게 울었다.

바두가 힘차게 달려 나갔고 그런 바두의 위에 히에로스가 바싹 붙어서 날아가며 몬스터들에게 상태 이상을 걸어 냈다.

[히에로스가 적들에게 상태 이상 '마비'를 일으킵니다.]

[히에로스가 적들에게 상태 이상 '공포'를 일으킵니다.]

[히에로스가 적들에게 상태 이상 '수면'을 일으킵니다.]

[바두가 스킬 '거대화'를 사용합니다.]

[바두가 스킬 '블레이즈 스텝'을 사용합니다.]

그와 동시에 바두가 거대화를 사용해 몸의 크기를 키우자 히에로스는 바두의 등에 아예 올라탔다.

등에 히에로스를 태운 바두는 땅에 불길을 새기며 몬스터들의 사이를 활보했다.

땅을 불태우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상태 이상까지 걸어오는 둘의 조합은 몬스터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히에로스의 상태 이상으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혹은 둔해진 몬스터를 바두의 불길이 집어삼킨다.

"바두야, 더 빨리!"

"크르윽!"

호야는 둘이서 따로 움직이게 놔두고서 제일 상황이 위험한 곳, 몬스터들이 몰려 있는 곳을 찾아 그쪽으로 움직였다.

바두와 히에로스가 저렇게 돌아다니는 한, 저곳이 밀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덤으로 저 둘이 활보하는 곳에 뛰어들려는 플레이어들도 없었기에 호야의 개인 몬스터 사냥 수는 차곡차곡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누가 굳이 저 불길 속으로 뛰어든단 말인가.

"저거는 뭐냐?"

"나, 저 남자애 영상에서 봤어! 저거 호야 님이 데리고 다니는 애야!"

"어? 진짜?! 그럼 호야 님이 근처에 있어?! 어디?"

"호야고 뭐고 빨리 다른 곳을 뚫어야 돼! 이대로 가면 기여도가 바닥을 칠 거라고!"

도반이 몬스터들을 박살 내고 히에로스와 바두가 불길을 흩날린다.

거기에 호야까지 더해지니 남문의 상황은 다른 문들에 비하면 한결 수월한 편이었다.

그만큼 위험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다른 의미로는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수가 다른 문들에 비하여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야, 여기서 이러지 말고 다른 문으로 옮기자. 그게 더 낫겠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남문의 플레이어 일부가 도시를 가로질러서 다른 문으로 향했다.

그 수가 꽤 되었기에 늦게 도착하여 미련이 남아 아직 이즈바론트를 떠나지 못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이나 NPC 몇몇이 갑작스럽게 이동하는 그들에게 치이는 일이 발생했다.

"아, 죄송합니다!"

"......."

-.......

디노도 그 이동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치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제 슬슬 괜찮겠다 싶어서 골목을 빠져나와 왕묘로 향하려던 길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 마기의 정수를 박살 내려고 했다.

왕묘를 지키는 경비들은 이미 성문을 사수하기 위하여 차출된 지 오래였고 목소리도 그 효과를 확인했기에 디노에게 마기의 정수를 박살 내라고 말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디노의 손에 들려 있던 마기의 정수가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마기의 정수는 이동하는 플레이어들의 발 사이에 섞여 들어갔다.

목소리가 반드시 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던 물건이 말이다.

-어, 어서 찾아라! 빨리!

목소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니 저것이 이곳에 남으면 안 되는데!

저것이 이곳에 남겨졌다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 어떠한 형태로 알려지든지 그 마녀의 귀에 이야기가 들어갈 것이었다.

그것만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다급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디노는 꽤나 여유로웠다.

어차피 마기의 정수를 이용해 원하던 바를 달성한 상태였기에 이제는 자신에게 중요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급하게 굴지 않아도 충분히 회수는 가능하다.

한번 플레이어의 소유로 판정받은 물건은 주인과 멀어져도 거래로 인해서 소유권이 완전히 이동한 경우나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동적으로 인벤토리에 돌아온다.

"그렇게 급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 크큭, 이제 보니 너 꽤나 담이 작구나?"

-크으윽.......

플레이어들이 모두 지나가자 길가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마기의 정수가 보였다.

"봤지?"

-.......

디노의 말에 목소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인벤토리로 회수될 것이랑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멀리 가지 않은 것을 본 디노는 그것을 줍기 위하여 여유롭게 다가갔다.

그때.

"끼에에에엑-!"

어스윙 한 마리가 마기의 정수로 곧장 날아오더니 그것을 부리로 집어 꿀꺽 집어삼켰다.

"어...... 어어......?"

몬스터는 설정상 도시나 마을에 들어오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발생한 퀘스트 때문에 그 설정이 풀려 있었던 모양이었는지 어스윙이 도시에 침입했다.

'자, 잠깐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디노가 당황하고 있을 때에 마기의 정수를 집어삼킨 어스윙이 그대로 날아올라 사라졌다.

이미 점으로 보일 만큼 멀리 날아가 버린 어스윙을 멍하니 보던 디노는 재빨리 자신의 인벤토리를 열어 보았다.

"......없어."

-뭐?

마기의 정수는 인벤토리에 돌아와 있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왜!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욱신거리며 치밀어 오르던 디노의 화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가만, 이제 나한테는 필요 없는 거잖아?'

목소리한테는 미안하지만 자신은 이미 득을 본 상태였고 굳이 되찾아 가면서 부숴 줄 의리도 없었다.

저것을 왜 부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수지 않아도 자신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는 상황이었다.

디노는 바로 지하 왕묘를 향해 달려갔다.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디노는 그것을 무시했다.

* * *

마기의 정수를 삼켜 버린 어스윙.

원하는 것을 얻은 그것은 곧장 자신의 구역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재빠르게 하늘을 날았다.

날아가는 어스윙의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살짝 벌어진 무리 사이로는 흉흉한 기운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스윙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티가 나지 않을 속도로 자신의 형태를 바꾸어 가고 있었다.

부리도 조금씩 날카로워지고 있었고 몸집 또한 크기를 불려 갔다.

아마 이 변화는 마기의 정수가 모두 흡수되어야지 멈출 터였다.

아직 마기의 정수를 다 흡수하지 못했기에 힘 또한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것을 어스윙 자신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서식지에서 변화가 끝날 때까지 몸을 숨길 생각이었다.

변화만 끝나면 이 일대의 몬스터들은 모두 자신의 아래에 있을 것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하면서.

"끼에에엑-!"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힘껏 심취해 날아가던 어스윙을 무언가가 낚아챘다.

"끼, 끼에에에......."

몸 전체가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에 어스윙이 신음을 흘렸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어스윙을 한 번에 낚아챈 거대한 손.

그것은 붉은 털들로 뒤덮여 있었다.

붉은색의 굵은 손가락 틈새로 자신을 쥐어짜듯이 잡고 있는 것과 눈이 마주친 어스윙은 상대방의 눈에서 자신의 죽음을 읽었다.

콰득.

기간트 레드 베어가 어스윙을 입안에 넣고 씹자 어스윙이 빛이 되어 사라져 갔다.

동시에 어스윙에게 흡수되어 가던 마기의 정수가 기간트 레드 베어에게로 옮겨졌다.

마기의 정수를 노리던 수많은 몬스터들이 기간트 레드 베어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그쪽을 휙 돌아봤지만 감히 덤비지는 못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오염된 몬스터들 중에서 기간트 레드 베어에게 덤벼들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마기의 정수를 흡수하지 못한 몬스터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분노를 플레이어들에게 쏟았다.

목적을 달성한 기간트 레드 베어의 시선에 문득 한 플레이어가 들어왔다.

정확히는 플레이어가 아닌 그가 들고 있는 검이 기간트 레드 베어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동족의 뼈로 만든 검이라는 것을 기간트 레드 베어는 바로 알아봤다.

기간트 레드 베어는 동족의 원수에게는 복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쿠어어어어!"

기간트 레드 베어가 울부짖자 불꽃처럼 새빨갛던 털이 진짜 불꽃이 되어 타오르기 시작했고 기간트 레드 베어가 호야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후웅-!

기간트 레드 베어가 호야를 향해 오른팔을 강하게 휘둘렀다.

휘둘러지는 오른팔에서 떨어져 나온 불씨들이 주변의 땅을 불태운다.

콰앙!

기간트 레드 베어의 불 주먹이 호야가 있던 장소에 내리꽂혔다.

* * *

"크으윽! 뭐 하고 있는 건가! 얼른 쫓아가지 않고!"

가곤이 수정구로 보이고 있는 디노의 행동을 보면서 소리를 질러 댔다.

분명히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을 터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모습에 가곤은 열이 뻗쳤다.

자신 덕분에 그 지하 왕묘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거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땅에 간섭했다는 사실을 그 마녀에게 들킨다면 자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가곤의 머릿속에 50년 전에 벌어졌던 참극이 떠올랐다.

당장 마기의 정수를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디노라는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마기의 정수를 찾겠다고 자신이 직접 나가는 것은 결계 때문에 무리가 있었다.

이 수정구의 영상과 마기의 정수를 내보낸 것도 시간을 들여 가며 마녀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금씩 조금씩 작게 길을 뚫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상태에서 직접 간섭하거나 혹은 자신이 마기의 정수를 회수하러 가기 위해서 억지로 길을 넓히려고 한다면 결계를 통해서 그 마녀에게 신호가 갈 것이다.

아니, 저 마기의 정수가 남아 있으면 언젠가는 마녀의 귀에 이야기가 들어갈 것이다.

"젠장!"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태였다.

가곤은 지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리 좋지 않은 머리를 쥐어짜 내려 열심히 노력했다.

헤이든 님이 이제야 자신의 뜻을 이해해 주셨기에 겨우 내려 주신 기회였다.

실패하는 것도 모자라서 피해까지 몰고 온다면 자신을 믿고서 직접 기회를 만들어 주신 헤이든 님을 볼 낯이 없었다.

"가곤."

가곤이 열심히 머리를 짜내고 있을 때, 루시엘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헤이든 님이 너한테 진행 상황을 물어보고 오래."

"무, 무슨 진행 상황......?"

"나야 모르지. 헤이든 님이 너한테만 내린 명령의 내용을 내가 어떻게 알아? 으음, 얼굴이 좀 이상한데, 뭐 잘못됐어?"

"저, 저, 전혀! 전혀 문제없다! 오히려 너무 순탄해서 하품이 나올 정도군!"

"그래?"

거짓말.

루시엘은 가곤의 얼굴을 보고서 그리 생각했다.

머리도 안 좋은 것이 연기도 못한다.

그런 주제에 사상만 과격하고 그것을 또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 단순한 함정에 의심 하나도 하지 않고 걸리는 것이겠지.

자신이 얻은 기회가 애초부터 죽음으로 향하던 길이라는 것을 가곤은 알고 있을까.

"그렇다! 헤이든 님께는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씀드려라!"

"알았어."

루시엘은 가곤에게 무심하게 답하고는 곧장 헤이든에게로 향해 가곤의 말을 전했다.

"......그렇다고 하네요."

"그래, 가곤의 실패도 그에 대한 반응도 너무 내 생각대로 흘러가서 오히려 놀랍구나."

"그는 일차원적이니까요. 행동을 읽기는 쉽죠."

"그렇지."

그 직선적인 행동이 안 좋은 쪽으로 향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까지 할 일은 없었을 텐데.......

헤이든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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