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45화 (45/171)

# 45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2권 20화

20. 영웅의 전당(2)

1층의 몬스터 하우스는 한 장소에 몰아넣는다면 호야의 스킬들로 한 번에 몬스터를 모두 죽일 수 있었다.

2층에 빼곡히 들어찬 함정들은 노베스카의 탐색 스킬과 정령들의 도움으로 모든 함정의 위치와 종류를 파악하여 회피 루트를 짤 수 있었다.

3층에서 발생하는 환각은 호야의 정령인 히에로스의 덕으로 쉽게 돌파가 가능했다.

4층의 미노타우로스 3마리는 2명, 2명, 1명으로 나누어 각각 스킬을 아끼지 않고 쏟아 붙는다면 의외로 빠르게 돌파가 가능했다.

하지만 5층의 보스 몬스터가 그들의 던전 공략의 발목을 잡았다.

던전 '영웅의 전당'의 보스 몬스터는 도플갱어였다.

보스 몬스터인 만큼 강력한 도플갱어는 랜덤으로 파티원 중 한 명을 골라 대상의 힘의 일부를 복사해 사용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공략을 시도하자마자 도플갱어가 연속으로 호야의 힘을 복사해 사용했다.

"그, 미안해요."

"하하하, 어쩔 수 없는 거죠, 호야 님. 이만큼이나 나왔으니 이제는 안 나올 거예요! ......안 나오겠죠?"

"또 나오면 조작이 분명해. 이게 말이 돼?"

오늘이 이벤트 마지막 날이었다.

그들은 진심을 다해서 도플갱어가 호야를 복사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호야의 스킬들이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인지 겨우겨우 사냥에 성공해도 죽지 않고 부활하여 몇 초라는 시간 동안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게다가 장난 아닌 디버프까지 들어오고 회복도 한다.

그렇기에 사냥하지 못하고 제한 시간인 3시간이 지나서 강제 퇴출을 당하거나 호야가 거의 원 맨으로 상대하며 3시간이 다 되어 클리어 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공격 스킬을 뺀 상태에서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호야 자신도 힘들었다.

'불굴의 의지' 칭호가 원망스럽게 느껴지고 있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어. 이제 그 일은 입 밖에 꺼내지도 마라. 대신에 나를 복사하기를 빌자고. 파티에서 유일한 후방 딜러니까 말이야. 허허허."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기도를 하고서 영웅의 전당으로 향했다.

[남은 시간 2시간 59분 58초]

던전에 진입하자마자 그들은 전력 질주로 다리를 통과했다.

가장 앞장서서 성채에 들어온 것은 첫날과는 다르게 아르코와 호야가 아닌 라이스터와 호야였다.

가장 민첩이 높은 두 사람이 복도에서 몬스터들을 끌어오기 위하여 양쪽으로 찢어졌다.

그 직후 열린 두 개의 문을 열고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남은 이들이 상대했다.

"성스러운 의지!"

아르코의 발밑에서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빛을 내뿜어 그의 몸을 새하얗게 물들이고서는 사라졌다.

공격력을 반 이하로 낮추는 대신에 방어력을 극도로 올려 주는 몽크의 스킬이었다.

아르코는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자신이라는 한 점을 향해 모았고 다른 이들도 아르코에게 몬스터를 넘겼다.

성스러운 의지를 사용한 상태에서 힐을 사용하고 물약을 먹으면 라이스터와 호야가 몬스터를 끌고 올 때까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라이스터와 호야가 도착한 것을 확인한 아르코는 자신과 계약했던 정령 노임의 도움으로 자리를 이탈할 수 있었다.

노임이 자신이 힘으로 그가 서 있던 바닥을 튕겨 주어 단숨에 몬스터의 중심에서 빠져나올 수는 있었지만 대신에 자세가 무너져 허공에서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런 아르코를 라이스터가 받아들고서 몬스터의 무리에서 최대한 멀리, 백설과 노베스카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라이스터와 아르코가 빠져나간 타이밍에 맞추어 호야가 스킬을 사용했다.

"익스플로전."

[탁한 마법의 팔찌가 '익스플로전'에 반응하였습니다.]

['익스플로전'이 3번 추가로 시전됩니다.]

아니, 굳이 추가 시전을 해 줄 필요는 없는데!

이 장소에서 총 네 번의 익스플로전은 차고 넘치다 못해 피신해 있는 다른 이들에게까지 대미지가 미칠 것이었다.

호야는 재빠르게 추가 시전된 익스플로전 하나를 몬스터의 무리에게, 나머지 두 번의 익스플로전은 자신이 지나온 복도 끝 쪽으로 대상을 돌렸다.

콰과과과광! 콰광! 쾅!

커다란 폭발이 발생했던 자리에 몬스터는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익스플로전, 모안의 마법 술식이 중급의 단계에 들어서면서 습득하게 된 마법 술식이었다.

[제5술식 - 익스플로전]

공격력 370%의 피해를 입히는 광범위적인 거대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이 스킬은 피아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사용 MP: 2,500

재사용 대기 시간: 20시간

이들은 재빠르게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서는 노베스카가 앞장섰다.

일행들은 그의 발자국을 정확히 되짚으며 그의 뒤를 따라서 이동했다.

노베스카가 딛는 곳에서 미세하게라도 벗어났다가는 성채 밖의 깊은 운하에 내던져지거나 그게 아니면 각종 암기들이 날아오고 상태 이상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에는 비밀의 방에서 몬스터가 밀려 나와 온갖 함정들을 작동시키며 그들에게 달려들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시간 쓸데없는 시간 소모가 크게 늘어나기에 최대한 함정의 작동을 피하며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3층은 전혀 실내라는 느낌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다.

한쪽은 넓고 깊어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에 번개가 내리치고 발 하나 내딛기도 버거울 것 같은 작은 돌멩이들이 떠 있다.

다른 곳은 용암이 흘러내려 땅을 녹이고 있었고 칼날로 이루어진 카펫이 깔려 있는 곳도 있다.

전부 환각으로 보이는 풍경이다.

원래의 풍경은 1층과 비슷한 구조의 성채 내부에 군데군데에 함정이 눈에 보이게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환각에 걸리면 감추어지는 함정들.

환각에 당황하여 생각 없이 움직였다가는 바로 극독의 상태 이상이나 빈사 상태가 되는 위험한 함정들이었다.

"히에로스."

"알았어."

호야의 부름에 응한 히에로스는 먼저 호야에게, 그다음에 아르코에게 다가가 눈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러자 환각 상태로 인해 초점을 잃고 있던 그의 눈이 또렷해졌다.

"흐억! 무릎 아래가 전부 바퀴벌레....... 으으."

이어서 히에로스의 힘으로 인해 금방 환각에서 풀려난 이들이 재빠르게 4층의 계단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4층까지 도달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총 46분.

4층에 발을 내딛자 2m가 살짝 넘는 미노타우로스 세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르코와 노베스카가 하나, 라이스터와 백설이 하나, 호야가 하나씩 맡았다.

"폭풍의 눈."

"신성 폭발!"

폭풍을 이끄는 화살 비가 쏟아지고 빛이 폭발했다.

"팍팍 갑니다!"

"알았다!"

아르코와 노베스카는 스킬을 전혀 아끼지 않고 계속해서 사냥했다.

비단 그러는 것은 둘뿐만이 아니었고 라이스터와 백설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층이 보스 몬스터가 있는 층인데 그러한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스킬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미노타우로스 세 마리를 사냥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9분에 불과했다.

이들은 마지막 층으로 향하면서 간절하게 빌었다.

"호야 님만 나오지 마라아앗!"

5층에 올라오자 5층 중앙에 꾸물거리고 있는 검은색 액체가 눈에 들어왔다.

도플갱어, 그것은 꾸물거리며 아래에서부터 점점 사람의 형태를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발에 이어서 다리, 몸통, 두 개의 가느다란 팔이 늘어지고 머리가 튀어나오며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옷까지 갖추어 갔다.

그렇게 해서 나타난 것은 전신이 온통 새까만 백설이었다.

"---."

백설로 변한 도플갱어가 입을 벙긋거리자 검은색 얼음의 칼날들이 생겨나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모두가 도플갱어의 공격을 막으며 버티고 있는 가운데에 호야만이 공격을 회피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전에 미리 합의된 상황이었다.

"버프, 신성력. 마을 사람의 일격."

콰아앙-!

확실한 때를 위해서 지난 시간동안 아껴 두었던 마을 사람의 일격이 도플갱어에게 자비 없이 작렬했다.

"......뭔가 기분이 안 좋은데."

자신은 아니지만 자신과 비슷한 것에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스킬을 때려 박는 호야를 본 백설의 심정이 복잡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뭔가 그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건가? 하는 생각에 진심으로 과거를 되짚어 보았다.

[던전 '영웅의 전당'을 클리어 하였습니다.]

[던전 '영웅의 전당'의 클리어에 걸린 시간은 총.......]

하지만 그 복잡한 심정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서 모두 날아갔다.

결과만 좋다면 다 좋은 것이다.

* * *

"짧은 시간 동안 감사했습니다, 도반 님, 유아 님. 혹시 완전히 저희와 함께할 생각은 없나요?"

"......."

"아, 저희는 버프 끝나면 바로 나갈 거예요! 그치?"

"그래."

"두 분 다 뜻이 그러시다면야. 그래도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이벤트의 마지막 날, 이벤트가 완전히 종료되기까지 5시간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베인은 영웅의 전당으로 향하는 문 옆에 떠 있는 대리석을 보았다.

[1위 1시간 29분 47초]

[2위 1시간 39분 52초]

[3위 1시간 40분 01초]

중간 집계 판인 대리석에는 클리어 기록만이 기록되어 기록을 달성한 길드가 어디인지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베인은 그러한 집계 판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로열 나이츠의 최종 기록은 1시간 29분 47초.

현재 1위의 기록이었다.

2위와는 10분이나 차이가 나는 기록이었다.

어제부터 이 순위와 기록에 변동은 없었으니 아마 이것이 최종 기록임은 거의 확정이니 마찬가지다.

베인이 그렇게 안심하고 있을 때, 대리석 판의 숫자들이 움직였다.

[1위 57분 46초]

[2위 1시간 29분 47초]

[3위 1시간 39분 52초]

"어......?"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란 것은 베인뿐만이 아니었다.

하루 입장 제한인 두 번을 모두 채우면 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문과 대리석 판을 소환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 문의 소환을 위해 모였던 로열 나이츠의 나머지 두 명과 도반과 유아도 몹시 놀랐다.

"이 미친 기록은 도대체 뭐야?"

"......이게 가능하기는 한 거야?"

로열 나이츠의 기록도 단축시키고 단축시켜서 세운 기록이었다.

그 증거로 2위부터의 기록은 몇 초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아니, 지금부터는 3위부터라고 해야겠다.

그러한 것이 사실인데 어떻게 저런 기록이 가능한 것이지?

도무지 저 기록이 가능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있는 길드가 생각나지 않았다.

다음 날, 이니티움의 공식 홈페이지에 '영웅의 전당'이 신설되었다.

거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무시 못 할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길드를 확인하기 위해 영웅의 전당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확실히 적혀 있었다.

[1대 영웅]

[설백호] 백설 라이스터 아르코 노베스카 호야

1시간도 되지 않는 기록의 주인은 얼음 공주의 설백호였다.

'아니, 어떻게?'

요즘 설백호의 상승률이 대단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령의 발견으로 인한 이름값에서의 상승률이었지 길드 자체의 힘이 올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기록을 낼 수 있었던 거지?

정령의 힘이 그만큼이나 커다란 건가?

아니면 설마.......

'에이, 아니겠지.'

베인은 자신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가능성을 지워 냈다.

아무리 레벨이 높다고 해도 마을 사람이 아닌가. 마을 사람을 용병으로 고용했다고 저러한 기록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정령의 힘이 크게 작용했던 것이겠지.

베인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면서 정답지를 머릿속에서 내보냈다.

한편으로는 혹시?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너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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