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44화 (44/171)

# 44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2권 19화

19. 영웅의 전당(1)

이예숙에게는 호영이 중학교 3학년 시절부터 만나 오던 남자가 있었다.

그도 이예숙과 마찬가지로 아내와 사별을 했고 밑으로 아들이 한 명 있다.

아니,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가 겨우 만났었던 그의 아들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그의 아들은 유학 중이었기에 호영은 아들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다.

어째서인지 그의 아들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기에 그의 아들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도 없었다.

그냥 사람 성향이 그런 거겠지 하고 넘어갔었다.

이예숙과 회사와 회사 간의 거래처의 관계로 만났던 둘은 서로의 빈자리를 감싸고 달래 주면서 금세 가까워질 수 있었다.

호영도 이예숙이 행복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의 아들도 자신의 아버지와 이예숙이 만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었다고 들었다.

그는 매우 다정한 사람이었기에 호영도 그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와 이예숙이 서로 결혼에 관해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정말 기뻤다.

하지만 호영을 향한 괴롭힘이 심해지던 것이 딱 그때부터였다.

호영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숨겼을 때에는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호영이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하고 그것을 계기로 이예숙이 지금까지 호영이 숨겨 왔던 일을 알게 되면서 그와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현재는 0에 가까웠다.

호영이 그토록 친했던, 아버지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그까지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이예숙은 자신의 아들이 이리 힘들어하고 있는데 자신만이 행복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와 연락은 짧게 짧게 주고받았지만 그뿐이었다.

그리고 그 짧게 짧게 주고받던 문자를 얼마 전에 밥상을 정리하던 호영이 우연히 봐 버렸다.

[호영이가 많이 괜찮아졌다니 다행이에요. 혹시 제가 또 도울 수 있는 일은.......]

호영은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이예숙이 나누었던 문자들을 몰래 훔쳐보았다.

서로 깨가 쏟아지며 사랑을 속삭였던 문자들이 호영이 방에 틀어박히고 난 후에는 모두 호영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과 도움을 주고 싶다는 문자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호영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고민해 주고 있었다.

그는 호영을 친자식처럼 생각해 주고 있었다.

호영은 그에게, 그리고 이예숙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었다.

"......훔쳐봐서 미안해."

"아들......."

"내 눈치 보지 말고 이제는 자신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서 써 줘. 나는 이제 정말 괜찮아."

이예숙은 한참 동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 * *

이니티움 오픈 200일을 기념하며 이벤트가 개최되었다.

던전 타임 어택 '영웅의 전당'.

1주라는 이벤트 기간 동안 모든 길드 마스터들의 조작 인터페이스에 영웅의 전당으로 입장이 가능한 버튼이 활성화된다.

길드 마스터를 파티장으로 하여 5인 파티를 결성한 후 버튼을 누르면 이벤트 던전인 '영웅의 전당'으로 입장할 수 있는 문이 눈앞에 생성된다.

던전에 도전 가능한 횟수는 하루 총 두 번이며 제한 시간은 3시간.

그 제한 시간 3시간 안에 던전을 클리어 한 길드의 모든 길드원들에게는 이벤트가 끝난 후 5일간 획득 경험치 10% 상승의 버프가 부여된다.

클리어를 달성한 길드의 수가 일정 수를 넘기면 이니티움 플레이어 전체에게 획득 경험치 5% 상승의 버프가 따로 부여된다.

거기서 한 번 더 기록으로 순위를 매겨 상위 10개의 길드에는 5일간 획득 경험치 10% 상승의 버프가 추가로 부여된다.

그중 1위를 차지한 길드의 던전 참가자들에게는 1년 후의 이벤트에서 2대 영웅이 탄생하기 전까지 모든 스탯을 5% 상승시켜 주는 '1대 영웅'의 칭호가 부여되며 공식 홈페이지에 신설 예정인 '영웅의 전당'에 1대 영웅으로서 길드의 이름과 닉네임이 기록된다.

최대 25%의 추가 경험치의 버프를 노릴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기에 거대 길드들에서는 10위 안에 들어가기 위하여 길드에 가입되지 않은 일부의 최상위 랭커들을 용병으로 고용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일반 길드들은 클리어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랭커들을 용병으로 고용하기 위해 그들을 설득했다.

용병으로 들어왔다가 그대로 길드의 일원이 되어 주면 좋고.

-어떤 길드가 1위를 먹을까?

└로열 나이츠가 아무래도 가능성이 높지.

└요즘 설백호도 상승률 장난 아니던데 가능성 있지 않을까?

└나는 아카하네에 한 표.

-로열 나이츠에 도반이랑 유아가 용병으로 참가한다는 소문이 있어.

-우리 길드는 제발 클리어라도 해 주면 좋겠다. ㅠㅠ

-운영자니이임! 머리 염색약 업데이트 해 주세요오!

└진짜 업데이트 해 줘라;; 이 염색약 빌런은 무슨 공지랑 베글마다 다 있어;;

커뮤니티는 이번 이벤트에서 1위를 차지할 길드에 대한 이야기로 불타올랐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랭킹 100위권 안의 15명의 소수 정예로 이루어진 '로열 나이츠'.

요즘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 주고 있는 얼음 공주 백설이 이끄는 '설백호'.

랭킹 1위인 애서가가 이끌고 있는 전원 일본 국적의 플레이어들로만 이루어진 '아카하네' 등등.

드문드문 아레나도 눈에 띄었다.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기에 서로가 지지하는 길드에 따라서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이벤트가 시작되었으니 결과는 하나로 통일될 것이다.

* * *

"우리 길드 마크가 잘 어울리네요. 혹시 계속 달 생각은 없으세요?"

"아직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백설은 호야의 말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전에는 확실하게 거절을 표하던 그가 '아직'이라는 가능성이 담긴 말을 내뱉은 것이다.

현재 호야의 왼쪽 가슴에는 하얀색 호랑이가 그려져 있었다.

설백호의 길드원 명단 위에도 당당하게 '호야'라는 닉네임이 새겨졌다.

그로 인해서 길드 채팅 창이 난리가 나고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전혀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마을 사람 호야'.

지금에 와서는 레벨 248로 당당하게 랭킹 100위대에 진입해 있는 그였다.

엘프들의 성인식 시험을 클리어 한 후 도대체 어떻게 사냥을 하고 다닌 것인지 그때와 비교하면 레벨이 30이 넘게 올라가 있었다.

레벨 200대에만 들어서도 눈에 띄게 필요한 경험치의 양이 늘어나는데 저 레벨에 저만한 성장률은 가히 놀라웠다.

그리고 그런 마을 사람이 설백호에 용병으로 참가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길드에 대한 인지도와 주목도가 크게 올랐다.

인터뷰 요청도 셀 수 없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다.

게임 안에서나 현실에서나 그녀는 언론의 눈치를 보면서 인터뷰를 꼭 해야 하는 위치의 사람이 아니었다.

모두 예상하고 계산된 상황이었지만 백설의 예상보다 파급이 컸기에 그녀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이대로 이번 이벤트에서 1위까지 달성한다면 지금은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눈앞에 이 사람은 지금 상황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전에 블랙헤븐의 일을 보아하니 커뮤니티에 그리 눈길을 주지는 않는 것 같았으니 길드 채팅을 제외하고는 상황을 모를지도 모르겠다.

"일단 우리는 5일 동안은 트라이만 할 거예요. 던전 구조와 몬스터들의 패턴을 숙지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공략을 시작할 겁니다."

현재 '영웅의 전당'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공개된 것이 없다.

정보가 하나도 없는 던전을 처음부터 공략한다는 것은 꽤나 무리가 있다.

'엘프들의 성인식 시험'이 특이한 경우인 것이지 보통의 던전은 몇 번 도전을 반복하면서 패턴을 숙지하는 것이 정석이다.

던전에 도전했던 이들을 통해서 이 구역은 이러한 것들이 나오고 이렇게 통과해야 한다는 등의 후기가 우후죽순 올라오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믿을 것이 못 된다.

직접 부딪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고 안전하다.

설백호에서 이번 이벤트에 참가하는 멤버는 백설과 라이스터, 아르코와 노베스카, 그리고 호야였다.

노베스카는 설백호의 간부 중 한 명이며 궁수들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이었다.

그는 위그드라실의 마을에서 입수한 화살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투입된 멤버였다.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기대하고 있어요, 호야 님."

"짧게나마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길게 이어져도 좋은데? 허허허."

백설이 인터페이스에서 테두리가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버튼을 누르자 그들의 앞에 문 하나와 그 옆에 대리석 판이 나타났다.

대리석 판은 중간중간 기록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 집계 판이었다.

생겨난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들이 나온 곳은 깊고 넓은 운하를 가로지르듯이 나 있는 넓은 다리의 입구였다.

다리 너머로는 운하에 둘러싸여 있는 화려하고 거대한 성채가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던전 '영웅의 전당'에 입장하였습니다.]

[최상층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십시오.]

[1층의 모든 몬스터를 사냥해야 2층으로의 진행이 가능합니다.]

[남은 시간 2시간 59분 56초]

그들은 바로 눈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달렸다.

일단 오늘 목표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기록하여 다음 공략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최대한 많은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곧바로 성채로 돌격했다.

이 파티의 탱커와 딜러를 겸하고 있는 호야와 아르코가 먼저 앞장서서 성문을 발로 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2층으로 올라가는 중앙 계단 하나와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넓은 복도, 두 개의 커다란 문이었다.

다섯 명 모두가 안으로 진입하자 입구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닫혔다.

기다란 복도와 닫혀 있던 커다란 문에서 낡은 하녀복을 입고 있는 생기가 전혀 없는 인간 형태의 몬스터들이 무기를 들고 나와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떤 몬스터는 부엌칼과 포크 등을 단검처럼 투척했고 어떤 몬스터는 손톱을 날카롭고 길게 늘여서 달려들었다.

전후방이 나뉘어 있는 체계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만큼이나 까다로운 상대였다.

"어후, 잘못하면 여기서만 꽤 오랜 시간을 쓰겠는데?"

"허허, 겉보기에는 5층은 되어 보이던데 모든 층이 이런 상태면 클리어 하는 것만 해도 힘들 것 같네. 뭐,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어이쿠, 조심해야지."

"감사합니다!"

아르코의 배후를 노리고 날아오던 화살을 노베스카가 자신의 화살을 날려서 정확하게 맞혀서 공격을 상쇄시켰다.

노베스카의 화살은 엄청난 정확도를 자랑하며 날아다녔다.

"뒤로 빠지세요!"

호야의 신호를 받고서 몬스터를 한곳으로 몰며 싸우고 있던 백설과 라이스터, 아르코가 뒤로 순식간에 빠졌다.

그들이 뒤로 빠지자 그들이 모아 놓은 몬스터의 중앙에서 큰 폭발이 일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몬스터들을 날려 보냈다.

몬스터들이 날아가서 텅 비어 버린 공간을 채우듯이 다른 몬스터들이 그곳으로 몰려들었지만 전체적인 몬스터의 수가 크게 줄어서 방금 전보다는 한결 전투가 여유로워졌다.

1층을 클리어 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38분, 처음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설백호는 호야의 활약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던전 전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각 층의 몬스터와 함정의 종류, 보스 몬스터의 종류와 특성 파악도 끝냈다.

3일 만에 이루어 낸 쾌거였다.

4일째부터 제대로 된 공략에 도전하였지만 그들은 제대로 된 공략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4층까지는 여유롭게 진행이 가능했지만 5층의 보스 몬스터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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