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43화 (43/171)

# 43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2권 18화

18. 코미아의 숲? 정령의 숲!

호야에게 성인식 시험의 열쇠를 건네받은 렌시아는 자신의 아버지의 활과 간단한 소지품을 챙겨 성인식을 치르기 위해 떠났다.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활보다 단탈스가 만들어 준 활이 몇 배는 더 뛰어난 물건이었다.

하지만 렌시아는 아버지의 활 쪽에 조금 더 마음이 갔다.

이 활을 들고서 시험을 보고 싶었다.

렌시아가 오르도를 떠나고서 얼마 후, 호야는 시스템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퀘스트 '그리운 친구'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호야는 그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서 옅게 미소 지었다.

* * *

호야와 설백호의 던전 '엘프들의 성인식 시험'의 던전 영상이 공개되었다.

액기스들만 편집하고 보여 주면 안 되는 부분들을 다시 편집해서 나온 총 영상 시간은 1시간 57분, 그중 앞의 5분만이 무료로 공개되었다.

나머지 1시간 52분의 영상을 마저 보기 위하여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총 7,900원이었다.

결코 가벼운 가격은 아니었지만 영상이 공개되고 일주일 만에 1,200만의 사람이 그 영상을 구매했으며 지금도 구매자의 수가 빠르게 올라가는 중이었다.

무료 공개 영상 말미에 나온 오색 빛의 알갱이에 둘러싸인 숲의 풍경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마치 영화를 개봉하는 것처럼 편집되어 배포된 예고편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작은 인형 같은 정령들.

푸른색의 어린 소녀.

천년 나무를 공격하기 위하여 달려오는 몬스터들과 그에 맞서 싸우는 설백호.

3시간 안에 200의 몬스터라는 전멸 조건의 클리어.

정령들과의 계약.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영상은 던전을 클리어 하고 빛의 문을 지나가는 곳에서 끝이 났다.

엘프들의 마을의 존재를 숨긴 것이다.

하나도 빠지는 것이 없는 영상의 내용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환호한 것은 '정령'이라는 존재였다.

정령에 관한 이야기는 도시의 도서관이나 책방에 책으로 존재해서 이니티움에도 정령이 존재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있었다.

하지만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령의 최초 공개까지 엄청난 일인데 그들은 계약까지 해 버렸다.

-와, 설백호가 갑자기 엄청난 것을 들고 왔는데? 아무런 소문도 못 들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런 걸 들고 오지?

└내 친구의 친구의 사촌의 아는 형님이 설백호 길드원인데 그분도 전혀 모르고 있었대.

└설백호 정보 차단력 장난 아닌데?

-와, 미친....... 나도 정령 실물 한번 보고 싶다. ㅠㅠ

-설백호 개쩌네;; 저 인원으로 3시간에 200마리.......

-어디에 있는 거지? 던전 들어가기 전에 보면 주변이 온통 다 나무던데.

└저기 코미아예요. 지금 코미아 마을에 사람 장난 아님;; 여기저기 퍼져 있던 레벨 200~ 랭커들 다 여기로 몰린 듯;; 다리가 무게를 버티는 걸 보면 게임은 게임이구나 싶음.

└숲의 몬스터는 아예 씨가 마르기 직전이죠....... 저 던전을 찾으려고 리젠 되는 대로 닥치고 잡고 있으니 원....... 겨우 숲에 익숙해졌지만 사냥터 옮깁니다.

-코미아에 가면 정령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리고 수많은 랭커들이 정령을 노리고서 코미아를 방문했다.

열쇠를 돌려 문을 만드는 장면은 없었기에 사람들은 코미아의 숲 어딘가에 있을 나무 문을 찾아다녔다.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서 코미아의 숲을 해매고 있을 때, 아레나의 간부들은 머리를 싸맸다.

"젠장...... 어째서 설백호가 그 열쇠를 입수한 거냐고!"

"게다가 클리어까지 했어요. ......엘프들의 마을에까지 도달했겠죠."

"빌어먹을...... 우리가 어떻게 숨기던 건데!"

카피길은 머리가 아파 왔다.

엘프들의 마을.

운 좋게 벌키 클레이 웜을 최초로 사냥하여 그곳으로 통하는 던전의 열쇠의 존재를 발견해 숨긴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도무지 첫 번째 시험이라는 것을 클리어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첫 번째 시험장에서 정령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리프 마우스의 생김세도 설백호의 영상을 보고서야 처음으로 알았다.

정령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그러한 것을 그 넓은 숲에서 자력으로 찾아다녔으니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그들이 정령의 도움을 받으려고 시도를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정령들은 그들에게 손을 빌려주지 않았다.

-저 인간, 기분 나빠.

-너희 또 왔어? ......저 인간은 아직 그대로네.

두 번의 던전 도전을 통해 정령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리고 '저 인간'이란 아레나의 주력 멤버 중 한 명인 에리먼을 칭하는 말이었다.

카피길은 정령들이 왜 그리 에리먼을 싫어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렇게 착하고 붙임성이 좋은 녀석을 왜.......

'하, 씨...... 이 시선들 다 뭐야?'

에리먼도 정령들이 왜 자신에게 그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을 탓하듯이 바라보고 있는 간부들의 시선 또한 달갑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이 자리를 뒤엎어 버리고 싶었지만 이미지 관리를 위해 그는 꾸욱 참고 있었다.

정령들이 에리먼을 싫어하는 이유, 그것은 정령들의 패시브인 '진실의 눈'에 있었다.

하급에 가까울수록 거짓과 진실의 정도 구별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에리먼이라는 인간을 판단하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의 말과 행동은 모두 거짓투성이였다.

그래서 정령들은 그를 거부했지만, 이들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도서관의 책에 그러한 것은 쓰여 있지 않았으니까.

애초에 도서관에 있는 정령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이 동화였다.

"일단 모두 진정하시죠."

에리먼이 사람 좋아 보이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요. 설백호 덕분에 우리는 얼추 공략법을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던전의 입장 방법, 열쇠의 입수법을 알고 있죠. 설백호의 영상을 토대로 공략을 준비한다, 그리고 공략에 성공해 정령과 계약한다. 설백호보다는 한발 뒤처진 결과지만 시점을 바꾸어 보면 다른 길드보다도 몇 발자국은 앞서 나가는 것이 될 겁니다."

"하아...... 에리먼, 넌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야. ......뭐, 에리먼의 말도 일리는 있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떠들고 있어 봐야 지금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다음 도전이나 준비하자고."

길드 마스터와 에리먼이 저리 말하니 다른 이들은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아레나의 간부 회의는 그대로 해산되었고 에리먼은 잠시 게임의 접속을 종료했다.

속이 너무 답답하여 시원하게 욕을 해야지 좀 풀릴 것 같았다.

그는 들킬 위험이 있는 게임을 나와서 허락 없이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자신의 방에서 욕을 토해 냈다.

"아아아아아악! 설백호 이 개새끼들......! 씨발! 무능한 노인네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니 내가 이 꼴인 거 아냐!"

에리먼의 분노 표출은 수십 분간 계속되었다.

* * *

"......호영아, 너한테 통장이 있었니? 엄마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엊그제 은행에 가서 만들었어."

"혼자서?"

"응."

호영이 식탁 위에 올린 것은 만든 지 얼마 안 된 듯한 통장이었다.

이예숙의 눈이 살짝 촉촉해졌다.

은행에 혼자서 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니...... 통장의 개설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직원과의 대화를 진행해야 했을 터였다.

통장을 만들어 왔다는 사실에 이예숙은 호영의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고 감동했고 그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캡슐을 사 주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호영은 웃으며 흐뭇해하고 있는 이예숙에게 통장을 열어서 보여 주었다.

계좌 번호와 서명이 적혀 있는 첫 번째 페이지가 아닌 입출금의 거래 내역이 찍히기 시작하는 두 번째 페이지를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호영이 건네준 통장을 받아 내용을 본 이예숙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이, 이이, 이게 뭐니......?"

"......제가 번 돈이에요."

도대체 0이 몇 개인 거야......?

이에숙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들, 이거 어떻게 생긴 돈인지 엄마한테 자세히 설명해 줘야겠구나.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에는 액수가 너무 커. 설마 불법적인 일을 한 것은 아니지?"

"그건 절대 아니야!"

던전 '엘프들의 성인식 시험'의 영상이 공개되고 나서 3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영상을 구매한 이는 전 세계를 합쳐서 약 2,300만 명.

영상으로 들어온 수익에서 플랫폼 유통 수수료 25%를 지불하고 떼야 할 세금을 다 지불하고 나서 호영의 몫으로 들어온 것이 자잘한 단위를 다 때면 약 650억이었다.

게다가 지금도 조금씩이나마 구매자가 늘어나고 있어서 앞으로도 적은 금액이 꾸준히 들어올 것이라고 한다.

백설영이 알려 준 앞으로 들어올 것이라 예상되는 '적은 금액'은 그녀의 기준에서 적은 금액이었다.

백설이 알려 준 예상 금액은 호영의 기준에서는 절대로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솔직히 호영은 자신이 영상에서는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받아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던전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호영의 덕이었다.

던전을 클리어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던 실피드의 도움 또한 호영 덕분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시험에서 전멸 조건으로 클리어 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많은 것이 호영의 덕이었다.

애초에 당신이 없었다면 찍지도 못했을 영상이라며 백설영이 그를 이해시킨 것이었다.

"이게 불법적인 돈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어. 그래도 너무 많은 거 아니니! 어떻게 엄마가 평생 번 돈의 수십 배를......! 흑흑, 이 나이에 벌써 아들한테 밀렸어......."

이예숙이 식탁에 엎드려 우는 듯한 시늉을 내었다.

실제로 울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예숙의 과장된 행동에 호영은 그저 자신의 볼을 긁적였다.

호영은 이예숙의 어깨를 건드려 그녀가 고개를 들게 했다.

"엄마는 이걸 보고 어떻게 생각했어?"

"돈 많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나에 대해서."

"농담이야, 농담."

이예숙이 장난기 어린 얼굴을 지우고 애정 가득한 눈으로 웃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손 꼭 잡고 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혼자서 은행 같은 곳에 갈 수도 있을 정도로 괜찮아졌고, 벌써부터 엄마를 제친 것이 조금 서럽기는 하지만, 많이 성장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어."

"그럼, 이제 나에 대한 걱정이 조금은 작아진 거지?"

"조금 정도가 아니지. 이제 독립을 시켜도 될 것 같은 정도인걸? 물론 엄마는 아직 아들을 엄마 품에서 벗어나게 할 생각이 없단다. 아, 설마 독립하고 싶어서 이걸 보여 준 거니?"

"그게 아니야, 엄마."

호영은 천천히 다음 말을 이었다.

"......나는 이제 엄마가 자신의 시간을 나를 위해서가 아닌 엄마 자신을 위해 썼으면 해서 보여 준 거야.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제 밖을 돌아다닐 수도 있고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다고 인정받고 싶었어."

"응? 내 시간을 나를 위해서 쓰라니?"

"엄마, ......이제 내 걱정하지 말고 재건 아저씨랑 다시 만나도 괜찮아. 엄마 아들 이제 정말 괜찮아졌어."

호영의 말에 이예숙의 눈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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