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2권 10화
10. 엘프들의 시험(1)
[성인식 시험의 열쇠]
엘프들이 코미아에서 다른 곳으로 주거지를 이동할 때에 흘리고 간 것을 벌키 클레이 웜이 삼킨 것입니다.
고대부터 엘프들이 성인식의 시험을 위한 던전으로의 길을 열 때에 사용하던 열쇠입니다.
나무에 꽂아서 사용할 시 던전 '엘프들의 성인식 시험장'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던전을 클리어 할 시 모든 엘프들이 모여 있는 마을 '위그드라실의 마을'의 방문이 가능해집니다.
던전 '엘프들의 성인식 시험'에 입장 제한 인원은 6명입니다.
시험을 통과한 당신들은 정령들의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이며 엘프들이 당신들을 인정할 것입니다.
사용 횟수 제한: (1/1)
일회성이기는 하지만 던전을 열어 주는 아이템이었다.
그것도 클리어 할 시 엘프들의 마을의 입장 권한을 주는 던전이었다.
호야는 처음 이니티움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마을에 버젓이 있는 렌시아의 존재 때문에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엘프들은 지금 시대에는 매우 만나기 힘든 고대의 종족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엘프들의 화살은 대지를 뚫는다.
엘프들의 정령의 힘을 빌린 마법은 마법사들의 마법보다도 강력하다.
이러한 이야기만이 전설로만 전해 내려질 뿐, 최근 200년 동안은 목격 정보가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호야도 렌시아 이외의 엘프를 본 적이 없었다.
호야는 이 열쇠를 이용하여 혼자서 못 들어가는 던전도 들어가는 한편, 중기와 페드라에게 빚을 갚고 그 동시에 설백호에 빚을 지울 셈이었다.
모든 것은 한 달 후에 있을 공식 이벤트를 위해서였다.
길드원들과 파티를 맺어야지 참가가 가능한 이벤트였기에 호야 개인으로는 참여가 가능하지 않았다.
호야는 열쇠를 미끼로 설백호 길드의 용병 참가 자격을 얻을 생각이었다.
호야가 길드에 가입하겠다고 한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터였지만 호야는 아직 길드에 소속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와, 왔다아!"
"크윽, 결국 이 순간이 오고 말았어....... 어? 근데 왜 셋밖에 없어?"
"어? 그러게?"
백설의 일행들이 시야 안에 들어오자 중기와 페드라가 무릎부터 털썩 주저앉으며 땅을 짚었다.
"뭐야? 너희 왜 그러고 있어?"
"크읍, 여기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공주님, 우리는 절대 거짓말하지 않았다? 벌키 클레이 웜이 나타났는데! 여기 이분께서 사냥하셨어!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진짜야!"
"그러니까 패널티를 줄 거라면 지옥 레벨링은 피해 주라!"
"......너희 진짜 왜 그래?"
중기와 페드라를 아연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백설이 시선을 호야에게로 돌렸다.
"호야 씨, 일단 아까 전에 귓속말로 해 주셨던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 주세요."
"네."
백설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잔소리 없이 호야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진행하자 중기와 페드라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왜 화 안 내?"
"......공주님 행동이 뭔가 자연스러운데? 호수 님이랑 아는 사이인가?"
"야, 잠깐만. 방금 공주님이 호수 님 보고 호야 씨라고 하지 않았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라이스터는 페드라와 중기, 덤으로 아르코에게 호야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전에 우연찮게 백설과 호야가 인연을 텄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호야와 호수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까지 간단하게 설명했다.
"지, 진짜?!"
셋은 모두 똑같이 크게 놀랐다.
라이스터가 셋에게 설명을 하는 사이에 이야기가 끝난 것인지 백설과 호야가 그들에게 다가와 백설이 설명을 이었다.
"어, 진짜야. 정식으로 소개하자면 마을 사람인 호야 씨이셔."
"호야입니다."
셋이 동경과 부러움의 시선으로 호야를 쳐다봤다.
제일 강렬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아르코였다.
"펜이에요! 호수, 아니, 호야 님! 그 블랙헤븐을 홀로 참교육 하시는 영상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아, 네에."
호야의 양손을 덥석 붙잡고는 위아래로 흔드는 아르코의 말에 호야는 어색하게 답했다.
그런 그의 대답이 엄청 마음에 든 것인지 아르코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호야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형님에게서 왜인지 킹이 겹쳐 보였다.
"공주님! 왜 이런 것을 미리 말 안 해 줬었어!"
"그 이야기는 넘어가고 중요한 이야기를 하자."
백설은 익숙하게 아르코의 말을 끊었다.
백설이 그들에게 말한 것은 세 가지.
호야가 지금 들고 있는 열쇠의 용도와 그가 같이 던전에 들어가고자 한다는 것과 그것의 대가였다.
백설은 호야에게 '성인식 시험의 열쇠'에 대하여 들었을 때에 왜 아레나가 벌키 클레이 웜의 레이드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눈치를 챘다.
공략법을 터득한 이들이 벌키 클레이 웜을 사냥하여 던전으로, 더 나아가서 엘프들에게 이어지는 아이템을 얻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호야는 백설에게 설명을 할 때에 일부러 그들에게 입장에 필요한 인원이 여섯 명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그 덕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호야에게 신세를 지는 상황이었다.
호야가 대가를 요구하기는 하였지만 호야의 요구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대가가 아닌 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기한이 있는 선물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것에 대해서 백설은 그와 이야기해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럼 이렇게 하죠. 아이템 획득 방식은 기여도에 따른 분배로 하고 저희한테 분배되는 것들 중의 50%는 호야 씨에게 다시 드리는 걸로요. 거절은 거절하겠어요."
조율을 마친 그들은 일단 물약 등의 보급을 위해 한번 흩어진 뒤에 코미아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은 던전이기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과 입장 가능 횟수는 1회에 불과했기에 만반의 준비를 위해 흩어진 것이었다.
종기와 페드라의 길드 채팅을 받고 급하게 달려온 점도 있어서 그들의 인벤토리에는 필요 물품이 충분하게 채워져 있지 않았다.
호야와 종기, 페드라가 벌키 클레이 웜과의 전투에서 사용했을 스킬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까지 넉넉히 잡아서 하루의 준비 기간이 주어졌다.
"바두야, 간식 사러 갈래?"
"왕!"
호야는 그 하루를 바두의 간식을 새로 사는 것에 사용했다.
* * *
['성인식 시험의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던전 '엘프들의 성인식 시험장'에 입장합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숲 깊숙이에 자리 잡고 있는 나무들.
그중 한 나무에 열쇠를 꽂고 사용하자 찰칵 하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생겨나 열렸다.
문 안쪽에 있는 빛의 막을 통과하자 코미아의 숲보다 더 높은 나무들이 빼곡히 자라 있는 숲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나뭇잎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들이 시야를 밝혀 주었고 어둡다거나 우중충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신비롭다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고개를 위로 돌려서 나무의 나뭇잎들을 바라보니 오색 빛의 알갱이들이 군데군데에 나뭇잎과 가지에 내려앉아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던전의 풍경에 모두가 속으로 감탄하고 있자 모두에게 동일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 '엘프들의 성인식 시험장'에서는 안전 구역 진입 혹은 해당 시험장을 클리어 할 시 다음 시험장의 진입 전에 던전을 유지한 상태로 로그아웃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 시험장의 시험은 '친화력'입니다.]
[첫 번째 시험장의 유일한 몬스터인 '리프 마우스'를 6시간 안에 사냥하세요.]
[모든 플레이어들의 '탐색' 관련 스킬이 봉인됩니다.]
리프 마우스?
처음 들어 보는 몬스터의 이름이었다.
하긴, 이 던전 자체도 처음 오는 것이니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리라.
"일단 리프 마우스라는 몬스터를 찾기 전에 이 첫 번째 시험장이라는 곳의 넓이가 얼마만큼이나 되는지 확인할게요. 뭐, 그사이에 찾으면 좋은 거고."
현재 장소에 표시를 해 두고 여섯 갈래로 갈라져서 넓이를 대략적으로 확인함과 동시에 리프 마우스를 찾기로 했다.
리프 마우스를 찾는 것은 지금은 일단 부수적인 목표였으니 자신이 맡은 구역의 끝에 다다르면 돌아와야 했다.
땅에는 나뭇잎들이 떨어져서 초록색 카펫을 연출하고 있었기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나뭇잎을 밟는 소리가 숲에 울렸다.
어느 정도 달리자 첫 번째 시험장의 끝인 투명한 벽에 다다랐다.
만약 처음 시작했던 장소가 시험장의 정중앙이라고 가정한다면 작은 도시 하나 정도의 크기가 될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달려왔던 곳을 되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자 수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호야는 느꼈다.
사각 없이 광범위적인 시선들.
빈틈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의 느낌에 호야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나무들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호야는 혹시 더 멀리까지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무를 박차며 저 위의 빛의 알갱이들이 있는 나뭇가지까지 올라갔다.
호야는 나뭇가지에 올라가자마자 시선의 원인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빛의 알갱이들이 호야가 느낀 시선의 원인이었다.
가까이서 본 빛의 알갱이는 그냥 빛의 알갱이가 아니었다.
손바닥에 올라올 정도의 작은 크기에 어린아이의 생김새를 가지고 등에 곤충들의 날개가 달려 있는 것이 빛의 알갱이의 정체였다.
"있잖아, 있잖아. 너 인간이지?"
"어떻게 인간이 여기에 온 거야? 어떻게?"
"바보야, 전에도 인간들이 온 적이 있잖아, 바보!"
"바보라고 하는 정령이 바보랬어! 바보!"
"앗! 너 방금 바보라고 했어! 이 바보야!"
"우-와! 이 검은 아이 엄청 보들거려! 보들보들해!"
호야가 나무 위로 올라오자 빛의 알갱이, 정령들이 호야에게 달려들어 그의 주변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바두와 그를 만져 댔다.
"쿠엣취!"
"우와아아아아-! 도망쳐-!"
"꺄아-!"
"히히히."
정령이 바두의 코를 만져 바두가 간지러움에 재채기를 하자 정령들이 꺄르륵거리며 도망치는 흉내를 낸다.
뭐가 재밌는 것인지 정령들은 연신 밝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기, 저기. 시험 보러 온 거지? 맞지?"
"도와줄까? 도와줄까?"
"하지만 인간이잖아. 엘프가 아니라고."
"맞아, 맞아. 전에 왔던 인간들은 너무 싫었어!"
"하지만, 하지만, 이 인간한테서는 엘프의 기운이 살짝 느껴지지 않아?"
"어? 듣고 보니 그러네? 아주 살짝이지만."
"있지, 있지. 너 엘프랑 만난 적이 있어? 이름도 알아?"
"어, 어어."
정령들의 물음에 호야가 답했다.
자기들끼리만 알아듣고 이야기를 진행해 가는 통에 호야는 지금 상황이 얼떨떨하기만 했다.
"저기, 저기. 그렇다면 만났던 엘프의 이름을 말해 봐!"
"그래, 그래. 우리가 이름을 모르는 엘프는 없으니까!"
"진짜, 지인짜로 엘프를 만난 적이 있다면 우리가 시험을 도와줄게."
"엘프는 친구한테만 이름을 밝히니까, 엘프의 친구는 우리의 친구야! 그치?"
"그럼, 그럼."
"어서 말해 봐, 말해 봐."
"......렌시아."
호야가 렌시아의 이름을 꺼내자 정령들이 자그마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많이 놀란 얼굴이었다.
"진짜? 진짜로?"
"진짜 렌시아랑 친구야? 진짜?"
"너 거짓말이면 가만 안 둘 거야!"
"렌시아 살아 있었구나....... 진짜 다행이다."
정령들이 다시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바람이 그친 중심에는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푸른색의 소녀가 호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