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34화 (34/171)

# 34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2권 9화

9. 벌키 클레이 웜(2)

눈과 같이 새하얀 머리의 여인이 망토로 자신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린 채 코미아에 모습을 드러냈다.

백설 그녀는 코미아에서 사냥을 할 레벨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을 다른 이들이 알게 된다면 그녀가 이곳에 올 만큼의 특별하고 중요한 무언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되면 꼬리가 따라붙을 것이 뻔했기에 그녀는 그 눈에 띄는 아름다운 외모를 굳이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어떻게 알아챈 빵모자를 깊숙하게 눌러쓴 한 인물이 그녀의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공주님, 같이 가!"

"조용히 해, 아르코. 들키면 귀찮아져."

재빠르게 나무 위의 마을에서 아래로 내려온 백설과 아르코는 중기가 알려 준 장소를 향해서 달리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순서대로 둘의 뒤에 따라붙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망토로 가린 장비에는 공통적으로 하얀 호랑이의 길드 마크가 왼쪽 가슴 앞에 달려 있었다.

"백설 님, 일단 지금 당장 데려올 수 있는 사람들은 22명입니다. 탱커 셋, 딜러 여섯, 보조 하나에 사제 둘입니다. 지금 하던 것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달려온다고 하는 이들을 합해도 30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슬아슬하겠네. 페드라랑 종기가 패턴을 최대한 많이 알아내 놨으면 좋겠는데."

라이스터의 말을 들은 백설이 미간을 좁혔다.

아레나 길드도 벌키 클레이 웜의 레이드를 할 때에는 30이 넘는 인원이 움직였었다.

그들이 30이 넘는 인원을 데리고 여유롭게 레이드를 성공했는지,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레이드를 성공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30이 안 되는 인원을 가지고 레이드에 성공하려면 꽤나 고생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실패할 수도 있고.

'......아직 코미아에 있다면 한번 도와 달라고 해 볼까?'

백설은 그런 생각을 하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빚은 우리가 만들어 놔야 하지 우리가 그에게 빚을 지면 안 된다.

그에게 빚을 지게 될 거라면 한 달 후에 있을 공식 이벤트에 지어야 했다.

* * *

[제4장 - 검기]

검에 마력을 둘러서 절삭력을 높이며 기본 공격력이 5% 상승합니다.

사용 MP: 1초 지속에 10MP 사용, 지속 시간에 제한 없음

재사용 대기 시간: 3시간

이것이 호야의 검이 벌키 클레이 웜에게 먹히지 않은 이유였다.

'그나저나 40분이 있으면 길드에 증원이 온다라.......'

현재 그 후부터 지난 시간은 5분.

그때까지 꼭 기다려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호야는 스피어의 준비를 위해 잠시 뒤로 빠졌다.

호야의 주변에서 생성되고 있는 1m 크기의 얼음의 창들이 나뭇잎 사이를 파고들어 오는 햇빛을 받아서 보석처럼 빛났다.

얼음의 창에서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얼음 가루들이 햇빛을 품어서 마치 빛의 비가 내리는 것 같은 환상을 심어 준다.

호야가 착지한 곳의 바로 옆에 서 있던 중기는 그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저기...... 뭐라고 부르면 되죠?"

"네? 아, 아! 중기입니다! 호수 님!"

"중기 님, 길드의 중원을 꼭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네? 어어, 아무래도 그렇죠? 그들이 가세해야지 레이드에 성공할 테니까요."

"그럼 사냥이 가능하다면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군요?"

"네?"

호야는 만들어 냈던 스피어를 벌키 클레이 웜에게 날려 보냈다.

그리고 버프를 사용해 신성력을 30%, 나머지를 5% 올렸다.

벌키 클레이 웜은 겉보기에도 언데드로 분류되거나 어둠 속성을 가진 몬스터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호야가 신성력에 버프를 사용한 것은 전체적인 스탯의 상승량을 생각한 결과였다.

현재 호야의 신성력은 384.

거기에서 30%가 올라간다면 115의 신성력이 상승한다.

덤으로 '전설의 빛의 계승자'의 칭호 효과로 인해서 힘, 민첩, 체력, 마력이 각각 28씩 상승.

결과적으로 버프를 신성력에 사용함으로써 상승하는 스탯의 총합은 227.

플레이어의 레벨로 따지자면 레벨을 45개를 올려야 하는 어마어마한 상승량이었다.

버프를 사용하기 전의 호야 본인이 가진 스탯만을 따져 보면 각각의 스탯은 그 직업군의 최상위에서 몇 단계 나은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부를 합하면 일반 플레이어가 레벨 488을 달성했을 때의 스탯을 보유하고 있었다.

버프로 인해서 레벨 500을 넘어선 스탯.

호야는 이 힘을 이용해서 벌키 클레이 웜의 레이드를 빠르게 끝낼 생각이었다.

빠르게 레이드를 하고 사냥을 이어 가는 것이 레벨링이 더욱 빠를 것 같았다.

길드의 중원이 오게 된다면 경험치가 어떻게 분산이 될지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우어어어어-!"

벌키 클레이 웜이 다시 동굴에 울리는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호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달려 있지 않은 녀석이었지만 만약 눈이 달려 있었다면 얼굴을 수라처럼 일그러트린 채 호야를 살기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을 것만 같다.

벌키 클레이 웜이 호야를 향해 독기를 가득 머금은 진흙 탄들을 발사했지만 호야는 그것을 굳이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홀리 실드."

호야의 앞에 성스러운 빛을 흩뿌리는 방패 하나가 생겨나더니 그에게 날아오는 진흙 탄을 모두 막아 내었다.

빛의 방패가 진흙 탄을 막아 주는 사이에 벌키 클레이 웜의 코앞까지 다시 다가온 호야는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마을 사람의 일격."

모든 스탯의 총합과 공격력에 비례하여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마을 사람 고유의 스킬.

총 스탯의 합이 레벨 500을 뛰어넘는 호야의 일격을 벌키 클레이 웜은 막아 낼 수 없었다.

콰아앙-!

고막을 찢어발기는 듯한 굉음과 함께 일어난 먼지구름이 걷힌 자리에는 빛이 되어 사라지고 있는 벌키 클레이 웜이 보였다.

[필드 보스 몬스터 '벌키 클레이 웜'을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필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 것에 대한 경험치가 기여도에 따라서 나누어져서 호야의 레벨이 한 번에 십수 단계가 올랐다.

중기와 페드라는 우디디어도 아닌 벌키 클레이 웜이 한 방에 윽! 하고 가 버린 상황과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자신의 레벨이 1~2단계씩 오른 상황에 잠시 말을 잃었다.

"아이템 분배에 관해서 이야기하죠."

그들의 상념을 깨운 것은 호야였다.

벌키 클레이 웜은 호야가 다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템을 챙겨서 그냥 가 버리기에는 상황이 조금 미묘했다.

그리고 그들의 고기를 먹은 보답 또한 해야 했다.

중기와 페드라는 호야의 말에 이끌리듯이 어색하게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발아래에는 많은 아이템이 떨어져 있었다.

[페드라: 야,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상황이냐? 솔직히 호수님이 다 한 상황이잖아.]

[중기: 그러니까 말이야. ......아아, 공주님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지금쯤이면 길드의 정예들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길드의 정예들이 달려오고 있는 이유인 벌키 클레이 웜은 이미 사냥되어 버렸다.

벌키 클레이 웜이 떨어트린 아이템의 소유권을 주장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다면 백설의 얼굴이 악귀로 변할 것이다.

페드라와 중기는 고민 끝에 호야에게 지금의 상황을 솔직히 말했다.

"......그래서 저희는 딱히 아이템의 소유권을 주장할 입장이 아니에요. 한다고 해도 제일 안 좋은 소재 아이템 하나 정도?"

"솔직히 그것도 과하지. 아, 공주님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공주님?"

"아, 저희 길드 마스터를 우리끼리 부르는 말이에요, 백설 공주."

호야의 의문에 페드라가 답했다.

둘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설백호의 길드 마스터인 백설과 호야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그 친분이 어느 정도 통용될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을 들어 보니 벌키 클레이 웜이 등장한 이유는 그들의 덕이기도 했었기에 호야는 최대한 그들을 위해 힘써 줄 생각이었다.

벌키 클레이 웜의 대신이라고 할 만한 것도 손에 들어왔으니 잘 통할 것이다.

[호야: 백설 님, 잠깐 할 이야기가 있어요.]

[백설: 나중에 가능할까요? 지금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요.]

[호야: 그 바쁜 일에 관한 이야기예요.]

백설은 호야의 갑작스러운 귓속말에 의문을 표하다가 이어진 그의 귓속말에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백설의 뒤에 바짝 붙어서 달리던 길드원들이 백설의 갑작스러운 정지로 인해 멈춰 섰다.

일부는 갑작스러운 정지에 대응하지 못하고 서로가 엉켜 쓰러졌다.

"뭐야, 왜 멈춰? 우리가 먼저 갈까?"

"백설 님, 왜 갑자기 멈추신 겁니까?"

"......라이스터, 아르코. 너희 둘만 남고서 다른 길드원들은 나중에 특별 수당 챙겨 준다고 하고 일단 다 해산시켜."

"네?"

"벌키 클레이 웜이 이미 사냥됐대."

"뭐? 공주님, 그게 무슨 소리야?"

"이야기가 기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설명해 줄게. 일단 길드원들 해산시켜."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이스터가 대표로 뒤따라오던 길드원들에게 해산을 말했다.

길드원들은 갑작스러운 해산에 의아해하면서도 나중에 특별 수당을 챙겨 주겠다는 말에 아무 말 없이 순순히 돌아가 주었다.

"백설 님, 다 해산시켰습니다."

"그럼 일단 이동하자."

"저기, 아까는 무슨 소리였어? 벌키 클레이 웜이 사냥됐다니?"

백설은 이동하면서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벌키 클레이 웜이 사냥된 원인에서부터 호야가 그녀에게 요구한 것까지.

라이스터는 어느 정도 납득을 하고 있었지만 아르코는 살짝 의문스럽기만 했다.

'호야라면 그 마을 사람 아닌가? 그 사람이 그렇게 강해?'

아르코는 호야와 호수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에 대해 자세히 몰랐기 때문에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라이스터가 납득하고 가만히 있었기에 그도 라이스터를 따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호야가 백설에게 요구한 것은 한 가지였다.

사실 요구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었지만.

[호야: 백설 님을 포함해서 세 명만 와 주세요.]

백설도 왜 그가 이러한 요구를 한 것인지는 의문이었지만 일단은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뭔가 대박의 냄새가 났으니까.

그리고 그런 백설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벌키 클레이 웜은 많은 것을 남겼다.

대장장이의 실력에 따라서 아다만타이트보다도 단단하게 가공이 가능하다는 진흙들.

벌키 클레이 웜이 생활하면서 주워 먹었다는 설정의 약간의 독 내성을 보유한 기타 장비 아이템들과 수많은 골드까지.

진흙은 유니크 등급이었고 장비 아이템들도 최소 레어, 3분의 1이 에픽이었다.

이것만 해도 적잖이 이익을 본 셈이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호야는 자신이 들고 있는 정교하게 조각된 작은 나무 열쇠를 바라보았다.

이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열쇠가 벌키 클레이 웜의 메인 보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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