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32화 (32/171)

# 32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2권 7화

7. 코미아의 숲(2)

"뭐, 뭐야!"

당황해하면서 기척에 신경 쓰지 않고 빠르게 우드디어가 있던 장소로 다가가자 무언가가 빠르게 나무 위로 사라졌다.

순간적인 일이라 자세히는 보지 못하였지만 그것은 녹색 머리에 온몸이 갈색이었고 검은색 털 뭉치를 머리 위에 달고 있었다.

"......야, 방금 뭐냐?"

"......몰라."

종기와 페드라는 우드디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방금 그것의 정체는 뭐지?

플레이어인가?

아니면 신규 몬스터?

그중에서 뭐든지 간에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몬스터가 없는 이유가 방금 그것 때문인 것 같지?"

"그런 것 같은데?"

한 방 퍽 하고 치니 윽 하고 우드디어가 죽었다.

몇 초 만에 벌어진 일.

아무래도 방금 그것이 마을에서 떨어져 있는 사냥터의 씨를 말리고 다니는 것 같았다.

"......너 돌아갈 거냐?"

"당연히 아니지!"

아까 전에는 원인을 몰라서 돌아가려고 했던 것은 원인을 몰라서였다.

하지만 원인을 알았으니 지금은 괜찮다.

원인을 알았으면 그 원인을 해결할 방법을 강구하면 되는 법!

도망치는 것보다 부딪치는 것이 사나이 아닌가!

둘은 서로 마주 보며 크게 씨익 웃었다.

그 뒤로 둘은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움직였다.

일단은 그 정체 모를 것, 으음, 일단은 드라이어드라고 하자.

드라이어드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그리고 며칠 안 걸려서 이동 경로를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조금씩의 오차는 있지만 드라이어드가 돌아다니는 길은 거의 고정적이었다.

거기서 그들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사냥에 최적화된 동선, 드라이어드는 플레이어임이 틀림없다고 말이다.

"크흐흐흐, 우리의 사냥을 방해하다니. 어느 길드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만두지 않겠다......!"

그들은 드라이어드가 지나갈 예상 지점에 잠복했다.

눈앞에 몬스터가 있었지만 잡지 않았다.

몬스터가 있어야지 드라이어드가 그냥 지나쳐 가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몇 분을 기다리자 드라이어드처럼 보이는 것이 나타나 재빠르게 몬스터를 사냥하고서는 사라졌다.

"찍었냐? 찍었어?"

"당연하지!"

페드라는 바로 스크린 샷을 확인했다.

"으악! 초점 흔들렸어!"

"후후후후, 그러게 나처럼 영상을 찍고 나서 캡처를 했어야지!"

종기가 '내가 이 정도다.'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코웃음을 한번 치더니 자신이 찍은 영상을 확인했다.

종기의 영상에는 드라이어드가 정확하게 찍혀 있었다.

녹색 머리카락에 나무껍질 같은 가면, 입고 있는 로브는 크로커게일의 것으로 보인다.

머리에 올려져 있는 건 펫으로 추정되며 휘두르고 있는 검은 마력과 비슷한 밝은 푸른 빛으로 감싸여 있었다.

검신과 손잡이가 모두 새파랗다.

'......어?'

"야, 혼자만 보지 말고 공유 좀 해라."

"......흐흐흐흐, 야, 대박이다. 오랜만에 공주님한테 칭찬 좀 듣겠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야?"

종기가 페드라에게 영상의 캡처 사진을 공유했다.

드라이어드의 영상 캡처 사진을 본 페드라가 탐욕으로 눈을 동그랗게 빛냈다.

"어, 이 사람......."

"그래, 길드 마크가 없어."

캡처 사진에 찍혀 있는 드라이어드의 왼쪽 가슴은 길드 마크가 없이 깨끗했다.

아직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소리.

우드디어를 몇 초 안에 처리하고 사라질 정도의 실력자를 물어 간다면 공주님이 아주 칭찬을 해 줄 일이었다.

[길드 채팅 백설: 종기, 페드라. 너희 사흘 동안 레벨이 하나도 안 오르는데 사냥하고 있는 거 맞아? 내가 사흘 전에 경험치 거의 다 채웠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착각인가?]

[길드 채팅 종기: 흐흐흐흐, 공주님 우리가 대박을 물어 왔어! 대박!]

마침 타이밍 좋게 공주님, 백설에게서 일부 간부들만 볼 수 있게 따로 만들어진 길드 채팅 창에서 채팅이 날아왔다.

[길드 채팅 페드라: 진짜 대박 소식! 그것도 우리 공주님이 좋아할만한 쪽의 대박 소식!]

[길드 채팅 아르코: 설마 머리 염색약이 업데이트된다는 공지라도 올라온 거야?!]

[길드 채팅 페드라: 그딴 일로 대박 소식이라고 할 리가 없잖아요!]

[길드 채팅 아르코: 그딴 일이라니......! 나한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길드 채팅 종기: 그러게 누가 캐릭터를 그렇게 만들라고 했어요?]

[길드 채팅 백설: 잡담 그만하고 본론부터 말해!]

[길드 채팅 종기: 대박 짱 센 길드 영입 후보를 발견했습니다!]

[길드 채팅 백설: ......정말이야? 너 저번처럼 확대 해석한 거 아니야?]

[길드 채팅 종기: 이번에는 진짜예요!]

[길드 채팅 페드라: 옳소! 내가 증인이오!]

[길드 채팅 백설: 흐음...... 그럼 일단 말해 봐.]

종기와 페드라는 신나서 자신들이 봤던 드라이어드, 아니 플레이어에 대해서 떠들어 댔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백설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드 채팅 백설: 영상이나 캡처 사진이나 아무거나 보내 봐.]

[길드 채팅 종기: 네엡!]

영상을 본 백설은 역시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길드 채팅 종기: 어때? 대박 소식 맞죠!]

[길드 채팅 백설: 이 사람한테 신경 쓰지 말고 너희는 레벨이나 올려.]

예상과는 다른 백설의 반응에 종기와 페드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설은 길드의 전력 증강 및 더 나아가서 길드가 지금보다도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이든지 하는 것이 그녀인데 지금 반응은 뭔가 미지근했다.

"반응이 왜 이래?"

"글쎄?"

[길드 채팅 종기: 아니, 공주님! 탐나지 않아요?!]

[길드 채팅 페드라: 잘 익은 열매가 주인 없이 있는 거라고!]

[길드 채팅 백설: 알았으니까 얼른 레벨이나 올려. 간부들 중에 너희가 제일 낮은 거는 알고 있지?]

"......이렇게 되니까 뭔가 오기가 생기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어떻게든 '그 사람'을 설득해 데려가서 백설에게 보여 줘야겠다.

그래서 자신들이 대단한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해야겠다고 둘은 생각했다.

* * *

"쿠왕!"

바두의 입 앞에 커다란 불덩이가 나타나더니 몬스터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처음에는 호야의 주먹만 했던 화염구가 지금은 바두의 머리만큼의 크기로 커져 있었다.

그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사냥을 반복한 덕분에 호야도 바두도 꽤나 성장할 수 있었다.

호야의 레벨은 200을 넘어서 210에 다가가고 있었고 바두의 레벨도 12가 되었다.

호야는 바두가 공격한 몬스터의 마무리를 한 뒤 인벤토리를 살폈다.

'으음...... 슬슬 마을에 한번 돌아가야겠네.'

분명 코미아에 와서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넉넉하게 챙겨 두었었는데.

꽉꽉 채워 놨던 물약들과 바두의 간식들이 거의 밑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코미아는 NPC가 없기에 모든 것을 플레이어들한테서 수급해야 한다.

그만큼 바가지가 조금 있지만 워프 스크롤을 사용하여 다른 도시를 다녀오는 것보다는 아슬아슬하게 싸게 먹힌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아슬아슬한 지점에 맞춰서 가격을 정해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코미아의 바로 밑까지 이동한 호야는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튼튼한 죽은 나무와 넝쿨들을 엮어 만든 다리가 이어져 있다.

그 다리들의 분기점, 나무들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커다란 구멍에는 크고 작은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호야는 물약을 파는 플레이어가 있는지 주변을 살펴보면서 이동했다.

사방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나무였다.

다리들도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기에 자신이 지금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어! 오랜만이에요!"

주변을 둘러보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호야에게 한 플레이어가 다가와 아는 척을 하였다.

처음 코미아에 도착했을 때 호야가 물약을 샀던 상인 플레이어였다.

"지난번에는 감사했어요! 많이 사 주셔서 꽤 차익을 남겼거든요, 히히히."

호야는 고개를 끄덕여서 답하고는 마침 잘됐다는 생각에 그에게서 물약을 다시 구매했다.

이번에는 그가 가진 물약이 몇 되지 않았었기에 그에게서 물약과 바두에게 간식으로 줄 만한 것들을 구매한 호야는 다른 상인 플레이어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런 호야의 뒤를 멀리서 조심스럽게 따라다니는 이들이 있었다.

"일단 자연스럽게 접점을 만들어야 돼. ......너 혹시 남아 있는 물약 있냐? 물약 사러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내가 쓸 것도 아슬아슬한데 있을 것 같아? 그럼 너는?"

"없지."

중기와 페드라였다.

그들은 우선 그를 데려가서 백설에게 보여 주기 이전에 그와 가까워질 필요를 느꼈다.

생각해 보아라.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이 와서 '잠깐 우리 길드 마스터 좀 만나 주세요!'라고 하면 순순히 따라와 줄까?

미친놈으로 보겠지.

그렇다고 해서 바로 가입을 권유하기에는 그들에게 길드원이 될 만한 사람들을 백설에게 추천할 권한은 있지만 직접 가입시킬 권한은 없을뿐더러 무턱대고 권유를 했다가는 바로 퇴짜를 맞을 것 같았다.

코미아까지 왔다는 것은 최소 레벨 200 언저리일 터인데 그렇게 될 때까지 길드의 가입 권유를 한 번도 안 받았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무언가를 이유로 거절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일단 친분부터 만들어서 그 '무언가의 이유'를 알아낸다.

그 후에 그것을 해결하거나 뛰어넘을 만큼의 친분을 만들어야지 넘어올 것이다.

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와 친분을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게 마주칠 필요가 있었다.

"파티 권유는 어때?"

"우드디어를 한 방에 윽! 하고 보내는 사람인데 굳이 파티를 맺으려고 할 리가 없잖아."

"으음......."

페드라가 고민하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자 문득 그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검은색 강아지라고 추정되는 펫이 눈에 들어왔다.

"......할 수 없지. 그것을 꺼내는 수밖에. 그것을 미끼로 우선 주인이 아닌 펫을 낚는다."

"야, 너 설마......! 너, 그거 전부터 엄청 아끼던 거잖아!"

"크윽! 말하지 마!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다......!"

페드라가 눈물을 머금고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기간트 레드 베어의 살코기'였다.

약 네 달 전에 길드에서 레이드 한 '기간트 레드 베어'의 드랍 템 중 하나였다.

처음 설백호에서 기간트 레드 베어를 최초로 사냥한 이후 세 번 정도 다른 길드들도 사냥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간트 레드 베어의 살코기'가 드랍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무려 요리하는 자의 스킬에 따라서 최대 4시간 동안 30%의 스탯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아이템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 그 경지에 도달한 것은 전설이라 불리는 사리반이라는 요리사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길드 소속의 요리사가 요리 스킬의 단계를 고급까지 성장시키면 제조를 부탁하기 위하여 아껴 두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드라이어드를, 정확히는 그의 펫을 꼬시기 위하여 꺼내 들었다.

성공만 한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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