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31화 (31/171)

# 31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2권 6화

6. 코미아의 숲(1)

"우리 마을은 마계를 억제하기 위해 세운 곳이야."

"그럼 저기가......."

"응, 저기가 마계야."

모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말했지만 호야에게는 전혀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우리한테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지금에 와서는 마족들도 굳이 자신들의 땅을 두고서 이쪽으로 넘어오려고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가끔 골치 아픈 녀석들이 있지만 충분히 해결 가능한 수준이야."

모안이 호야의 볼에 양손을 가져갔다.

"그러니 좀 웃어. 자, 스마일!"

모안과 호야는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전설들이 모여 있는 세계를 위하여 만들어진 마을 오르도.

지금에 와서는 전설들의 평온과 휴식을 위한 휴식처에 지나지 않았다.

* * *

띠리리리리- 띠리리- 딸칵.

이예숙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자명종을 끄고서 아직은 멍한 정신으로 방을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상쾌하게 세수를 마친 이예숙은 바로 주방으로 가서 아침밥의 준비를 시작했다.

어젯밤에 미리 끓여 놓았던 시금치 된장국을 데웠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자 그때 현관문에서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예숙은 도어락의 소리를 듣자마자 현관 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어서 오렴~."

"다녀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살짝 땀에 젖어 있는 호영이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새벽 러닝을 시작했었다.

이니티움의 플레이가 정말로 치료에 효과가 있었기에 그는 체력을 기를 겸해서 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여 현관 밖으로 홀로 발을 내디뎠다.

전에 이예숙과 함께 사람이 많은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게 된 것을 깨달은 순간이 방아쇠가 되어 주었다.

아직 이즈바론트 같이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은 살짝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길가에 한산한 새벽 시간에 주변을 뛰는 것은 가능했다.

처음에는 이예숙도 혼자 나가는 호영을 걱정하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일과 중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땀을 간단하게 물로 씻어 낸 호영이 욕실에서 나오자 호영의 밥그릇에는 이미 따끈따끈 흰쌀밥이 고봉으로 쌓여 있었다.

"엄마, 뭘 이렇게 많이 펐어?"

"우리 아들이 요새 운동을 시작했으니 많이 먹어야지! 그게 아니라도 너는 살 좀 찌워야 돼!"

"아하하하......."

이예숙은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고 회사도 차로 10분 거리였기에 아침 시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밥을 먹으며 거실에 틀어 놓은 TV를 통해서는 이니티움 관련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럼 요즘 이니티움에서 가장 뜨거운 이야기죠. 블랙헤븐의 길드 마스터인 디노의 데스 나이트를 그야말로 두부 자르듯이 베어 버린 '호수'라는 유저의 움직임과 스킬에 대해서 분석을 해 주시기 위해서, 정말 모시기 힘든 분이에요~. 아레나의 길드 마스터인 카피길, 정우찬 씨가 나와 주셨습니다!

-방금 소개받은 정우찬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럼, 바로 분석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우선 먼저 첫 번째로 이 장면을 보시면.......

"쿠훕! 쿨럭! 쿨럭!"

"어머? 왜 그래, 아들!"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인 것이 맞았다.

저기서 왜 자신의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것인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사레가 들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 그러고 보니.......'

호영은 며칠 전에 영상을 상업 방송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허락을 구하는 쪽지가 계정으로 왔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때 호영은 아무 생각 없이 괜찮다는 답장을 보냈었다.

하지만 내용은 영어로 쓰여 있었는데?

그게 왜 저기서 나오는 것인가.

아무래도 자신이 어느 국적의 사람인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영어로 써서 보낸 듯했다.

이니티움은 자동 실시간 번역 기능이 작용하니 게임 내에서의 대화만으로는 국적을 판정 지을 수 없다.

-......그 점에 더해서 이 장면에서 호수 님이 사용한 스킬은 호수 님의 목소리 자체는 편집되어 스킬명은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신성 마법의 스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영상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사용하지도 않고 사용하는 것을 보지 못한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호수 님은 성기사의 히든 직업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힘까지 놓고 봤을 때 랭커들 중 성기사의 직업을 가진 분들 중 한 명이 호수 님일 확률이 높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제가 생각하는 제일 유력한 후보는 랭킹 2위의 도반 님이 아닌가 싶네요. 그분에 대해서 알려져 있는 것들은 가뭄에 콩이 난 수준밖에 되지 않으니까 말이죠. 그의 직업은 성기사의 히든 직업이라 추정되고 있으니 언데드를 상대로 저러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과연....... 하지만 호수 님은 얼음의 창으로 보이는 마법까지 사용하셨는데 그것은 어떻게 된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따지고 들면 모든 성기사들이 후보에서 제외될 겁니다. 저는 일단 히든 직업의 스킬이거나 혹은 직업 제한이 없는 스킬 북을 익힌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매우 희소하지만 존재하기는 하니까요. 얼마 전에 저희 에리먼도 직업 제한이 없는 마법 스킬 북을 이용해 파이어 애로우를 익혔죠.

"으음,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하다는 말이지?"

"어...... 그렇겠지?"

이예숙의 질문에 호영은 어물쩍 넘겼다.

'저기서 말하는 것이 당신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하기는 조금 그랬다.

자신의 모습이 망토로 다 가리고 목소리까지 지워서 다행이라고 호영은 생각했다.

호수에 관한 분석 이야기는 블랙헤븐의 길드원들이 빠른 길드 이탈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잘했던 일일까?'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었다.

블랙헤븐과 같은 방식으로, 폭력으로 그들을 찍어 누른 것이었으니까.

그들과, 그 녀석과 같은 일을 나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 후에 성훈에게 들은 감사 인사가 그 불안함을 지워 주었다.

그 뒤에 만일에 대해 성훈을 친구 추가까지 해 놓았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니티움을 시작한지 약 세 달 반, 친구 목록에는 세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어머머, 내 정신 좀 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정리는 내가 할게."

"그럼 부탁할게~."

식탁 위에 두었던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이예숙이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기 위하여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너무 여유를 부린 모양이었다.

이예숙이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호영은 반찬통에 담겨 있는 반찬들을 냉장고에 넣고 그릇을 치웠다.

띠링-.

그때 이예숙이 식탁 위에 두고 간 스마트폰이 소리를 내었다.

훔쳐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이예숙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이 간 것에 화면에 떠 있는 문자의 글씨가 들어온 것이었다.

"......."

그걸 보고서 호영은 이예숙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이제 차차 나아지고 있으니 이예숙도 자신의 시간을 조금 더 본인을 위해서 쓸 때가 되었다.

* * *

호야는 바닥에 뻗어서 숨을 진정시키며 스킬을 확인했다.

[중급 크라우스식 검술]

숙련도: 0%

전설의 기사 크라우스의 오리지널 검술입니다.

그의 검은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강력했으며 누구보다도 재빨랐습니다.

상급 달성 시 제6장과 제7장을 획득합니다.

[제1장 - 활대 베기]

마력을 검에 집중시킨 뒤 강하게 휘둘러 전방을 향해 쏘아 냅니다.

사용한 MP의 양에 따라서 공격력이 달라지며 공격력 130%의 고정 피해를 입힙니다.

사용 MP: 100~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제2장 - 가시나무]

전방을 향해 강력하게 연속으로 검을 내지릅니다.

찌르는 횟수에 따라 사용 MP의 양이 달라지며 110%의 공격력으로 최대 5회까지 찌를 수 있으며 한번 찌를 때마다 공격력이 15% 누적됩니다.

사용 MP: 찌르기 1회당 100(최대 MP 사용량 500)

재사용 대기 시간: 10분

[제3장 - 신속]

자신의 위치에서 재빠르게 최대 10m 이동합니다.

10m를 다 이동하지 않았을 시 스킬 시전 후 10초 안에 이동하지 않은 거리만큼 다시 이동이 가능합니다.

스킬을 사용하여 이동하는 중에 적에게 공격을 가할 시 120%의 공격을 가합니다.

사용 MP: 300

재사용 대기 시간: 10분

[제4장 - 검기]

검에 마력을 둘러서 절삭력을 높이며 기본 공격력이 5% 상승합니다.

사용 MP: 1초 지속에 10MP 사용, 지속 시간에 제한 없음

재사용 대기 시간: 3시간

[제5장 - 검우]

장소를 지정하여 마력으로 검의 비를 내립니다.

검들은 각각 기본 공격력의 60%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으며 힘 스탯 15당 하나의 검이 생성됩니다.

사용 MP: 1,500

재사용 대기 시간: 1일

90%대에 이르러서는 올라갈 기미가 안 보이던 숙련도가 막바지에 크라우스의 도움을 받아서 결국에는 중급으로 성장했다.

그 덕에 1장부터 3장까지의 스킬의 효과도 강화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전설의 검의 계승자'의 칭호 효과가 35%로 강화되었다.

그 대신에 며칠 지옥을 겪었지만.......

결과만 보면 괜찮은 장사였다.

"후우......."

"수고했다."

"아, 감사합니다."

호야가 숨을 진정시키자 크라우스가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 모습을 바두를 안은 채 바라보고 있던 모안이 물었다.

"호야, 혹시 내가 가르쳐 준 것은 어느 정도 숙련했어?"

"으음, 지금은 92%예요. 중급까지 얼마 안 남은 거 같아요."

숙련도가 90%에 들어서면서 크라우스식 검술과 같이 숙련도가 올라가는 것이 거북이만큼 느려졌다.

그래도 블렛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짧기에 모안의 마법 술식이 중급이 되는 것은 앞으로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호야는 크라우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서 모안의 도움을 받아서 코미아로 이동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레벨링을 해야 할 때였다.

* * *

"으음...... 역시 뭔가 이상하지 않냐?"

"확실하게 이상하지."

숲속 마을 코미아.

몬스터를 피해서 높고 거대한 나무 위에 지어진 마을의 이름이다.

이 마을은 옛날에 엘프들이 살았었다는 소문이 전해지고 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유령 마을처럼 되어 버린 곳이었다.

코미아에 NPC는 단 한 명도 없으며 비어 있는 집들은 플레이어들이 자진해서 수리하여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마을이라고 하기보다는 쉼터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코미아에 비행형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씩 나무를 기어오르려고 하는 몬스터들도 발판을 딛고 서 있는 플레이어들의 공격에 쉽게 떨어지기에 유령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은 보장되어 있어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거쳐 간다.

그리고 그런 코미아가 있는 숲속, 코미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냥을 위해 몬스터를 찾던 종기와 페드라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마을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기에 몬스터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여야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요 며칠 동안은 어째서인지 마을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몬스터가 더 안 보이는 느낌이다.

둘은 코미아에 오랜 시간을 머물러 있어서 몬스터의 리젠 포인트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리젠 포인트에 가도 몬스터가 한 마리도 없는 것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설마 리젠 위치를 패치 한 건가?"

"그랬으면 공지라도 했겠지. 것보다 패치를 할 이유가 없잖아?"

"으음......."

패치가 된 것도 아니라면 왜 리젠 포인트에 몬스터가 없는 걸까?

마치 누군가가 자신들보다 한발 앞서서 몬스터를 전부 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에이, 그게 말이 되나."

"어? 뭐라고 했어?"

"그냥 혼잣말이야."

일단 둘은 조금 더 돌아다니다가 상황을 봐서 마을 근처로 돌아가기로 합의를 보았다.

많은 플레이들의 사이에서 몬스터 경쟁만큼 짜증 나는 일도 없지만 수확이 0인 것보다는 나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눈앞에 몬스터가 나타났다.

나무처럼 보이는 가죽 무늬를 지니면서 넥워머처럼 나뭇잎을 목에 두르고 있는 '우드디어'였다.

우드디어는 경계가 심해서 적을 발견하면 즉시 바로 도망치기에 조용히 다가가야 한다.

하지만 그 반대로 자신을 공격하는 것은 용서치 않기에 한 방이라도 공격이 들어가면 상대를 끈질기게 쫓는다.

우드디어는 그들에게서 조금 먼 곳에 있었기에 그들은 종기의 마법이 닿는 거리까지 조용히 이동을 시작했다.

그때.

퍽-.

어디선가 날아온 푸른색 작은 빛 덩어리가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우드디어에게 명중하더니 우드디어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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