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28화 (28/171)

# 28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2권 3화

3. 저물어 가는 검은 하늘(2)

"저한테 신성 마법을 가르쳐 주세요. 최대한 빠르게."

"네?"

오르도에 도착한 호야가 레이나를 찾아와서 밑도 끝도 없이 꺼낸 말이었다.

레이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제야 자신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은 호야가 그녀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블랙헤븐은 흑마법사, 네크로맨서, 암흑 기사 등의 직업으로 이루어진 길드다.

즉 그와 반대되는 속성인 빛의 마법, 신성 마법은 그들에게 상극이라는 뜻이었다.

호야는 그들을 압도적으로 이기기 위해서는 레이나에게 신성 마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호야의 설명을 들은 레이나는 분노했다.

"아니, 무슨 그런 사람들이 다 있어요? 그 사람들 지금 어디 있어요? 제가 지금 당장 사람들을......."

"지, 진정해요, 누님! 아니, 누나!"

움직이기 편한 형태의 치마가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한데 레이나가 호야의 말을 듣자 갑자기 자신의 갑옷을 꺼내 와 갈아입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눈앞에 남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 줬으면 한다.

눈을 둘 곳을 못 찾은 호야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리고서 말리자 그녀는 그제야 얼굴을 살짝 붉히며 갑옷을 입기 위해 살짝 풀어 헤친 원피스를 다시 동여맸다.

"흐흠,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미안해요. 그만큼 호야를 걱정했다는 것만 알아줘요."

"네."

"신성 마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아니면 이 누. 나. 가 힘을 직접 보태 줄 수도 있어요."

"감사한 말이지만...... 그렇게까지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개인 본연의 힘이 아닌 빌린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힘이라는 것으로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잘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여지를 조금도 주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다.

"그런가요....... 그래도 나중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때가 온다면 꼭 말해야 돼요? 전혀 폐가 아니니까요."

"네."

레이나가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갈까요."

"네? 어디를요......?"

"세례식을 하러 신전에 가야죠. 워프로 가야 하는 곳이니까 모안 씨에게 부탁해야 돼요."

[퀘스트 '전설의 빛의 가르침'이 발생되었습니다.]

자신도 혼자서라면 워프가 가능하지만 다른 이까지 데리고서는 못하기에 모안에게 부탁해야 한다고 한다.

모안에게 찾아가 레이나가 사정을 말하자 모안은 호야와 레이나를 바로 워프시켜 주었다.

아, 모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지금이 블랙헤븐의 일이 먼저이니 나중에 물어보자.

호야와 레이나를 워프시켜 주고 돌아온 모안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감히 호야를, 우리 마을의 사람을 건드려?"

호야가 일을 해결하고 나면 그 녀석들을 따로 손을 봐주겠다고 모안은 다짐했다.

모안은 허공에서 성인의 주먹만 한 수정구를 꺼내었다.

-어? 갑자기 무슨 일이신가요, 모안 님.

"에반, 블랙헤븐이라는 모험가 길드의 소재지 좀 찾아 줘."

-모험가 길드요?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그 새끼들이 내 걸 건드렸어."

-와...... 간 큰 녀석들이네요. 알았어요. 최대한 빠르게 알아볼게요.

* * *

"레이나 님? 오늘은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그분은 또 누구시고요?"

호야와 레이나가 도착한 곳은 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침실이었다.

창문과 문이 붙어 있는 부분을 제외한 모든 벽에는 원목으로 된 책장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책장에는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만으로는 부족한 것인지 군데군데에 책으로 된 탑들도 쌓여 있었다.

뒹굴며 놀아도 될 것 같은 커다란 침대의 위에도 마치 책으로 이불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책들이 널브러져 있다.

침대가 없었더라면 서고라고 생각했을 정도의 수많은 책들이었다.

그런 침대의 위에서 배를 깔고 누워서 책을 보고 있던 여성이 호야와 레이나를 발견하고서는 아무렇지 않게 질문했다.

자신의 침실에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난 것일 텐데도 마치 익숙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소개할게요. 이쪽은 얼마 전에 새로이 저희 마을의 주민이 된 호야예요. 사실은 조금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어요."

"오오, 레이나 님이 저에게 부탁하실 것이 있다니. 제가 가능한 일이라면 들어 드릴게요!"

"예배실을 빌려주셨으면 해요."

"예배실을요?"

레이나는 되묻는 그녀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긍정의 말을 뱉었다.

"원래 저밖에 못 들어가는 공간이지만...... 레이나 님의 부탁이고 사정도 사정이니 출입을 허락해 드리겠습니다. 대신에! 저도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어떤 부탁인가요?"

침대에 누워 있던 그녀가 손가락으로 호야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의 모험가! 그 자식ㄷ...... 아, 이런 말 쓰면 안 되는데. 그 사람들을 상대하러 갈 때 저도 데려가 주세요!"

"아리아, 제정신이세요?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야죠."

"장로들한테는 이브님이 내리신 시련이라고 하면 돼요! 이브님도 그 정도의 일탈은 봐주실...... 아, 이건 안 되는구나. 알았어요, 이브 님, 포기할게요."

아쉽다는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나 성의를 걸친 그녀가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밖을 살펴봤다.

"좋아, 밖에 아무도 없어요. 이틈에 얼른 가죠!"

그녀를 따라서 레이나가 호야를 데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고 같았던 침실을 나와 넓은 복도를 걸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아름답고 정교한 그림들이 줄지어 그려져 있었다.

마치 옛날에 수업 시간에 책으로 보았던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 같은 느낌이었다.

"저기,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여기가 어디예요? 저분은 누구시고요?"

"아, 아직 말을 안 했었나요?"

"네."

"이곳은 아헤샤에 있는 중앙 신전이에요. 그리고 앞의 저분은 지금 대의 성녀인 아리아고요."

"아, 그렇구...... 네?! 성녀요?! 으읍."

호야가 큰 소리를 내자 레이나가 호야의 입을 막으며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자 타이밍 좋게 반대편에서 인자한 얼굴의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성녀님? 방금 무슨 큰소리가 나지 않았었나요?"

"아뇨, 잘못 들으신 거 같아요, 장로님."

"그런가요......."

아리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온화한 미소와 목소리로 답했다.

할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지자 레이나는 그제야 호야의 입을 틀어막았던 손을 떼어 냈다.

"큰 소리 내면 안 돼요. 지금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은 비밀이라고요."

"아, 네.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레이나 님, 모험가님, 혹시 모르니까 빠르게 이동하죠. 장로들한테 들키면 골치 아파져요."

아리아를 따라서 도착한 곳은 예배실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신전 그 자체라고 표현하는 것이 걸맞을 것 같은 중앙 신전의 한편에 따로 세워져 있는 거대한 예배실이었다.

먼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내부는 반짝이고 있었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기둥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높게 달려 있는 칠색의 유리들로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장식되어 있는 창문에서는 빛이 통과해 내부를 비추었다.

줄지어진 기둥의 끝의 낮은 계단 위에는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는 조각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원래는 성녀만이 출입이 허가된 공간.

호야는 그곳에 있었다.

"호야,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 들어와도 괜찮은 거예요?"

"괜찮아요, 성녀인 제가 허락할게요. 이브님도 딱히 아무 말씀도 없으시니 이브님도 허락하신 것일 테니까요."

아리아의 허락을 받은 호야는 레이나를 따라서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는 조각상의 앞으로 발을 옮겼다.

레이나의 말에 따라서 호야는 한쪽 무릎을 굽히고 기도하듯이 손을 모았다.

조각상을 등지고 선 레이나가 손을 모으고 기도하자 조각상의 머리 위에 있던 창문에서 빛줄기가 들어와 호야를 비추었다.

포근하고 따뜻한 빛이었다.

[퀘스트 '전설의 빛의 가르침'을 클리어 하였습니다.]

[스킬 '초급 레이나의 신성 마법'을 획득합니다.]

[칭호 '전설의 빛의 계승자'를 획득합니다.]

전설의 빛의 가르침은 생각보다도 쉽게 끝이 났다.

호야가 만약 크라우스에게 검술을 배우지 않았었다면 레이나가 검술부터 때려 박아 주었을 것이었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만 말이다.

신성 스킬만을 배우는 정도는 세례식 한 번이면 끝이 난다.

성기사와 사제들이 처음 신성 마법을 배우는 과정도 세례식이다.

[전설의 빛의 계승자]

전설의 성기사 레이나의 힘을 이어받은 자.

당신의 빛은 누구보다도 밝고 포근하게 빛나며 단단할 것이다.

칭호 효과: 신성력 스탯 4당 4대 기본 스탯이 1씩 상승합니다.

[초급 레이나의 신성 마법]

숙련도: 0%

전설의 성기사 레이나가 자신에게 맞추어 진화시킨 신성 마법입니다.

그녀의 빛은 누구보다도 포근하고 강력했습니다.

중급 달성 시 제4신성과 제5신성을 획득합니다.

[제1신성 - 힐]

지정 대상의 HP를 신성력에 비례하여 소량 회복합니다.

사용 MP: 200

재사용 대기 시간: 10분

[제2신성 - 홀리 실드]

자신의 HP 30%만큼의 피해를 흡수하는 빛의 방패를 생성합니다.

방패는 시전자의 허공을 돌며 적의 공격에 반응해 자동적으로 피해를 방어합니다.

사용 MP: 500

재사용 대기 시간 360분

[제3신성 - 신의 가호]

신에게 악을 심판할 수 있는 빛의 힘을 부여받습니다.

10분간 모든 공격에 5%의 추가 대미지가 부여되고 언데드와 어둠 속성 몬스터에게는 25%의 추가 대미지가 부여되며 지속적인 피해를 주는 성흔을 남깁니다.

사용 MP: 800

재사용 대기 시간: 1일

전설의 계승자 칭호는 예상했던 바였다.

하지만 다른 칭호들처럼 신성 마법에 관한 공격력을 올려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대단한 효과를 지닌 칭호였다.

전설의 빛의 계승자의 효과로 인해서 호야의 힘, 민첩, 체력 스탯은 400을 넘어섰고 마력은 500을 넘어섰다.

"재밌어 보이니까 제가 특별히 축복을 걸어 드리죠! 대신에 나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 주셔야 합니다?"

성녀가 가볍다.

아리아는 호야에게 5일 동안 신성력이 10% 상승하는 축복을 걸어 주었다.

지속 시간을 줄이면 더 강력한 축복도 가능하지만 그들을 찾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모르는 호야를 배려해서 지속 시간을 길게 잡아 주었다.

그 후 신성 마법을 직접 사용해 보며 속성으로 빠르게 몸에 익힌 호야는 다음 날 성훈의 파티를 찾아서 레바에 도착했다.

망토를 입어서 후드로 얼굴을 가린 호야는 성훈의 파티를 찾아 레바를 돌아다녔다.

첫날에는 그들을 찾지 못하였지만 둘째 날에 그들을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아직 레바에 계셨네요."

호야를 알아본 그들의 눈에는 반가움과 슬픔 등의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들은 호야에게 선뜻 말을 걸지 못했다.

"일단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할게요. 이유랑 과정이 어찌 되었건 여러분이 PK를 당하고 있는 원인은 제가 맞을 테니까요."

"아, 아니에요! 호야 님이 사과하실 필요는 전혀......."

그들의 잔뜩 움츠러든 모습에 호야는 쓰게 웃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호야는 은인이자 동경이자 원수인 상황이었으니까.

호야도 그것을 살짝 느꼈다.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 상황을 해결해 주어야 했다.

"사실 여러분에게 하나 부탁이 있습니다."

"......당신 때문에 우리가 이 지경이 됐는데 왜 우리가 부탁을 들어줘야 해?"

"야! 너 아까부터......! 작작 좀 해! 죄송해요, 호야 님. ......일단 부탁이 뭔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미끼가 되어 주세요."

가면 아래로 보이는 호야의 입꼬리가 인자하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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