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2권 1화
1. 함정
['안개 설원'의 보스 몬스터 '크로커게일'을 쓰러트렸습니다.]
['안개 설원'을 모두 클리어 하여 경험치와 아이템의 정산이 진행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히든 피스의 달성과 클리어에 대한 보상을 지급합니다.]
['강인한 성장의 숨결'을 획득하였습니다.]
[최초로 던전 '안개 설원'의 1인 클리어에 성공하였습니다.]
[최초 1인 클리어의 보상으로 '얼음의 결정'이 지급됩니다.]
길게 이어지던 레벨 업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끝나고 히든 피스의 클리어 보상과 최초 1인 클리어의 보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고급스럽게 조각된 투명한 유리병 하나와 눈결정 모양의 차가운 조각이었다.
[강인한 성장의 숨결]
던전 '안개 설원'의 히든 피스의 클리어 보상입니다.
사용할시 모든 스탯을 50씩 상승시키거나 혹은 스탯 하나를 지정하여 100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얼음의 결정]
던전 '안개 설원'의 최초 1인 클리어의 보상입니다.
강력한 냉기를 품고 있습니다.
사용할 시 속성 '얼음'을 획득하며 마력 스탯이 30 상승합니다.
히든 피스와 최초 1인 클리어의 보상다운 보상이었다.
무슨 히든 피스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호야는 즉시 두 개의 아이템을 사용했다.
조각된 유리병의 뚜껑이 열리더니 바람이 새어 나와 그의 몸 주위를 돌다가 사라졌다.
호야가 선택한 것은 모든 스탯의 50 상승이었다.
그다음 차가운 조각은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호야는 바로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이름: 호야
직업: 오르도의 마을 사람
레벨: 189
HP: 5,440/5,440 MP: 5,570/5,570
힘: 347 민첩: 339
체력: 355 마력: 368
신성력: 318
잔여 포인트: 190
속성: 얼음
칭호
[계란으로 바위 치기] [땅끝 마을의 주민] [불굴의 의지] [전설의 검의 계승자] [전설의 마법의 계승자]
스킬
[마을 귀환] [마을 사람의 일격] [초급 크라우스식 검술] [초급 모안의 마법 술식]
모든 스탯이 300을 넘어서니 뭔가 뿌듯했다.
잔여 포인트도 5등분하여 분배를 맞췄다.
크로커게일이 히든 피스로 인해 레벨이 200이 되면서 그만큼 경험치도 커지고 경험치를 혼자 독식한 덕분에 던전 클리어 한 번으로 레벨을 19개 올릴 수 있었다.
아, 따지고 보면 독식은 아니다.
"와옹!"
어느새 품에서 빠져나온 바두가 눈밭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바람도 불지 않아서인지 처음처럼 추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이름: 바두
종족: ???
레벨: 5
HP: 1,600/1,600 MP: 2,100/2,100
힘: 110 민첩: 160
체력: 110 마력: 160
속성: 불
스킬
[화염구] [본능]
충성도: 67%
상태: 주인의 품속에 웅크려 있던 답답함을 날려 버리고 차가운 공기를 만끽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 성장이 낮아 본연의 힘을 거의 대부분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와는 레벨의 성장 폭이 다를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레벨은 고작 3개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스탯 자체의 성장 폭은 대단했다.
계산을 해 보니 레벨 1이 오를 때마다 모든 스탯이 각각 15씩 올라 있었다.
1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오르는 능력치의 합이 총 60.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레벨 1당 플레이어가 레벨 12를 올린 정도의 능력치가 상승한다는 소리였다.
굉장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너 그러다가 감기 걸린다."
"끼잉."
호야는 눈밭에서 아예 뒹굴고 있는 바두의 목덜미를 잡아서 다시 품속에 넣었다.
인벤토리에 보스의 드랍 템이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한 호야는 던전 밖으로 나왔다.
다시 호야의 품에서 나가기 위해 버둥거리던 바두는 던전의 밖으로 나와 강한 찬 바람이 들이닥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호야의 품으로 쏙 들어갔다.
칭호의 효과로 상태 이상은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추위는 느껴진다.
호야는 한시라도 빨리 이 추위를 벗어나고자 전에 미리 구입해 놨던 워프 스크롤을 찢었다.
오르도로 워프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마을 귀환 스킬은 일종의 탈출기나 마찬가지다.
만일의 사태에 순식간에 자리를 이탈할 수 있는 스킬.
그렇기에 꼭 오르도에 가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아껴 두는 편이 좋다.
지금까지 그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던 적은 없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이즈바론트에 도착한 호야는 한적한 곳에서 크로커게일이 남긴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크로커게일의 로브]
등급: 유니크
방어력: 495
내구도: 100/100
*스킬 '크로커 테일' 사용 가능
던전 '안개 설원'의 보스 몬스터인 크로커게일이 입고 있던 로브입니다.
극한의 추위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안개 속에서 생활하기 위해 크로커게일은 이 로브를 입었습니다.
모자에 달린 털로 인해서 보온이 매우 뛰어납니다.
착용 제한: 민첩 310 이상
[크로커 테일]
아이템 '크로커게일의 로브'의 스킬입니다.
스킬을 사용할 시 30분간 1.5m의 잿빛의 꼬리를 만들어 내며 자신의 의지로 조종이 가능합니다.
사용 시간이 다 지나지 않아도 스스로의 의지하에 해제가 가능합니다.
사용 MP: 1,000
재사용 대기 시간: 600분
꼬리를 만들어 낸다라.......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호야는 바로 로브를 착용한 뒤 레바를 나와 주위에 사람들이 안 보이는 장소까지 이동한 뒤 스킬을 사용해 봤다.
"크로커 테일."
쿵.
로브의 아래로 잿빛의 꼬리가 빠져나오더니 무거운 소리와 함께 땅에 몸을 기댔다.
조금씩 꼬리를 움직이자 뭔가 신기한 감각이었다.
마치 진짜로 팔이 하나쯤 더 솟아난 느낌이었다.
"크앙!"
"아얏! 그거는 물면 안 되는 거야!"
살랑 거리는 꼬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바두가 잽싸게 달려들어 꼬리를 깨물었다.
그 통증이 호야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일단 바두를 소환의 방에 돌려보낸 호야는 꼬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봤다.
크로커게일이 했던 것처럼 꼬리를 중심축 삼아서 도저히 서 있지 못할 것 같은 수준으로 뒤로 몸을 숙여 보기도 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동작이 살짝 어색한 감이 있지만 익숙해지기만 하면 유용하게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
* * *
"야, 너네들은 그 정도 일 하나 못하냐? 내가 뭐 사막에서 바늘을 찾으라 했어? 사람 하나 찾는 데 뭐가 이리 오래 걸려!"
디노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척살령 걸린 녀석 생긴 게 흔해 빠진 거면 또 모른다. 그런 특이한 가면 쓰고 다니는데 그걸 하나 못 찾아서 이렇게 질질 끄냐? 어휴, 내가 속이 터져서 정말."
디노의 잔소리를 듣는 블랙헤븐의 길드원들은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그에게 반박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희한하게도 맞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오빠, 애들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불쌍하잖아."
"그래, 내가 너 때문에 참는다, 진짜."
클로에의 말에 디노가 헤실헤실 웃더니 모여 있던 길드원들을 해산시켰다.
"오빠!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어때? 한번 들어 볼래?"
"응, 응. 우리 클로에 말이면 무슨 말이든지 다 들을 수 있지!"
"히히히."
클로에는 겉으로는 순하고 밝은 척, 안으로는 디노를 향한 조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 남자를 못 찾으면 그쪽에서 우리를 찾으러 오게 하면 되잖아."
"어떻게?"
"내가 그 남자랑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는 기억하지?"
"응, 기억하지. 우리 클로에가 다른 녀석들 PK 하다가 방해한 거라며?"
"그렇지. 걔네를 PK 하면 되는 거야."
"굳이 왜?"
클로에의 미소가 더욱 매혹적이게 짙어졌다.
"구해 줬다는 건 적어도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걸 거 아냐."
"그렇겠지."
"그런데 자신 때문에 지인이 연속 PK를 당하고 있다는 걸 알면 지가 안 나오고 배기겠어?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해도 모르는 사람을 구해 줄 정도로 의협심 넘치는 사람이니 가만히 못 있을걸. 뭐, 안 나와도 스트레스 풀어서 좋잖아. 걔네 아직 레바에서 돌아다니고 있던데?"
"오, 클로에, 너는 천재야! 좋아, 너를 위해서 이번에는 내가 직접 움직일게!"
* * *
이니티움의 영상 게시판에 새로운 채널이 들어섰다.
그 이름하여 '블랙헤븐 TV'.
채널 이름부터가 사람들의 이목을 제대로 끌었다.
PK 길드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채널이라니.
진짜 블랙헤븐인지 아닌지 채널을 만든 이가 궁금했기에 블랙헤븐 TV를 발견한 사람들은 한 번씩 채널에 들어가 영상을 보았다.
신설 첫날에 올라온 영상은 매우 짧았고 내용도 간단했다.
블랙헤븐의 길드 마스터인 디노가 화면 중앙에서 자신이 할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었으니까.
"다들 안녕~. 내가 누군지는 다 알겠지? 그래도 뭐 형식상 내 소개를 하자면 블랙헤븐의 길드 마스터인 디노라고 해. 맞아, PK 길드야. PK범들이라고 욕해도 딱히 상관은 없어. 우리가 PK범이라는 사실은 맞고 그냥 씨불인 녀석들을 다 찾아서 족치면 그만이니까. 아,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새 버렸네."
디노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PK범이라 손가락질하는 것은 괜찮지만 나는 내 여자를 건드리는 것과 내 길드에 창피를 주는 거는 절대 용서 안 하거든. 그런데 놀랍게도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낸 녀석이 있지! 그런데 도통 그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지를 않아서 말이야. 꼭꼭 숨어 있으니 뭐, 나오게 해 줘야겠지? 그럼, 다음부터 올라오는 영상들 기대하라고."
-저게 무슨 소리야?
-얼마 전에 그 얘기 하는 거 아니야? 그 빨간 검.
-아아, 그거. 그때 쪽 엄청 당했지, 쟤네. 그때 당한 애들 다 랭커들이었다며?
-맞아.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아직도 열받으면 그 영상 보고 속 풀고 있다.
-내 여자라니? 디노 여친이 있었어?
블랙헤븐 TV에 첫 영상이 올라온 후 사흘이 지났다.
그때부터 2~3일 간격으로 영상들이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영상의 내용은 하나같이 PK를 하는 영상이었다.
그것이 몇 개 쌓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의문을 품었다.
영상에서 계속 PK를 당하는 이들이 계속 같았기 때문이다.
저들이 누구이길래 저렇게 집요하게 노리는 것일까.
계속해서 한 파티가 PK를 당하는 것에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블랙헤븐을 욕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자신의 일이 아닌 남의 일이었으니까.
그들이 자신들을 지켜 주는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의 벽의 앞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호야가 이 일을 알게 된 것은 PK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호야가 그 일을 인지하게 된 것은 그저 우연이었다.
"흐아...... 블랙헤븐 녀석들 날이 갈수록 집요해지는 것 같지 않냐."
"일부러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 고문까지 시키고 말이야. 얘네는 뭘 했길래 블랙헤븐이 이리 집요하게 쫓는 거래?"
"나랑 같은 길드의 길드원의 친구의 친구의 파티원의 친구가 전에 이 성훈이라는 사람의 파티하고 잠시 같이 사냥한 적이 있다는데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라는데? 블랙헤븐이 노릴 만한 일을 할 사람들은 아니래."
"그래?"
성훈?
호야가 우연히 근처에 있던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였다.
성훈이라는 이름에 관심이 갔고 블랙헤븐이라는 이름에 설마 하는 심정으로 홈페이지를 둘러봤다.
그리고 안 좋은 쪽으로 호야의 예감이 맞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