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7화 (1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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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는 마을사람

- 1권 17화

17. 마을사람?

소동의 발단은 이니티움 공식 홈페이지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하나의 글에서부터였다.

[님들 랭킹 목록 봄??]

아는 사람이 자기 랭커 진입했다고 내려가기 전에 스샷 찍어서 박제해 보관하라고 하도 아우성쳐서 그거 찍으러 보러 갔었거든.

그 사람이 진짜 랭킹에 들어오긴 들어왔더라.

근데 그거 찍고 한가해서 랭킹 구경하고 있었는데 랭킹에 마을사람이 있는 거야.

이거 마을사람 마크 맞지??

내가 이 마크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마을사람이 랭킹에 들어와 있냐.

-응, 합성~.

└ㅋㅋㅋㅋㅋ아니던데? 가서 검색해 봐, 진짜 있어.

└헐 진짜 있어ㅋㅋㅋㅋ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어떻게 마을사람이 랭킹에 들어와.

-미쳤다;; 마을사람이 나보다 레벨이 높아;;

-이 글을 보고 계실 존경하는 운영자님! 머리 염색약 업데이트 해 주세요오오오오!

-속보 자괴감 들고 괴로워서 우울증에 걸리는 전투직 유저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중 한 명이 님 아님?ㅋㅋㅋㅋㅋ

랭킹 목록의 캡처 사진 하나와 같이 올라왔던 그 글의 파장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캡처 사진으로 올라와 있는 마을사람의 레벨은 결코 낮지 않았다.

누구는 그 글을 믿지 않으려 했지만 증거가 너무 명확했다.

누구는 그에게 호기심을 보였고 누구는 자신의 길드의 홍보와 전력 증강을 위해 그를 찾으려 하였다.

그 마을사람의 소재를 보았다며 올라오는 글들이 몇 개 이어졌지만 그 글들은 모두 거짓말이라 판명이 났다.

자신이 그 마을사람이라 우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다.

마을마다 한두 사람도 찾기 힘든 직업이 마을사람이고 레벨이 50만 되어도 사냥터에서 보일까 말까 한 것이 마을사람이다.

그런 마을사람의 랭킹 진입은 좋은 가십거리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랭킹에 진입 전까지 아무도 그 마을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에 의아함을 보였다.

싫든 좋든 그만한 레벨을 달성하기 위해 사냥을 했다면 파티 사냥도 했을 터인데 아무런 소문이 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 방법은 없었다.

그 마을사람에 대하여 처음으로 이야기했던 글은 며칠 동안 베스트 게시 글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소동을 정작 마을사람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킹: 형님! 혀어엉니이임! 아직 리포른에 계시나요? 뭐 하고 계세요?]

[호야: 아이언 보어 잡고 있어요.]

[킹: 오늘도요? 그럼 저희랑 같이 사냥 가실래요? 이번에는 제가 새로운 공격 스킬을 배워 왔습니다!]

그 소동의 주인공인 호야는 자신에게 날아온 귓속말을 보고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처음 킹과 던전에 다녀온 후 그의 분위기에 밀려서 친구 추가까지 했다.

그 뒤부터 이어진 귓속말 폭탄에 처음에는 여간 신경 쓰이고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을 향한 악의는 먼지 티끌만큼도 없었고 자신을 향한 선의만이 느껴져 왔기에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받아 주고 있었다.

[호야: 알겠어요.]

호야는 킹에게 긍정의 답을 보낸 후 바로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킹과 뮤란, 피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온은 기분이 매우 좋은지 미소 짓고 있는 입꼬리가 귀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헤헤헤. 안녕하세요, 호야 님!"

피온이 호야를 향해 인사하며 붕붕 휘두르고 있는 왼손 중지에는 붉은색 보석이 박힌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자이언트 골렘의 핵으로 만든 액세서리였다.

유적의 거대 골렘을 처음 클리어 한 후, 호야를 포함한 4인은 며칠간 꾸준히 계속해서 도전했다.

그 결과 피온은 결국 자이언트 골렘의 핵의 획득에 성공했고 바로 아이템으로 제작하였다.

아직 고급 대장장이 기술을 가진 플레이어는 없다.

하지만 자이언트 골렘의 핵은 보기 힘든 소재이다 보니까 요금만 쥐여 주면 제작을 해 주겠다는 고급 대장장이 기술을 가진 NPC는 많이 있었다.

그에 비해서 피온보다 먼저 자이언트 골렘의 핵을 획득했던 호야는 아직 아이템으로 제작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날 바로 마을에 돌아가 단탈스를 찾아갔지만 그는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가 없다고 해서 다른 대장장이에게 맡기기는 조금 그랬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부재료로 미스릴까지 구해서 다시 갈 생각이었다.

호야는 채광 스킬이 없다.

그렇기에 광산에 가지는 못하지만 리포른 주변 필드에서 나오는 몬스터인 아이언 보어가 아주 극히 낮은 확률로 미스릴을 드랍 한다고 는 소리를 듣고서 그 후로 계속 아이언 보어를 사냥하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미스릴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지만 경험치는 꽤나, 아니 아주 많이 올린 상태였다.

이름: 호야

직업: 오르도의 마을사람

레벨: 152

HP: 4,210/4,210 MP: 4,040/4,040

힘: 261 민첩: 253

체력: 269 마력: 252

신성력: 232

잔여 포인트: 0

지난 며칠간 셋과 함께 던전을 들락거리고 필드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호야는 이른바 폭업을 할 수 있었다.

특히 필드 몬스터를 사냥할 때에는 호야 홀로 움직였기에 보통이라면 파티원끼리 나누어 가졌어야 할 경험치가 호야에게 전부 고스란히 들어온 것이 컸다.

이제는 주변 몬스터들의 레벨이 호야와 맞지 않았기에 그는 슬슬 지역을 옮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스릴만 나와 준다면 말이다.

경매장에 가서 살 생각은 하지 못하는 그였다.

카가각-!

아이언 보어의 뿔이 호야의 검 앞에 막혀 멈추어졌다.

그 틈을 노리고서 킹과 뮤란이 아이언 보어에게 공격을 가했다.

"2단 찌르기!"

"돌진!"

푹, 푹, 쾅!

둘의 공격을 받은 아이언 보어가 빛으로 화해 사라졌다.

킹의 어그로 기술이 호야의 공격력을 따라잡지 못해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돌아가며 탱커와 딜러를 하고 있었다.

호야와 사냥할 때면 거의 그런 식으로 흘러가기에 킹은 팔자에도 없던 공격 스킬을 몇 개 추가로 배웠다.

지금은 그것에 은근히 만족하고 있었다.

"방금 봤어? 타이밍 죽여주지?"

"그래, 내가 네 방패에 치여 죽을 뻔했다."

"야! 내가 언제 그랬어!"

킹과 뮤란이 티격태격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했다.

"아, 그런데 형님, 제가 권한 것이기는 했지만 괜찮으세요?"

사실 셋은 길드 마스터에게 특명을 받은 상태였다.

-내가 직접 갈 때까지 그 사람 꽉 붙잡고 있어!

요즘 랭킹에 오른 마을사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뜨거웠다.

그 누구도 정체를 모른다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서 몇몇은 이미 뇌내 망상으로 아주 소설을 쓰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무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킹과 뮤란과 피온, 그리고 설백호의 길드 마스터인 백설영, 이 넷은 현재 마을사람 랭커에 관해서 그의 생김새와 무력까지 알고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그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백설영은 다른 이들이 그에 대해 알아서 채 가기 전에 그를 자신의 길드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킹을 통해서 그에게 길드 권유를 했었지만 호야는 단번에 그 권유를 거절했었다.

그렇기에 백설영은 자신이 직접 그에게 권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길드 마스터가 직접 권유하는 것인데 좀 더 고민해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진행 중인 퀘스트가 있었기에 그 퀘스트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야 움직일 수 있는 처지였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붙잡아 두라는 것이 백설영의 말이었다.

그도 호야가 자신과 같은 길드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기에.

"경험치 많이 안 들어오시지 않나요? 레벨이 안 맞아서 얼마 안 들어올 텐데......."

백설의 말에 킹이 그와 조금이라도 오래 있기 위하여 사냥을 권하기는 했지만 진짜 같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

호야의 레벨이면 리포른의 몬스터를 잡는 것으로는 경험치가 많이 안 들어올 텐데 말이다.

아마 다른 지역으로 넘어갔더라면 더 빨리 경험치를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꼬시기 전에도 호야가 사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킹은 생각해 냈다.

"아아, 그게 원하는 아이템이 안 나와서......."

"아이템이요?"

킹은 호야에게 틈만 나면 귓속말을 보내왔기에 그가 어느 몬스터를 잡고 있었는지를 알고 있었다.

아이언 보어한테서 뭐가 나오기는 하던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뭐를 구하고 계신 건데요?"

"미스릴."

호야의 대답에 셋은 모두 눈을 크게 끔뻑거렸다.

"혀, 형님, 미스릴은 경매장에 가서 사면 되지 않을까요......?"

"......아."

가면 아래로 보이는 나무처럼 갈색 빛을 하고 있는 호야의 볼이 살짝 붉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인 것일까.

그는 그 뒤로 한동안 말없이 묵묵히 사냥에만 참가했다.

* * *

카앙-! 카앙-! 카앙-!

단탈스의 집.

그의 공방에서는 끊임없는 망치질 소리와 연기가 굴뚝을 통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호야는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 단탈스의 망치질이 멈출 때까지 화로의 열기를 참으며 묵묵히 그를 기다렸다.

시간이 한참 흐르자 망치질을 끝낸 단탈스가 목에 둘렀던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호야에게 다가왔다.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

"집중하시는 것 같아서 기다렸어요."

"그건 고맙다. 그런데 나한테 왔다는 거는 재료를 가지고 왔다는 거겠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호야는 인벤토리에서 자이언트 골렘의 핵과 미스릴을 꺼내 놓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단탈스가 핵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을 이었다.

"응, 응. 처음부터 괜찮은 걸 가지고 왔네. 그런데 하나만 더 구해 올 수 있겠어?"

다른 대장장이들은 보기 힘든 재료인데 단탈스에게는 그저 괜찮은 재료인 듯하다.

"핵을요?"

"아니, 블랙 리자드맨의 비늘이 한 50개만 있으면 그걸 농축해서 효과를 더 끌어올릴 수 있거든. 어떻게 할래? 촌장한테 말하면 근처로 보내 줄 거야."

블랙 리자드맨의 레벨은 160 안팎이라고 한다.

호야는 스탯만으로 따지자면 레벨 250쯤의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상위 랭커들에게도 전혀 지지 않는, 아니 그들보다 살짝 앞서 나가는 무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신성력을 제외해도 랭커들과 같은 수준의 스탯을 보유하고 있었다.

호야에게는 블랙 리자드맨을 홀로 잡을 수 있는 힘과 기술이 있었다.

마침 레벨 업이 더뎌지고 있었으니 아이템의 성능도 끌어올리고 레벨도 올릴 겸 해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경매장에서 사는 방법도 있지만 양이 양이다 보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된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래. 그리고 가기 전에 어떤 아이템으로 만들지 미리 말해 줘, 기본 틀이라도 미리 만들어 놓을게."

"음...... 그럼 팔찌로 부탁드릴게요."

"오냐."

호야는 단탈스에게 인사를 하고서 바로 모안의 집으로 향해 그녀에게 워프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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