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5화 (15/171)

# 15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1권 15화

15. 유적의 거대 골렘(2)

그들이 문을 지나서 들어온 곳은 원형의 거대한 공동이었다.

공동의 바닥에 빈틈없이 빼곡히 그려져 있는 붉은 빛을 내뿜는 마법진들의 한가운데에 골렘이 하나 서 있었다.

그 골렘의 크기는 성인 남성 정도였고 생김새도 지금까지 잡았던 골렘들 중에서 제일 사람에 가까웠다.

그런 골렘에게 특징이 있다면 온몸 전체에 새겨져서 빛을 발하고 있는 고대 문자들과 가슴 정중앙에 박혀 있는 빨간색 보석이었다.

빨간색 보석, 핵이 눈앞에 있는 자이언트 골렘의 약점이었다.

몸의 다른 곳들은 높은 방어력을 지니는 것에 비하여 핵은 그 방어력의 반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휙.

자이언트 골렘이 일행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 코 입이 달리지 않은 달걀귀신 같은 얼굴이었지만 마치 좋은 먹이를 찾았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섬뜩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닥에서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던 마법진들이 모두 한순간에 사라졌다.

곧이어서 자이언트 골렘의 가슴에 박혀 있던 핵이 순간적으로 강한 빛을 발했고 빛이 사그라들자 자이언트 골렘이 땅을 박차며 일행에게 몸을 날렸다.

"철벽!"

그와 거의 동시에 킹이 앞으로 나서며 철벽을 시전했다.

지금은 몬스터라고는 보스밖에 없었기에 '전사의 포효'는 나중에 다른 이에게 어그로가 튈 때 사용할 용도로 남겨 두었다.

콰앙-!

지상 3층에서 골렘들이 동시에 몸을 날렸던 것보다 더 큰 굉음이 일었다.

킹은 자이언트 골렘의 공격을 방패와 검을 사용해서 필사적으로 막아 내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판단한 뮤란이 자이언트 골렘을 향해 뛰쳐나갔고 그 뒤를 따라서 호야도 몸을 날렸다.

몸을 날리는 둘을 향해서 피온이 버프들을 걸어 주었다.

[5분간 힘, 체력이 5% 상승합니다.]

[10분간 이동 속도가 7% 상승합니다.]

호야는 그것에 이어서 자신에게 모안에게 배운 마법 중 하나인 버프를 자신에게 걸었다.

[제3술식 - 버프]

스탯 하나를 지정하여 자신에게 30분 동안 지정 스탯 30%의 상승, 나머지 스탯의 5% 상승의 버프를 부여합니다.

사용 MP: 500

재사용 대기 시간: 300분

호야는 지금 상황에서 제일 필요한 스탯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예상보다 킹이 탱킹을 오래 하지 못할 것 같아 보였다.

그렇기에 호야가 생각한 지금 가장 필요한 스탯은 적을 빨리 쓰러트릴 수 있는 강한 힘이었다.

"버프, 힘."

[30분간 힘이 30%, 민첩, 체력, 마력, 신성력이 5% 상승합니다.]

캉-! 쾅-!

뮤란의 검이 내는 소리와 호야의 검이 내는 소리는 수준이 달랐다.

딜량의 계산을 하지 않아도 호야가 훨씬 강한 공격을 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뒤로 몇 번의 공격을 성공하고 뒤로 잠시 물러난 호야는 보스 몬스터의 HP 게이지를 확인했다.

음, 이 정도 속도면 마을사람의 일격은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보인다.

그렇게 판단을 끝마친 호야는 다시 몸을 움직였다.

"가시나무."

호야의 검이 자이언트 골렘을 향해 빠르고 강하게 쇄도했다.

* * *

'저 사람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사제인 피온은 상황을 빨리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힐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상황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전투 진형의 제일 후미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호야의 움직임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그의 움직임은 다음 동작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재빨랐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단순하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뮤란이 자이언트 골렘을 한 번 공격할 때 그는 두세 번의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탱커에게서 어그로를 순식간에 자신에게 가져올 만큼 딜량 또한 높았다.

처음에는 킹이 스킬을 사용하여 어그로를 자신에게 다시 가져왔지만 그의 딜량은 높아도 너무 높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에게 다시 어그로가 튀었고 자이언트 골렘의 공격은 그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딜러가 탱커보다 방어력과 체력이 낮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피온은 어쩔 수 없이 탱커의 역할을 맡고 있는 그의 체력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하지만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HP 게이지는 거의 미동이 없었다.

그는 거의 모든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을 한 채 피해 내고 있었다.

그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마치 민첩성으로 승부하는 회피형 탱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킹의 탱킹보다 그의 탱킹이 훨씬 나았다.

그렇기에 지금은 킹이 거의 반강제로 딜러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젠장! 난 체력 깡이란 말이야! 공격 스킬도 두 개밖에 없다고!"

"탱커님이 탱킹을 못하시니 딜이라도 넣으셔야죠? 얼른 움직여라, 호민아."

"킹이라고 했지! 돌격!"

콰앙-!

킹이 방패를 앞세워 스킬을 사용해 자이언트 골렘에게 공격을 가했다.

피아의 구분이 없는 스킬이었지만 자이언트 골렘이 호야와 붙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킹은 스킬을 사용함에 있어서 망설임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전투로 호야의 움직임을 보아 왔었기에 그가 피할 것이라는 확신 아닌 확신이 있었다.

그의 생각대로 호야는 킹의 공격이 자이언트 골렘에게 도달하기 직전에 자리를 이탈하여 킹의 스킬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자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스킬을 사용한 점에 화를 낼 법도 했지만 호야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그를 보고서 킹은 그에게서 고수의 과묵한 향기를 느꼈다.

왠지 아무 말도 안 하는 것도 자신들을 믿기에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등이 '나만 믿고 따라와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킹은 지금 당장이라도 형님이라고 육성으로 외치고 싶은 충동을 참아 내었다.

'크으...... 형니임!'

말로 하지 않는 대신에 속으로 외쳤다.

후드득.

킹의 공격을 받고서 드디어 자이언트 골렘의 HP 게이지가 3분의 1로 줄어 있었다.

체력이 줄은 자이언트 골렘의 오른팔이 돌가루가 되어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처음에 빛을 발하고서 잠잠했던 가슴의 핵이 다시 빛을 내뱉으면서 자이언트 골렘의 몸에 고대 문자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2페이즈의 신호였다.

"다들 경계!"

킹이 신호하자 이들은 눈으로는 자이언트 골렘을 쫓으면서 발아래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때 자이언트 골렘이 호야에게 튀어 가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발아래에서 붉은 마법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얇은 선으로 그려진 작은 별모양의 원과 그 원을 감싸듯이 그려진 굵은 원의 마법진이었다.

이 마법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굵은 선이 부피를 줄이면서 안의 작은 별을 가두어 두듯이 크기를 줄여 간다.

별과 선이 완전히 겹쳐지고 난 후 2초 후에 마법진은 빛의 폭발을 일으킨다.

이 마법진의 까다로운 점은 원과 원이 겹쳐지기 전에 플레이어가 자리를 이동하면 그 플레이어를 쫓아온다는 것이었다.

마법진의 원이 완전히 겹쳐져서 위치가 고정된 2초의 시간이 마법진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자이언트 골렘이 2페이즈 시작 후 10분마다 한 번에 생성하는 마법진은 총 20개.

그 마법진은 파티원 모두에게 전투 기여도에 따라서 차순위로 부여된다.

뒤에서 보조를 하는 사제라고 예외는 없었다.

피온은 자신의 발밑에 생겨나 점점 작아지고 있는 마법진 하나를 바라보았다.

마법진이 생겨나고 완전히 겹쳐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0초.

10초 후 타이밍을 맞춰서 피온은 재빨리 지금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마법진이 고정되지 않았을 때에 괜히 움직였다가는 다른 이와 동선이 얽혀서 커다란 대미지가 들어오기 십상이었다.

'헉......! 저게 뭐야!'

10초 후에 폭발한다고 해도 폭발 전까지 계속 마법진에 신경을 모두 부을 수는 없다.

사제인 피온은 다른 이들의 상태도 신경 써야만 했다.

만약에 체력이 부족한 이가 있거나 골절 같은 상태 이상에 걸린 이가 있다면 바로 치료와 힐을 넣어 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자신의 발아래에 한 개.

킹의 발아래에 두 개.

뮤란의 발아래에 세 개.

호야의 발아래에 다 그려지다 못해 그를 둘러싸듯이 생성되어 있는 14개의 마법진들을.

그녀는 기겁을 했다.

최소 인원으로 들어왔기에 인당 부여되는 마법진이 다른 파티에 비해 많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피온을 제외한 킹과 뮤란은 자신들에게 최소 다섯 개의 마법진이 부여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한데 이게 웬걸?

뚜껑을 열어 보니 반 이상의 마법진이 호야에게 몰려가 있었다.

그들 셋을 합한 것이 호야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호야가 자이언트 골렘을 거의 다 상대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호야를 도와주어야 했다.

저거는 혼자서 감당하고 피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한데 방법이 없었다.

10분 넘게 치러졌던 전투의 기여도가 10초 동안의 공격으로 달라질 수준은 아니었다.

우웅- 우웅- 우웅-.

그들이 호야를 도와줄 방법을 찾지 못하고 고민하던 사이 10초가 지나갔다.

움직임을 멈춰 버린 마법진들이 더욱 강렬하게 빛을 내뿜었다.

셋은 재빨리 자신의 자리를 이탈해서 호야를 바라보았다.

사전에 2페이즈의 설명을 들었었기에 호야도 재빨리 자리를 이탈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이언트 골렘은 그에게 집요하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마법진은 자이언트 골렘 자신에게도 미미하기는 하나 피해를 줄 터인데 그러한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듯 보였다.

자이언트 골렘의 그런 끈질김 때문에 호야는 아직 반 정도밖에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피온은 애가 탔다.

저걸 다 맞으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좋아도 빈사였다.

최악의 경우 사망을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자신의 부활 스킬이면 소생이 가능했지만 그 스킬은 이미 며칠 전에 사용하여 아직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오지 않았다.

마법진이 폭발하기 0.1초 전.

"신속."

마법진들의 중앙에 자이언트 골렘만을 놔둔 채 그의 신형이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뒤로 물러났다.

그가 마법진을 벗어남과 동시에 자이언트 골렘만을 마법진들의 중앙에 둔 채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 멀리 벗어난 것은 아니었기에 폭발의 여파를 그도 조금 입었지만 미약한 수준에 그쳤다.

그리고 그 폭발로 인한 먼지구름이 사라지기 전에 그는 뒤로 물러났을 때와 같은 속도로 다시 자이언트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돌진하는 것과 동시에 먼지구름이 걷히는 것이 마치 외국에서 만든 히어로 영화의 전투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가시나무."

그의 검이 재빠르게 자이언트 골렘에게 쏘아졌다.

그의 검은 폭발로 인해서 완전히 열어젖혀진 자이언트 골렘의 가슴 중앙에 위치한 핵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핵을 연속으로 다섯 번 공격당한 자이언트 골렘은 가슴을 움켜잡으며 뒤로 훌쩍 물러난 상태였다.

자이언트 골렘에게 얼굴은 없었지만, 마치 미간을 찌푸린 채 호야를 째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아아! 지금 갈게요!"

그 움직임에 넋을 빼앗기고 있던 킹과 뮤란이 호야가 그들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 후, 보스 몬스터인 자이언트 골렘의 2페이즈는 1페이즈보다 빠르게 끝이 났다.

호야가 1페이즈에서 스킬을 아껴 두었던 것이 큰 효과를 보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