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3화 (13/171)

# 13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1권 13화

13. 새로운 마을로(2)

"꽉 잡아!"

호야는 모안이 자신을 리포른에 보내 주겠다는 것을 승낙했다.

모안은 워프를 하기 위함이란 핑계를 대고서 호야의 손을 꽈악 깍지 끼어 잡았다.

마법사들, 그중에서도 고레벨 마법사들 중 워프 스킬을 보유한 극소수의 이들이 자신 이외에 다른 이와 같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몸의 접촉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접촉은 살짝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전설의 마법사인 모안은 딱히 그러한 접촉도 필요 없는 것이 사실이었으나 호야가 그것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호야의 주변을 빛이 감싼 후에 빛이 가라앉자 그가 모안과 함께 서 있는 곳은 벽돌집 사이의 인적 드문 골목길이었다.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자 잿빛의 구름들이 보였다.

"그럼 나는 갈게. 마을에 자주 돌아오고! 올 때마다 내가 다시 보내 줄 테니까!"

모안은 순식간에 호야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호야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 앞으로 나아가 골목을 벗어나면 바로 리포른의 입구 근처라고 모안이 알려 주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크라우스나 모안과 같은 NPC뿐만이 아니라 호야와 같은 플레이어들도 잔뜩 있을 터였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 있을까.

......마을의 사람들과도 어느 정도 친해졌으니 괜찮을 것이다.

호야는 그리 생각하며 골목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 * *

"유적의 거대 골렘 던전 파티원 한! 명! 구합니다! 탱커 1명, 딜러 1명, 보조 1명 있습니드아아아아! 제발요오!"

"......너무 처절해 보이지 않아?"

"하아, 이런 곳에 과연 파티가 없는 전투직 플레이어가 있을까?"

"정 아니다 싶으면 힘 깡인 대장장이라도 설득해서 데려가야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손을 입에 모아서 외치고 있는 남자를 힐끔힐끔 쳐다보지만 다가오는 이는 없었다.

그런 그의 옆에 있는 그녀들은 남자가 창피해서 지금이라도 당장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었기에 쓰고 있는 로브의 모자와 투구를 최대한 내려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이 셋은 현실에서도 친분이 있는 이른바 실친 파티였다.

그렇기에 도망갈 수 없었다.

지금 도망가 봤자 현실에서 그가 뭐라 할 것이 뻔했다.

거기에 지금 던전에 가는 이유가 로브를 뒤집어쓴 그녀에게 있다는 원인도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소재 아이템인 '자이언트 골렘의 핵'은 유적의 거대 골렘의 보스 몬스터에게서 드랍 되는 아이템이었다.

한데 이 '자이언트 골렘의 핵'의 드랍률은 던전에 입장하는 인원의 수에 따라서 달라진다.

입장 인원이 최소 제한인 4명일 때의 드랍률은 7%, 최대 제한인 10명일 때는 1.2%밖에 되지 않았다.

최대한 드랍률을 올리고 아이템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하여 그들은 단 한 명만의 파티원을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단 한 명의 파티원이 구해지지 않고 있었다.

이 리포른이라는 도시는 주변 환경의 특성상 파티 없는 전투직 솔로 플레이어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

몬스터의 사냥을 위해 리포른에 오는 이들은 모두 돈을 아끼면서 경험치도 쌓을 겸 걸어서 오는 것을 선호했기에 이곳에 올 때는 기본적으로 파티를 맺는다.

그렇기에 전투직 솔로가 있을 확률은 매우 낮았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솔로가 보이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다른 파티를 들이기에는 드랍률도 낮아지고 아이템의 소유권을 주장하기가 난감해진다.

이 셋은 자신들에게 오래 걸리겠지만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차할 때에는 일단은 비전투직으로 분류되는 대장장이라도 한 명 고용해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호민아, 그냥 적당히 대장장이라도 데려가자."

"어허, 게임 속에서는 킹이라고 해야지."

"예, 예. 그러니까 왕님? 대장장이라도 데려오죠?"

"에휴...... 진짜 그래야 하려나."

호민이, 아니, 킹이 단념하고 있을 때 그의 시선에 한 플레이어가 들어왔다.

녹색 머리를 한 그 플레이어는 방어구 자체는 이 마을에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평균 수준의 평범한 장비를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얼굴에 쓰고 있는 나무껍질처럼 보이는 가면과 허리에 차 있는 검이 눈에 띄었다.

'최소 에픽!'

지금까지 소문으로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템을 얻기 위하여 힘든 일을 해 왔다는 것이다.

즉 눈앞에 있는 저 플레이어는 싸움을 잘할 거다, 라고 킹은 생각했다.

거기에 저 플레이어는 혼자 있었다.

즉 혼자서 이곳에 올 만큼 싸움을 짱짱 잘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안녕하세요!"

"!"

킹은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서 바로 그 플레이어에게 전력 질주로 다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킹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그가 움찔거렸다.

"혹시 솔로이신가요!"

"......."

"무언은 긍정의 표시라고도 하죠! 혹시 지금 시간 되신다면 저희랑 던전 하나만 돌아 주시면 안 될까요!"

탁!

킹이 그의 손을 양손으로 꼭 잡고서 간절하게 눈을 빛내며 부탁하자 그는 킹의 손을 뿌리쳤다.

그의 행동에 킹은 당황했다.

자신의 눈빛 공격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눈앞에 있는 그도 왠지 당황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갑자기 죄송해요! 하지만 이야기 좀 들어 주세요!"

"아...... 저...... 저도 죄송합니다."

그는 킹에게 손을 뿌리친 것에 대해서 작은 목소리로 순순히 사과해 왔다.

거기서 희망을 느낀 킹이 다시 한 번 그에게 부탁했다.

"던전 하나만 같이 돌아 주시면 안 될까요? 아이템 배분 설정은 기여도 우선 선택으로 할게요!"

"......."

"혹시 일이 있으신가요......?"

"일은 없는데......."

"그렇다면 같이 가시죠! 거기 둘 다! 드디어 사람 구했어!"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킹은 그의 대답도 다 듣지 않고서 자신의 파티원들을 불렀다.

킹에게 다가온 그녀들도 초록 머리의 플레이어를 보더니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짐은 되지 않겠네. 잠시 동안 잘 부탁해요."

"시간 뺏어서 죄송해요."

그녀들은 그에게 매우 친절했다.

가면으로 눈이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에게서는 잘생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장비 상태도 괜찮으니 짐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직업은 뭐라고 하셨어?"

"안 물어봤는데?"

킹의 말에 미간을 누른 그녀는 킹의 옆구리를 한 대 퍽 치고서는 그에게 물었다.

"직업도 듣지 않은 거야? 나 참....... 흐흠, 흉한 꼴 보여서 죄송해요.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기사인 뮤란이고 이쪽은 사제인 피온, 저 못난이는 탱커 쪽 전사인 킹이에요."

"......."

"네?"

그의 작은 목소리를 듣지 못한 뮤란이 갸웃거리자 그가 다시 말했다.

"......마을사람."

그의 말에 뮤란은 말을 잃었다.

그 최약체인 마을사람이라고? 이 사람이? 말도 안 돼!

눈앞의 남자는 겉보기에는 전투직 플레이어 못지않았다.

"레, 레벨은 어떻게 되세요......?"

그래도 여기에 올 정도라면 필드 몬스터를 사냥할 정도는 될 거라는 소리였다.

생산 계열도 아닌 마을사람이 그것 외에는 딱히 이곳에 올 일이 없지 않은가.

......아니, 혹시 제작 기술을 배운 마을사람인가?

마을사람 자체가 노력만 하면 제작 기술도 배울 수 있는 직업이었기에 그러한 생각도 들었었다.

그래도 장비가 저러니 전투 스킬 정도는 있겠지?

뮤란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에게 레벨을 물었다.

"아아, 그러고 보니 닉네임도 듣지 못했네요. 닉네임이랑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닉네임은 호야이고...... 129입니다."

호야의 말에 셋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놀랬다.

자신들보다도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 * *

"아, 미안합니다. 지나갈게요."

골목길을 나선 호야의 앞으로 한 플레이어들의 무리가 지나갔다.

그들이 지나간 후에도 호야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괘,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과 친해지면서 대인 기피증이 나아졌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눈앞에 있는 이들이 진짜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몸이 순간적으로 굳으며 가슴이 빠른 속도로 뛰었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 아니야. 플레이어들도 크라우스나 모안과 다를 것 없어. 이들도 사람이 아닌 게임 데이터일 뿐이야......!'

아니, 사람이 맞았지만.

호야는 애써 속으로 그렇게 자신을 다독였다.

이들이 진짜 살아 있는 이들이라고 해도 지금 여기서는 0과 1로 이루어진 게임 데이터일 뿐이었다.

현실의 나에게는 전혀 해를 끼치지 못한다.

그렇게 머리에 억지로 박아 넣자 한결 나아진 느낌이 들었다.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

한 남자가 호야의 앞을 잽싸게 가로막으면서 눈을 빛냈다.

연예인 뺨을 후려치는 외모를 가진 남자였다.

이니티움은 색의 변환을 제외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했으니 아마 저 얼굴이 실제 얼굴일 것이다.

호야 자신도 연예인 뺨을 후려치다 못해 주먹을 날리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장기간 집에서 나가지 않던 그는 그런 사실을 망각한 지 오래였다.

"혹시 솔로이신가요!"

남자가 질문을 해 왔기에 호야는 대답을 하려 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아직 그러지 못한 모양이었다.

"무언은 긍정의 표시라고도 하죠! 혹시 지금 시간 되신다면 저희랑 던전 하나만 돌아 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는 호야의 대답도 듣지 않고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무언은 긍정의 표시라고도 하지....... 너, 무슨 일 있어?

남자의 말에 아프고도 그리운 옛 추억이 떠올라 생각에 잠겨 있자 남자는 호야의 손을 두 손으로 애원하듯이 덥석 잡았다.

그런 남자의 손을 자신도 모르게 뿌리친 호야는 당황하고 있었다.

처음 크라우스에게 이런 후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머리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여 버렸다.

남자 쪽에서 먼저 사과를 해 왔기에 호야도 그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었다.

"던전 하나만 같이 돌아 주시면 안 될까요? 아이템 배분 설정은 기여도 우선 선택으로 할게요!"

"......."

"혹시 일이 있으신가요......?"

"일은 없는데......."

"그렇다면 같이 가시죠! 거기 둘 다! 드디어 사람 구했어!"

파티로 던전에 들어간다면 호야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었다.

사람에게 익숙해져야지 방금 전과 같은 행동을 안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호야는 자신의 직업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어떠한 취급을 받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잠시 머뭇거렸다.

그사이에 남자가 자신들의 파티원들을 호야가 있는 곳으로 불러 모았다.

머리에 투구를 뒤집어쓴 차가운 눈빛의 여자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여자였다.

특이한 것은 모두 착용한 장비의 종류가 다른데 왼쪽 가슴 부분에 하얀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저 호랑이를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호야는 떠올리지 못했다.

투구를 뒤집어쓰고 있는 여자, 뮤란이 먼저 자신들의 직업과 닉네임을 밝혀 오며 호야의 직업을 물어보았기에 호야는 답했다.

"......."

"네?"

"......마을사람."

호야는 자신의 말에 투구 아래로 잠시 멈칫하는 눈을 보았다.

역시,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잘 짜인 파티가 마을사람을 데리고 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멈칫한 눈빛 말고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뮤란이 호야에게 레벨과 닉네임을 물어 왔기에 호야는 순순히 답해 주었다.

"닉네임은 호야이고...... 129입니다."

호야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던 세 사람 중 피온이라는 여자가 허공에서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아마 시스템 창을 조작하는 것이리라.

이니티움은 게임 내에서 공식 홈페이지에 한해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다.

"지, 진짜야....... 진짜 129이시고 직업도 마을사람이 맞아."

홈페이지에서 랭킹 목록을 확인했었던 것 같다.

그들이 호야를 바라보는 눈에는 호기심이 더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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