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0화 (10/171)

# 10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1권 10화

10. 오염된 숲의 엔트

"저기, 그거는 왜 뒤집어쓰는 거예요?"

크라우스와 레이나는 호야가 크라우스를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이 나뭇잎 같은 것을 엮어서 만든 베일을 머리에 뒤집어써서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엔트들은 머리가 꽤 나쁘거든. 이 정도만 해도 자기들이랑 같은 엔트인 줄 알아서 공격받기 전까지는 공격을 안 해. 아종이 있는 장소까지 가는 사이에 엔트들이 몰리면 귀찮잖아?"

"그럼 저도 뒤집어써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호야 씨는 그냥 가셔도 괜찮을걸요? 처음에도 전혀 공격받지 않았다면서요?"

첫날의 일을 떠올린 호야는 납득했다.

확실히 그날 크라우스가 얼굴을 보이기 전에는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았었다.

지금도 숲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받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것을 노리고 만든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운이 좋았다.

그래도 아종은 지능이 어린아이 정도는 되기에 아종에게는 통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한다.

"아종은 우릴 보자마자 소리를 질러서 엔트들을 모을 거야. 소리가 꽤 크니까 조심하고, 몰려오는 엔트들은 우리가 상대할 거니까 걱정 마."

그 후로 조금 더 걷자 제일 앞서 나가던 크라우스가 팔을 펼치며 호야의 걸음을 멈추었다.

크라우스의 신호로 나무인지 엔트인지 모를 것의 뒤에 숨어서 고개만을 살짝 내밀어 멀리 앞을 바라보았다.

바라본 그곳에는 갈색 피부와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긴 녹색 머리를 가진 전라의 소년이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갈색 피부는 나무의 껍질처럼 보였고 녹색 머리는 크라우스와 레이나가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나뭇잎들이 길게 늘어진 거였다.

언뜻 보면 가녀리게 생긴 모습이었지만 호야는 저 멀리 소년에게서 오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필드 보스 몬스터 '오염된 엔트 아종'의 존재감이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상태 이상 '공포'에 걸렸습니다.]

[칭호 '땅끝 마을의 주민'의 효과로 인해 저항하였습니다.]

상태 이상이었나.

크라우스와 레이나를 바라보자 둘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호야도 순간적으로 느낀 오싹함 뒤로는 전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아마 호야가 느꼈던 오싹함은 상태 이상이 아닌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몬스터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로부터의 본능적인 공포감으로부터 생겨난 거일 것이다.

"호야, 아까 알려 줬던 거는 다 기억하고 있지?"

"네."

"좋아, 그럼...... 출발!"

크라우스가 호야의 등을 미는 것으로 인해서 호야가 나무 뒤 사각지대를 반강제로 벗어나 오염된 엔트 아종을 향해 달렸다.

그와 동시에 아종의 고개가 호야 쪽으로 살짝 돌아간 것을 보아하니 적은 바로 호야의 존재를 인식한 것 같았다.

이미 들켰으니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아종의 공격 방식에 대해서는 크라우스가 미리 호야에게 설명해 주었다.

찌르는 공격이 특기, 불시에 바닥에서 솟아나는 나무뿌리들을 주의할 것, 뿌리는 꽤나 질기기에 한번 잡히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레이나는 호야가 방어구가 없다는 것을 알고서 방어력을 올려 주는 버프를 그에게 걸어 주었다.

하지만 아종과의 전투는 호야의 훈련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크라우스가 레이나에게 말하여 제한을 걸어서 버프로 올라간 방어력은 동 레벨대의 일반 방어구를 입은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거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다.

우어어어어어-!

호야를 향해서 완전히 고개를 돌린 아종이 입을 벌리더니 낮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를 내었다.

목소리라고 하기보다는 음파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곧이어 주변 나무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호야가 아종의 바로 코앞에 도달했다.

"주신, 이브의 이름으로! 형평의 필드!"

레이나가 영창하자 호야와 아종을 중심으로 은은한 빛의 벽으로 된 돔 형태의 벽이 생겨났다.

[스킬 '형평의 필드'가 발동되었습니다]

[필드 안의 '호야'와 '오염된 엔트 아종'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들이 필드 밖으로 밀려납니다.]

['오염된 엔트 아종'의 능력치가 '호야'의 능력에 비례해 변동됩니다.]

[한쪽이 사망하기 전까지 필드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콰앙-! 쾅!

그 찰나의 사이에 도착한 오염된 엔트들이 줄기로 필드의 벽을 내리쳤지만 벽은 아무런 진동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종도 자신에게 일어난 이변을 눈치챘다.

그래서인지 호야를 발견하고서 일그러졌던 얼굴이 더욱 강하게 일그러졌다.

눈이라고 생각되는 파인 부분에서 붉은 빛이 발했다.

[오염된 나무의 시선에 노출되었습니다.]

[시선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모든 스테이터스와 공격력, 이동 속도가 30% 감소합니다.]

[칭호 '땅끝 마을의 주민'의 효과로 인해 저항하였습니다.]

콰앙-!

호야가 강하게 쥐고 있는 검이 아종에게 내질러지며 순간적으로 얕은 먼지구름이 일었다.

먼지구름이 걷힌 곳에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버티고 있는 호야와 그런 호야의 검을 팔로 막아 내고 있는 아종의 모습이 보였다.

카가각!

오염된 숲의 엔트 아종은 호야의 검을 비껴서 쳐 내었다.

그로 인해 열려 버린 호야의 복부를 향하여 아종의 왼팔 끝의 송곳처럼 날카로운 나뭇가지가 튀어나왔다.

발아래와 왼쪽 옆구리를 노리고서 바닥에서 나무뿌리들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발아래에서 솟구치는 나무뿌리를 발을 틀어서 피해 냈다.

동시에 솟구쳐 오른 나무뿌리를 발로 박차면서 뒤로 물러나 복부로 파고들던 아종의 팔을 피했고 위로 쳐 내진 검을 바로 아래로 그어 내려 왼쪽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던 나무뿌리의 방향을 비틀었다.

모두 찰나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보인다......!'

크라우스에 비하면 막 걸음마를 뗀 아기 같은 속도였다.

열흘간 크라우스와 대련을 펼쳤던 호야의 눈은 보다 빠른 것을 눈으로 쫓을 수 있는 힘을 키웠다.

스탯이 받쳐 주지 않기에 스치거나 피하지 못하는 공격은 있었다.

하지만 공격의 방향을 파악하고 최소한의 피해로 몸을 움직여 피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문득, 호야는 크라우스가 자신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호야 너는 네 생각보다 훨씬 강하니까 말이야.

지금까지 매일 크라우스에게 얻어맞기만 하여 그가 느끼지 못했던 것일 뿐이지, 호야는 충분히 강해져 있었다.

스탯만 낮을 뿐이지 랭커들과 견주어도 결코 쉽게 지지 않을 움직임과 판단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호야의 모습을 필드의 밖에서 크라우스와 레이나가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이에요. 솔직히 조금 걱정했었어요."

스걱.

레이나가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성인 남자 다섯 명이 팔을 벌려 둘러 감싸도 아슬아슬할 것 같은 크기의 오염된 숲의 엔트가 맥없이 갈려 나이테를 드러내며 빛의 알갱이가 되며 사라졌다.

"저 정도에 맥없이 지면 내가 가르친 보람이 없잖아."

촤악.

크라우스의 검에 파란 빛이 모여들었고 크라우스가 검을 번개같이 휘둘렀다.

검에 맺혀 있던 파란 빛이 활대처럼 휘어져서 전방의 수 마리의 오염된 숲의 엔트들에게 날아가 그것들을 모두 동강 내었다.

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익숙하다는 듯이 그러한 일들을 행하고 있었다.

흡사 마당의 잡초를 배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마을은 그들의 집이었고 숲은 그들의 앞마당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안에서 죽어라 검을 휘두르는 호야에 비하면 평화로운 그들이었다.

일어난 참상은 호야보다는 크라우스와 레이나 쪽이 더 험악했지만 말이다.

우어어어어-!

아종이 크게 음파를 내지르자 아종의 주변 땅에서 빈틈없이 나무뿌리들이 올라와 호야를 향해 총알처럼 몸을 날려 왔다.

한 점을 노린 단순한 공격이기에 피하는 것은 쉬울 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십 개의 나무뿌리가 뭉친 거대한 드릴과도 같았기에 공격의 면적은 지금까지의 그 어떠한 공격보다도 넓고 거대했다.

콰아앙!

호야가 서 있던 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쾅-!

[한쪽이 사망하기 전까지 필드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한쪽이 사망하기 전까지 필드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한쪽이 사망하기 전까지 필드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호야의 몸이 먼지구름을 뚫고 튕겨 나와 필드의 벽에 부딪혔다.

벽에 계속 몸이 닿아 있자 필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었다.

"흐어억, 허억! ......크윽!"

호야는 가파른 숨을 내쉬면서 아종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HP 게이지를 확인했다.

아종의 HP는 수십 분간의 공격으로 대략 4분의 3만을 남긴 채 깎여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시간은 거뜬히 지난 듯했다.

호야의 HP는 이미 바닥을 치기 직전인 상태였다.

아마 앞으로 한 번이라도 공격을 맞는다면 바로 사망 판정을 받을 것이었다.

그야말로 위기일발의 상황이었다.

레이나는 그러한 그에게 힐을 해 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크라우스가 가로막았다.

"안 돼, 레이나."

"하지만...... 이번에 해내지 못한다면 5개월은 더 지나야 돼요!"

"호야를 잘 봐 봐."

호야는 검을 지팡이 삼아서 일어서고 있었다.

"저게 도움을 바라는 녀석의 눈으로 보여?"

검을 지팡이 삼아서 일어나는 와중에도 호야의 눈은 멀리 정면에 있는 아종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종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강함을 향한 욕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필드의 밖에 거의 근처까지 다가온 크라우스와 레이나의 존재에는 전혀 신경을 두지 않았다.

오로지 적에게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

호야의 눈빛을 확인한 레이나가 조용히 손을 내렸다.

심히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방법이 없는 포기한 자의 눈이 아니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호야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실전에서 사용한 적은 없었지만 연습에서는 꽤나 강력한 힘을 보였었다.

최대의 효율을 위해서 아슬아슬할 때까지 계속 검을 휘둘러 체력을 깎았다.

이제는 믿는 구석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

타다닷!

호야가 일어나 앞으로 뛰어가자 호야를 노리고서 나무뿌리들이 튀어나왔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나무뿌리들을 호야는 아슬아슬하게 거의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 있었다.

우어어어!

자신의 공격이 다 빗나가자 화가 난 듯한 아종이 음파를 내질렀다.

그러자 아까 전보다도 더 많은 나무뿌리들을 솟구쳐 올렸지만 그 순간에는 이미 호야가 아종의 앞에 도달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때 호야가 크게 외쳤다.

"마을사람의 일격!"

마을사람 전용의 호야의 유일한 공격 스킬이 오염된 숲의 엔트 아종에게 작렬했다.

콰아아앙-!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크기의 굉음이 일며 먼지가 피어올랐고 그 충격으로 필드 밖의 나뭇가지들까지 잘게 떨렸다.

먼지구름이 걷힌 자리에는 몸이 크게 베여 갈라진 아종이 HP의 5분의 2나 남긴 채 충격으로 인해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란 아종의 앞에는 나무뿌리에 꿰뚫린 호야가 몸이 꿰뚫린 채 축 늘어져 있었다.

바닥을 치기 직전이었던 호야의 HP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호야의 상태를 본 아종은 자신이 이겼다는 생각에 씨익 웃으며 나무뿌리를 회수했다.

몸에서 나무뿌리가 빠져나가자 호야의 몸이 무릎부터 무너지는 듯했다.

"호야 씨!"

레이나가 소리쳤다.

역시 그때 힐을 걸었어야 했다.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안타까워했다.

바로 그때,

[칭호 '불굴의 의지'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HP를 1 회복한 채 즉시 부활합니다.]

[10초 동안 모든 스탯이 2배 상승하며 모든 공격이 치명타로 적용됩니다.]

[모든 스킬의 쿨 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무너져 내리던 호야의 몸이 우뚝 멈춰 서더니 그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마을사람의 일격."

쿠아아아아앙-!

바로 전보다 거대한 굉음과 먼지구름이 일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