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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는 마을사람-8화 (8/171)

# 8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1권 8화

8. 크라우스의 가르침(1)

"어제는 미안! 우리 마을 허수아비가 다른 마을이랑 조금 다르다는 걸 깜박했었어!"

크라우스가 어제의 일을 사과해 왔기에 호야는 그의 사과를 받아 주었다.

의도한 일도 아니었고 좋은 의미에서 한 행동이었기에 호야도 딱히 화가 나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허수아비한테 죽은 것이 황당했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절대 그럴 일 없어! 허수아비 설정도 다 고쳐 놨고, 다른 마을 허수아비들도 몇 개 구해 왔으니까!"

크라우스의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는 호야를 허수아비 앞으로 이끌었다.

* * *

"다시!"

호야는 그 후로 전날과 같이 크라우스에게 자세 교정을 받은 후에야 허수아비 앞에서 검을 들 수 있었다.

그래도 30분 정도만으로 끝났으니 다행이었다.

오늘도 호야를 바라보는 크라우스의 표정은 만족스럽지 못해 보였다.

호야의 앞에는 두 가지의 허수아비가 있었다.

하나는 연한 갈색의 지푸라기들로 만들어진 허수아비였다.

다른 하나는 지푸라기는 지푸라기인데 검은색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허수아비였다.

어제 호야를 로그아웃 시킨 허수아비가 바로 이 검은 녀석이었다.

크라우스가 먼저 한 말에 따라서 호야는 평범한 허수아비를 향해 어제와 같이 검을 휘둘렀다.

호야가 허수아비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서 크라우스의 입이 조금씩 움찔거렸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호야의 조금씩 엇나가 있는 자세를 고쳐 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 모안이 한 말이 있었기에 입을 열지 않았다.

-호야는 네 제자가 아니야. 거기에 더해서 검도 처음 잡아 보는 것 같던데 계속 그렇게 강압적으로 가르치면 호야는 지쳐서 아예 검을 놓을지도 몰라. 옛 제자와 같은 상황을 원하는 거는 아니지?

-이제 적당히 해 주세요, 스승님! 저는 이미 이 나라 최고의 검입니다!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한순간도 검에서 손을 놓지 않던 녀석이 바닥에 검을 내던지면서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린 크라우스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녀석이었다.

그래도 그가 살았던 나라에 갈 때면, 그의 핏줄을 볼 때면 가슴 한편을 무언가가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확실히 호야는 그저 같은 마을 주민이었기에 크라우스가 그에게 강압적으로 기술을 전수할 자격은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호야가 그것을 원한다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자제해야 하는 일이었다.

5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크라우스의 시선에는 부서져 쓰러진 허수아비 하나와 한 손에 검을 든 채 당황한 얼굴로 허수아비를 내려다보고 있는 호야의 모습이 들어왔다.

쓰러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급하게 구해서 가져다 놓은 녀석이었기에 그리 좋은 허수아비가 아니었다.

그러한 허수아비가 레벨 100이 넘고 공격력 700 언저리의 검을 들고 있는 모험가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자신에게 제대로 검술을 배운다면 1분도 안 되어 부쉈을 텐데....... 크라우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졌다.

"저, 그...... 부숴서 죄송합니다."

각 마을 훈련장에 설치되어 있는 허수아비들은 비교적 방어력이 높고 내구도도 높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회복을 하기에 허수아비를 부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랭커가 시작의 마을 허수아비를 친다면 부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훈련장에는 저마다 레벨 제한이 있기에 랭커가 시작의 마을 훈련장에 들어가는 일은 전쟁 같은 이벤트가 아니면 시스템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쟁 관련 이벤트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허수아비가 부서졌다는 사례는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 * *

크라우스의 조언을 들으면서 허수아비에 공격을 가했다.

얼마나 바로잡힌 자세로 공격을 가하느냐에 따라서 허수아비를 공격하면서 얻는 스탯 획득에 걸리는 시간이 달라진다.

어제만 해도 그저 치료의 일환으로 생각했던 게임이지만 어제의 영상을 보고 난 지금은 목표가 생겼다.

강해지고 싶었다.

두려움도 가득한 마음이었지만 그럼에도 강해지고 싶었다.

그렇기에 호야는 크라우스의 조언을 최대한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라우스의 얼굴은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 틀린 건가?'

자신이 크라우스의 조언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건가.

그러한 생각이 들었지만 크라우스는 마치 선을 그어 놓고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않는 것처럼 호야를 가르치고 있었다.

호야와 은근히 거리를 두려 하고 있었다.

파사삭.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호야가 내리치던 허수아비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부서져 버린 것이었다.

"어...... 어어......."

이게 왜 부서지지?!

호야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허수아비라는 거는 절대 부서지지 않는 거 아니었나?

어제 허수아비에게 당한 후로 검색해 봤었기에 호야는 그리 알고 있었다.

당황하고 있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플레이어 최초로 훈련장 허수아비를 파괴하였습니다.]

[개인 칭호 '불굴의 의지'를 획득합니다.]

[불굴의 의지]

훈련장 허수아비를 최초로 파괴한 자.

강인한 힘과 정신력과 끈기로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넘었다.

칭호 효과: 사망 시 HP 1을 남겨 두고 부활합니다.

부활 후 10초 동안 모든 스탯이 2배 상승하고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초기화시키며 모든 공격을 치명타로 발생시킵니다.(효과 발동 시 재사용 대기 시간 일주일)

'부활기......!'

개인 칭호, 그것은 이니티움에서 특정 조건을 최초로 달성하는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하나뿐인 칭호다.

한 명이 얻으면 다른 이들은 절대로 얻을 수 없기에 개인 칭호의 효과는 다른 칭호들보다도 더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불굴의 의지'와 같은 부활기라거나.

거기에 더해서 강한 버프까지 지니고 있었다.

10초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호야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의 사과는 해야 했기에 정신 줄을 잡고서 크라우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 그...... 부숴서 죄송합니다."

자신을 위해 구해 온 것일 터인데 그것을 바로 부숴 버렸다.

그것에 대한 사과였다.

"하하하, 뭐, 예상은 한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 게다가 우리 것도 아닌...... 아, 아무것도 아냐."

"......?"

크라우스가 뒷말을 끊었기에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 수 없는 호야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크라우스는 말을 돌리며 넘어갔다.

"그나저나 그건 부서졌으니까 이제는 옆의 검은 녀석으로 해야겠지?"

움찔.

"그 녀석은 훨씬 더 단단하니까 부서지지는 않을 거야. 어제처럼 반격은 하겠지만 어제와 같은 위력과 속도는 아니니까 안심해."

크라우스가 그리 말하기는 했지만 한번 당했던 것이기에 머뭇거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호야의 망설임을 크라우스는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호야를 살짝 옆으로 밀어내고서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모를 목검을 꺼내어 허수아비를 향해 휘둘렀다.

"자, 어제하고는 다르지?"

확실히 어제하고는 달랐다.

어제는 중간 부분이 뭉텅이로 잘려 나간 영화 필름인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빠르게 감기가 되고 있는 온전하게 이어져 있는 영화 필름이었다.

호야는 너무 놀란 나머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 주체가 허수아비가 아닌 크라우스였지만.

크라우스는 정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허수아비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부러 호야에게 잘 보여 주기 위하여 보여 주기 위한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검의 기역 자도 모르는 호야지만 크라우스의 검 실력이 범인의 범주를 뛰어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득 어제 숲에서 보았던 크라우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을에 도착해서는 렌시아에게 당하고 모안에게 당하면서 항상 웃고 있는 그였기에 기억이 살짝 희석되어 있었다.

크라우스는 강하다.

크라우스는 숲에서는 지금보다도 몇 배는 더 뛰어난 움직임을 보였었다.

"......."

그를 바라보는 호야의 눈빛에 각오가 담겼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크라우스와 눈을 마주 친 후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크라우스 씨."

"응?"

"......저에게 검을 가르쳐 주세요! 제대로!"

크라우스는 호야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지, 지금도 충분히 저를 위해서 가르침을 주시고 계시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정식으로 가르침을 받고 싶어요. ......강해지고 싶어요! 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호야는 마음속 깊이에서 용기를 끌어와 크게 말했다.

크라우스는 자신을 바라보는 호야의 얼굴을 보고서 문득 옛 제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석도 처음에는 눈을 저렇게 빛냈었다.

그 눈빛에 넘어갔기에 크라우스는 그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었었다.

하지만 그가 힘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거만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크라우스의 가르침을 받기를 꺼려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이미 이 나라 최강의 검인데 여기서 더 무얼 하라는 것이냐고 말이다.

"......."

크라우스는 망설여졌다.

이미 한번 전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 눈빛에 넘어갈 것인가.

눈앞에 있는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저 눈빛을 유지하며 자신의 가르침을 받아 낼 수 있을까.

헛된 꿈이라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심어져 있는 욕망은 눈앞의 그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라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르침을 받고 강해질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

나의 방식이 어디까지 통용되는지 보고 싶다.

저 눈빛은 진심으로 힘을 바라고 있었다.

한 번만 더, 마침표가 첫 번째와 같을지언정 시도라도 해 보자.

"......어제와 오늘에 비해서 몇 배, 몇십 배 더 힘들 거야."

"가, 각오는 하고 있어요."

"그래......."

이번에는, 이번 제자는 다를까?

크라우스는 호야에게 다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빡시게 굴릴 테니까 각오하라고. 마차는 이미 출발해 버렸으니 중간에 내릴 수는 없어."

"네!"

[크라우스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퀘스트 '전설의 검의 가르침'이 발생되었습니다.]

[전설의 검의 가르침]

전설의 기사, 전설의 검 크라우스, 그는 바람보다도 빨랐으며 정확했다.

그는 한 번 더 자신의 검을 가르치고자 마음먹었다.

그의 가르침을 완수하고 이어 나간다면 당신은 그 누구보다 강한 검을 휘두를 것이다.

완료 조건: 크라우스의 기초 훈련을 모두 완수한다.

성공 보상: 스킬 '초급 크라우스식 검술' 획득. 칭호 '전설의 검의 계승자' 획득

실패 패널티: 크라우스의 호감도 대폭 하락, 더 이상 그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없다.

[퀘스트 '전설의 검의 가르침'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퀘스트 거절 시 크라우스의 호감도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크라우스가 의지를 굳히자 호야에게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예.

호야는 당연하게도 퀘스트를 수락했다.

강해지자.

강해져서 과거에서 벗어나자.

엄마를 위해서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움츠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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