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6화 (6/171)

# 6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1권 6화

6. 땅끝 마을 오르도(3)

호야는 칭호와 스킬을 확인했다.

[땅끝 마을의 주민]

이 세계의 끝에 살고 있는 주민.

험난하고 거친 환경에 그들은 완벽히 적응했다.

칭호 효과: 모든 상태 이상과 디버프에 완벽히 저항합니다.

[마을 귀환]

직업 마을사람 전용의 귀환 스킬.

땅끝 마을 '오르도'로 귀환할 수 있습니다.

사용 MP: 보유 MP의 10%

재사용 대기 시간: 300분

[마을사람의 일격]

직업 마을사람 전용의 공격 스킬.

다른 이들보다 딱히 특출난 것이 없는 마을사람의 모든 것을 끌어모은 일격은 강력했다.

모든 스탯의 합과 공격력에 비례해 강력한 공격을 가합니다.

사용 MP: 보유 MP의 50%

재사용 대기 시간: 7일

연속으로 사기적인 칭호가 나왔다.

모든 상태 이상에 내성을 가진다.

즉, 모든 상태 이상 공격이 무효화된다는 것이었다.

두 번씩이나 연달아 이런 칭호들이 나오니 호야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면 원래 이런 것이 보통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한 번, 오르도에 온 것을 환영한다, 호야!"

호야가 칭호와 스킬의 확인을 끝내자 타이밍 좋게 모안이 마을사람이 된 것을 환영하며 호야에게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호야는 이 작고 여린 아이를 밀쳐 낼 수 없었다.

호야가 어정쩡한 자세로 가만히 있자 크라우스가 호야를 대신하여 모안을 그에게서 떼어 놓았다.

"자, 그만하고. 일단 마을 구경이라도 시켜 줘야지?"

"아, 그러네."

자신을 밀쳐 낸 것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뾰로통한 표정을 짓던 모안이 크라우스의 말에 아차 싶은 표정으로 얼굴을 바꾸었다.

마을에 오자마자 사리반의 집으로 곧장 데리고 왔었다.

그렇기에 호야가 마을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사리반의 집까지의 거리가 전부였다.

바로 의자에서 일어난 모안은 처음 마을에 왔을 때와 똑같이 호야의 손을 잡고서 그를 이끌며 마을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리 큰 마을은 아니었기에 마을을 다 둘러보는 데에 1시간이 살짝 넘는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마을에 사람이 자신과 크라우스, 모안, 사리반, 렌시아 이외에 아무도 없는 것이 호야는 의문이었다.

그러한 의문을 품고 있는 호야에게 모안은 모두가 잠깐 마을에서 나가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해 주었다.

"모두가 마을에 있어도 여덟 명밖에 안 되니까 집에 찾아가거나 일부러 모이지 않는 이상 거리에서 마주치기는 힘들어. 아, 이제 아홉 명인가?"

웃으면서 설명을 해 주는 모안에게 이끌려서 호야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마을의 훈련장이었다.

분명 겉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가정집 정도 크기의 건물이었는데 안은 학교 운동장보다도 더 큰 공간이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여러 가지 무기들이 걸려 있었고 한편에는 검은 허수아비 같은 것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었다.

"여기가 우리 마을의 훈련장이야. 거의 쓰는 일은 잘 없지만 말이야, 호호호."

모안이 벽에 걸려 있던 검 한 자루를 가져와 호야에게 건네고서 허수아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일단 한번 쳐 봐."

"네?"

갑자기 무슨 소리지?

그런 생각이 호야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던 것인지 모안은 질문도 없이 바로 답을 내주었다.

"모험가들은 훈련하는 거 좋아하지 않아? 시설은 이렇게 횅하게 보여도 다른 어떤 훈련장보다 우리 마을의 훈련장의 효율이 더 높을걸?"

아마 훈련장에서 반복적인 행동으로 스킬의 숙련도나 스탯을 올리는 것을 말하는 듯했다.

확실히 스테이터스의 상승은 모험가가 좋아하는 것이기는 하다.

딱히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기는 했지만.

호야는 자신을 생각해서 이곳을 마을 구경의 마지막 장소로 골라 준 것에 살짝 고마움을 느꼈다.

중간에 들러서 잠깐 해 보는 것보다 마지막으로 들러서 진득하게 있는 것이 모험가 입장에서는 좋은 거니까.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저기...... 이거 저는 쓸 수 없어요......."

모안이 호야에게 건네준 검이 문제였다.

호야는 그 검을 보고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푸른 에르텔의 롱 소드]

등급: 유니크

공격력: 3,800

내구도: 750/750

*스킬의 시전 시간이 대폭 감소합니다.

*상대방을 타격 시 30%의 확률로 적의 MP를 일정량 흡수합니다.

전설의 대장장이 단탈스가 주로 지팡이에 사용되는 푸른색 에르텔을 이용하여 만든 검입니다.

검날이 모두 푸른색 에르텔로 이루어져 있어 스킬과 마법의 사용 시 효율을 대폭 올려 주며 외견 또한 어느 보석 장신구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제작 도중 재채기가 일어 불순물이 섞여 들어갔기에 단탈스가 원하는 성능이 나오지 않아 그는 이 검을 마을 훈련장 벽에 장식 삼아 걸어 두었습니다.

착용 제한: 레벨 580, 마력 900 이상 전사

지금 존재하는 플레이어 중 어느 누구도 착용하지 못하는 검이었다.

"아, 아아....... 그걸 생각 못 했구나. 미안해."

모안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하지만 현재 마을 오르도에는 이러한 무기들밖에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모안은 해결법이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은 뒤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시간이 5분쯤 흐른 뒤에야 모안이 다시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손에는 평범하게 생긴 철제 롱 소드가 하나 들려 있었다.

[평범한 롱 소드]

등급: 일반

공격력: 15

내구도: 50/50

보급형으로 제작된 평범한 롱 소드입니다.

초보 대장장이들이 주로 연습용으로 제작하기에 추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착용 제한: 없음

방금 전에 호야가 봤던 검에 비하면 초라하다 못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낮은 능력치였다.

낮은 능력치인 것이 당연했다.

애초에 이 평범한 롱 소드는 플레이어들이 처음 마을에서 기본으로 지급받는 무기였다.

하지만 오르도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그렇기에 모안이 잽싸게 다른 마을로 워프해서 그곳에서 슬쩍한, 아니 구해 온 것이었다.

호야는 모안에게 감사를 표한 뒤에 롱 소드를 받아 들고 자세를 취해 봤다.

그러한 호야의 모습을 본 크라우스의 눈빛이 진지하게 변했다.

"호야, 다리가 너무 벌어졌어. 그래서는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뒷발도 25도 정도 앞쪽으로 틀고, 어깨랑 손목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그리고......."

크라우스가 랩을 하고 있었다.

마치 랩처럼 빠르게 내뱉어지는 크라우스의 말에 호야는 잠시 멍한 기분을 맛보았다.

그저 검 한번 들어 본 것뿐인데 무슨 할 말이 저리 많은 것일까.

그래도 그 수십 마리의 오염된 엔트들을 숨 한 번 안 거칠어지고 단숨에 잡아낸 인물이 하는 말이었다.

호야는 일단 크라우스의 말에 따라서 자세를 조금씩 바꾸어 보았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 손목은 좀 더 이렇게! 어허, 힘 너무 뺐다!"

시간이 지날수록 크라우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 갔기에 크라우스가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호야는 한 번씩 움찔거렸다.

그런 둘의 모습을 모안은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모를 팝콘을 먹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어휴, 저 검 바보."

결국 말로 하는 설명에 한계를 느낀 크라우스가 직접 손을 움직여 호야의 자세를 고쳐 주고 있었다.

크라우스의 손길에 호야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금방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호야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뻣뻣하게 움직이는 호야의 동작에 크라우스가 더욱 큰 목소리를 내 왔다.

하지만 오히려 그 뻣뻣함이 크라우스가 직접 호야의 자세를 움직이는 것에는 도움이 되었다.

크라우스가 자세를 잡아 주는 그대로 호야의 몸이 굳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1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흐음, 뭐 처음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하나."

크라우스의 표정은 별로 만족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단은 호야에게 합격점을 내려 주었다.

크라우스의 말에 호야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겨우 1시간을 크라우스의 수업 아닌 수업을 받은 것이었지만 체감상으로는 42km짜리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이었다.

호야의 몸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럼 이제 한번 쳐 봐."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져 있었지만 크라우스의 강렬한 눈빛에 호야는 다시 일어나 허수아비 앞에서 검을 잡았다.

자세를 잡고 크라우스 쪽을 슬쩍 바라보자 크라우스의 표정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고개는 작게 끄덕이고 있었다.

호야는 대각선으로 위에서 아래쪽으로 허수아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퍽!

타격감이 느껴졌다.

검이 허수아비를 가르는 느낌은 아니었다.

호야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호야의 몸은 공중에 떠 있었다.

'어......?'

마치 영화의 필름의 중간이 뭉텅 잘려 나간 느낌이었다.

허수아비를 때렸더니 자신이 인식하고 있을 때에는 이미 공중에 몸이 떠 있었다.

쾅!

공중에서 날아가던 호야의 몸이 큰 굉음을 내며 허수아비가 있던 반대편 벽에 처박혀 큰 먼지구름을 자아냈다.

"아차."

"아, 깜빡했다!"

모안과 크라우스가 '실수했다'라는 얼굴을 짓고 있을 때는 이미 호야는 강제 로그아웃 된 후였다.

[즉사에 이르는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호야는 게임을 시작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서 첫 캐릭터 사망을 맞이했다.

* * *

"흐흠♪ 흠♪"

이예숙은 지금 기분이 몹시 좋았다.

처음에 호영에게 캡슐을 사주었을 때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호영은 고등학생 때 그 일이 있은 뒤부터 이예숙과 그 자신의 상담을 맡았던 의사를 제외하고서는 대화조차 나눠 보지도 마주 서 보지도 않았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를 들어서 병원에 갈 때라든가 그럴 때에 행여 사람과 마주치면 호영은 이예숙의 뒤로 한발 물러서 그녀를 벽처럼 세우기 바빴다.

그렇기에 걱정이 많았다.

아무리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없이 과연 잘해 나갈 수 있을까?

사람들 틈에 홀로 놓인 상황에 압박받아서 그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바로 로그아웃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무슨 위로를 하고 격려의 말을 해 주어야 할까.

호영이 캡슐에 들어가고서 30분 정도가 흐를 때까지는 호영에 대한 걱정이 이예숙의 머릿속을 어지럽혔었다.

하지만 그런 이예숙의 걱정과 달리 호영은 몇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캡슐에서 나오고 있지 않았다.

다행히도 게임이라는 사실의 방어막이 도움이 된 것인지 잘 적응한 것 같았다.

그리 생각하면서 한층 밝아진 이예숙은 콧노래를 부르며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저녁은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해서 한상 가득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지니 평소보다도 더 요리의 간이 잘되는 느낌이었다.

푸식-.

요리를 거의 다 끝내자 타이밍 좋게 캡슐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드을! 어땠어? 재밌었어?"

이예숙은 바로 캡슐이 있는 방으로 달려가서 호영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호영은 어딘가 넋이 나간 듯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들?"

"......."

"아드님?"

"어? 아, 응."

"뭘 그리 멍을 때리고 있어?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니. 별일 없었어."

"흐음, 그래? 그러면 화장실에서 손 씻고 와. 밥 먹어야지."

"알았어."

캡슐에서 일어난 호영은 간단하게 기지개를 켠 뒤에 화장실로 향했다.

손을 씻고서 주방으로 향하자 식탁 위에는 상다리가 부러질 듯이 많은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엄마, 뭘 이렇게 많이 했어?"

"후후후,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 봤지. 우리 아들 잘 먹여 놔야지 않겠어?"

"......고마워."

호영은 연하게 미소 지으며 답하고서는 식탁에 앉아서 이예숙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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