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2화 (2/171)

# 2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1권 2화

2. 가상 현실 게임 이니티움(2)

[이니티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다란 전신 거울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새하얀 공간.

이니티움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도착하는 캐릭터 생성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공간이었다.

호영은 눈앞에 있는 전신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살펴보았다.

현실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얼굴과 몸이었다.

하지만 옷만큼은 이니티움을 시작할 때의 초기 장비인 간단한 모양새의 천으로 된 옷을 걸치고 있었다.

전신 거울을 계속 주시하고 있자 전신 거울의 주변에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홀로그램 창들이 띄워졌다.

머리카락의 길이와 색, 눈의 색과 피부색 정도만 조정할 수 있는 간단한 설정 창이었다.

이니티움의 캐릭터의 외형은 기본적으로 실제 본인의 외형을 그대로 반영했다.

머리카락의 길이나 기타 색 등을 제외한 성형은 일절 불가능했다.

호영은 솔직히 이 사실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만약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 머릿속을 맴돌았었다.

호영이 그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선택한 것은 일단 최대한 피부색이나 머리 색을 바꿔서 자신이라는 인상을 지우는 것이었다.

또한 유저의 선택도가 가장 낮은 시작의 마을에서 플레이를 하자.

애초에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는 것에 자신이 없었기에 유저의 수가 가장 적은 마을에서 시작하려고도 했었다.

호영은 설정 창을 조작하여 자신의 모습을 바꿔 가기 시작했다.

피부는 살짝 연한 갈색으로 바꾸었고 머리는 녹색으로 바꾸었다.

머리카락은 살짝 길게 하여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얼굴을 가렸다.

이니티움에서는 머리카락의 색을 여러 가지로 투톤으로 염색하는 이도 흔했다.

심하면 무지개색으로 하는 이들도 있었기에 녹색은 전혀 눈에 띄는 색은 아니었다.

어디에나 흔히 있을 법한 캐릭터가 완성되었다.

[캐릭터의 닉네임을 설정해 주세요.]

"호야."

[캐릭터의 닉네임을 '호야'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응."

호야는 지금은 없는 친구가 지어 주었던 애칭 같은 것이었다.

닉네임의 설정까지 마친 호영의 앞에 시작의 마을로 선택할 수 있는 마을과 도시들의 리스트가 나타났다.

리스트에 적혀 있는 마을 이름들의 옆에는 유저 선호도가 막대 모양 그래프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 아래에는 마을에 대한 설명문들이 적혀 있다.

호영은 그 리스트의 제일 아래에서 한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땅끝 마을 오르도]

마을의 이름 옆에 막대그래프도 마을 이름 아래에 설명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프가 없다는 것은 그래프가 그려지지 않을 만큼 유저들의 비율이 낮다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호영은 오르도를 시작의 마을로 정했다.

오르도에서 모험을 시작할 것을 동의하자 호영의 시야가 전환되었다.

* * *

이니티움의 첫 오픈 날, 사람들은 시작의 마을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였다.

어느 마을과 도시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특화 직업이나 운이 좋을 경우 획득 가능한 히든 직업이 다르다.

또한 주변 몬스터들도 달랐기에 잘못된 선택은 결국 캐릭터 삭제로 이어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선두 그룹과 캐릭터 재생성까지 걸리는 일주일의 딜레이가 생길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마을 이름 아래에 적혀 있는 마을의 설명을 세세하게 읽었다.

거의 10줄이 넘게 설명이 쓰여 있는 마을들 사이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는 오르도는 당연하게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그것을 발견한 여러 유저들은 설명이 없는 것을 숨기는 것이 있는 것이라 판단했다.

숨기고 싶은 것이 있어서 설명이 적은 것이라고.

좋은 직업이나 다른 것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오르도를 시작의 마을로 골랐다.

그리고 오르도를 시작의 마을로 고른 이들의 말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처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나무가 빽빽한 숲속이다.

그리고 몇 초도 되지 않아서 원인을 모를 사망을 맞이한다.

사망 대기 시간이 지나서 들어가도 처음과 같이 원인 모를 죽음을 반복했다는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도대체 뭐냐. 죽겠네 진짜.

└이미 죽었잖아.

-버티지 말고 그냥 나처럼 바로 캐삭 하고 다시 시작해라. 내가 봤을 때 오르도에는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오르도는 분명 운영자들이 유저들 엿 먹으라고 숨겨 놓은 함정이야.

-오르도에서 바위에 계란 치기 하지 말고 아헤샤로 오세요! ^^ 신관들이 아주, 오우야.

이니티움의 운영 측에 오르도에 관한 항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운영진은 오르도에 관해서는 어떠한 답도 내어 놓지 않았었다.

오르도가 시작의 마을 리스트에 들어가 버린 것은 운영 측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니까.

이니티움의 총관리를 맡고 있는 AI인 이브의 독단이었고 이브는 수정하지 않았다.

결국 그 상태로 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시간이 흘러서 이니티움이 오픈한 지 약 두 달이 지나던 시점.

유저들의 대부분이 오르도에 관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한 유저의 오르도의 진입 성공과 함께 땅끝 마을 오르도는 시작의 마을 리스트에서 사라지게 된다.

* * *

나무와 풀밖에 보이지 않는 숲속, 호영은 그곳에 서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호야는 시작의 마을로 오르도를 골랐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이 오르도이거나 혹은 그 근처라는 것일 터.

움직이다 보면 무언가가 나오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도무지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주변이 전부 숲이고 바닥에 길이라고 할 만한 것도 나 있지 않았다.

이니티움에는 탐색 스킬과 일부 아이템들을 제외하고서는 주변 지리를 파악할 방법이 달리 없었기에 지금 호야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가만히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호야는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다.

높은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뭔가 으스스한 기분도 느껴졌다.

호야는 걸으면서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이름: 호야

직업: 없음

레벨: 1

HP: 100/100 MP: 100/100

힘: 10 민첩: 10

체력: 10 마력: 10

잔여 포인트: 0

칭호

스킬

막 생성된 캐릭터였기에 초라하기 그지없는 스테이터스였다.

한참을 걸었을까.

쐐애액-!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동시에 목 끝에서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호야는 흠칫 놀라며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목 언저리로 시선을 내리자 목에 닿은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검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검의 날을 따라서 검을 쥐고 있는 손, 손에서 팔을 타고 호야의 시선이 올라가면서 검을 든 사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이걸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뭇잎 수십 개를 엮어서 만든 베일 같은 것으로 얼굴을 가린 그것은 호야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읏......!"

몸이 저절로 굳어졌다.

호야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게임을 시작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첫 사망을 겪는 것일까?

이렇게 빨리 캡슐 밖으로 나가면 엄마가 걱정할 텐데.

그렇게 상상을 펼치고 있자 나뭇잎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말을 꺼냈다.

"뭐야, 엔트의 아종인 줄 알았더니 아니잖아."

나뭇잎은 검을 거두더니 머리에 덮어 놓은 나뭇잎을 살짝 거둬서 자신의 얼굴을 보였다.

"하긴 나타났다는 느낌도 없었으니까....... 으음,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아! 혹시 모험가!"

눈앞의 남자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이야, 여기서 모험가를 볼 줄은 몰랐는데."

큰 목소리로 떠들어 대던 그는 순간적으로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거뒀던 검을 다시 휘둘렀다.

호야의 뒤편을 향해 휘둘러진 검은 호야의 뒤편에서 빠르게 뻗어지고 있던 나무의 가지를 베어 내었다.

"끼에에에에엑!"

나뭇가지가 베인 나무가 비명을 질러 댔다.

하지만 나뭇잎을 뒤집어쓰고 있던 남자가 검을 몇 번 휘두르자 온몸이 조각나면서 장작이 되어 빛으로 화해 사라졌다.

"이런...... 이거 곤란하게 됐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자."

엔트가 죽기 직전에 낸 비명 소리를 듣고 얼마 안 있어서 이 장소로 비명 소리를 들은 엔트들이 몰려올 것이었다.

그리 생각한 남자는 호야를 데리고 이 장소를 벗어나기 위하여 호야의 손목을 낚아챘다.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엔트들에게 둘러싸여서 그것들을 상대하게 되는 것은 귀찮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탁!

남자가 호야의 손목을 잡자마자 호야는 그의 손을 뿌리치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갑자기 손이 뿌리쳐진 것에 남자는 미간을 찡그리며 호야를 바라보았다.

살짝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호야의 얼굴을 보고 왜 그가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호야의 표정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묻어나 있었지만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행동이 호야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간단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수십 개의 나뭇잎을 엮어 얼굴을 가린 수상한 사람이 자신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대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자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한 행동을 한 사람이 손목을 잡아채는데 뿌리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호야의 행동은 방어 본능에서 튀어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나뭇잎을 뒤집어쓴 것은 엔트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였다.

호야에게 검을 들이댄 것은 그의 피부와 머리 색으로 인해서 엔트의 아종으로 한순간 착각한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호야가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아니, 그렇게 경계하지 말아 주라. 다 설명할 테니까....... 아, 씨."

호야와 남자를 둘러싼 나무들의 나뭇잎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소리를 내었다.

자연적인 바람으로 인한 소리는 아니었다.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나뭇가지에 의해서 나는 소리였다.

벌써 몰려든 엔트들의 수십 개의 나뭇가지들이 호야와 남자를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다.

* * *

쿵, 쿵, 쿵.

호야의 심장이 무겁고 빠르게 뛰고 있었다.

아직은 NPC인지 플레이어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게임에 접속하여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 다짜고짜 자신에게 검을 들이대고 휘두르더니 자신의 손목을 잡아채 왔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 손길을 뿌리치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호야의 머릿속에는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두려움이 가득하기는 했지만 그의 머리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정확히 인지하기 위하여 맹렬히 회전했다.

'뭐, 뭐지......? 갑자기 무슨....... 설마 PK? ......아닐 거야. 나는 딱 보기에도 초보자의 모습이야. PK 한다고 해서 얻을 것도 없어.......'

호야가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자 남자는 뭔가 알았다는 표정을 하고서 다시 말을 꺼냈다.

"아니, 그렇게 경계하지 말아 주라. 다 설명할 테니까....... 아, 씨."

남자는 갑자기 말을 끊더니 짜증과 귀찮음이 섞인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살폈다.

그의 시선을 따라 호야도 시선을 굴리자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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