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 강압적인 관계 묘사가 포함되며, 이와 관련하여 등장하는 SM 묘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픽션이므로 주의 바랍니다. 1800년대 초반, 노르크 왕국(가상국가). 시민의 투표권과 신분 차별 폐지를 요구하는 자유주의 세력은 혁명을 꿈꾸고, 재정난에 빠진 귀족들은 자유의 바람을 거스르려 애쓴다. 어느날 프리데릭 백작은 몰락한 귀족 가문의 차남인 로엘 서튼 남작을 찾아가고, 그에게 테런스 랭던 공작이 자유주의 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지 은밀히 확인해 주기를 부탁한다. 로엘은 몰락한 가문을 위해 첩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랭던에게 접근하던 중, 자신이 ‘창부’라는 거짓 소문이 수도에 퍼진 것을 알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로엘은 곧 그 거짓 소문을 이용하여 랭던에게 미인계로 다가가려 하는데…. *** 랭던 경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였으나 이번엔 노골적으로 내 온몸을 훑었다. “창부가 아니라면 오늘 내 집에는 왜 왔어요? 나를 유혹해서 한몫 챙겨 보려던 속셈 아닌가요?” “아니에요. 정찬 후에 반지를 잃어버려서….” “거짓말.” 랭던 경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게로 걸어오는 그의 실루엣이 점점 커졌다. 딱 벌어진 어깨,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키, 단단한 몸집에는 내가 제압할 수 없는 체격 차가 존재했다. 랭던 경이 내 쪽으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대가 발코니에서 여송연을 넘겨줄 때 당신 손가락을 만져 봤습니다. 얼마나 부드러운지 알고 싶어서.” 랭던 경의 커다란 손이 부드러이 내 손등을 덮었다. “그런데 서튼 씨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마차로 모셔다 드리죠.” 그가 내게서 몸을 떨어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