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태엽 기차 (26/27)

2. 태엽 기차

나는 기차표에 대해 궁리하느라 서재에서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다. 랭던 경보다 늦게 잠드는 바람에 평소보다 늦은 아침 7시에 간신히 눈꺼풀을 들었다. 해가 뜨려면 3시간이나 남아서, 걷어 젖힌 두꺼운 커튼 밖 세상이 아직 캄캄했다. 먹먹한 구름이 가느다란 달마저 가리고 있어 들판의 나무와 동물들은 아직 잃어버린 그림자를 되찾지 못하였다.

오늘은 윌과 야외로 나들이를 갔다가 오후에 출근할 예정이었으므로 일출까지 여유 시간이 남았다. 랭던 경과 식사를 마치고 함께 체스를 두며 여가를 즐기다, 지난밤 공들여 그린 기차표 시안 두 가지를 그에게 내밀었다. 가스등 아래 앉은 랭던 경이 흥미롭게 시안을 살피는 동안 그의 옆에 서서 각 표에 대해 설명했다.

“수기(手記)를 최소화하면서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을 생각해 봤습니다, 저하. 하나는 노르크에 있는 전체 기차역을 인쇄하여 직원이 출발지와 도착지에 동그라미를 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출발역과 도착역만 인쇄하는 형태입니다. 후자는 표를 역의 가지 수만큼 인쇄해야 해서 종이가 상당히 많이 들 것 같지만 대신 티켓의 크기가 굉장히 작아져요. 장기적으로는 비용 지출이 훨씬 적을 수도 있습니다.”

설명하는 동안 진지한 빛을 띤 얼굴이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였다.

랭던 경은 철도 사업에 관해서는 무척 철두철미하여 내 의견이라고 반드시 동의해 주지 않았다. 그동안 랭던 경에게 여러 가지 제안을 해 왔으나 받아들여진 아이디어는 소수에 불과했다. 어떤 아이디어는 비용 문제 때문에, 어떤 아이디어는 효율적이지 않아 폐기됐다.

그는 매끈하게 뻗은 손가락에 턱을 괴고 내가 서툴게 그려 놓은 표를 한 번 더 유심히 살펴본 뒤 내려놨다. 테이블에 내려앉은 종이를 보니 어떤 평가가 따라올지 몹시 긴장되었다. 랭던 경은 잉크의 흔적에서 눈을 떼어 내고 곁에 선 나를 올려다봤다.

“둘 다 괜찮군.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주 훌륭한 방식인 것 같습니다. 표를 이렇게 만들면 창구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분명 줄어들 거요. 그동안 왜 이런 생각을 못 하였을까!”

쏟아지는 칭찬이 쑥스러워 잠시 얼굴을 붉혔다. 랭던 경에게 외모나 태도에 관한 칭찬은 늘상 분에 넘치게 받았으므로 제법 익숙해졌으나 스스로의 능력이나 직업에 대한 확신은 미약했기 때문이다.

나는 서튼가의 가세가 기울며 기숙 학교를 다니는 대신 가정 교육을 받았고, 수도의 외곽으로 쫓겨나며 사교계에 제때 진출하지도 못했으므로 사회적 활동이 무척 절실했다. 그러므로 랭던 경의 인정은 내게 무엇보다 더없이 소중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로엘 당신이 한 제안 중에 가장 훌륭한 생각인 듯합니다. 물론 화장실 숫자를 늘린다거나 기차역 내부에 식당을 두자는 제안도 모두 좋았지만 말입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랭던 경. 외국의 사례를 참고한 덕분이에요.”

“이러니 내가 당신이 칼라일 씨와 붙어먹는 걸 알아도 저택에 있으라고 할 수가 없는 거요. 그대가 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제 인생에 사랑이라곤 테런스 당신밖에 없다는 걸 아시면서요. 처음도 끝도 오직 랭던 저하 한 분뿐입니다.”

칭찬을 받은 커다란 기쁨에 마음이 누그러져, 붙어먹는다는 표현쯤은 웃는 얼굴로 넘길 수 있었다. 그는 곁에 선 내 허리 뒤쪽을 누르며 나를 가까이 끌어당기고, 배 위에 코끝을 눌렀다. 나 역시 애정 어린 손길로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호흡이 가빠지려는 찰나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랭던 경이 내쉰 한숨에 실린 뜨거운 온도가 얇은 실크를 데우고 피부까지 닿았다. 내 허리 뒤를 누르다 떨어지는 손가락의 압력이 아쉬워 나는 몰래 고인 침을 삼켰다.

“들어오시오.”

랭던 경의 대답에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애니 양이었다.

“도련님께서 외출 준비를 마치셨습니다.”

“저하,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네요. 이제 환복하셔야겠습니다.”

“그래요.”

흘끗 시선이 머문 그의 바지 위로 어느새 두툼하게 발기한 성기의 윤곽이 뚜렷했으나 애써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랭던 경의 말이 옳았다. 혹여 그가 키스할 때 어떤 동요도 느끼지 못할까 봐 염려하는 건 그야말로 어리석은 걱정이었다. 특히 랭던 경이 여태까지 보인 행태를 되짚어 본다면 색정광적인 면모가 더 심해지진 않았나 우려하는 편이 적당했다.

우리는 옷을 따뜻하게 입고 두툼한 외투와 망토를 걸친 뒤 윌과 함께 에메랄드 저택을 나섰다. 목적지는 저택에서 마차를 타고 15분 정도 달려가면 나타나는 들판이었다. 앞으로는 커다란 호수가, 옆으로는 높은 언덕이 있는 랭던가의 영지였다. 우리가 여름에 자주 물놀이를 하러 나오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익숙하게 랭던 경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윌의 손은 내가 잡아 주었다.

다행스럽게도 날씨는 무척이나 맑고 화창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 12월 들어 가장 온화한 날임은 분명했으나 공기는 숨결을 얼릴 듯 찼다. 오랜만에 햇빛을 흠뻑 머금은 푸른 하늘 덕분에 곳곳에 쌓인 흰 눈이 수정을 흩뿌려 놓은 듯 반짝거렸다.

우리보다 앞서 도착한 하인들은 야외 활동을 위한 준비를 완벽하게 끝내 놓았다. 3면으로 쳐 놓은 커다란 천막은 바람을 막아 주기에 충분했고, 커다란 화로에선 숯과 마른 나무가 탔다. 랭던 경은 내 차림새를 살피며 다감한 투로 당부했다.

“로엘, 추우면 무리하지 말고 바로 불을 쐬도록 해요. 지난달에도 감기에 걸려 일주일이나 고생했잖소.”

“네, 조심하도록 할게요. 한 달 뒤엔 윌이 베넷 부인 댁에서도 지내야 하니 몸져누워 시간을 낭비할 순 없죠.”

윌이 말을 보탰다.

“로엘 삼촌은 원래 겨울에 자주 아파요. 할머니가 꿀, 생강, 계피를 가득 넣고 약초를 푹 고아서 먹어야 낫는다고 했어요.”

“그래? 로엘 삼촌을 위해 할머니께 레시피를 받아 와야겠구나.”

“베넷 부인의 차가 무척 효과가 좋긴 해요.”

“진작 알았으면 지난번에 아팠을 때 사람을 보내 알아 올 걸 그랬군요.”

윌은 할머니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듯, 그사이 빨갛게 언 뺨이 동그래지도록 웃었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으나 청명하고 시린 공기는 아이의 부드러운 볼을 얼리기에 충분했다. 나는 윌이 쓴 털모자를 좀 더 푹 눌러 씌웠다.

“로엘, 그럼 눈썰매를 먼저 타고 얼음낚시를 합시다. 괜찮겠니, 윌?”

“네, 랭던 삼촌.”

윌이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학을 맞아 엄격한 기숙 학교에서 놓여난 윌은 삼촌들과 나들이를 나온 설렘 덕분인지 눈썰매를 한 시간이나 타고도 도무지 지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윌에게 미안하게도 나는 체력이 튼튼하질 못해 언덕을 쉼 없이 오르지 못하였다. 랭던 경이 아이와 함께 계속 썰매를 탈 체력이 되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무리 썰매를 좋아하는 아이라도 혼자서 타면 재미가 반감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얼어붙은 손을 뜨겁게 타오르는 화로 앞으로 가져갔다. 뜨거운 불꽃이 일렁일 때마다 녹아 가는 손끝이 간지러웠다. 몸을 깨트릴 듯한 추위를 간신히 진정시킨 후에는 하인이 가져다준 따뜻한 뱅쇼를 마셨다. 눈동자는 눈썰매를 타는 두 사람에게 못 박힌 채였다.

두 시간 가까이 눈썰매를 즐긴 아이를 데리고 꽁꽁 언 호수의 중앙으로 향했다. 얼음 위에 눈이 가득 쌓여 있어 가는 걸음이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았다. 우리는 곧 호수 한가운데 도착했다. 동그랗게 뚫린 깊은 얼음 구멍 밑으로 잔잔한 물결이 흘렀다.

“세상에, 낚시 준비를 한다고 하인들이 고생했겠어요. 얼음이 상당히 두껍게 얼었는데 구멍을 어떻게 뚫었을까요.”

“호수가 얼기 시작할 때부터 하인들이 이 부분만 매일 얼음을 깨어 구멍을 내 두는 것이 그 비결입니다. 겨우내 관리하면 구멍이 깊게 얼지 않고 언제든지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늘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럼 앞으로 자주 나오도록 해요.”

“그래요, 로엘. 미끼는 내가 끼워 주겠습니다.”

“저도 할 줄 알아서 괜찮습니다, 랭던 경.”

“그래도 해 줄게요. 고운 손가락으로 찌를 잡았다가 찔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요.”

랭던 경이 나를 걱정해 주는 일이 싫지 않았으나 옆에 윌이 있으니 다소 민망한 게 사실이었다. 그는 종종 조카보다 나를 더 어린애 취급 하였는데 윌이 미끼를 끼우는 건 그냥 놔두면서 내가 찌를 잡는 행동은 말리는 것이 그 증거였다. 나는 윌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 아이는 우리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찌에 생선 조각을 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작은 의자에 앉아 얼음낚시를 즐겼다. 하인들이 따뜻한 음료와 담요를 충분히 가져다주어 생각보다 그리 춥지 않았다. 우리는 총 일곱 마리의 물고기를 잡았는데, 랭던 경이 한 마리, 윌과 내가 각각 세 마리씩 낚았다. 가장 물고기를 적게 건져 올린 랭던 경은 다소 민망해하며 자연스레 호수를 탓했다.

“호수 물이 너무 맑아 민물고기가 적은 듯합니다.”

나는 그를 놀리려 일부러 짓궂게 응수했다.

“예전에 말씀하셨던 귀족의 덕목을 열심히 실천 중이신 건가요? 호수를 탓하시다뇨. 윌이 앞에 있으니 삼촌으로서 반성하는 본을 보이셔야죠.”

“윌이 내 언행을 배워도 하는 수 없지.”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시죠?”

예상을 벗어나는 뻔뻔한 대답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공작은 본래 잘못을 저질러도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외치는데 호수는 말이 없으니 내가 대신 얘기해 준 것뿐입니다. 그러니 윌이 듣고 배워도 하는 수 없소.”

“내 탓이오, 라는 말은 미사를 드리며 반성할 때 써야 합니다. 신실한 신자라면요.”

“신심(信心)이 없는 사람에게 과한 것을 요구하는군. 그러고 보니 윌, 너는 신앙심이 있니?”

랭던 경이 윌에게 물었다. 윌은 호수 중앙까지 마중 나온 하인에게 낚싯대를 건네주고 초록빛 눈을 들어 삼촌을 올려다봤다. 복슬복슬한 털모자 아래로 봄비에 젖은 어린잎처럼 맑은 녹색 눈이 반짝였다.

“그럼요, 랭던 삼촌. 저는 매일 밤 자기 전마다 꼭 침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려요.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릴리 이모, 사감 선생님, 학교 신부님께 혼나거든요.”

윌은 손가락까지 세어 가며 대답했다. 랭던 경은 조카의 천진한 대답에 웃음을 터트리며 흑단 같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네가 아무리 어리다 해도 명색이 백작인데 너를 혼내는 사람이 곳곳에 너무 많구나.”

“그래서 에메랄드 저택에 있는 게 가장 편하고 좋아요. 아무도 혼내지 않으니까요.”

“저택에선 다들 너를 너무 귀히 여겨 문제이지. 특히 유모는 너를 볼 때마다 눈물을 보이니 말이야.”

“마틸다 할머니는 어제도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셨어요. 제 잠자리를 봐 주러 들어오셨었거든요.”

셋이서 걸어왔던 눈 발자국을 함께 되짚어 돌아가다가 나도 문득 궁금하여 물었다.

“그런데 윌, 유모님이 어젯밤엔 뭐라고 말씀하시다가 우셨니? 자꾸 눈물을 보이시니 걱정스럽구나.”

“저는 매번 마틸다 할머니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어요. 어려운 단어를 많이 쓰시거든요. 어제는 저더러 반드시 여색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던데 여색이 대체 뭐예요?”

나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꽝꽝 언 호수 위를 구를 뻔하였다. 당황하여 랭던 경을 쳐다보니 벌써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분노에 찬 목소리는 거친 폭풍우가 되어 단정한 입술 사이를 훅 빠져나왔다.

“유모가 노망이 났나!”

그는 당장이라도 혼자 말을 몰아 저택으로 뛰쳐 갈 기세였다. 본래 다혈질인 성미여서 말리지 않으면 정문 홀에서부터 소리치며 유모를 찾을 것이 확실했다. 나는 다급히 그의 망토를 잡았다.

“랭던 경, 부디 직접 말씀하지 마시고 도프 씨에게 당부하세요. 저번에도 별것 아닌 일로 화를 내셔서 유모님이 며칠 동안 몸져누우셨잖아요.”

“진짜 아픈 게 아닙니다. 나 보라고 누워서 시위하는 거요. 내가 어릴 때부터 성깔을 부리면 곧잘 시름시름 앓는 시늉을 하며 끼니를 거르기도 했지.”

“저하께서 보시기엔 엄살이라고 느껴지실지도 모르지만 워낙 랭던 경의 성미가 대단하시니 그렇지요. 도프 씨에게 부탁하세요, 네?”

“…알았습니다. 나도 충분히 좋게 말할 수도 있는데 나를 못 믿는군.”

“랭던 경이 제게 하시는 일들이 있는데 어떻게 믿나요. 하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매번 제멋대로 하시는 데다 늘상 특이한 발상을 하시는 것을요.”

뱉어 놓고 보니 너무 지나쳤나 싶어 손끝으로 입술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하얀 입김이 폴폴 새어 나왔다.

랭던 경은 호수를 벗어나 먼저 땅에 오른 뒤 윌과 나의 손을 번갈아 잡아 주었다. 나를 당기는 손길에 유독 힘이 실렸다. 버티지 못하고 넘어지듯 품에 안긴 순간 귓가에 습한 숨결이 닿았다. 망토 속을 비밀스레 파고든 손가락은 타인의 시선을 피해 몰래 엉덩이를 꽉 쥐었다가 놓았다. 예의를 차리지 않은 손놀림에 놀란 어깨가 좁게 움츠러들었다.

“방금 제멋대로라고 비난한 내 행동은 침대 위에서의 일을 일컫는 것이겠지?”

떨리는 눈꺼풀을 슬쩍 들어 올렸는데 비뚜름하게 웃는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기세에 눌린 내 목소리가 급격히 잦아들었다.

“그렇기는 한데… 비난까지는 아니고….”

“요즘은 도통 그대에게 지나친 일은 시킨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좀 억울한걸.”

“그야 저하께서 최근엔 자제하시긴 했지만….”

나는 힘없이 중얼거리다 이번엔 완전히 고개를 들어 그의 표정을 제대로 확인했다. 나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 내리는 눈빛엔 짙은 음심이 가득해서, 랭던 경이 미소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드러워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엔 빨간 횃불이 경고하듯 불타올랐다. 가뜩이나 내가 바깥일을 하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일로 예민해진 랭던 경을 괜히 자극한 듯싶었다.

‘혹시 오늘 또 이상한 개 흉내를 내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야. 그것 말고도 기이한 아이디어들을 잔뜩 갖고 계실 터인데… 정말 큰일이네.’

랭던 경의 여러 가지 성벽이 떠올라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윌과 함께 마차를 타고 저택으로 돌아가는 동안 머릿속에 회초리와 모조 성기가 둥둥 떠다녔으니 내 정신도 죄에 길들어 큰일이었다.

우리가 잡아 온 물고기 두 마리는 하녀가 식사 재료로 쓰기 위해 주방으로 가져갔고, 남은 다섯 마리는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는 소년 피터가 가져갔다. 고양이의 먹이로 쓰기 위해서였다. 저택 내에는 고양이가 없으나 노르크의 겨울이 워낙 길다 보니 마구간은 야생 고양이들이 바람을 피하는 거처가 됐다. 동물을 좋아하는 피터는 폭설을 피하러 들어온 고양이들도 말을 돌볼 때처럼 성심성의껏 살폈다.

랭던 경은 손가락을 안쪽으로 말았다가 펴며 홀에서 대기 중인 집사를 불렀다.

“도프 씨, 유모에게 전해 주었으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윌을 먼저 들여보내고 랭던 경이 용건을 털어놓는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았다. 듣기에 민망했는지 도프 집사님의 흰 수염 밑으로 보이는 목덜미가 새빨갰다. 집사에게 말하는 중에도 여러 번 화가 치민 랭던 경은 혀를 차고 한숨을 푹 내쉬었으며 열이 오른 머리를 세차게 흔들기도 했다.

“네, 제가 꼭 공작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도프 씨의 확답을 받은 랭던 경이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럼 점심을 먹고 회사에 잠시 들렀다가 올까요? 당신이 새롭게 제안한 표 모양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감사해요, 랭던 경. 마음에 드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따뜻한 물에 몸을 깨끗이 씻은 뒤 외출 준비를 마쳤다. 애니가 머리를 손질해 주고 얇은 타이로 솜씨 좋게 리본을 매어 준 뒤 입을 열었다.

“공작님께서 1층에 바로 내려가지 마시고 침실로 들러 달라 말씀하셨습니다.”

“…침실에요? 알았어요, 애니 양. 고마워요. 언니는 요즘 몸이 좀 어때요?”

“치료비를 늘 챙겨 주시는 덕택에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남작님.”

애니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방을 나갔다.

나는 랭던 경이 평소처럼 1층 중앙 홀에서 만나 출발하지 않는 연유가 궁금하였다. 애니가 반질반질하게 닦아 준 깨끗한 가죽 구두의 끝이 침실을 향했다.

“랭던 경.”

그를 부르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말끔한 정장을 갖춰 입은 그가 침대 앞에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늘씬한 몸에 딱 맞게 재단되어 흐르듯 떨어지는 재킷과 바지의 실루엣이 무척이나 멋스러웠다.

랭던 경은 얼음낚시를 마친 후 띠었던 것과 비슷한 색채의 미소를 머금고 가까이 다가왔다. 체격이 좋아 커다란 벽이 성큼성큼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는 바로 내 턱을 쥐어 잡고 키스했다. 턱을 누르는 손가락의 압력이 단단하여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저항하지 않고 그의 재킷 자락을 쥐었다. 그는 고개를 비스듬한 각도로 놓고 내 입 속을 깊숙이 헤집다가, 작은 오동나무 테이블에 나를 엎드리게 했다. 서신을 적을 때 자주 쓰는 아담한 책상이었다.

그는 뒤에서 내 앞섶을 더듬어 능숙하게 바지 단추를 풀어내고 엉덩이가 보이게 옷을 잡아 내렸다. 갑작스러운 진행이 당황스러워 바삐 뒤를 돌아보았다.

“랭던 경, 하시게요? 곧, 철도사에 가기로 하였는데….”

“출근 전에 박고 나가는 것이 한두 번도 아닌데 새삼 되물을 필요 있소?”

기다란 손가락이 엉덩이를 양쪽에서 붙잡아 벌리고 다물린 입구에 귀두를 꾹 붙였다. 다급히 팔을 움직여 굵은 손목을 꼭 붙잡았다.

“저하, 기름이라도 쓰셔야…. 풀어 주지도 않으셨는데 그렇게는 못 넣으세요. 아, 아시면서요.”

당황스러움을 감추려 했지만 침대 위에서의 그는 여전히 폭군 같은 면모가 있어 어떠한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었다.

“알기야 알지만 그대가 조르는 목소리를 꼭 듣고 싶단 말이지.”

랭던 경의 장난스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엉덩이를 찢어 놓을 듯 벌려 내던 손가락이 떨어졌다. 나무 서랍이 열리는 소리가 귀 뒤를 긁었다. 기름병을 꺼낸 듯했다. 병의 좁은 주둥이에서 떨어지는 기름 소리가 두근대던 내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그의 동태를 살폈다. 기름 묻은 손가락이 내 아래쪽을 대충 벌려 냈고 흉흉할 정도로 부풀어 오른 페니스를 축축하게 적셨다. 아침과 낮에 급히 정사를 치를 때는 늦은 밤처럼 정성 들여 풀어 주지 않는 일이 잦다지만 그러한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준비가 지나치게 간소했다.

“빠르게 싸 주겠소. 좆물을 먹어야 당신 안쪽이 부드러워지니 말이오. 윌이 옆에 있어 아침부터 계속 참았더니 나도 한 발 빼야 살 것 같아요.”

“흣… 그래도, 이건 너무….”

기름을 대충 치덕인 손가락이 안쪽을 들쑤시다 빠져나갔다.

이렇게 풀고 저 거대한 페니스를 감당할 수 있을까 몹시 염려스러웠다. 긴장이 되어 구두 안에 든 발가락으로 바닥을 지근거렸으나 귀두는 봐주지 않고 덜 풀린 안쪽을 파고들었다. 주름이 빠듯하게 벌어지는 느낌에 턱이 저절로 떨어졌다.

강렬한 감각이 척추를 울리며 뒷덜미까지 내달았다. 통증과 쾌감이 뒤섞인 느낌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어 손끝으로 오동나무 테이블을 붙들었다.

“아… 흑, 저하… 으응….”

“이제 덜 풀어 주고 박아도 싫단 소리도 안 하는군. 입구가 부드러워지기도 전에 좆을 씹는 버릇은 대체 언제 든 거요? 나날이 밝히더니 이젠 아예 잘라 먹을 기세입니다.”

“그, 흣… 그런, 게….”

손바닥이 엉덩이를 내리치는 바람에 대꾸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리를 떨었다. 벌어진 입술에서 흐른 침이 나무 테이블 위로 길게 늘어졌다.

나는 그에게 따지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얼른 아래가 부드러이 풀리는 일이 우선임을 알았다. 다시 손을 뒤로 움직여 허리를 붙잡고 있는 그의 손목을 찾아 쥐었다. 그리고 랭던 경의 손을 내 엉덩이 부근으로 밀었다.

“흐응, 더, 손으로… 흡, 벌려, 주셔야 합… 니다. 기, 기름이라도 더….”

“이대로 박아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은데.”

“제발, 제가 저하, 의 것을 잘 삼킬, 수 있게… 응… 도와, 주세요.”

나는 그에게 배운 표현들을 사용하며 충실히 빌었다. 그사이에도 귀두가 입구를 얕게 들쑤시고 있어 신음을 삼키는 것이 버거웠다.

“할 수 없군. 침이라도 뱉어 줄까?”

계속되는 애원에 그가 두 손으로 다시 엉덩이를 잡아 벌리며 물었다. 랭던 경의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섹스를 하며 침을 받아먹는 행위도, 내 뒤에 뱉어 달라고 조르는 일도 모두 익숙하였다. 다만 다른 사람들도 섹스할 때 이런 일들을 벌이는지 항상 의문이었으나 확인할 길은 요원했다.

나는 이번에도 그에게 배운 방식으로 순순히 부탁했다.

“네, 흡… 아래 입으로, 힉, 저하의 치, 침을… 으응… 먹게, 해 주세요.”

“이따 위쪽 입에도 한가득 뱉어 주지. 고개 들고 거울 봐요.”

나는 테이블 끝을 부여잡은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침실에는 랭던 경이 들여놓은 거울이 곳곳에 가득했는데 모두 그가 박히며 신음하는 나를 다양한 각도로 감상하기 위함이었다. 때로 그 거울은 내가 스스로의 표정이나 랭던 경을 보는 용도로도 쓰였는데 지금처럼 수치심을 자극할 때 유용했다.

나는 거울을 통해 뒤에 선 랭던 경이 내 아래쪽에 길게 침을 뱉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침을 뱉으며 성기를 억지로 절반쯤 쑤셔 넣었다. 버거워서 온몸이 후들후들 떨릴 지경이었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터질 듯 붉게 타올랐다. 입을 벌리고 침을 떨어트리는 스스로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수치심에 온몸이 달달 떨렸다.

침을 다 뱉어 낸 랭던 경은 몸을 숙여 내 입가에도 손바닥을 붙였다.

“그렇게 개처럼 질질 흘리지 말고 내 손에 침을 뱉어요. 더 적셔 줄 테니까.”

“흐읏… 저하, 제발… 응… 마, 말씀 좀… 가려서… 아!”

항의를 하자마자 성기가 입구를 찢어 놓을 듯 더 벌리며 파고들었다. 기름을 발랐는데도 어찌나 아픈지, 나는 더 이상 따지지 못하고 발갛게 부푼 입술을 움직여 그의 손바닥 위로 침을 뱉어 냈다. 그는 가져간 내 침을 성기의 기둥과 팽팽하게 벌어진 입구에 문지르고, 페니스를 빠듯하게 집어넣었다.

어느새 내 눈가는 눈물로 축축하게 젖었다. 거울에 비친 속눈썹은 군데군데 뭉쳤고, 푸른 눈동자 주변이 붉어져 엉망이었다. 섹스가 끝나고 외출이 가능할지 걱정이 될 정도였으나 랭던 경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는 내 무릎 밑에 손을 넣어 아직 성기의 크기에 적응도 못 한 나를 들어 올렸다. 나를 꿴 기둥이 내벽과 빡빡하게 마찰하여 눈썹이 일그러졌다.

“아! 흑, 흐읏… 저하… 살살….”

“하… 나만 보기 아까워서 그러니 조금만 참고 거울을 봐요, 로엘. 잔뜩 벌어진 당신 아래 입이 우리가 키스한 흔적으로 부글거리니까.”

그 말에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올려 앞에 놓인 큰 거울을 쳐다보았다. 성기를 가득 문 접합부가 훤하게 비쳤다. 볼 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는 적나라하고 외설스러운 광경에 시야가 흠뻑 젖었다. 그의 말대로 두 사람이 여러 번 뱉어 낸 침과 기름이 한가득 뒤엉겨 접합부 주변이 온통 번들거렸다.

이런 것을 키스라 칭하다니. 나는 수치스러워 고개를 비스듬히 아래로 내리고 눈물이 튀도록 고개를 저었다.

“저하, 흡… 모, 못 보겠습니다. 이, 이런 것은 키스가, 힉, 아니에요.”

“왜지? 이렇게 보기 좋은 광경도 드문걸.”

나와 달리 매끈하기 그지없는 음성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날카로운 초록 눈동자가 거울에 비치는 접합부를 정확히 응시했다.

“이제 곧 내 좆물과 뒤엉킬 텐데 그러면 더 볼만할 거요. 그러고 나면 바닥에 싸지르게 해 줄까? 지난번처럼 그대가 바닥을 기며 내 정액과 침을 샅샅이 핥아 먹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 혀가 닳도록 말이오.”

“흣, 으응….”

그가 말하는 동안에도 성기는 끝없이 안으로 밀려들었다. 끝난 줄 알 때마다 더 안을 파고드는 페니스의 크기에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

거대한 남근이 목구멍까지 밀고 올라오는 듯해 입술을 벌리고 꺽꺽대자, 그가 눈물이 여러 줄기 흘러내리는 뺨을 핥고 귓구멍에 혀를 박아 넣으며 속삭였다.

“내가 당신 주려고 준비한 선물이 있는데 오늘 그것들을 사용해 제멋대로 놀아 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로엘 씨가 오늘 나를 비난했던 대로 말입니다.”

“저하… 으으응… 오, 오전의 실언은, 흣, 제가… 자, 잘못했습니다….”

성기가 삽입되는 중이라 경황이 없었지만 랭던 경이 ‘제멋대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몹시 마음에 걸렸다. 얼음낚시가 끝난 후 내뱉었던 내 말실수를 핑계 삼아 종일 괴롭히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그렇게 추측하니 제대로 풀어 주지도 않고 출근 전에 이토록 괴롭히는 행동이 모두 설명되었다.

나는 말실수를 후회했다. 평소에도 호시탐탐 내게 음험한 상상력을 발휘하려고 때를 노리는 랭던 경에게 얼음낚시를 할 때보다 더 큰 미끼를 던져 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거울로 당신 아래 입이 좆을 삼키는 모양새를 끝까지 봐요, 로엘.”

“으읏, 응….”

나는 명령대로 눈을 가늘게 떴다. 성기는 좁은 내벽을 비집고 꾸역꾸역 끝까지 들어왔다. 거대한 페니스의 크기가 매번 원망스러워 입술이 떨리고 눈물이 떨어졌다.

거울로 접합부를 보여 주며 한껏 희롱하던 랭던 경은 삽입을 끝낸 뒤에야 내 몸을 테이블 위로 놓아 주었다. 안심한 것도 잠시, 뒤에서 나를 들이박는 듯한 허리 짓이 시작되었다.

“아! 흐으응… 읏, 저, 저하….”

“하… 쭉쭉 빨아 대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군.”

“조, 조금만, 흣… 살살… 으응, 아….”

나는 랭던 경의 손목을 부여잡고 테이블 위에 한쪽 뺨을 올려 두었다. 눈동자를 뒤로 움직여 애원하듯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눈에서 불이 튀더니 오히려 허리 짓이 더 거세졌다.

나는 그의 힘을 견뎌 내지 못하고 테이블과 함께 앞으로 떠밀려 갔다. 앞 허벅지를 상판에 부딪쳐 가며 그가 박히는 대로 흔들렸다. 랭던 경의 손목을 더 꽉 붙들어 봤으나 그는 도무지 적당히 할 생각이 없었다.

“으읏, 흣…”

“빨리 싸 버려야겠군.”

얼른 사정해 준다던 그는 약속과 달리 안을 뭉개 놓을 듯 한참이나 짓이겨 놓다가 간신히 사정했다. 나 역시 비슷한 때에 정액을 흘렸다.

랭던 경은 축축하게 젖은 채 늘어진 내 것을 여러 번 주물럭거리다가 손을 거두고 늘어진 성기를 빼냈다. 아예 그가 자리를 떠났는지 곧 허벅지 뒤편의 공기가 서늘해졌다. 어디로 갔나 싶어 얼굴을 간신히 뒤로 움직였는데 장식장 앞에 선 랭던 경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무언가 찾았다. 곧 뒤돌아선 그의 손엔 유리병이 들려 있었다. 어제 장난감 가게에서 강아지들과 놀아 주려고 사 온 나무 공이 든 물건이었다.

“그건 왜….”

“구슬을 넣고 철도사로 와 달라 아무리 간청하여도 들어주지 않으니 내가 직접 이뤄 볼 생각입니다.”

“저하, 그,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그런 일은 상상으로만 남겨 두, 셔야… 으응….”

기다란 손가락이 나무 공을 밀어 넣었다. 테이블에서 일어나려는 내 허리 뒤편을 큼직한 손바닥이 눌러 간단히 제압했다.

작은 강아지들과 놀아 주려고 산 것이라지만 나무 공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제법 깊숙이 들어온 둥근 면이 내벽을 팽팽하게 벌려 냈다. 조금 전까지 랭던 경의 것을 품고 빠느라 민감해진 안쪽은 관성대로 나무 공을 조이듯이 빨아 냈고, 순식간에 차오른 숨이 목구멍에 턱, 턱 부딪쳤다.

“흣… 빼, 빼 주세요, 랭던 경. 이런 것을 넣, 으응, 넣고 어떻게 마차를… 타나요.”

“어쩌겠소. 당신 말대로 나는 제멋대로인 데다 늘상 특이한 발상이 떠오르니 중간중간 해소를 해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광증이 도질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나는 ‘이미 광증이 도지신 게 아니고서야 이러실 수 있느냐’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신음이 나와 제대로 따져 물을 수 없었다. 하나로 끝날 줄 알았던 나무 공이 두 개째 안을 더 파고들었다. 나는 공중에서 달랑거리던 발을 헤엄치듯 버둥거렸다.

“흐으응, 읏… 빼, 빼내고 갈 것입니다. 저하의, 응, 생각대로… 흣, 하지 않… 을 것입니다.”

“그건 로엘 그대의 생각이지. 침대에서 내가 하자는 일을 그대가 제대로 막아 낸 적이 있소? 나는 이런 짓을 벌일 때면 여전한 당신의 왕입니다.”

랭던 경은 짓궂게 웃으며 나무 공을 더, 더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겁에 빌려 버둥거렸으나 나무 공은 완전히 깊게 박혔다. 랭던 경이 손가락을 빼내자 입구가 다물릴 정도였다. 그는 박힌 적이 없는 듯 얌전히 모인 아래쪽을 손끝으로 지분대다 아쉬운 한숨을 뱉으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수건으로 앞을 닦아 주고 바지 단추를 채워 주는 손길은 방금 변태적인 일을 저지른 사람 같지 않게 섬세하고 다정하였다. 나는 일어난 자세로 나무 공을 배출하려 애써 봤으나 다리를 모은 채 서 있어서 좀처럼 되질 않았다. 침대에서 이런 일을 여러 번 해 보았으니 그리로 장소를 옮기는 편이 좋을 듯했다.

그러나 랭던 경은 침대로 도망가려는 나를 훌쩍 안아 들고 침실을 나섰다. 짚단을 옮기듯 둘러멘 탓에 넓은 어깨에 내 배가 걸쳤다.

“저하! 아, 안 됩니다. 제발… 흣….”

애니가 기껏 손질해 준 머리카락이 힘없이 아래로 쏟아졌다. 손가락으로 그의 등을 부여잡거나 주먹으로 두드리기도 하며 소리쳤으나 그는 결국 침실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에는 하인들이 오가고 있었다. 나는 체면 때문에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못했고, 사람들이 내 상태를 알아차릴까 봐 몹시 겁이 나서 침묵을 택했다. 신음을 섞지 않고서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랭던 경은 1층으로 내려가는 층계참에서야 나를 내려놓았다. 나는 결국 기다리라는 명령을 받은 강아지보다 더 얌전해진 상태로 두 발을 딛고 섰다. 입을 벌릴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흐물흐물 풀린 안쪽엔 나무 공이 두 개나 꿰어져 있었고, 내벽과 둥근 면은 서로 마찰하며 성감을 조율하는 중이었다.

나무 공이 느끼는 곳을 자극하니 내 앞은 수치를 모르고 다시 단단해지려 했다. 음란하기 짝이 없어진 스스로의 몸이 부끄러워 눈가에 눈물이 그득히 차올랐다. 몸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랭던 경만을 원망하기도 민망스러운 상황이었다.

내 옷차림을 한 번 더 정성스레 가다듬어 준 랭던 경이 다정히 속삭였다.

“너무 겁먹지 말아요. 응? 철도사에 가면 빼내 줄 테니까.”

나는 제법 떨어진 침실 문과 랭던 경의 얼굴을 번갈아 올려 보다가 할 수 없이 입술을 씰룩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침실로 도망간다 한들 그가 다시 안고 나오면 소용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랭던 경이 지켜봐 주지 않으면 혼자 나무 공을 제대로 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 한 번도 혼자 빼내 본 적이 없으니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섬세한 손끝이 눈가를 만지고, 우아한 입술은 축축이 젖은 속눈썹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는 계단을 내려가던 하녀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귓불을 깨물며 은밀히 속삭였다.

“울지 말아요, 로엘. 사무실에 가면 내가 제대로 구멍을 봐 주면서 빼낼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요. 당신 혼자서는 빼기 힘들다는 거 알고 있겠지?”

“네, 흡… 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물고 빠는 데 욕심 많은 당신 아래 입이나 잘 단속해요. 나무 공을 더 삼키지 않도록 말이오. 자, 내 팔을 잡아요.”

나는 혼자 걸어 보려 하였으나 안을 문지르는 나무 공의 자극을 견뎌 낼 수 없었다. 곧 그의 팔뚝을 붙잡고 쓰러질 듯한 몸을 기댔다.

열이 올라 후들후들 떨리는 발끝으로 계단을 한 단, 한 단 디디며 내려갔다. 무릎이 자꾸만 꺾여서 그때마다 재킷 자락이 늘어날 정도로 그에게 매달렸는데 랭던 경은 그럴수록 기분이 좋아 보이니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성벽이었다.

안에 나무 공을 넣고 걸으려니 그러지 않아도 넓은 저택이 너무나도 광활했다. 침실은 서쪽에 치우쳐져 있었으므로 계단을 내려와 중앙 홀로 가는 동안 걸음을 몇 번이나 멈췄다. 하인 한 명이 지나가다 말고 내 안부를 확인할 정도였다.

“서튼 남작님, 몸이 불편하신가요?”

하인의 정중한 물음에 랭던 경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너그럽게도 내 구조 요청을 외면하지 않았다.

“다리가 조금 불편해서 그러니 걱정 마시오. 퍼렐 의원을 만나 치료할 예정입니다.”

“네, 공작님.”

그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비켰다.

나는 홀에서 하녀가 입혀 주는 코트를 입고, 한여름처럼 이마에 땀을 송송 매단 채 마차에 올랐다. 공기를 덥혀 놓은 마차 내부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피부 밑에 열이 고였다.

말들이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돌아가던 바퀴는 말들이 뜨거운 콧김을 뿜으며 뛰기 시작하자 요란하게 덜컹거렸다. 랭던 경은 익숙하게 사방의 커튼을 치고 내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잘게 튀어 오를 때마다 내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랭던 경의 뜨거운 혀는 목덜미에서 어느새 손가락으로 옮겨 갔다. 그는 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입에 담아 죽죽 빨아 내거나, 손가락 사이를 잇는 얇은 살을 몇 번이고 비벼 댔다. 나무 공을 머금은 내겐 너무 큰 자극이었다.

“흣, 그만, 해 주세요…. 랭던 경, 아….”

“하인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당신이 고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아래 입으로는 나무 공을 두 개나 문 채로 자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는 걸.”

“…그, 그런 말씀은, 그만하시고… 흣… 부디 손가, 락을 놔 주세요.”

다급한 요청에도 랭던 경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도리어 내 두 손목을 한 번에 쥐어 잡고 손가락 여러 개를 입속에 한 번에 담았다. 곳곳에 습한 숨결과 침이 닿았다. 얇은 피부를 문지르는 혀의 촉감이 야릇하여 손가락을 빼내고 싶었으나 그의 완력을 당해 낼 수 없었다.

“으응, 흣….”

양손을 다 젖도록 빨아 낸 랭던 경의 다음 타깃은 내 발이었다. 그는 구두와 흰 양말을 벗겨 내더니 두 발을 휙 당기고는 발바닥에 혀를 가져다 댔다. 몸이 기우뚱 무너지는 바람에 마차 문에 뒷머리가 부딪쳤다. 나는 아파할 새도 없이 놀라서 팔을 휘저었다.

“그런, 저하, 으으응… 아….”

발가락을 빨아 주는 혀가 내 신음을 더 뜨겁게 달구었다. 나는 정말 그에게 물들어 변태가 되고 만 듯했다.

“당신 표정이 야해 미치겠군. 발가락 빨아 주는 것이 그렇게 좋아요, 로엘? 응? 말해 봐요.”

“아, 아닙니다… 흣… 그런 것이….”

“아니긴. 앞으로 매일 손가락과 발가락을 빨아 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이토록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해 줄 걸 그랬군.”

젖은 혀가 발가락을 문지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밑으로 나무 공을 조였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손을 뒤로 뻗고 마차 커튼을 부여잡았다. 발가락을 하나하나 빠는 랭던 경의 혀가 지나치게 집요하고 야릇하여 성감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마차가 시내에 접어들 때쯤엔 나는 바지를 반쯤 내리고 마차 의자에 엎드려 엉덩이를 치켜든 상태였다. 그쯤 랭던 경의 입술은 내 아래쪽을 게걸스레 빠는 중이었다. 손 발가락을 모두 내어 주고 나무 공을 머금은 아래쪽까지 빨리는 지경에 이르자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엎드려 참다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앞으로 기어갔으나 피할 곳은 없었다. 머리는 흔들리는 마차 문에 닿았고, 그마저도 얼마 못 가 둔부를 잡아당기는 랭던 경에 의해 뒤로 딸려 갔다.

“아, 으응, 흣… 저하… 하, 할 것 같습니다. 응….”

“내 손에 해요.”

“흣… 네….”

예전 같으면 부끄러워 망설였겠지만 나는 이제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랭던 경의 험난한 취향에 시달리며 값진 교훈을 여럿 얻은 덕이었다. 부끄럽다고 제안을 쉽게 거절했다간 사정하지 못하게 묶어 버리고 애를 태우거나, 정액이 나오는 중간에 막아 버리고 괴롭히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럴 때면 쾌감에 약해진 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체면을 내려놓았다. 그에게 매달려 제발 손에 사정하게 해 달라고 다시 애원하거나 더 심한 제안을 수락하곤 후회하는 일이 반복됐다.

커다란 손이 퉁퉁 부은 귀두를 감싸 쥐자마자 그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급히 사정했다. 내가 정액을 흘리는 중에도 랭던 경은 혀를 밑에 깊숙이 박아 넣고 나무 공을 혀끝으로 누르거나 주변을 빨며 나를 애태웠다. 뜨겁고 축축한 혀 때문에 나무 공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정액의 존재가 또렷하게 상기되었다.

“응… 흣, 아….”

나는 랭던 경의 손안에 사정하는 수치심으로 온몸에 붉은 열꽃이 피었다. 힘겹게 사정을 마치자마자 그는 손바닥을 핥으며 자신의 바지 단추를 풀어냈다.

“미안해요, 로엘. 움직이는 마차 안이라 힘들겠지만 당신 입속에 좆을 묻어도 될까?”

내 머리카락을 잡아다 입술 사이로 거근을 밀어 넣으며 그가 물었다. 페니스를 이미 물려 놓고 허락을 구하니 나는 목소리도 낼 수가 없어 몹시 화가 났다. 그래도 익숙하게 고갯짓을 하며 목구멍을 꽉 채운 랭던 경의 것을 빨아 냈다.

의자에 무릎을 꿇고 앉아 구음하는 동안 마차는 번잡한 시내로 진입하였다. 힘차게 숲길을 뛰던 말발굽 소리는 느리고 규칙적인 리듬으로 바뀌었고, 나뭇가지에 가득 쌓였던 눈이 떨어지는 소리는 길을 걷는 사람들의 시끄러운 음성으로 대체됐다.

랭던 경은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내 입 속을 즐기다 간신히 나를 놔주었다. 밑을 빨리고 구음하는 동안 침으로 젖은 입술 주변을 소박한 형태의 손수건이 조심스레 지나갔다.

“아래 입으로 내 키스를 받으니 그렇게 좋았소? 침으로 범벅이군.”

“저하… 제, 제발 그런 일을 키스라고 칭하지 마십시오. 입맞춤이란 아름다운 행위를 더럽히지 말아 주세요.”

“쯧, 당신은 하지 말라는 것이 언제나 많군. 내가 무슨 소리만 하면 그런 제안은 음탕하다느니 변태적이라느니 비난하는 탓에 해야 할 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모든 말씀을 다 하시면서, 흣, 자제하는 척하는 것도 삼가 주세요.”

자꾸만 신음이 빠져나오는 내 입술을 그의 손끝이 느리게 문질렀다.

“내가 당신 아래 입에 키스하며 느낀 건데 정말 쉬지 않고 나무 공을 빨더군. 지금도 빨고 있어요? 그래서 가지런한 잇새로 신음이 새는 거요?”

앞선 부탁을 모두 흘려들은 듯, 또 키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언사에 부아가 치밀었으나 내 상태가 부끄러워 작은 목소리로 간신히 대꾸했다.

“부디, 으응, 묻지 말아 주세요….”

그가 눈치챈 대로 나는 계속 나무 공을 빨아 대는 안쪽을 진정시키느라 몰래 애쓰는 중이었다. 태연함을 가장하려 직접 마차 바닥에 떨어진 납작한 모자를 머리에 얹었다. 얼른 사무실로 들어가 나무 공을 빼낸 뒤 랭던 경과 함께 욕구를 해소하고 싶은 충동으로 온몸의 혈관이 두근거렸다. 다만 그런 기색을 내비치면 그가 지나치게 흥분한 걸 알아 그럴 생각이 없는 척,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려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그는 발가락을 하나하나 다시 빨고 양말과 구두를 신겨 준 뒤, 마부가 말을 세우고 문을 열 때까지 내 손가락을 입 속에 넣고 있었다. 그 바람에 나는 다시 앞을 바짝 세운 민망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겨울이어서 외투가 두꺼운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나는 코트를 여민 채 랭던 경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조금 전까지 마차에서 그런 외설스러운 행위를 해 놓고 겉으로는 우아한 공작의 태도를 유지했다.

말끔한 얼굴로 직원들에게 내가 그린 두 가지 표를 보여 주며, 어떤 것이 더 나을지 인쇄소와 상의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나는 구석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사무실을 울리는 묵직한 목소리에 자극을 받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내가 자리 잡은 위치가 벽난로 근처라는 거였다. 검은 숯은 붉게 벌어진 틈을 내보이며 활활 타오르는 중이었고, 나는 뺨에 번진 미열을 불빛의 색으로 완벽히 위장할 수 있었다.

“그러면 내일 다시 얘기합시다. 더 효율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가감 없이 제안해도 되니 편안하게 의견들을 들려주세요.”

“네, 공작님.”

“그럼 서튼 경과 상의할 일들이 있으니 전할 말이 있으면 비서인 매튜 씨에게 말해 두시오.”

랭던 경은 예의 있게 대화를 갈무리하고 구석에 선 나를 챙겨 개인 집무실로 들어갔다.

나는 집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안쪽에 있는 손님맞이 응접실로 발을 옮겼다. 직원들이 있는 곳과 개인 집무실 사이에 작은 복도가 있다지만 더 조심해서 나쁠 것은 조금도 없었다. 관계를 벌이다가 행여 소음이 새어 나갈까 몹시 두려웠기 때문이다.

랭던 경은 다급해 보이는 내 모습이 그렇게도 우스운지, 부축을 해 주지는 못할망정 문가에 서서 능글능글하게 웃었다. 나는 나무 공을 넣은 지 30분이 넘었고, 그와 섹스한 후 좁아진 적 없는 내벽이 나무 공을 핥듯이 움직이고 있어 미칠 듯한 심정이었다.

“이제 로엘 그대도 얌전해지긴 글렀군. 박히고 싶어서 그리 바삐 서두르는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나, 나무 공을 빼고 싶을, 흣, 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공연을 아주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겠군. 얼른 빼내고 좆을 먹을 생각에 애가 달았을 테니 말입니다.”

“목소리 좀, 나, 낮추세요.”

“먼저 들어가서 쌀 준비 하고 있어요. 바로 따라 들어갈 테니까. 부끄럽다고 내숭 떨면 호되게 할 테니 제대로 자세를 잡아 둬요.”

“…네.”

침대에서 통제적인 그의 면모는 여전하였지만 그것이 내가 아는 섹스의 전부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조용히 응접실 안으로 들어가 커튼을 모두 쳤다. 지끈대는 심장 부근을 손바닥으로 간간이 누르며 외투와 바지를 벗었다. 얇은 흰 셔츠만 남겨 놓고 고민하다 벗지 않고 낮은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민망한 자세를 취하는 일이 망설여졌다. 차마 쪼그려 앉지 못하고 얼굴을 붉힌 채 문가를 바라보며 랭던 경의 기척을 살폈다. 그를 기다리는 저택의 강아지가 된 심정이었다.

닫힌 문이 열리고 내 자세를 본 그의 미간이 좁혀 들어 나는 재빨리 쪼그리고 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무릎을 꼭 껴안고 변명했다.

“저하, 자세… 를 잡으려던 참입니다.”

“그럴 리가. 부끄러워 망설인 거로군. 잘못했으니 테이블처럼 낮은 데는 안 되겠소. 책상으로 올라가요.”

“래, 랭던 경….”

나는 눈가가 새 붉어졌지만 곧 내려와 테이블보다 훨씬 높은 책상 위로 올라갔다. 랭던 경이 내 아래쪽을 감상하기에 적당한 높이였다.

벽처럼 느껴지는 커다란 몸이 성큼성큼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여유로운 태도로 의자에 앉아 두 발을 책상에 겹쳐 올려 두고 등받이에 느긋이 몸을 기댔다.

“싸기 전에 그 예쁜 입술로 무슨 말이라도 해 봐요. 그대가 즐겨 쓰는 말들이 몇 가지쯤 떠오르겠지? 또 내뱉길 망설이다 곤란한 일을 자초하지 말아요.”

“…부디, 즈, 즐겁게 봐 주세요, 랭던 경.”

수치심을 혀 밑에 눌러 둔 채 그에게 배운 대로 말을 내뱉었다. 그는 가벼이 내 엉덩이를 내리쳤다.

“시작.”

“…흣… 으응….”

나는 아래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안쪽이 너무 부드러워진 데다 나무 공이 평소에 넣었던 것들보다 사이즈가 커서 다른 때와 달리 잘 나오질 않았다.

한참이나 애쓴 끝에 공 하나가 아래쪽을 잔뜩 벌려 내며 가장 굵은 부분을 걸쳤다. 그런데 자꾸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만 할 뿐, 그 이상 밖으로 튀어나오질 않았다. 엉덩이를 이리저리 비틀고 흔들며 애를 쓰니 등 뒤에서 억누르는 듯한 웃음소리가 픽, 흘러들었다. 그러나 다급한 내 몸은 수치심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그는 가벼이 엉덩이를 내리치며 말했다.

“얼마나 빨고 싶으면 자꾸 다시 삼킬까. 이게 다 당신 아래 입이 나무 공을 내보내기 싫은 탓이겠지?”

“…마, 맞습니다, 저하… 으응… 제발, 도와, 흣, 도와주세요….”

“할 수 없지. 당신이 자지 맛을 안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이토록 난잡하니 걱정이오. 언젠가 내가 말했던 대로 좆만 떠올려도 침을 질질 흘리는 상태가 될 것 같군.”

“흣, 네…. 나, 난잡하여… 저하의, 힉, 도움이….”

비는 도중에 그가 튀어나온 나무 공을 잡아당겨 빼 주었다.

“아! 흣, 으응….”

하마터면 몸이 무너질 뻔했다. 혹여 창문 밖으로 소리가 샐까, 신음을 삼키려 아랫입술을 다잡아 봤으나 도무지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하나 더 남았어요. 남은 것은 로엘 그대가 직접 끝까지 쌀 수 있겠지? 나무 공을 탐하며 자꾸 빨아 대니 잘 나오지 않는 겁니다. 아래 입을 좀 얌전히 둬 봐요.”

“흐윽, 윽….”

랭던 경의 말이 옳았다. 내 몸이 너무 난잡해진 탓인지 나무 공이 나오려 할 때마다 자꾸 안쪽이 움직이며 붙들고 빠는 것이 느껴졌다. 창피함을 견디지 못하고 눈꺼풀이 뜨거운 설움에 젖어 들었다. 나는 울면서 허리를 흔드는 동안 천박하게 앞을 세운 것을 숨기려고 무던히 애써야 했다.

그러나 결국 두 번째도 혼자 해내지 못하고 랭던 경의 도움을 받았다. 나무 공이 빠져나가 갑작스레 텅 비어 버린 내벽이 경련하자, 안에 들었던 정액이 책상 위로 길게 늘어졌다. 나는 칠칠찮게 입을 벌린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신음했다. 나무 공이 빠져나간 안쪽이 허전하여 팔다리가 떨릴 지경이었다. 그러는 동안 머릿속으로 랭던 경의 것을 절실히 떠올리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등 뒤에서 태엽 감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건 그 때문이었다. 액체가 바닥으로 줄줄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랭던 경이 평소처럼 그의 성기에 기름을 떨어트리는 중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곧 내 아래쪽을 파고든 건 인간의 살덩이가 아니라 또 나무처럼 느껴지는 무언가였다.

길쭉한 것이 안을 벌리며 들어오기 시작한 뒤에야 일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나는 침으로 범벅이 된 입술을 간신히 여미고 고개를 돌려 랭던 경을 쳐다보았다.

“무, 무엇인가요? 저하, 흣, 왜 저하의 것이 아니라….”

섹스에 관해서라면 늘 뻔뻔한 랭던 경도 그 순간만은 잠시 대답을 주저하는 듯 보였다. 단정한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며 답을 내놓았다.

“…그게, 태엽 기차요.”

듣고 보니 참으로 망설일 만한 짓이었다. 가슴속에 사람으로서 조그마한 체면이라도 남아 있다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이다.

나는 왜 태엽 기차를 넣는지 몰라 당황하여 굳은 입술을 겨우 움직였다. 이 또한 나를 놀리려는 짓궂은 장난인지, 변태적인 진심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걸 왜… 흣….”

“모조 성기로 쑤시는 것도 재밌지만 이건 당신 아래 입에 먹여 주면 움직일 테니까…. 넣었을 땐 로엘 당신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대체, 그런 궁금증을, 응, 품는 사람이 세상… 에 어디 있나요? 그래서 추가 주문을….”

“길쭉한데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을 안 하는 사람도 있소?”

“저는 안 하였… 으응, 아… 흐읏….”

기름까지 바른 기차는 부드럽게 안을 파고들어 내가 느끼는 곳에 위치했다. 직, 직 소란한 소리를 내며 감기던 태엽이 끝까지 돌아갔다.

랭던 경이 손을 놓자 기차가 기어가려는 듯 움직였으나 다행스럽게도 태엽 손잡이가 입구에 걸려 더 파고들지 않았다. 불행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실패한 기차가 소란하게 덜덜 떨며 안에서 격렬한 오류를 일으킨 것이었다.

그는 진동하는 기차의 끄트머리를 잡고 방향을 바꿔 가며 이쪽저쪽 찔러 보았다. 그리고 진지한 눈빛으로 내 반응을 살폈다. 시선이 닿는데도, 뭉툭한 끝부분이 진동하며 내벽을 이리저리 누를 때마다 미칠 듯해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나는 참으로 경박하기 그지없는 상태였다. 책상에 쪼그리고 앉아 그의 코앞에 엉덩이를 내밀고 아래쪽엔 나무 기차를 박은 채 느끼느라 침을 흘렸다. 그는 끄트머리를 잡고 꺼냈다가 다시 넣기도 하고, 기차가 멈출 만하면 태엽을 다시 감았다.

“저하, 흣, 저, 정말 너무하… 으으응… 읏….”

“하… 기차를 박아 줘도 좋다고 빠는 당신 밑을 보고 있자니 내 좆을 쑤셔 넣고 싶어 미치겠군.”

“아… 으응, 흣….”

나는 그를 말려 보려 팔을 뒤로 하고 굵은 손목을 두 손으로 붙잡았으나 힘으로 떼어 낼 수가 없었다. 억울함과 치욕스러운 쾌감이 뒤섞여 눈가는 마를 새가 없었다.

속눈썹을 적시며 눈물을 뚝뚝 흘려 내자 랭던 경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혀를 최대한 넓게 펴고 뺨을 몇 번이나 쓸어 올렸다. 그 축축한 느낌이 내 흥분에 불꽃을 보탰다.

“흣, 으응… 아….”

“쌀 것 같아요?”

“네, 흐으응….”

“하, 견디기 어려운 건 내 쪽입니다. 당신의 축축한 안쪽을 기차가 쑤시고 있어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니 안타까울 노릇이오.”

랭던 경은 일어나서 자신의 바지 단추를 풀어 내고 내 몸을 정면으로 돌렸다. 그리고 손을 끌어다 자신의 것을 쥐여 주었다. 나야말로 내벽을 치대는 나무 기차를 빼내고 얼른 이 뜨거운 살덩이를 넣고 싶었다. 어느새 음탕한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된 스스로에게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순간 랭던 경의 우아한 입매가 벌어지고 그 사이를 삐져나온 붉은 혀가 눈동자를 핥았다.

“흣… 아….”

그는 평소부터 내 온몸을 핥는 것이 연인 사이에 응당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나야 갓 스무 살을 넘어 랭던 경을 만난 게 연정의 전부라, 연인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무작정 그의 말이 옳다고 믿고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으나 눈동자를 핥는 일은 무척 기이했다. 공을 넣고 빼는 일이나, 앞이 묶이는 일 따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망가려는 내 고개를 잡아 눈동자와 뺨을 핥고 귓가에 혀를 쑤셔 넣으면서 내 손바닥에 자신의 것을 문질렀다. 밑에 박혀 있는 기차는 요란하게 덜덜거렸고 귀 안쪽까지 들어온 혀는 나를 쑤셔 대며 침 소리로 자극하니 더는 성감을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흐읏, 으으응… 더 참, 을 수가… 흣….”

랭던 경이 내 손바닥에 남근을 비비며 파정한 순간, 징징대며 내 안쪽을 더 파고든 기차의 끄트머리가 느끼는 지점을 눌러 올렸다. 나는 그곳에 박혀 흔들리는 나무 조각의 진동에 속절없이 사정했다.

길게 신음을 질러 올리려던 입술은 다행히 랭던 경에게 먹혔다. 나는 그에게 혀를 빨리며 밑으로는 진동하는 기차 조각을 조이는 상태로 정액을 흘려 냈다. 그 순간만은 수치심조차 쾌감에 가려 옅어졌다. 눈물이 가득 고였다가 떨어지는 틈으로 선명해지는 랭던 경의 눈빛과 그 너머의 응접실 풍경이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랭던 경은 태엽이 다 풀린 기차를 드디어 잡아 빼내고 그사이 발기한 페니스를 쑤셔 넣었다. 저택에서부터 내내 좁아진 적이 없건만, 안쪽은 성기를 힘겹게 집어삼켰다. 워낙 거근인 탓이었다.

그는 책상에 쪼그려 앉은 내 엉덩이를 붙들고 처음부터 눈물샘에 귀두를 처박았다. 랭던 경의 것이 아니면 어떤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만큼 깊숙이 위치한 데였다. 진동하던 기차도 눌러 주지 못한 곳이었다. 윗니로 울혈이 생길 만큼 아랫입술을 강하게 붙잡았다.

“아응… 흣….”

“하… 손수건이라도 물려 줄까?”

나는 고개를 얼른 끄덕였다. 이미 뺨에 생긴 눈물길을 따라 투명한 액체가 줄줄 흐르는 중이었다.

랭던 경은 독점욕이 강하여 그가 쑤셔 박은 모조 성기가 들어왔던 흔적도 견디질 못했다. 태엽 기차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과격하게 허리 짓을 하기 전에 손수건이라도 물지 않으면 창밖을 오가는 행인들이나, 문 세 개를 지나쳐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내 신음 소리를 다 들려주게 될 참이었다.

“손수건을 물고 싶으면 당신 손에 묻은 내 좆물부터 다 빨아 넘겨요. 그러고 나면 해 줄 테니까.”

“네, 흐응… 아, 흐읍….”

나는 책상에 쪼그려 앉은 채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듯 박아 넣는 성기의 움직임을 견디며 열심히 손에 묻은 정액을 빨아 넘겼다. 조금이라도 남으면 물려 주지 않을 걸 알아 부지런히 혀를 놀렸으나 그가 묵직하게 깊은 곳을 쳐올릴 때면 손가락을 문 채로 울 수밖에 없었다.

“흣, 으으응… 아….”

박아 넣는 움직임이 거센 탓에 책상에 놓여 있던 잉크병이 넘어졌다. 덜 닫혀 있었는지 검은 물이 떨어져 번졌으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랭던 경이 자세를 바꾸려고 잠시 성기를 빼낸 순간 그의 앞에 말개진 손가락을 내밀었다. 정액의 흔적 없이 내 침으로만 젖은 피부였다.

랭던 경은 땀과 눈물로 젖은 내 눈가에 키스하고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입에 물려 주려는 줄 알고 입술을 연 순간 그가 손수건을 소파 쪽으로 던져 버리더니 황당해하는 내 입가에 나무 기차를 물려 주었다.

나는 속으로 몹시 부아가 났다. 기껏 지시를 따라 정액을 열심히 빨아 넘겼건만, 돌아온 건 약속한 손수건이 아니라 변태적인 목적으로 주문 구매한 태엽 기차였다. 눈가에 분한 눈물이 차올랐다.

그는 내 표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장난스럽게 웃으며 기차로 볼 안쪽을 푹 찔러 올렸다. 뺨이 동그랗게 솟는 광경이 눈 밑 언저리에 들어왔다.

“로엘 당신의 음탕한 신음을 막아 주려는 것도 잘못이오? 표정이 볼만하군.”

기차를 빼내고 따져 물으려 했으나 입을 향해 올라간 손을 랭던 경이 잡아 내렸다.

랭던 경은 평소처럼 손쉽게 나를 안아 들고 소파로 데려갔다. 등에 푹신한 감촉이 닿자마자 적응할 새도 없이 성기가 퍽 처박혔다. 활짝 열린 허벅지 안쪽이 경련을 일으키고 공중에 들린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얼굴은 뒤로 젖혀졌다. 입에 물린 기차는 태엽을 돌리지 않았는데도 내 쾌감으로 덜덜 진동했다.

“흐읏, 으응… 흡….”

“좆만 물어도 좋아 죽는군. 나무 공을 빨고 장난감에 박히면서 계속 내 것을 떠올렸어요?”

나는 음란한 색으로 붉게 물든 손을 내 배 위에 올렸다. 페니스가 너무 깊게 박혀 있었다. 안쪽까지 들어온 남근의 모양새가 손끝에 닿았다. 그는 그대로 내 손등을 짓누르며 허리 짓을 시작했다.

“…읏, 흐응….”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겠군. 허리에 다리를 감아 봐요, 로엘. 그러면 지금보단 부드럽게 해 줄 테니까.”

나는 얼른 다리를 감아 그를 내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속을 짓누르는 커다란 페니스의 양감과 입 속에 박힌 장난감 기차가 버거웠지만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기도 했다. 그는 바로 코앞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허리 짓을 했다.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아… 응, 흣….”

나무 기차가 혀를 누르고 있는데도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내내 다른 것을 물고 있었던 탓인지, 내게 들어온 뜨거운 살덩이가 미치도록 황홀했다. 눈꺼풀을 깜빡일 때마다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는 따끔하게 젖은 뺨을 핥으며 내 눈물을 마셨다.

랭던 경은 이번엔 약속을 절반쯤 지켜 주었다. 허리 짓이 부드럽지는 않았으나 피부를 맛보는 혀의 감촉도, 내 아래를 쳐올릴 때마다 허벅지와 엉덩이를 쓸어내리는 손바닥의 감각도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삼키지 못한 침이 입술과 기차를 비집고 옆으로 흐를 때마다 그 또한 모조리 혀로 핥았다. 내 혀를 찾아 빨고 싶은 것처럼 틈새로 혀끝을 쑤셔 넣어 비비기도 했다.

페니스는 내가 좋아하는 곳을 뭉근하면서도 집요하게 쳐올렸다. 나는 또다시 절정에 치달았다. 오늘만 대체 몇 번째 사정인지 기억도 다 나질 않았다.

“힉, 으응… 흡….”

랭던 경 역시 사정감이 치미는 듯 욕을 짓씹더니 내 것을 쥐어 잡고 요도구를 엄지로 눌렀다. 놀라 두 손으로 손목을 애원하듯 붙잡고 그를 올려다봤다.

“미치겠군, 하…. 내가 박고 있는 건지 그대의 아래 입이 빨아 당기고 있는 건지, 흣. 매번 결심은 하는데 막상 박으면 부드럽게 하려고 해도 못 하겠습니다.”

그는 연신 묵직하게 안을 두드리다, 내 입 속에 박힌 기차의 반대편을 입으로 물어 잡아당겼다. 나는 치아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기차가 빠져나간 자리가 동그랗게 열리고 그 사이로 가파른 신음이 튀어 올랐다.

기차를 옆으로 뱉은 랭던 경은 입술 밖으로 튀어나온 내 혀끝을 이로 깨물고, 내 목구멍 깊숙이 혀를 박아 넣었다. 아래쪽에 페니스를 깊이 쑤셔 넣은 것도 그때였다.

“으으응… 아… 힉, 흣….”

나는 약한 부근이 랭던 경의 정액으로 가득 젖는 것을 느끼며 하얗게 깜빡이는 시야 너머로 그를 올려다봤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랭던 경이 아니라 내가 사정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막고 있던 요도구에서 손가락을 떼어 내고 내 몸 근처에 떨어져 있던 손수건을 집었다. 손수건은 끝까지 치민 흥분을 알아챈 듯 성기를 완전히 감쌌다.

“싸요, 로엘. 물까지 흘리고 싶을 텐데. 오늘 좆물을 많이 쌌으니 물이 안 나오고는 못 배기겠지.”

나는 저릿한 감각에 몸을 떨며 그가 시키는 대로 손수건 안에 사정했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물까지 모두.

침으로 손수건을 적셔 놓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는 도톰한 손수건을 움직여 가며 흥건하게 흘러나오는 물을 모두 받아 냈다.

“흣… 으응… 아….”

“하… 손수건이 축축해졌습니다. 물이 많아 아직 더 싸고 싶을 텐데 다 젖어서 어쩌지?”

“…아, 응….”

“아직도 물이 흘러내리고 있소?”

나는 부끄러워 온몸이 벌게진 채로 손가락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온몸이 경련하듯 떨리고 있어서 묻지 않아도 아직 물을 지리는 상태임을 알 텐데 랭던 경은 꼭 짓궂게 확인했다. 나는 치미는 비명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결국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런,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입을 막는군.”

랭던 경은 혀를 차더니 곧 내 몸을 옆으로 돌리게 하고 축축하게 젖은 손수건을 떼어 냈다. 훤히 드러난 내 성기는 정액과 물로 푹 젖은 상태였다. 성기의 끄트머리에선 미처 다 흐르지 못한 물이 새어 나와 응접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나마 소파에 흘리지 않은 건 몸을 옆으로 돌리게 해 준 랭던 경의 배려 덕이었다.

나는 바닥에 부딪치는 물소리가 부끄러워 어깨를 덜덜 떨었다. 입을 가린 손끝이 흥분에 붉게 젖은 채 떨리는 모양새가 적나라했다.

마침내 간신히 소리가 그쳤다. 랭던 경은 목덜미와 뺨에 입을 맞춰 주더니 갑자기 내 엉덩이를 틀어잡았다.

“입 벌려요. 아까 멋대로 손으로 신음을 막았잖소.”

모로 누운 나는 몸을 돌릴 기운이 없어 여태 흥분으로 떨리는 얼굴만 겨우 옆으로 움직였다. 그대로 입술을 벌리자 랭던 경이 입 안에 침을 길게 뱉었다.

나는 익숙하게 그가 떨어트리는 침을 모았다가 입술을 닫고 삼켰다. 영혼이 달아난 듯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나 그의 것이 내 안에서 다시 단단해지는 감각이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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