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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 초여름 (21/27)

리베라 리스트 5권 (외전)

외전 1. 초여름

어린 윌리엄은 공식적으로 테런스 랭던 경의 하나뿐인 조카이자 후계자가 되었다. 오랜 시간 랭던가에 헌신해 온 고용인들은 일찍 절명한 윌리엄 랭던 백작에게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다들 마음속으로 세상을 떠난 그를 깊이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랭던 형제의 유모였던 마틸다 할머니는 윌리엄의 존재를 알고 나서 기쁨을 못 이긴 나머지 잠시 탈진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남색을 즐기는 그릇된 세속의 문화로 멸망할 뻔했던 랭던가에 자비로운 하느님의 축복이 임했다’는 말을 남겼다. 기실 세속의 문화보다는 랭던 경의 방탕한 행실을 탓하는 쪽이 옳았지만 가여운 마틸다는 차마 사랑하는 테리 도련님의 성벽을 탓할 수 없었다.

어린 윌리엄은 귀족 가문 아이들이 다니는 기숙 학교로 전학을 앞두고 2주 동안 에메랄드 저택에 머물렀다. 랭던 경은 관대하게도 베넷 부부까지 저택으로 초대하여 윌이 새로운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윌은 저택에서 풍족한 생활을 누리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을 만끽했다.

아이는 꿈처럼 달콤한 시간을 보내다 기숙 학교로 떠났다. 랭던 경은 윌을 기숙사 방에 데려다 주면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저택으로 돌아오는 마차 안에 나와 단둘이 남자, 아이를 너무 빨리 기숙 학교에 보낸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워했다. 곧은 눈썹 아래 자리한 녹안에 솜털구름과 같은 근심이 층층이 깔렸다.

“하지만 랭던가의 사람이라면 어려서부터 독립심을 길러야 합니다.”

랭던 경은 자신을 위로하듯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마차 창문에 달린 커튼을 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커튼 고리가 드르륵 움직이고 천이 유리를 완전히 덮자, 그늘이 생겨 그의 눈동자 색이 짙어졌다. 나는 내 뺨으로 옮겨 온 랭던 경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의 손등에 다정히 내 손을 올렸다.

“윌이 적응하기 어려워하면 언제든 데려올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그래야겠습니다. 로엘 당신이 나보다 아이와 친하니 나중에 서신으로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물어봐 줘요. 내게는 진심을 보이기 어려워할 테니까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삼촌이 제 친아버지를 죽였다는 소문을 듣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 또한 걱정입니다. 성년이 되기 전까지 소문을 모르면 좋겠건만….”

“…그렇지 않아도 저도 그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윌에게 진실을 미리 얘기하시는 편이 낫지 않으시겠어요?”

나는 랭던 경의 손등 위로 솟은 굵은 힘줄을 만지작거리며 마음에 걸렸던 얘기를 꺼냈다. 렝던 경은 나보다 더 수심이 깊을 터였다. 가지런한 입술에선 보기 드문 한숨이 길게 새어 나왔다.

“나 또한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다만 윌이 나이가 어려 진실을 알더라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주변에 비밀을 지킬 수 있을지 염려스럽습니다.”

“돌아가신 윌리엄 경의 종교적, 사회적 명예가 걸려 있는 일인 줄은 알지만, 윌까지 속이시면 조카와의 관계에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소문이 사실인 줄 알게 되면 윌은 저하를 원망할 테니까요. 부디 일찍 아이에게 진실을 알려 주세요.”

“진실을 알게 되어도 나를 원망할 수밖엔 없을 거예요, 로엘.”

“하지만 진실과 소문에는 분명한 차이가….”

나는 문장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애석하게도 윌리엄 경이 죽은 방식을 입에 올리기가 조심스러워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힘없이 다물린 입술에 고인 침묵을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마차 바퀴 소리가 채워 주었다. 그와 나는 서로의 손을 잡은 채 비슷하게 몸을 덜컹거렸다.

손끝에 닿아 있던 도드라진 힘줄이 피부 밑을 빠져나가고 그가 내 손을 마주 잡았다. 굵은 손가락이 마디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바람에 가지런히 모여 있던 내 손톱들은 잠시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윌이 조금 더 크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윌은 비밀을 지니기엔 너무 어려요. 동생의 무덤이 파헤쳐질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그의 결정이 불만스러워 입술을 달싹 뗐지만 너무 조심스러운 사안이라 결국 다시 입을 다물었다. 상심하여 씰룩이는 입꼬리에 랭던 경의 입술이 닿았다. 포근한 감촉이 머물렀다 떨어지길 반복할 때마다 서글픔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는 초점이 아슬아슬 맞을 만큼 가까이서 내 눈을 들여다보며 한쪽 뺨을 손바닥으로 넉넉히 덮었다.

“내가 그대를 속상하게 했군. 그러면 내가 미안해지잖아요.”

“랭던 경께서 거짓 소문에 시달리시는 것도 모자라 윌에게도 오해를 사려고 하시니 속상해서 그렇습니다.”

“내가 자청한 소문이니 걱정 말아요. 윌이 나를 미워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애는 동생과 달리 살아 있고, 언젠가 오해의 매듭을 풀 수 있는 날이 올 테니 그때까지 견딜 수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에 비하면 마음 씀씀이가 작고 옹졸하여 큰일 앞에서도 오직 저하만이 중요해질 뿐이에요.”

혁명 이후 랭던 경이 겪어야 했던 갖가지 수모가 떠올랐다. 어느 신문 기사에서 그를 ‘노르크의 썩은 나무뿌리’쯤으로 다룬 것이 떠올라 다시금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랭던 경은 자신의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집 안팎으로 오해를 사는 일조차 꺼리지 않는 대범한 성정인지라, 심약한 내 마음은 종종 섧은 눈물을 흘렸다.

랭던 경의 엄지가 눈가를 조심스레 매만졌다. 손이 닿는 모양을 따라 피부가 따끈히 무르익었다.

“부디 슬퍼하지 말아요, 로엘.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부끄럽네요. 랭던 경 앞에서는 도무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으니 큰일입니다.”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어요.”

랭던 경은 나를 위로하다가 숨을 약간 가쁘게 내쉬더니 급작스럽게 내 허벅지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나는 그가 갑자기 음란한 충동에 이르게 된 연유를 알 수 없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로 날아든 꿀벌을 쳐 내듯 그의 손목을 밀어 냈으나, 랭던 경의 단단한 팔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길쭉하게 뻗은 손가락은 내 허벅지 안쪽에 수납된 것을 바지 위로 은밀히 쓸어내렸다.

나는 결국 그의 팔을 밀어 내길 포기하고 나를 쓰다듬는 손길이라도 늦추려 굵은 손목을 양손으로 붙들었다. 거침없는 스킨십에 벌써 가빠오기 시작한 숨결을 어렵게 정돈했다.

“저하, 흣… 진지한 대화 중이었는데 어째서 갑자기 이러시나요?”

랭던 경은 말없이 내 손을 끌고 가 자신의 바지춤을 만지게 했다. 손바닥 밑으로 무섭도록 커진 성기가 닿자마자 몹시 부끄러워져 바로 손가락을 오므렸다.

그는 끌어간 내 손을 이용해 단단해진 성기를 쓸어내리며, 목덜미에 입술을 파묻었다. 목선을 머금은 그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혀가 존재를 드러냈다. 여름 해처럼 뜨겁고 축축한 혀가 목 곳곳을 진득하게 범했다. 입술과 혀가 머무른 자리마다 붉은 자국이 번졌다. 그는 목에 키스하는 동안에도 내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문지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흣, 아….”

목덜미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아팠다. 거울로 확인하지 않아도 피부에 든 붉은 물이 그려졌다. 그는 혓바닥을 넓게 펴 나를 맛보듯 몇 번이고 목선을 샅샅이 핥았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간신히 이성을 챙기고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가슴팍을 힘껏 밀어 냈다. 나는 빨개진 뺨을 들어 랭던 경을 쳐다보았다. 손바닥에 닿은 그의 페니스는 이제 크게 부풀다 못해 흉흉한 모양새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랭던 경은 흥분한 호흡을 가다듬으며 간신히 내 질문에 대한 늦은 답을 들려 주었다.

“그야 오랜만에 본 당신의 눈물 때문이에요.”

“…랭던 경께서 제게 매질하는 일을 그만두시길래 혹여 저를 향한 특별한… 관심이 줄어드신 건 아닐까, 몰래 염려했는데 의미 없는 기우였군요. 저하께서는 여전히 타인의 눈물을 좋아하시네요. 성벽에 차도가 전혀 없으셨다니….”

“차도? 로엘, 이건 병이 아니라 취향입니다. 취향은 입맛처럼 바뀌기 어려운 거예요.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고기가 싫어지겠습니까? 겨울을 싫어하는 사람조차 여름이 되어 강렬한 햇볕에 시달리다 보면 쏟아지는 함박눈이 그리워지는 법인데, 본래 겨울을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어떻겠어요?”

그의 말은 일견 타당하고 논리적이었다. 랭던 경은 작은 한숨과 함께 덧붙였다.

“그리고 당신이 쓴 타인이라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어요. 다른 사람의 눈물은 조금도 내 마음을 흔들지 않으니까. 나를 흥분하게 하는 눈물은 당신의 푸른 눈에 고인 바닷물뿐입니다.”

나는 잠시 눈을 내리깐 채 생각에 잠겼다. 물론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그가 내 손바닥으로 자신의 것을 문지르는 행동은 억지로 외면해야 했다. 뜨거운 시선이 내 속눈썹과 눈동자를 속속들이 적셨다.

나는 반쯤 닫고 있던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물었다.

“그럼 오늘 오랜만에 회초리를 사용하시겠어요?”

“그건 안 될 말입니다. 내 취향이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당신에게 매를 들겠습니까? 그건 당신의 취향과 어긋나잖아요. 내 취향에 맞추자고 로엘 그대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이 겪은 고통은 형에게 당한 것으로 충분해요.”

“하지만 도미닉이 제게 손찌검했던 것과 저하께서 매질을 하시는 것은 산과 호수처럼 다른 일인걸요. 일상에서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침대 위에서의 한시적인 상황이라면 그다지 거부감은 없습니다. 이미 저하와 여러 번 해 보기도 했구요.”

나는 얼마 전 랭던 경에게 내가 도미닉에게 받았던 훈육, 아니, ‘폭력’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나를 창부 취급한 과거를 후회하고 있던 랭던 경은 그 뒤 모든 체벌을 그만두었다.

가끔 잠자리에서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긴 했지만 그 외엔 나를 몹시 소중히 대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나는 기실 그에게 성벽을 고쳐 달라 요청한 적이 없었으므로 무작정 타고난 성향과 지배욕을 참는 그를 보면 돌연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랭던 경은 매번 그렇듯 내 설득에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당신에게 상처를 준 내 행동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하께서도 고집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저는 정말 괜찮은걸요. 제가 못 견딜 정도로만 몰아붙이지 않으시면 돼요.”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나는 아직도 그대를 창부라 오해하고 없는 손님을 질투하여, 일부러 굴욕감을 주고 난폭하게 관계한 일들을 진심으로 후회해요. 그러니 매질을 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욕정과 충동을 내려놓고 때리는 일만은 하지 않으려는 그의 마음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사실 누구든 랭던 경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본인의 잘못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내 모든 실수는 첩자 노릇을 한 로엘 서튼 때문이었다고.

그러나 랭던 경은 터럭 하나도 비겁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내게 필요 없는 죄책감을 떠안기지 않았다.

이번엔 내 쪽에서 손바닥에 닿아 있는 그의 것을 쥐고 쓸어내렸다. 내가 스스로 수음을 해 주기 시작하자 랭던 경은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속삭였다.

“마차에서 내리기 전에 그대가 입으로 내 좆을 달래 주길 간청할 수 있을까요?”

그는 벌써 바지 단추를 풀고 있었다.

랭던가의 핏줄들은 범인(凡人)이 이해하기 어려운 드센 고집과 기이한 성벽을 물려받는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괜찮다는 침실 안의 매질은 그토록 완강히 거절하면서, 바깥이나 다름 없는 마차 안에서의 구음은 이토록 당당하게 요구하다니…. 거기다 감당할 수 없이 정력적이기도 해서 며칠씩 밤을 새워 일한 후에도 나를 보면 매번 앞을 단단히 굳히고 내 몸에서 빠져나가질 않는 일이 허다했다.

랭던 경은 페니스를 꺼내 문지르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언제 봐도 무서울 정도로 크게 느껴지는 성기를 보며 아연실색하였지만, 구음 자체는 제법 익숙해져 예전만큼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동하려 엉덩이를 들고 그의 다리 쪽으로 손을 짚었다. 랭던 경은 내가 바닥에 앉으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무릎 사이를 열어 내가 꿇어앉을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좁은 마차 바닥을 비집고 그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입술을 벌리며 랭던 경을 올려다봤다. 그가 가르친 대로 눈을 마주친 채 성기를 입 속에 머금고 귀두를 목구멍 부근까지 천천히 넣었다가 뺐다. 깊숙이 찌른 것이었으나 페니스는 반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혀를 내어 내 침으로 축축이 젖은 페니스를 비비며 핥고, 고개를 옆으로 틀어 기둥에 입술을 묻었다. 입술 사이로 혀끝을 살짝 내밀어 단단히 솟은 페니스를 아래로 훑었다가 올라오길 반복했다. 시야 언저리에 닿는 굵은 혈관과 큼직한 귀두의 존재감이 생생했다.

“하… 핥는 얼굴이 너무 아름답군. 그대가 내 좆을 빠는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는 건 어떨까? 후원하는 화가가 제법 있으니 비밀리에 그릴 사람은 널려 있습니다. 박히는 모습을 그려도 좋고.”

나는 몹시 놀라 성기에 묻고 있던 입술을 떼어 냈다.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는 없습니다. 진심은 아니시겠죠?”

내 질문에 그는 낮고 부드러운 웃음을 흘렸다. 그는 손가락으로 내 아래턱을 아프도록 틀어쥔 후, 허리를 숙이고 이마와 눈썹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당신이 일으키는 음심 덕분이지.”

“저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나요?”

“…농담입니다. 그림으로 가지고 싶긴 하지만 로엘 씨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른 자에게 보여 줄 수는 없는 일이에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대의 박히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사람들을 불러다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나도 내 마음을 알 수가 없군. 좆을 무는 엉덩이조차 둥글고 탐스러우니 말입니다.”

“제발 그런 일은 상상으로라도 말아 주세요. 매질은 하지 않겠다 하셔 놓고, 다른 사람을 불러다가 관람을 시킨다니요. 제 기준에서는 그런 일이 매질보다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울상이 된 나를 내려다보며 그는 소년처럼 장난스럽게 웃다가 턱을 놔 주었다. 어찌나 세게 틀어잡았는지 피부에 손자국이 남았을 게 분명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내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일을 좋아했다. 나와 시선이 맞물려 있던 녹색 눈동자의 각도가 아래로 가파르게 떨어지며, 얼얼한 턱 끝을 뜨겁게 훑었다.

나는 혀를 끝까지 빼어 성기에 혓바닥을 붙이고 내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페니스를 최대한 끝까지 그에게 보여 주었다. 구음을 할 때 내 방식은 모두 랭던 경에게 배운 것으로,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구음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내가 성기를 반쯤 머금고 빠는 동안 그는 내 아래턱을 잡고 자꾸 붉어진 살결을 문질렀다. 두툼한 기둥이 혓바닥과 입천장을 짓누르는 것이 벅차, 피부가 조금 쓰라린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고갯짓을 하려는 찰나, 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마차가 덜컹 위로 솟았다. 거대한 성기를 목구멍에 넣기 위해 애쓰던 중이라 마차가 다시 떨어지는 순간 페니스가 입 속에 깊게 박혔다.

“컥, 흑… 끅….”

갑자기 들이친 묵직한 양감에 온몸이 경련했다. 나는 이를 세우지 않도록 조심하느라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렸지만 목구멍을 짓이긴 귀두가 괴로워 곧 울음을 쏟아 냈다. 턱이 젖도록 침이 넘쳐흘렀다. 간신히 눈을 들어 랭던 경을 올려다보자 그의 안색이 보기 드문 붉은 색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괜찮아요, 로엘? 하….”

“흡… 으으응….”

깜빡댈 때마다 떨어지는 눈물을 손가락이 다정히 훑어 갔다. 이마를 매만지던 그의 손이 내 뒤통수를 감싸 안았다. 랭던 경이 내 뒤통수를 더 누르는 듯하여 잠시 놀랐으나, 그는 손에 힘을 풀고 천천히 성기를 조금 빼내 주었다. 그의 입에서 무언가를 억누르는 듯한 묵직한 신음이 흘렀다.

“후으….”

“…흐읏… 응….”

나는 랭던 경의 무릎을 잡고 시선을 들어 올린 채 다시 머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니스를 빼낼 땐 착실히 입 속을 조이고, 다시 집어삼킬 때는 혀를 움직여 기둥을 문질렀다. 랭던 경은 구음을 받는 내내 물컹한 혀의 존재가 느껴지는 것을 좋아했으므로, 내 혀는 언제나 성기에 들러붙어 있었다. 맛을 보듯 움직이는 혓바닥을 굵은 혈관이 거칠게 쓸었다.

덜컹이는 마차 때문에 우연찮게 성기가 깊숙이 박힐 때마다 내 얼굴은 조금씩 엉망으로 변했다. 랭던 경은 계속 무거운 신음을 내쉬며 내 눈꼬리와 터진 입술 끝을 만지고, 뒤통수를 감싼 손바닥으로 머리카락을 쥐었다 놓길 반복했다. 그 손길은 이상하게 평소처럼 다정하지 못했고, 초조한 사람이 옷자락을 부여잡았다가 힘을 푸는 느낌에 가까웠다.

마차가 위로 튀어 올랐다. 다시 깊이 박힌 페니스에 미간이 절로 구겨졌다. 랭던 경은 또 내 머리카락을 꽉 잡았지만, 잡아 흔들지 않고 부드러운 손길로 놓아 주었다.

“후… 입을 벌려 봐요, 로엘.”

나는 입 속에 마음대로 박혀 버린 남근 때문에 눈물을 왈칵 흘렸지만 간신히 성기를 빼내고 입을 크게 열었다. 그는 페니스를 문지르며 동굴처럼 크게 벌어진 입 속으로 정액을 쏟아 냈다.

“입 속에 모으지 말고, 받아 마시면서… 그래, 그렇게 먹어야지.”

나는 입을 벌린 채로 목울대만 움직여 입 속으로 떨어지는 정액을 모으지 않고 계속 삼켜 냈다. 처음에는 제대로 하지 못해 실수로 뱉어 내기도 했으나 랭던 경이 가르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적응했다. 나는 아직 섹스를 잘 몰랐고, 내가 창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뒤로 그는 무척 다정하게 여러 가지 행위를 가르쳤다. 이런 구음도 그중 하나였다.

정액의 쌉쌀한 맛과 방금 전까지 빨아 댄 살냄새가 뒤섞여 머릿속이 음탕하게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계속 정액을 삼키다 더 이상 액체가 떨어지지 않자 혀끝으로 귀두에 잘게 맺히는 액체를 핥았다. 짙어진 눈빛이 혀를 빼문 내 얼굴을 핥듯이 살피고, 뺨과 눈가에 피어오른 음란한 기색을 읽어 냈다.

“아쉬워? 아래 입으로 먹지 못했으니 목이 마르겠지.”

나는 진심을 인정하기 주저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혀로 끊임없이 귀두를 진득하게 핥았다. 사정이 끝난 뒤여서 그런지, 랭던 경은 아까 느껴졌던 초조함이 제법 가라앉은 목소리로 여유로운 웃음을 흘렸다.

“평소처럼 부정할 줄 알았는데 긍정하니 죄책감이 드는군. 내가 그대를 이렇게 음란하게 가르쳐서. 응? 평범한 사람을 만났으면 그대에게 더 좋았을까?”

랭던 경은 사정하고 난 뒤에도 모조 성기만큼이나 굵은 자신의 것을 직접 쥐었다. 성기를 깊숙이 물다가 터진 입꼬리를 그가 귀두로 문질렀다. 끝에 방울방울 맺히는 액체가 닿으니 몹시 따끔해 미간이 좁아졌다. 나는 더워진 숨을 내쉬며 대답을 올렸다.

“마음에 없는 말씀을 하시네요, 저하. 요즘은 제가 다른 사람만 쳐다봐도 싫어하시면서요.”

“사람들이 당신과 눈이 마주치면 너무 물끄러미 본단 말이지. 로엘 씨가 창부라는 헛소문은 이제 제법 사라졌지만, 그대의 아름다운 얼굴은 사람들의 판단력을 쉽게 흐려 버리니 말이오.”

랭던 경은 다리 사이에 무릎 꿇고 있는 나를 금방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대신 그를 올려다보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순종적인 내 모습을 한참이나 시선 끝에 담았다. 다정한 손길이 기분 좋아 나 역시 다리가 저린 것을 참고 기다렸다.

랭던 경은 곧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내가 일어날 수 있도록 팔을 잡아 주었다. 나는 다시 그의 옆자리로 돌아가려 했으나 앞으로 잡아당기는 힘에 이끌려 균형을 잃고 넓은 품에 안겼다.

그는 내 등과 무릎 밑을 잡아 비스듬히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 힘 있는 손아귀가 내 허벅지 바깥쪽을 붙들어 주어 마차가 흔들려도 떨어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너른 손바닥은 허벅지 바깥쪽을 쓸었다가 다리 사이를 파고들며 내 것을 주물렀다. 반쯤 서 있던 성기가 금세 단단해졌다. 그가 그냥 넘어갈 리 없으니 창피하여 고개를 숙이고 싶었지만 참아 내고 눈꺼풀을 약간 들어 올렸다.

“집으로 돌아가면 마음껏 내 품에서 해소해요, 응? 예전에는 입에 물려 주고 빨게 하면 울기 바빴는데 이젠 좆이 탐나는 모양이군. 만져 주기도 전에 반쯤 세우고 있다니.”

“…구, 굳이 제가 보이는 변화를 콕 집어 얘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로 그대를 희롱하는 것쯤은 허락해 줘요. 부끄러워하는 로엘 씨의 얼굴이 내 작은 즐거움인걸.”

랭던 경은 혀를 내밀어 터진 입술 끝을 핥았다. 무척 따끔거렸으나 참아 냈다. 그의 혀끝에 느껴질 비릿한 쇠 맛을 같이 느끼는 듯했다. 랭던 경은 한참이나 그 자리를 핥다가 뜨거운 음성으로 속삭였다.

“달아요.”

“그럴 리가요, 저하.”

그는 다시 한번 그 자리를 혀끝으로 정성스레 핥은 뒤 내 입술에 가벼이 입술을 얹었다. 포개진 입술을 떼어 낸 순간 커다란 손이 내 무릎 위를 덮었다. 그제야 긴 시간 꿇어앉았던 탓에 무릎 살이 아릿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드러운 손길이 무릎에 얹힌 아릿함을 느리게 떨궈 냈다.

“바닥이 딱딱하여 아팠겠군.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랭던 경께서도… 저를 자주 즐겁게 해 주시니, 저도 저하께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 것이 당연해요.”

용기를 내어 힘들게 솔직한 마음을 내비치자 그의 입매가 온아한 호선을 그렸다.

“저택으로 돌아가면 혹시 멍이 들거나 까졌는지 봐야겠습니다. 고운 몸이 다치면 안 되는 일이니까요.”

그는 마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허벅지 옆쪽을 쓸어내리다 때로 가운데를 파고드는 손길은 평소처럼 음란했고, 흥분한 내 입술에선 바깥 공기처럼 더운 숨이 흘렀다.

엉덩이 밑에 맞닿은 그의 것 역시 다시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발기하기 시작한 자신의 페니스를 내 몸에 비비며 입가와 목덜미를 정성스레 핥고 키스했다. 얽히는 서로의 혀가 끈적했다.

그가 혀를 밀어 넣고 농밀하게 헤집는 통에 침을 넘길 때를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입가로 자꾸만 침이 흘러내렸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것까지 모조리 핥아 삼켰고, 나는 다시 들어온 그의 혀를 빨며 타액을 정성스레 받았다.

저택이 가까워질수록 커튼 너머 초여름의 태양이 활활 끓었다. 해는 그칠 줄 모르고 하늘에서 스스로를 태웠다. 그러나 그 뜨거운 온도는 어쩌면 태양이 아니라 우리의 체온일지도 몰랐다.

랭던 경과 나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침실로 올라가 끓어오른 서로의 욕정을 풀어 냈다. 그가 주는 쾌락은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는 바닷물 같았다. 랭던 경은 밤이 될 때까지 나를 몇 번이나 맛보고 녹였으며, 나는 그의 육체가 선물하는 향락에 빠져 허우적댔다.

백야가 노르크를 찾아올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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