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9화 (43/46)

이 아저씨한테 약점이 있기는 한 걸까. 나갈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답답함에 잠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으응….”

옆에서 잠이 든 아저씨가 칭얼거리며 몸을 뒤집었다. 땀까지 흘리며 끙끙거리는 걸 보니 가위라도 눌리는 모양이었다.

“싫…어…. 흐윽….”

깨우는 게 좋을까?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무서워서였다. 귀신이라도 보고 있는 거면 어떻게 해.

“아저씨…. 아저씨.”

마른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아저씨, 일어나요. 큰소리를 낼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더 거칠게 흔들었다. 그러다 내 쪽으로 몸을 잡아 돌렸을 때 아저씨가 번쩍! 눈을 떴다.

“허억!!”

“아! 깜짝…! 읍!”

파지직- 전류가 흐름과 동시에 아저씨가 내 품을 파고들었다. 뭐, 뭐야!

“도, 도와줘. 도와줘! 놈이 따라오고 있어…!”

뭐야, 진짜 귀신이라도 있는 거야?! 으악! 가뜩이나 으스스한 창고 안이었기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반사적으로 아저씨를 꽉 끌어안았다. 조, 좀 덜 무서울까 봐…. 그러자 아저씨가 내 몸을 억세게 붙잡으며 나를 바라봤다.

“…말해 줘.”

“…네?”

“얼른 말해 줘! 사랑한다고!! 말해 달라고!!”

“왜, 왜 이래요. 아저….”

“얼르은!! 날 사랑한다 하라고!! 그 새끼가 따라오고 있단 말이야!!”

눈물까지 그렁그렁 매달려 있었다. 갑자기 웬 사랑 타령?! 알 수 없는 조합이었지만, 이 정신 나간 모습 자체가 너무 무서워서 마지못해 말했다.

“사, 사랑해요.”

“더 말해 줘.”

“사랑해요.”

“다시….”

“사랑해요.”

그렇게 아저씨가 다시 쓰러질 때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해야만 했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어쩌면 엄청 비극적인 이별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때 아저씨한테 사랑이라는 단어 페티시가 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던 만큼,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었다. 이걸 이용한다면… 어쩌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밥 먹어.”

“같이 먹어요. 아저씨.”

아저씨 옆에 딱 붙어서 밥을 나눠 먹었다. 엇, 흘렸다. 에이. 칠칠맞지 못하게 왜 그래요. 휴지로 입까지 닦아주고 물까지 직접 먹여 줬다. 아저씨는 내가 뭘 하나 싶은 표정을 하면서도 이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씻을 때도 내가 직접 아저씨를 씻겨 주겠다며 난리를 쳤고, 결국 아저씨의 구멍 안쪽까지 직접 손가락으로 씻겨 줬다. 하응, 흐으으…. 허리를 흔들며 내게 기댄 아저씨가 그대로 내 손에 사정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섹스. 침대에 엎드린 아저씨 위에 올라타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흡, 헉, 헉, 흐읍.”

“하앗, 으, 하악! 쌀 것 같아!!”

또 전류가 흐를까 한껏 숨을 죽이고 있는데, 아저씨가 나 대신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기다렸던 순간.

“헉, 헉 사, 사랑해요. 사랑해요. 아저씨. 사랑해요.”

“허, 허억!! 흐아앗!”

아저씨의 귓가에 연신 사랑을 속삭였다. 허어억! 미친! 개조여!! 아래를 끊을 듯 조이는 구멍에 아저씨를 침대에 밀쳐 누르며 숨을 삼켰다. 흐억…! 입을 열면 소리가 터질 것만 같아서 아저씨의 귓불을 입에 물었다. 아, 또 싼다…!

며칠 내내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아저씨도 점점 정말 사랑받는 사람처럼 나에게 몸을 비벼왔다. 이거 정말 가능성 있는 거 아니야?

그리고 유독 아저씨가 기분이 좋아 보이던 날. 그때 슬쩍 운을 띄웠다.

“아저씨. 우리 저번에 갔던 거기 있잖아요.”

“어디.”

“무인모텔이요.”

“아.”

“그때 기구로 아저씨 뒤에 쑤시는 거 너무 야했는데….”

그 소리에 아저씨가 반사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문질렀다. 그때를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 좋았잖아요.”

“흐읏… 응….”

긍정적인 반응. 아저씨의 젖꼭지를 슬쩍 꼬집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거기 또 가 보면 안 돼요? 네?”

“응, 흐읏, 시발, 안… 돼.”

“왜요…, 이렇게 사랑하는데. 가서 또 뜨거운 사랑을….”

“야.”

아저씨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목이 말랐다.

“네가 하루아침에 나를 사랑하게 될 리가 없잖아.”

어이가 없어서 같이 웃었다.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나를 이렇게 묶어 놨다니.

“자위해 봐.”

소주를 잔뜩 가져온 아저씨가 조금 떨어진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배우는 나였고 침대가 바로 무대였다. 나를 안주로 쓸 셈인지 뚫어져라 바라보며 술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뭐 해?”

할 리가 없잖아. 밖에서처럼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준다 해도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뚱하게 앉아 있다, 아저씨가 몸을 일으키자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며 웅크렸다. 당연히 때리러 오는 줄 알았다. 시발, 네 자지를 흔들라고! 그러면서 주먹으로 퍽! 하지만 아저씨는 다른 술병을 쥐고 무릎을 세워 앉았을 뿐이었다.

“하아….”

미친…. 소주병을 딜도 삼아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안 한다고 자기가 할 줄은 몰랐던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 접합부를 바라봤다. 빛을 받은 초록 주둥이가 붉은 벽 사이로 사라지고 있엇다. 헉…. 나도 모르게 손을 앞으로 가져갔다.

“이제 할 마음이… 하아… 조금 생겨?”

아저씨가 웃으며 소주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쭈그려 앉아 위로도 밑으로도 소주병을 물고 있는 모습에… 윽…. 미친 듯이 꼴렸다. 쾌락을 이기지 못하고 뽑힐 듯 흔들리는 성기에 아저씨의 눈도 따라 움직였다.

엉덩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허억, 허억…. 춤을 추듯 통통 튀기는 몸에 소주병이 점차 깊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아 저기에 내 자지를 넣어 줘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아….”

아저씨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나를 향해 엉덩이를 들고 엎드리자 뻐끔하게 벌어지는 구멍…. 딱 방금까지 품고 있던 소주병의 주둥이만 한 구멍이었다.

“박을래?”

아저씨의 물음에 벌떡 일어나 아래를 흔들며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덜컹! 구멍을 코 앞에 두고 사슬의 길이가 걸려 버렸다. 컥! 목이 조여 뒤로 넘어지자 꺄르륵거리며 웃는 아저씨의 웃음소리가 창고를 울렸다.

“박고 싶어?”

“…네.”

굴욕적이지만… 당장 구멍에 내 것을 찔러넣고 싸고 싶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꿀꺽거리며 술만 기울일 뿐, 가까이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을 뻗으면 겨우 구멍에 닿는 거리였다. 성기 대신 손가락을 그 구멍 안으로 쑤셔 넣었다.

찔꺽, 찔꺽. 3개를 물고도 여유 있는 구멍. 안에서 손가락을 쫙 벌리자 구멍이 더 크게 벌어졌다. 윽, 미친…. 탁, 탁, 탁, 탁! 빠르게 마찰하는 살 울림에 동시에 아저씨의 구멍에 있던 손가락도 속도를 맞춰 움직였다. 아윽, 아… 시발…! 결국 참지 못하고 양손으로 아저씨의 발목을 붙잡았다.

“윽!”

힘껏 잡아당기자 마른 몸이 바닥에 쓰러지며 끌려왔다.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몸이 쓸리자 조금 아픈 듯 아저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치가 안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아래가 너무 급했기에 아저씨의 엉덩이를 잡아 벌리며 내벽을 비집었다. 흐으읏! 넣자마자 사정하며 그 액을 윤활유 삼아 2라운드를 시작했다.

헐떡거리는 와중에도 간간이 소주를 삼켰다. 어느새 저 멀리 굴러다니는 병이 2개. 은근히 풍기는 술 냄새에 맛을 보듯 아저씨의 입술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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