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8화 (42/46)

“점장님, 저 오늘 하루만 쉴게요. 네? 아뇨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몸이 안 좋아서요. 네…. 고깃집 알바도 쉬기로 했어요.”

아저씨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편의점과 고깃집에 전부 연락을 넣었다. 나는 지금… 인천에 가는 중이었다.

한 번만 자자더니, 아저씨는 마지막이니 특별한 곳에 가자고 했다. 께름칙했지만 주소까지 보여 주길래 그래, 가봤자 변태 같은 곳이겠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타도 없는데 갑자기 이러면 어떻게 해! 휴대폰 너머로 짜증이 넘어왔다. 죄송합니다…. 연신 죄송하다는 사과에 점장이 한숨을 푹 내쉬며 아픈데 어쩌겠냐. 하루만이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정도는 아주 양호하게 넘어간 거다.

사장 형은 차 소리는 또 어떻게 듣고, 어디 가냐, 누구랑 있냐, 어디가 아픈지 상세하게 말해 봐라 등등…. 엄청 귀찮게 굴었다. 말하면 찾아올 기세길래 또 연락드리겠다며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 뒤에 엄청나게 욕 섞인 문자를 폭탄으로 받긴 했지만…. 요즘 무슨 촉이 섰는지 나한테 관심이 너무 많았다.

그나저나 인천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굽이굽이 한적한 길을 한참을 들어오자 공장단지가 늘어진 곳이 있었다. 주변 건물이 하나같이 관리가 안 된 거로 봐선 폐공장들 같았다. 여기에 무슨 특별한 곳이?

“다 왔다. 내려.”

그 폐물들 사이에 말끔한 건물이 덜렁 서 있었다. 개조한 창고 같았다.

“너랑 오려고 특별히 빌렸어. 남들 신경 안 쓰고 소리 낼 수 있을 거야.”

어차피 소리는 아저씨가 다 지르면서….

아저씨가 문을 열어 주고, 건물 내부로 들어오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넓은 곳에 덜렁 침대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아니다. 자세히 보니 구석에 변기도 있고, 샤워 시설도 있었다. 벽이 없을 뿐이었다. 물이 잘 빠지도록 바닥 구석에 하수구가 뚫려 있었다. 정말 섹스만을 위해 빌렸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래도 따뜻한 물은 잘 나왔다. 샤워를 하고 아저씨가 가져온 타월로 몸을 닦았다. 창고가 너무 넓어서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임에도 피부가 서늘하게 느껴졌다.

“누워.”

처음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에도 아저씨가 침대를 두드리며 나를 눕혔다. 내 위로 올라타는 하얀 몸. 차에서부터 딜도를 품고 있던 구멍이 빠끔하게 벌어지며 내 것을 꿀꺽 삼켰다. 흐읏. 쫀쫀하게 감기는 내벽에 참지 못하고 허리를 퍽! 튕겨 올리자, 아저씨가 자지러지며 젖꼭지를 비틀었다.

“허억! 허억! 흣!”

“으응! 더, 하악! 좋아!”

퍽! 퍽! 퍽! 허리를 흔들 때마다 싸구려 침대가 끼긱거리며 울었다. 빈 공간에 두 사람의 신음이 메아리치며 울렸다.

정말 묘한 기분이었다. 이 섹스가 100만 원이나 하는 비싼 섹스다. 게다가 아저씨와 하는 마지막 섹스…. 약간 센치하면서도 몸은 솔직하게 쾌락을 따라갔다. 자제나 절제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마지막인데 그런 거 찾는 거 아니야.

흐아앙!! 아저씨의 목소리도 훨씬 커졌다. 마치 그날 체육관에서처럼. 평소라면 이미 체력이 끝났을 시간에도 아저씨는 덜덜 떨면서 내게 매달렸다. 그게 괜히 애잔해서 나도 더 열심히 아저씨에게 밀착했다. 아저씨가 못 움직이겠다며 쓰러졌는데 그 위에서 허리를 흔들 정도로 열심히 했다.

나조차 체력이 방전돼 침대 위로 널브러지니 어느새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와 벌써 밤이네. 몇 시간 동안 한 거지. 아저씨는 숨 쉬는 것도 버겁다는 듯이 가만히 누워 있었다.

“자고… 가자. 아침에 데려다 줄게.”

아저씨가 긁는 듯한 쇳소리로 말했다. 너무 소리를 질러 목소리가 다 갈라졌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 몸으로 무슨 운전을 해. 게다가 너무 깜깜해서 아까 그 굽이치는 길을 가는 것도 위험할 것 같았다.

침대는 하나. 이불도 하나. 내키지 않았지만,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는데 이런 모습이라면 누구도 놀랄 수밖에 없을 거다.

“이, 이게 뭐… 읍!!”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목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아파!! 너무 아파서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목에 뭔가가 매어져 있었다. 개 목줄? 그리고 그 끝은 공사장에서나 쓸법한 두꺼운 사슬과 이어져 바닥에 있는 고리에 묶여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옆을 보자 아저씨는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절그럭! 사슬이 요란하게도 창고 안을 울렸다. 내, 내 핸드폰. 옷. 다 어디 갔지?! 뭘 찾으려 해도 휑한 주변에서 뭐가 나올 리 없었다. 필사적으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뭐야…. 벌써 깼어?”

“……!”

“아. 잘 어울리네. 목줄.”

아저씨가 눈을 비비며 웃었다.

“아저씨 짓…!! 윽!”

아저씨 짓이었어?! 또 찌릿거리는 통증에 화들짝 놀라며 목을 부여잡았다. 그러자 아저씨가 자신의 목을 툭툭 두드리며 설명했다.

“짖음 방지 목걸이야.”

삐뚜름 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나를 비웃었다.

“어린 게 돈만 밝혀서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쫄랑쫄랑 차까지 얻어 타고 따라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러면 어쩔 뻔했어?”

뻔뻔한 언사에 열이 받아 아저씨에게 달려들었다. 죽여 버릴 거야!! 아저씨는 방어조차 하지 않았다. 그대로 목을 틀어잡고 꽉 조이는 손에 허억! 하고 숨을 헐떡이긴 했으나, 다급해 보이지도, 간절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5초쯤 후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퍽!

배를 쳐올리는 매서운 주먹에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동시에 또 지지직! 목을 조르던 손을 떼고 내 목과 배를 문지를 수밖에 없었다.

“상호야.”

아저씨가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소리만 안 지르면 괜찮아.”

“아, 아저씨….”

짖음 방지 목걸이라 일정 소음 이하에선 작동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저한테 왜 이러세요.”

“왜 그러냐니. 사랑한다고 했잖아.”

“근데 왜 이런…. 풀어 주세요. 제발….”

“그건 안 돼.”

침대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바닥으로 내려와 나를 마주 봤다. 그리고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목줄은 끊어질 생각이 없었다. 가뜩이나 인적도 드문 곳인데, 전기 충격 때문에 소리는 당연히 지를 수 없었다. 무서웠다. 이게 말로만 듣던 납치 감금이구나. 아저씨가 조금만 움직여도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날 무슨 목적으로 데려왔는지 모르겠으니까.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났다. 그리고 후회스러웠다. 아저씨와 지냈던 모든 순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네’라는 대답은 하지 않았을 거야…!

“이제 너 돈 벌 필요도 없어. 돈은 내가 벌고 내가 낼 거야. 공부하고 싶다고 했지? 그것도 여기서 다 시켜 줄게. 밖에서 괜히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을 거야. 여기서 나랑 섹스하고 사랑하면서, 하고 싶은 거만 하고 살면 돼. 너무 좋지?”

아저씨가 인심 쓰듯 말했다. 시, 싫어…. 애초에 돈을 버는 이유가 생존과 공부를 위해서였고, 공부하고 싶은 이유는 좋은 회사에 취직해 아빠에게 큰소리치고 싶어서였다. 그걸 여기서 어떻게 해낼 수 있겠어!

아저씨는 하루에 딱 한 번 나가서 밥을 사 왔다. 내가 평생 엄두도 못했던 비싼 메뉴들로만. 하지만 한 입도 먹지 않았다. 안 먹으면 버려질 걸 알기에 너무 아까웠지만, 그런데도 입맛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자꾸 속이 울렁거리는 통에 계속 변기 옆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안 먹어? 그래 그럼. 먹기 싫은데 어쩌겠어. 그럼 섹스하자.

밥 아니면 섹스. 짐승과도 같은 생활 패턴이었다. 마음 같아선 하고 싶지 않았지만…! 경험도 없던 순진한 몸을 여기까지 길들인 건 아저씨였다. 내가 느끼는 부분과 취향을 모조리 공략하며 나를 발기시켰고, 굳이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내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었다. 몸은 솔직하게 아저씨에게 반응했다. 그러다 조금 큰 신음이라도 내면 파칙! 하고 전류가 흐르는 통에 한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그마저도 굴욕적인 기분에 처음엔 아저씨를 뿌리쳤었다. 싫어요. 이거 강간이에요. 그 소리에 열이 받은 아저씨가 또 주먹을 휘둘렀다.

“시발, 강간?! 너도 맨날 좋다고 처흔들잖아!”

“으읍! 흡!”

그나마 덜 아프기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지쳐 쓰러진 내 위에서 아저씨는 열심히 허리를 돌렸다. 하악! 하악! 교성이 귀를 울리자 습관적으로 정액을 토해 냈다. 이날 아저씨는 한 번도 구멍에서 내 성기를 빼지 않았다. 몇 번이나 사정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점점 더 축축해져 가는 안에 계속해서 내 씨를 뿌렸다.

이제 더는 못 하겠어…! 울먹이는 내 도리질에 아저씨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뭘 할 생각인지는 몰라도 구멍을 손으로 꾹 막으며 일어나는 모습이 조심스러웠다. 누워 있는 내 얼굴 쪽으로 아저씨의 엉덩이가 향했다. 설마 하는 순간 왈칵-, 내 정액이 내 얼굴 위로 쏟아졌다.

“으아아! 윽! …흐억! 아!”

비명을 지르고 전류가 흐르고, 또 지르고 파지직! 목에 붉은 자국을 지졌다. 너무 끔찍했다. 냄새나고 역겹고! 겹겹이 전류가 쌓이는 동안에도 얼굴 위로는 정액 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우욱! 구역질하며 몸을 일으켰으나 아저씨가 내 어깨를 강제로 잡아 눌었다.

“핥아.”

전에도 시킨 적이 있었다. 흐어엉….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하기 싫어요.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또 내리꽂히는 주먹에, 결국은 혀를 내밀고 활짝 열린 구멍을 핥아야 했다.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이런 취급 당하고 싶지 않았다. 억지로 밥을 먹고 체력을 비축했다. 그리고 아저씨에 덤볐다. 아저씨가 때리기 전에 내가 먼저 때리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 대 때리는 것도 너무 아프고 무서웠다. 소, 손이 부러질 것 같아. 어떻게 때리는질 모르니 제대로 제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 개새끼가! 예쁘다 예쁘다 했더니!”

처음으로 머리를 잘못 맞아 기절했다. 게다가 눈을 떴을 땐 또 아저씨의 자위 도구로 이용당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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