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6화 (40/46)

퇴근하는 중에 현정 누나가 심심하다고 연락이 왔다. 쉬는 날이 집에만 있으려니 어지간히 지루한 모양이었다. 다른 친구를 만나지. 걔네는 다 학교 다녀. 아. 그래서 나랑 노는구나? 시덥잖은 대화에도 꺄르륵거리며 웃었다.

“응. 그래서 이번 주엔 점장님이 대신 한다고 했….”

길게 이어진 통화에 공원을 두 바퀴나 돌고 고시원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1시간이나 늦게 돌아온 집 앞 화단에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의외의 등장에 통화 중이었다는 것도 까먹고 걸음을 멈췄다.

-여보세요? 상호야?

“어어, 누나.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끊어.”

-상호….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고 천천히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욱…. 가까이 갈수록 ‘그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코를 틀어막았다. 발소리에 고개를 든 아저씨가 나를 바라봤다. 아저씨의 몸에 가려져 있던 화단 옆엔 술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또 술 마셨네.

“어이.”

“…안녕하세요.”

마지막 한 모금을 털어 마신 아저씨가 손등으로 입을 훔치며 말했다.

“알바 할래?”

섹스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인 걸까? 그렇게 상대가 많으면서 왜 나한테…. 선뜻 대답이 나오질 않자 아저씨가 물었다.

“왜?”

왜 응하지 않냐는 소리 같았다. 여전히 코를 찌르는 냄새에 한발 멀어졌다.

“정액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그런 소리가 하고 싶어요?”

일부러 비꼬려 한 건 아니었다. 그냥 짜증이 나서…. 어쩌면 찌질이의 반어본능일 수도 있고. 그러자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윽. 주머니에서 돈다발이 튀어나왔다.

“돈 줄게.”

시발. 내가 돈이면 다 되…는 건 맞지만! 그래도 지금은 좀 안 내켰다.

“싫어요. 안 할래요.”

“뭐?”

단호한 거부에 아저씨의 얼굴이 순간 험악해졌다. 씨발. 낮게 읊조리는 욕과 동시에 아저씨의 발이 날아와 퍽! 허벅지를 힘껏 걷어찼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더러운 골목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내 멱살을 잡으며 올라탄 아저씨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야 이 개새끼야. 하고 싶다고 할 땐 언제고….”

몇 번 맞아봤다고 급하게 팔을 웅크리며 얼굴을 감쌌다. 퍽! 퍽! 팔이고 머리고 가리지 않고 내리치는 주먹이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르듯 속내를 토해 냈다.

“남들하고 다 같이 쓰는 거 싫어요!”

그러자 거짓말처럼 쏟아지던 폭력이 멈췄다. 슬쩍 팔을 내리자 아저씨가 조금 진정한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물건을 칭하듯 말했음에도 화를 내지 않고 있었다. 얼마나 그런 취급에 익숙해져 있는 거야. 이 동네 남자들이랑 다 잤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았다.

“…왜 싫은데?”

“몰라요…. 그냥 싫어요.”

어린애 투정 부리는 말투였지만, 내 솔직한 대답이었다. 아저씨도 그 덜떨어진 대답에서 진정성을 느꼈는지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슬쩍 풀었다.

“날… 독점하고 싶어?”

그렇게 되는 걸까? 적어도 그 제비랑 공유하고 싶지 않은 건 확실했다. 문득 놈의 말이 떠올랐다.

네가 그렇게 소유욕 세워 봤자, 공용 변기가 개인 변기가 되진 않아-.

“독점할 순 있는 거구요?”

또 삐뚤어진 대답. 같잖은 패배감 때문에 자꾸 나쁜 방향으로 머리가 튀었다. 하지만 그 대답에도 아저씨는 약간 기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어쭙잖은 자존심이 다시 기세를 부렸다.

“질투해?”

누굴?

“나랑 자는 다른 사람들을.”

내가 여기서 그렇다고 대답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다른 사람을, 특히 그 제비를 보란 듯이 이길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내 대답은….

“네.”

이기적인 감정에 눈이 먼 지금은 모르겠지. 이 대답을 절실하게 후회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아니, 얼굴이 왜 그래?!”

고깃집에 출근하자마자 사장 형이 내 얼굴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멍이 좀 심하긴 하죠? 그나마 얼굴은 잘 막아서 이정도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다리랑 팔이 어찌나 징그럽던지…. 몸 쓰는 직업군에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마른 몸으로 이렇게 잘 팰 리가 없잖아.

“너 요즘 너무 다치는 거 아니냐?”

“하하….”

어설프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저번에도 아저씨한테 맞고 왔을 때, 쌈질이나 하고 다니는 거냐고 사장 형한테 한 소리를 들었었다. 그땐 어떻게든 넘어갔는데… 이젠 뭐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야, 김상호.”

“네.”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네가 깡패야? 왜 싸우고 다녀, 왜!”

형이 허리에 손을 짚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서빙 보는 새끼가 얼굴을 이래 오면 어쩌겠다는 거야! 마치 내가 이 집 간판이라도 되는 듯한 발언이었다. 짜증스레 서랍장을 뒤지더니 작은 파스 봉투를 내게 집어 던졌다.

“그래서.”

“뭐가요….”

“이겼냐?”

“…몰라요.”

파스 봉투 안에는 꼴랑 파스 1장이 들어 있었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하지만 불평은 하지 않고 접착 면을 뜯어 턱에 문질렀다.

“쪽팔리게! 졌어?!”

“아이참, 모른다니까….”

정말 모르는 걸 어쩌라고! 내 대답을 들은 아저씨는 별다른 반응도 없이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 정말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방으로 올라간 뒤 나만 또 이불을 걷어차며 몸부림을 쳤다. 이야, 김상호 중2병이었네! 도대체 그 제비가 뭐라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이기려 드냐! 이제 완전 진흙탕 싸움…, 아니지 그 사람은 이게 싸움인지도 모를 거야. 그냥 나 혼자만의 이기심이 가득한 어리석은 치기였다. 도대체 그 아저씨랑 뭘 하고 싶은 건데! 그 아저씨는 뭘 하고 싶은 건데!

급한 대로 마스크를 끼고 일했다. 숨쉬기가 답답했지만, 손님들이 자꾸 힐끔거리는 통에 쓸 수밖에 없었다. 으윽, 뜨거운 숯불의 열기가 얼굴로 오를 때는 땀이 마스크 안에 고일 정도였다. 낑낑거리며 장갑 낀 손등으로 이마를 훔치고 있는데, 밖에서 들어오던 지수가 내 팔을 쿡쿡 찌르고 지나갔다.

“밖에서 누가 오빠 기다린다고 전해 달래요.”

설마, 현정 누나? 아니면….

“어떤 아저씨던데.”

오늘은 편의점 일을 쉬는 날. 고깃집에서 바로 집으로 퇴근할 예정이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아저씨는 딱 퇴근하기 1시간 전부터 가게 앞에 서서 내 일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 저 아저씨는 나보다도 내 스케줄을 더 잘 아는 것처럼 나타나더라.

“저 사람 누군데 널 기다린대?”

“아… 어…. 삼촌이요.”

된장국을 나르다 마주친 사장 형이 물었다. 생각나는 대로 대꾸했다. 삼촌은 개뿔. 사실은 저 때린 사람이지만요. 매장 밖 도로 울타리에 기대선 아저씨는 벌써 몇 개째인지 모를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야 그럼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해. 새끼. 미리 말하면 음료라도 대접해 드릴 거 아니야!”

“아, 아니에요. 형, 괜찮아요. 삼촌 그런 거 잘 안 드셔서.”

구면임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처음 왔을 땐 냄새나는 노숙자 차림이었고, 오늘은 멀끔한 얼굴에 좀 낡은 모자와 낡은 옷을 입고 있으니, 사장 형도 수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았다.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기겁하겠지?

어쨌건 덕분에 30분이나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급하게 인사를 하고 뛰어나와 아저씨의 손을 붙잡고 잰걸음으로 가게 앞을 벗어났다. 사장 형이 눈치 없게 나와서, 상호 삼촌 안녕하세요~ 하는 순간 아저씨한테 또 맞을지도 모르니까.

“어떻게 알았어요. 나 쉬는 거.”

“딱히 알고 온 거 아닌데.”

“근데 고깃집으로 바로 찾아왔다구요?”

“…씨발. 그래서 싫어?”

“아, 아뇨. 아니에요. 그냥 신기해서 그러죠….”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아저씨 때문에 눈치를 보며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아저씨는 딱히 어떤 말도 없이 반지하 집을 향해 걸었다. 아, 우리 지금 아저씨 집 가는 거예요? 근데 아직 간다고 안 했는데…. 전신에서 진동하는 고기 냄새에 킁킁거리며 아저씨의 뒤를 쫓았다. 너무 급해서 페브리즈도 못 뿌리고 왔네….

눈치를 보며 반쯤 갔을 때, 아저씨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네?”

“나 걔네랑 안 만나기로 했어.”

길가에 있던 쓰레기를 무심하게 툭, 찼다. 걔네가 누군데?

“너 빼고 전부 다. 한동안이 아니라 앞으로 쭉 안 볼 거야.”

우뚝.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앞서가던 아저씨가 살짝 뒤를 돌아보며 마침표를 찍었다.

“네가 둘이 아님 싫다며.”

와. 사장 형. 나 아마도 이긴 거 같아요.

“어때?”

“네?”

“네가 원하는 대로 전부 연락 끊었어. 이제 너랑만 섹스하는 거야. 마음에 들어?”

독점욕. 이기심. 소유욕. 심지어는 성취감까지. 온갖 추악한 감정이 날 기쁘게 만들었다. 하! 그 제비 새끼가 뭐랬지? 안 될 거라고? 웃기고 있네! 네가 못하니까 나한테 경계한 거겠지. 내가 해낼 것 같으니까!

하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왜 내 한마디에 그렇게까지, 라는 물음과 부담이 확연히 남아 있었다.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네. 좋아요.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저씨가 조금 기뻐 보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씻고 나와.”

“네….”

고기 냄새가 너무 심해서 오늘은 진짜 씻고 싶은데… 여전히 보일러 안 되겠지…. 약간 우울한 기분으로 겉옷을 먼저 벗어 문고리에 걸어 뒀다. 후드티마저 바로 벗으려는데 그 바로 옆으로 뭔가가 샤샤샥- 지나갔다.

“어….”

번들거리는 몸뚱이, 빠르게 움직이는 다리와 더듬이….

“바, 바퀴벌레!!”

“아, 또 나왔네. 저거.”

내 비명에 이불 위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뭔가를 손에 들고 다가와 있는 힘껏 쾅! 바퀴벌레를 내리쳤다. 완전히 으깨진 시체를 내리친 것과 통째로 감싸들고 아무렇지 않게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이번만큼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내가 더러운 건 참아도 딱 하나 못 참는 게 벌레다. 또 나왔네? 그럼 자주 봤다는 소린데…. 내가 바퀴벌레 소굴에서 몇 번이나 섹스했단 말이야? 전신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음식물 쓰레기부터 겹겹이 쌓인 냄새나는 옷과 쓰레기들까지…. 바퀴벌레가 살기 딱 좋은 환경이었는데 왜 처음부터 생각하지 못했을까. 참지 못하고 아저씨한테 바로 물었다.

“청소 안 해요?”

어제 하도 맞았더니 내가 겁을 상실한 모양이었다. 아저씨가 옷을 벗다 말고 내 쪽을 바라봤다.

“했음 좋겠어?”

“좋고 싫고를 떠나서…. 바퀴벌레… 더럽잖아요.”

많은 말을 함축해서 짧게 말했다. 바퀴벌레라는 단어에 몸서리를 치는 나를 보고 아저씨는 멋쩍은 듯 쥐 파먹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오늘은… 호텔 같은 데로 갈래?”

약간 어색한 얼굴로 아저씨는 호텔에 가자 제안했다. 호텔? 모텔 말고 영화에 나오는 그런데 말이야?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데.

“우와, 막 제일 높은 층에 스위트룸 있고 그런 데요?”

스위트룸을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내 머릿속 호텔이란 이미지는 이런 게 강해서 그냥 순수하게 물었을 뿐이다. 그런데 아저씨가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

“그냥 모텔로 가자. 나 높은 데 싫어해.”

아 괜히 스위트룸 얘기를 해서…. 어쨌건 바퀴벌레의 서식지보다는 모텔도 감사할 지경이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와 택시에 올랐다. 아저씨에 안내로 길을 따라가다 내린 곳은 조금 떨어진 동네에 있는 ‘울랄라 무인호텔’이었다. 내가 아쉬워하는 게 눈에 보였는지 이름만은 호텔이라 이거지…. 사실상 그냥 모텔이잖아. 살짝 기대했던 게 민망했다. 택시에서 내리자 화려하게 반짝이는 네온사인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아저씨는 익숙한 듯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낡은 내부. 카운터가 있어야 할 곳엔 사람이 없고 자판기 하나만이 존재했다. 지폐를 구겨 넣은 아저씨가 버튼을 꾹 눌렀다. 덜컹. 아래로 떨어진 건 202호실의 키.

“들어가.”

202호실임에도 불구하고 꼴랑 계단을 반개만 올라왔다. 1.5층이네. 구불거리는 복도 가장 안쪽에 있는 방문을 열쇠로 문을 열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우와…!

사방이 강렬한 붉은 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벽은 물론 가구까지! 심지어 천장은 거울로 되어 있어 방이 전부 비치고 있었다. 해맑게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과 익숙하게 옷을 벗는 아저씨까지.

그중 날 가장 흥분시키는 건 냉장고 옆에 있던 작은 자판기였다. 칸마다 잠긴 자판기 안엔 영상에서만 보던 성인용품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다양하진 않았지만, 손가락만큼 작은 것부터, 팔뚝만큼 굵은 것까지. 촌스럽게 부끄러워서 그 앞에 가지도 못하고 힐끔거리자, 아저씨가 내 옆으로 지갑을 툭, 던졌다.

“쓰고 싶은 거 사.”

그리고 샤워하러 가 버리는 아저씨. 솨아아- 하고 쏟아지는 물소리에 기다렸다는 듯 자판기 앞으로 달려갔다. 이, 일단 가장 위에 있던 분홍색 버튼이 달린 딜도부터. 돈을 넣고 버튼을 꾹 누르자 덜컹- 하고 제품이 굴러 나왔다. 와씨! 진짜 나왔다!

간단한 포장을 뜯고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지이잉- 하는 작은 진동과 함께 앞부분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와 진짜 이상하네! 손바닥을 울리는 낯선 진동이 해괴하고 신기했다. 요리조리 구경하다 다른 것도 구매했다.

고민 끝에 손잡이로 올수록 구슬이 점점 두꺼워지는 고무 딜도와 젖꼭지에 붙이는 방울 달린 집게를 샀다. 사실은 옆에 있던 에그 로터가 꺼내고 싶었는데, 실수로 옆 번호를 눌러서 방울이 나와 버렸다. 다음은 뭘 꺼내 볼까? 이번엔 신중하게 눌러야지.

“야, 너 그거 다 쓸 수 있지?”

“헉.”

샤워를 끝낸 아저씨가 돌아왔다. 신기해서 계속 꺼내다 보니 벌써 상자가 3개였다. 물론 쓰는 건 내가 아니고 아저씨였기의 문제가 없었으나, 돈도 내가 아니라 아저씨 거라는 게 걸렸다. 눈치를 보며 지갑을 내려 뒀다. 그러자 아저씨가 젖은 채로 침대에 앉아 기구들을 만지작거렸다. 너무 많이 샀다고 화내려나?

“죄, 죄송해요. 꺼내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됐어.”

퉁명스러운 대답. 하지만 말투치고는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샤워 후라 조금 붉게 열이 오른 게 꼭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대할게.”

어어, 어쩌면 열이 아닐지도. 씻고 오라는 아저씨의 명령에 벌떡 일어나 욕실로 뛰었다. 내 아랫도리는 벌써 한껏 부풀어 있었다.

이게 씻는 건지 물을 바르는 건지. 얼렁뚱땅 물을 뒤집어쓰고 뛰쳐나오자, 아저씨는 이미 침대 위에서 엉덩이를 한껏 치켜들고 있었다. 붉은 구멍을 비집고 쑤시는 분홍색 딜도….

“아응, 흐읏, 아… 씨발, 좋아….”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코 점막이 따가운 것 같았다. 이러다 코피가 나는 건가. 나도 모르게 천천히 걸어가 아저씨가 붙잡고 흔들던 딜도를 세게 움켜쥐었다.

“흣!”

갑자기 밀려들어 온 딜도에 아저씨가 몸을 비틀었다. 지이잉- 지이잉-. 구멍 안에서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을 끝부분에 아저씨는 어쩔 줄 모르며 신음했다.

“아, 아읏, 움직여 줘. 움직. 하앗! 흐응…!”

아저씨가 어깨로 몸을 지탱하고 엎드려 양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세게 잡아 벌렸다. 딜도를 물고 있는 붉은 구멍이 빠끔하게 벌어지며 깊고 검은 속을 내비쳤다.

“흐아앗…!”

“아저씨, 너무 야해요….”

뭔가 더 넣어 달라는 듯 벌어진 구멍에 내 손가락을 쏙 넣었다. 딜도와 함께 손가락까지 물자, 구멍이 갑자기 꽉 조이며 아저씨가 몸을 덜덜 떨었다. 사정하는 줄 알았더니, 참고 있는 중이었다.

“하아….”

앞을 꽉 쥐고 멈췄던 아저씨가 숨을 내쉬며 뒤에 힘을 주자, 지잉- 하고 안을 뒤섞던 딜도가 천천히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찌걱-! 소리를 내며 침대 위로 떨어지는 딜도. 그 딜도를 따라 조금 튀어나왔던 내벽이 천천히 수축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허읍…. 구멍 안은 끈적해 보이는 액으로 번들거렸다. 미쳤다, 미쳤어! 배꼽 아래가 찡한 느낌에 아래를 붙잡으며 허리를 숙였다.

“하아, 이건… 하아, 네 취향?”

아저씨가 손에 든 건 방울이 달린 집게였다. 아뇨. 제 취향은 아니고… 실수였는데. 어쨌든 그거 아저씨 취향 아닌가요? 이미 포장이 벗겨진 물건이 내게 건네졌다. 찝어 보라는 듯 가슴을 내밀길래 아무 생각 없이 끝을 누르며 아저씨의 오른쪽 젖꼭지를 물었다.

“아윽!”

깜짝! 아픈 듯한 신음이었다. 놀라서 집게를 벌리자 아저씨가 신경질적으로 내 손목을 붙잡았다.

“계속해.”

다른 한 손은 자신의 성기를 매만지고 있었다. 명백한 흥분…. 살짝 아픈 게 좋은 걸까? 겁을 먹고 천천히 집게를 누르고 있는 손을 놓았다. 꽈악-. 양쪽 모두 살이 눌릴 정도로 젖꼭지를 찝고 있는 모습에 내 얼굴이 다 찡그려질 지경이었다.

딸랑-

아저씨가 아픔을 참듯, 미간을 좁히고 살짝 움직이자 방울이 예쁜 소리로 울었다. 소리 한번 맑네.

집게의 압력엔 금방 익숙해진 건지, 나를 따라 일어난 아저씨가 내 얼굴을 감싸 안으며 키스했다. 쪽, 쪼옥. 입술이 맞닿으며 부드럽고 뜨거운 혀가 입안을 헤집었다.

“흐웅….”

혀끼리 맞닿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어설프게나마 아저씨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갑자기 아저씨의 양손이 내 엉덩이를 꽉! 쥐었다. 헉! 깜짝아! 그래서 나도 아저씨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구멍을 벌리듯 양쪽으로 움켜쥐고 당기자 아저씨가 흠칫거리며 흐으응- 하고 보채는 소리를 냈다. 은근슬쩍 아저씨의 성기가 내 허벅지에 비벼졌다. 딸랑. 허리를 흔들자 가슴에 있는 방울도 울었다.

그 상태로 분홍색 딜도를 다시 쥐고 아저씨의 뒤로 밀어 넣었다. 부드럽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손을 움직여 끝까지 박힌 딜도를 다시 빼냈다. 읏. 마주 안고 있는 아저씨의 몸이 떨렸다. 그리고 탈칵. 버튼을 누르자 움찔! 아저씨의 허리를 문지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흐아, 읏! 좋아, 흡! 뒷구멍, 더 빨리…! 장난감 맛있, 어, 하아! 읍!”

내 골반을 잡아당기는 힘에 나도 아저씨를 더 세게 껴안으며 키스했다. 혀가 격렬하게 움직이며 서로를 문지르고 엉켰다. 아저씨의 혀가 내 입천장을 세게 긁었다. 오싹. 머릿속까지 간지러운 기분이었다. 나, 나도. 아저씨를 따라 혀를 내밀었다. 혀끝을 뾰족하게 세워 입안을 긁자 아저씨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더 밀착했다. 쭙, 쪼옥. 아저씨가 내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앗.”

설마 물 줄은 몰랐던지라 조금 놀라 손을 헛 움직였다. 탈칵. 손안에 있던 기구의 버튼이 한 번 더 눌렸다. 동시에 진동이 훨씬 강해지면서…

“흐, 아아아앗!!”

딸랑! 딸랑! 아저씨가 목을 꺾으며 신음을 내질렀다. 어, 넘어져요! 허리가 풀려 미끄러지는 몸을 세게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 압박에 움찔, 움찔! 아저씨가 몸을 떨며 서로의 배 사이가 젖어들었다. 어느새 아저씨가 서 있던 아래의 바닥이 흥건했다.

헐떡거리는 아저씨를 침대에 눕히며, 분위기를 탄 김에 물었다.

“진짜 자, 자지랑 이거랑… 뭐가 더 좋아요?”

마주한 시선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젖어 있었다.

“자지, 자지가 더 맛있어. 흐읏. 자지 먹게 해 줘, 자지 먹여 줘.”

스스로 다리를 활짝 벌리며 나를 유혹했다. 거부하는 방법 따위는 알고 있지 않았다. 달려들어 이미 잔뜩 성이 난 성기를 아저씨의 구멍으로 허겁지겁 밀어 넣었다. 하악!! 뜨거워!! 아저씨의 신음에 미친 놈처럼 허리를 흔들었다.

퍽! 퍽! 퍽! 하얀 몸이 흔들릴 정도로 세게 박고 있는데, 아저씨의 번들거리는 시선이 천장에 닿아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자, 거울 너머로 우리의 정사가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하으읏!”

더 잘 보이게 아저씨의 무릎을 가슴까지 밀어 올렸다. 천장을 향한 치부에 아저씨가 시트를 쥐어뜯었다. 여전히 시선은 천장에 고정돼 있었다. 어느 순간 아저씨 가슴에 매달린 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아프게 집어 뒀는데도 또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허억! 헉, 아…!”

“더! 더 세게! 박아 줘, 앗! 읏!”

퍽! 퍽! 점차 빨라지는 삽입질에 아저씨가 입술을 꽉 깨물며 미간을 좁혔다.

“하윽, 으읏!  나, 날 사, 흡, 사랑한다고 말해 줘…!”

이런 취향도 있었나?

“사랑해요, 하악! 사랑… 하윽, 헉! 헉! 사랑해요!”

어려운 요구도 아니었다. 상당히 로맨틱한 성벽이었다. 사랑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아저씨의 구멍이 미칠 듯이 조여들었다. 허, 허어억! 나도 모르게 홀린 듯 그 안에 사정해 버렸다.

입을 맞추며 살짝 자세를 바꿨다. 아저씨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 허리를 튕겼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까만색 구슬 딜도가 눈에 띄었다. 저번에 두 개도 넣고 있던데…. 될까?

“핥아… 주세요, 하악, 흣!”

내가 뭘 하려는지 눈치챈 아저씨가 혀를 내밀어 딜도를 물었다. 할짝, 할짝. 침이 듬뿍 발라진 딜도가 조명을 받아 반짝거렸다.

엉덩이 사이를 잡아 벌리자, 구멍이 뻐끔- 하며 작게 입을 더 벌렸다. 그 틈으로 구슬의 가장 작은 끝을 밀어 넣었다. 꾸욱…. 의외로 쉽게 들어가는 모양에 하나를 더 눌러 넣었다. 볼록. 안쪽에서 구슬이 내 물건을 누르는 게 느껴졌다. 신기해. 분명 내가 먼저 박았는데… 뭐가 들어오고 있어.

세 번째부터는 사이즈가 더 컸다. 이제 좀 버거운지 아저씨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괜히 눈치가 보여 쉬는 손으로 아저씨의 성기를 흔들었다. 흐앗! 어쩔 줄 모르고 신음하는 미간이 더 구겨졌다. 허리가 덜덜 떨려오고 있었다.

“뭐가, 더 좋아요?”

“으, 읏!”

허리를 꾹- 누르며 물었다. 그러자 아저씨가 헐떡이면서도 입꼬리를 삐딱하게 잡아 올렸다.

“구, 슬… 하윽!!”

일부러 그러는 게 분명한 말투에 약이 올라 젖꼭지에 매달려 있던 방울을 확! 잡아 뺐다. 그러자 아저씨의 구멍이 있는 힘껏 조이며…! 허윽, 또 쌀 거 같…! 으앗…! 내 사정과 동시에 아저씨의 성기에서도 정액이 흘러나왔다.

집게가 떨어진 젖꼭지가 한껏 부어 있었다. 조금 미안해졌다. 너무 아파 보이는 모양에 손을 내밀어 젖꼭지를 문질러줬다. 통통하게 부어 열이 오른 젖꼭지가 손가락에 착 감겨들었다.

“아으…!”

아저씨의 눈꼬리에 살짝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 핥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저씨의 가슴으로 고개를 숙였다. 눈도 눈이지만, 빨갛게 부어오른 가슴도 한껏 탐스러워 보이는 것 같았다. 핥아도 될까? 아파하면 어쩌지…. 잠깐 눈치를 보다 결국 혀를 내밀었다.

“흐으읏, 좋아-!”

좋다고 했다.

“바, 반대쪽도…!”

방금 여길 떼 놓고, 욕심도 많은 아저씨다. 거절하는 뜻으로 아저씨의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자, 갑자기 흐아! 버, 벌어져!! 하고 신음을 하며 구멍 안쪽에서 무언가가 튀어나갔다. 구슬 딜도가 잡아 벌린 구멍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하지만 내벽이 꽉 조이며 밀어내는 게 분명 느껴졌다.

“제대로, 흣, 제대로 못 물고 있었으니까…. 벌을 하아…, 줄… 거야?”

이거 봐, 노렸다니까. 음란하기 짝이 없는 발상에 감탄하며 반대쪽 집게도 잡아 떼 버렸다.

“아… 흐윽!”

벌이라고 잡아 뺐는데, 아파하면서 또 질질 싸고 있다. 이게 무슨 벌이람. 보채듯 제 가슴을 주무르는 모습에 홀린 듯 반대쪽 젖꼭지도 마저 빨았다.

2번 더 사정할 때까지 침대 위를 굴렀다. 2시간이 훌쩍 지나자 체력이 방전된 아저씨가 좀 쉬자며 슬쩍 나를 밀쳤다. 하지만 나 아직 서 있는데….

“하, 한 번만 더 하구요.”

“씨발, 힘들다니…까, 흣!”

허리를 흔들며 끈질기게 달려들자 아저씨가 나를 피해 조금씩 끝으로 도망을 쳤다. 아, 진짜 한 번만 더 싸게 해 주세요! 아저씨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그 위로 몸을 내리눌렀다. 흐읏, 아저씨 엉덩이 구멍 엄청… 뜨겁고… 부드러워!

“으응, 그만 좀. 시발, 흣! 앗…!”

“사, 사랑해요!”

“…흐윽!”

그 한마디에 아저씨가 도망가는 걸 멈추며 안쪽이 미친 듯이 조였다. 아, 이거라면 금방 갈 수 있겠다. 애교를 부리듯 아저씨의 어깨를 깨물었다.

“흐읏! 아저씨, 사랑해요, 응, 흐응, 사랑해요…!”

“헉, 하악! 으… 읍… 흣! 하악!”

내 아래 깔린 아저씨가 엄청나게 헐떡거렸다. 아, 조여! 엄청 조엿…! 간다…! 아저씨와 동시의 마지막으로 사정을 했다. 엄청나….

너무 지친 나머지 씻지도 않고 나란히 누워서 천장의 거울을 마주했다. 아저씨는 완전히 늘어진 데 반해, 내 성기는 아직도 뻣뻣하게 서 있었기에 아저씨가 내 성기를 가볍게 때렸다.

“아앗!”

“어린 게 체력만 좋아서는.”

그리고 살짝 웃었다.

“그래서 싫어요?”

“싫었으면 정리하지도 않았어.”

그 정리란 아마 주변을 얘기하는 거겠지. 아저씨가 손을 뻗어 옆에 있던 담배를 물었다. 탁, 치익…. 후우-. 뿌옇게 연기를 내뿜으며 아저씨가 거울 속으로 나를 마주 봤다.

“내가 했으니까, 너도 정리해.”

네? 저는 정리할 사람이 없는데…. 애초에 몸 섞는 게 아저씨뿐이에요. 하지만 아저씨의 이 말을 유의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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