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5화 (39/46)

오늘은 화요일. 고깃집 알바의 휴일이었다. 저녁에 출근할 필요가 없으니 편의점 일을 끝내고 고시원으로 돌아와, 종일 푹- 늘어져 잠만 잤다. 물론 자기 전에 한 발 뺐고. 어제 여기서 아저씨랑 같이…. 으악! 부끄러워!

내 망상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었다. 이불에 눌어붙은 정액 자국과 꾸리꾸리한 냄새가 진짜 있던 일이라고 알려 주고 있었으니까. 사실 좀 찝찝해서 빨고 싶었지만, 이불이 하나밖에 없어서 못 빨고 있다. 어쨌든 이 지저분한 이불은 좋은 딸감이 되었다. 더러운 팬티를 물고 흥분했던 아저씨를 뭐라 할게 아니었다. 나도 똑같…나?

어제 너무 미친놈처럼 움직여서 그런지 자고 일어나니 허벅지랑 사타구니가 조금 저려 왔다. 내가 이 정돈데 아저씨는 얼마나 힘들까. 휴지로 뒤를 닦고 일어나 부들거리던 아저씨의 마른 몸이 아직도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역시 30대 중반은 넘은 것 같지? 체력이 너무 약하잖아.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뱃속이 난리였다. 배가 고파 냉장고를 뒤지는데 먹을 게 전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장본 게 언제더라? 아득한 기억에 미뤄 뒀던 빨래를 공용 세탁기에 던져 넣고, 터덜터덜 슬리퍼를 끌며 밖으로 나왔다. 라면이나 좀 사다 둬야지.

익숙하고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자 센서가 달린 가로등이 팅!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켜졌다. 그렇게 몇 블럭을 더 지나 대형 마트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저 멀리서 왠지 익숙한 체형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화려한 옷차림도 아니고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있지만, 그냥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저씨다….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였다. 어. 그럼…. 괜히 마주치기 전에 돌아갈까? 하지만 그 전에 아저씨가 나를 발견한 게 더 빨랐다.

수염 없는 매끈한 얼굴이 내 쪽을 빤히 바라보며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퉤! 하고 내뱉었다. 가로등 빛을 받아 더 하얗게 보이는 손이 나더러 이리 오라 손짓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는 말끔하고 화려하게 생긴 남자와 함께였다. 꾸벅 인사를 하자, 옆에 서 있던 제비같이 생긴 남자가 킬킬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 애기는 또 뭐냐. 너 요즘 애기들도 따먹어?”

나보다 고작 몇 살 더 많아 보이는 남자가 아저씨를 너라고 불렀다. 그리고 나를 애기라 불렀고. 이렇게 큰 애 봤냐? 남자의 손이 자연스럽게 아저씨의 어깨로 올라갔다. 그걸 힐끔 보다 눈이 마주쳐 화들짝 고개를 숙였다. 아저씨는 새 담배를 꺼내 물며 “응, 맛 좋더라.” 하고 중얼거렸다.

“갑자기 면도를 하고 나타나질 않나, 새파란 핏덩이를 데리고 놀지를 않나…. 못 본 사이 많이 변했네? 그래도 면도한 건 마음에 들어.”

그 면도 나 때문에 했거든요? 남자에게 반박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정작 겉으론 찍소리도 못하고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찌그러져 있는 사이 남자는 아저씨의 얼굴을 마음껏 쓰다듬었다. 난 왜 부른 거야….

“후우…. 너 지금 뭐 해.”

담배에 불을 당긴 아저씨가 쓴 연기를 내 쪽으로 내뱉으며 물었다. 컥, 콜록…. 작게 손사래를 치며 기침하자 옆에 있던 남자의 웃음이 짙어졌다.

“아무것도 안 하는 데요….”

“그럼 같이 갈래?”

“얘도 데려가게? 네가 좋다면야…. 애기야. 형들 여럿 모여서 이 아저씨랑 재밌는 거 할 건데. 너도 같이 가서 놀래? 뭐, 가서 감당할 자신 있으면 가자.”

남자가 아저씨의 엉덩이를 세게 주무르며 비리게 웃었다. 얼마나 세게 움켜쥐었으면 아저씨가 인상을 쓰고 쳐다볼 정도였다. 그리고 왜 자꾸 애기애기 거려. 짜증나게. 대놓고 무시당하는 기분에 순간 감정이 욱했다.

“안 가.”

반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속으론 엄청 쫄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주머니 안에 꽂고 있던 손을 꽉 쥐었다.

“왜?”

아저씨가 되물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아저씨한테도 조금 짜증이 났다.

“둘이 하는 거 아님 안 해요.”

안 할래요. 도 아니고 안 해요. 내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며 아저씨를 살짝 째려보듯 흘겼다. 하지만 아저씨는 내 말을 제대로 못 들은 건지 담배를 입에 문 상태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저 사람들이랑은 안 해.”

투정 부리듯 마침표를 찍고 몸을 획! 돌려 고시원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왜 또 반말을 했지? 미쳤나 봐! 그래 놓고 또 맞을까 봐 무서워서 도망가는 꼴 하고는. 아 김상호, 이 찌질한 새끼야…. 등 뒤로 남자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거의 하루를 쫄쫄 굶었지만, 배가 고프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아저씨에게 등을 돌려 집으로 돌아온 뒤 지저분해진 이불을 몇 번이나 걷어찼는지 모른다.

아저씨가 건방지다고 이제 안 한다 하면 어쩌지. 돈은 둘째 치고… 그럼 섹스는…. 아 그냥 착하게 알겠다고 하고 따라갈걸. 아저씨한테 비하면 어린애 맞잖아! 애 취급당하는 게 뭐가 어때서 욱했냔 말이야!

사실 왜 짜증이 났는지 알고 있었다. 근자감….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내가 아저씨의 수염을 깎게 했고, 아저씨랑 섹스했고, 아저씨랑 원조교제도 하고…. 그 모든 게 내가 유일하다 생각했던 우월감에 실망했던 거다. 사실 나만 특별한 게 아니었는데. 그냥 아저씨의 수많은 파트너 중 하나였는데. 왜 난 당연히 아저씨가 나랑만 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멍청이….

한참을 발버둥 치다 그냥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집에 있으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였다. 목적지는… 뭐 딱히 갈 곳이 있겠어. 그냥 평소보다 2시간쯤 일찍 출근하는 것뿐이다.

“어서오… 뭐야. 너 왜 지금 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인사를 하던 점장이 나를 보고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점장의 옆엔 처음 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어, 그거 내 유니폼인데?

“그냥 일찍 왔어요. 근데 이분은….”

“아, 인사해라. 어차피 이제 파트 넘기려면 자주 볼 텐데. 오늘부터 예지 대신 일할 박현정 씨.”

“안녕하세요.”

여자가 짧은 단발을 귀 뒤로 넘기며 인사했다. 와 예쁘게 생겼다. 웃는데 샤랄라- 라는 소리가 날 것처럼 눈이 예쁘게 접혔다.

“일 가르치느라 네 옷 좀 빌렸다. 괜찮지?”

“아, 이게 이분 옷이에요? 어떡해, 오늘 빨아다 드릴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원래 더러운… 아니 그렇게 더러운 건 아니고….”

횡설수설 말을 꼬자 점장이 풋! 하고 비웃었다.

“청춘이네, 청춘이야~.”

“아, 왜 그래요. 점장님.”

덩달아 민망한 듯 저쪽의 얼굴도 붉어졌다.

“그럼 일찍 온 김에, 네가 우리 매장 최고참으로써 현정 씨한테 업무 설명 좀 해 줘.”

“네? 제가요?”

“너 2시간 동안 할 일도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점장이 빠르게 핸드폰을 챙겨 일어났다. 진심?! 진짜 가게요?! 응! 네가 해! 그리고 진짜 갔다. 미친…. 덩그러니 가게 안에 둘만 남아 있으니 어색한 분위기가 됐다. 이, 일단 통성명부터 할까?

“어… 저는 김상호라고 합니다.”

“알아요. 점장님한테 들었어요. 여기서 제일 오래 일했고, 제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아이참, 점장님도…. 뒤에선 그런 말을 하고 다니셔요? 대놓고 부끄러워하니 작은 손이 입을 가리고 꺄르륵거리며 웃었다.

“상호 씨는 나이가….”

“아, 저는 19살이에요.”

“나보다 어리구나. 저는 22살이에요. 편하게 말 놔도 돼요.”

“그럼 누나라고 불러도….”

“응!”

아 상큼하네. 덕분에 분위기가 훨씬 밝아지는 것 같았다. 현정 누나를 데리고 다니며 가장 간단한 업무부터 주의해야 할 점까지 천천히 알려줬다. 별거 아닌데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열심히 듣는 게, 꼭 작은 햄스터 같았다. 귀엽네…. 2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꺄르륵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단시간에 번호도 교환할 정도로 정말 많이 친해졌다.

어느 정도로 친해졌냐면… 주말에 영화 보러 갈 정도로? 아직 사귀는 건 아니고, 그냥 썸 수준이긴 했지만. 누나도 맨날 알바 시간 지나서까지 남아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영 없는 것 같진 않았다. 나 조만간 모쏠 탈출할지도?

집으로 돌아가 자위하는 건 여전했지만, 일하는 동안은 아저씨를 잠시 잊을 정도였다. 그래. 아저씨한테 나 혼자만 특별할 수는 없는 거지. 이런 거로 서운해하지 말자. 어차피 비즈니스 관계잖아.

“누나 잘 가!”

“응. 너도!”

지하철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는 현정 누나에게 크게 손을 흔들었다. 공포 영화를 봤는데 움찔거리면서 매달리는 게 어찌나 귀여운지…. 나도 무서워서 영화는 제대로 못 봤는데, 하여튼 즐거웠어!

누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나도 집으로 향했다. 전 같으면 이런 여가생활은 무리였는데, 최근에 금전적 여유가 좀 있으니 이런 것도 보게 됐다. 와 근데 영화 정말 비싸더라. 만원이 넘는 게 말이 돼? 예전에 6천 원이면 봤던 것 같은데…. 심지어 조조로 보면 더 쌌다고!

“아!”

영수증같이 생긴 영화표를 들여다보고 가다 앞을 못 보고 오던 사람과 부딪쳤다. 팔랑. 떨어지는 표를 서둘러 주워 들었다. 비싼 추억을 떨어트릴 수야 없지.

“죄송합니….”

어깨를 붙잡고 있는 남자가 마냥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봤더라….

“어, 애기네?”

아 시발. 제비였다. 아저씨 옆에 서 있던 그 남자…. 나를 더 먼저 알아본 남자가 찡그렸던 인상을 풀었다.

“죄송합니다.”

기분이 확 나빠져 무표정으로 사과하자 남자가 풋, 하고 나를 비웃었다. 뭐냐? 뭐가 웃긴데?

“아냐, 괜찮아. 구멍동서끼리 뭘~.”

움찔. 그 구멍이 누굴 말하는 건지는 뻔했다.

“그나저나 어디 가는 중?”

“그게 왜 궁금한데요….”

말이 삐딱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친한 사람도 아니고, 좋은 인상도 아니잖아.

“안 바쁘면 저번에 그거, 지금 하는 중인데 같이 갈래?”

남자가 개구지게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저번에 그거…? 아. 여럿이 모여서 어쩌고….

“아, 안 가요. 그때 안 간다고 했잖아요!”

그 팔을 뿌리치자 남자가 흐음, 하고 턱을 매만졌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너 욕심이 많구나?”

뭐래?

“아이고, 어린 게 나쁜 맛부터 배워서는…. 애기야, 그러지 마. 네가 그렇게 소유욕 세워 봤자, 공용 변기가 개인 변기가 되진 않으니까.”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싫었다. 난 아저씨를 소유하고 싶었던 적 없어…! 그리고 우리도 비즈니스 관계거든?

“그러지 말고, 보러 갈래? 이왕 쓰는 거 사이좋게 같이 쓰자.”

안 가요! 저번처럼 단호하게 거절했다.

“자, 저쪽이야. 거의 다 왔어.”

거절…하려 그랬는데…. 하지만 이 망할 호기심이 이겼다. 대답 없이 뒤를 따르는 나를 보며 남자가 연신 히죽거리며 웃었다. 아 짜증나!

남자가 나를 데려간 곳은 근처에 있던 체육관 창고였다. 어라, 여긴 이미 망한 건물인 줄 알았는데? 부지 입구에 건들거리는 남자 몇이 서 있었다. 경비인 듯했다. 나를 막아서려는 걸 옆에 있던 제비가 “괜찮아, 우리 동서야.” 하고 말하자 그놈들도 히죽거리며 길을 터줬다. 설마… 아저씨 쟤네랑도 잤어?

창고 건물로 다가갈수록 앙앙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가장 분명한 건 아저씨 목소리…. 그리고 알 수 없는 수많은 신음들…. 한두 명은 절대 아니었다. 콰르릉-!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훅 끼얹어지는 익숙한… 악취! 아저씨의 몸에서 나던 그 냄새였다. 우욱! 입을 틀어막으며 뒷걸음질 치자 내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봐. 우리 변기 저기 있네.”

창고 구석에 깔린 매트 위엔 많은 사람이 엉켜 있었다. 최소 10명 이상…. 애써 찾지 않아도 그 한가운데서 헐떡이고 있는 사람이 눈에 박혔다. 입에도, 양손에도, 그리고 뒤에도 남자들의 성기를 쥐고 앙앙거리고 있는 아저씨였다.

진짜 내가 아니어도 되는 거였구나. 각오하고 있었지만 뭔가 확인사살을 당한 기분이었다.

“수염 밀고 인기가 더 많아졌어. 요즘은 아무리 돈 줘도 이 정도로 받아주는 걸레가 없거든.”

걸레, 변기, 구멍. 아저씨를 사람으로 보고는 있는 건지 궁금했다. 흐아앙! 아저씨의 교태 섞인 신음이 창고를 울렸다.

“끼고 싶으면 끼든가.”

그러며 남자가 내 사타구니를 툭 건드렸다. 어, 어딜 만져요! 화들짝 놀라며 손으로 아래를 가렸다. 하지만 한껏 솟은 텐트에 오히려 민망해져 버렸다. 이게… 언제 섰지?

“하아, 시발… 난 못 참겠다. 한번 싸 줘야지.”

남자가 재킷을 벗어 던지며 냄새나는 무리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예고 없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기다렸다는 듯 남자의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내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다. 안 된다고, 그만 봐야 한다고 하면서도 눈이 자꾸 아저씨를 쫓았다.

멀리서 봐도 아저씨의 구멍 안에서 움직이는 2개의 성기가 뻔히 보였다. 미친. 2개도 되는 거였구나. 서로 엇박을 타는 삽입에 아저씨가 헐떡이며 허리를 꺾었다. 그것도 부족해 양손에도 입에도 남근을 물고 미친 사람처럼 몸을 흔들었다. 탁, 탁, 탁! 너무 더러웠다. 아저씨의 몸 위로 사방에서 뿌려지는 정액이. 맨날 풍기던 역겨운 냄새가 다 이거였다니!

그런데, 그런데 더럽다고 하면서… 흣, 나는 왜…! 하아…! 손을 멈출 수가 없는 거야…!

“자, 자지 너무 좋아! 흑, 더 주세요, 자지 더 주세… 흐앗! 더, 더 세게! 흐, 흐으읍! 아, 안 돼, 나와…!”

“아 씨발! 얘 오줌 싼다!”

“바지 다 젖었네! 미친!”

“화장실 안 보내줬잖아. 쌀 만했네.”

소변을 지리면서도 아저씨는 빈손으로 자신의 젖꼭지를 쥐어뜯으며 울었다. 몇몇이 그 순간에 아저씨의 얼굴 위로 정액을 흩뿌렸다. 이미 젖은 얼굴 위로 물 같은 정액이 질질 흘러 내렸다. 탁,탁,탁-! 아저씨가 혀를 내밀어 입가에 흐르는 것들을 꿀꺽 삼켰다. 하윽, 읏…!! 그리고 문득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흡!!”

그와 동시에 허리를 숙이며 사정했다. 찍- 하고 날아간 정액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저씨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발…. 앞도 잠그지 않고 당장 뒤를 돌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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