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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역할을 내가 했으면서도 강간당했다는 기분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지. 이것도 강간으로 치긴 하던가…? 며칠이 지났지만, 아저씨한테 맞은 곳이 여전히 욱신거렸다. 심지어 멍이 시퍼렇게 올라와서는… 보는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초반에 엉엉 울며 무서워했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벌벌 떨릴 정도였다. 이정도면 내가 경찰에 신고해도 이상할 일이 아니지. 게다가 100만 원을 준다더니 20만 원만 주고…!
하지만 아프고 억울해하면서도 신고는커녕 불평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허윽, 헉!”
내가 매일 그 수염 많은 말라깽이 아저씨를 상상하며 자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매일…. 왜 하필 첫 경험을 이런 식으로 해서…. 원망스러웠지만 잊혀지지가 않았다. 내 성기를 쭉쭉 조여 대던 그 감각을. 그, 그리고 20만 원이면 며칠 치 일당이잖아…?
“하악! 읏! 하으으!”
피곤해 기절할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집만 오면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며 자위했다. 수염 사이로 빼죽이 나오던 혀와 가슴을 만지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그리고 벌어진 구멍으로 흐르던 내 정액도….
“읏…!”
벌써 3번째. 정액이 낡은 장판 위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오. 신발장…. 신기록이다.
“7천 9백 원입니다. 원 플러스 원 상품이니까 하나 더 가져가세요.”
행사상품 받아 가세요- 라는 기계음에 손님이 무덤덤하게 커피를 하나 더 들고 밖으로 나갔다. 다음 분! 결제 뭐로 하시겠어요?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았다. 갑자기 정신없이 몰려든 손님에 고개를 들 틈도 없이 기계처럼 바코드를 찍고 잔돈을 거슬렀다.
맥주와 마른안주. 과자와 라면. 김밥과 물. 까만 봉지 안에 담긴 물건이 하나 둘 주인을 만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어느새 남은 마지막 손님이 빨간 소주 3병을 카운터 위로 올려놨다.
소주 3병?! 고개를 들자 매일 밤 머릿속에서 범하던 남자가 앞에 있었다. 화르륵! 아저씨의 얼굴을 보자마자 약간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으로 열이 올랐다. 물론 조금의 공포도 있었고….
“어, 어, 어서 오세요.”
“…….”
멍청하게 말을 더듬는 나와 다르게 아저씨는 말없이 지갑을 열었다.
“4천 8백 원입니다.”
지폐 다발 사이에서 5만 원짜리를 꺼내 내밀며 수염이 움직였다.
“알바. 또 할래?”
돈을 받는 것도 잊은 채 멍청하게 아저씨를 바라봤다. 아까부터 시끄럽게 뛰던 심장이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쩌지… 또 해도 괜찮을까? 기분은 좋았는데, 무섭기도 하고…. 매일 밤 나이 많은 아저씨를 상상하며 자위하는 것치고는 여전히 겁이 났다.
“…….”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자 거절하는 뜻으로 알았는지, 아저씨가 소주 3병을 들고 몸을 돌렸다. 다급함에 카운터 너머로 몸을 내밀어 아저씨의 더러운 옷자락을 꽉! 쥐었다.
“하, 할래요.”
절대 섹스가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돈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그냥 누워만 있어도 20만 원은 주잖아! 사실 어느 쪽도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었지만 그렇게 애써 스스로를 설득했다.
점장에게 유니폼을 넘기고 밖으로 나오자, 길바닥에 놓인 소주 3병 중 2병은 비어 있는 상태였다. 그 짧은 사이에 2병이나…. 나를 발견한 아저씨가 말없이 몸을 일으켰다. 앞장선 아저씨를 따라 전에 와 봤던 반지하의 집으로 향했다.
일주일 만에 다시 오게 된 집은 여전히 더러웠다. 달라진 게 있다면 문 앞에 소주병이 늘어났다는 정도?
“씻어.”
모자를 벗는 아저씨를 멍하게 바라보다 화들짝 놀라며 화장실로 뛰어들어 왔다. 누, 눈 마주칠 뻔.
물은 여전히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으… 너무 차가워서 아파! 저번처럼 다 끼얹을 용기는 없어서, 대충 수건을 적셔 몸을 닦아 내는 거로 마무리했다. 그 와중에 완전히 발기해 버린 성기가 주책없이 꺼떡였다. 화장실을 나가면 뭘 할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씻은 척 몇 분 정도 시간을 보내다, 한 손으로 발기된 것을 가리며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는 역시 알몸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
아저씨가 내 손바닥에 가려진 것을 빤히 바라봤다. 이미 잔뜩 발기된 걸 눈치챘는지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릴 내며 웃었다.
“누워.”
종종거리며 걸어가 냄새나는 이불 위로 몸을 뉘었다. 그러자 아저씨의 손이 내 머리로 다가왔다. 움찔! 놀라서 눈을 꽉 감았다.
“멍들었네?”
또 때리는 줄 알았어…. 슬쩍 머리카락을 건드리고 사라지는 손길에 쭈뼛거리며 눈을 떴다.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아저씨는 내 가슴을 먼저 입에 물었다. 쭈웁, 쭙, 쪽. 앞니가 유두를 살살 긁자 엉덩이가 근질거렸다. 이미 맛을 봤던 쾌감에 사타구니가 어서 넣게 해 달라며 주책없이 떨었다. 으으윽…. 전신에 힘을 주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참으려 애썼다. 저번처럼 금방 싸질러서 비웃음을 사고 싶지 않았으니까. 으으!
하지만 노력이 우습게도 아저씨가 내 것을 입에 물자마자 허으으- 하고 볼품없는 신음을 내지르며 사정했다.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자 왠지 내가 잘못한 기분이 들었다. 시선을 돌리며 죄송하다 중얼대자 아저씨는 정액을 입안 가득 머금고 내 몸 위로 올라탔다. 수염이 가득한 얼굴이 키스할 듯 다가왔다.
“헉.”
“…….”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잠시 멈칫…한 아저씨가 꿀꺽 소릴 내며 물고 있던 내 정액을 사, 삼켰다.
“흥 깨지 마. 씨발.”
“아아악!!”
짝!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아저씨가 주먹… 아니 손바닥으로 내 뺨을 내리쳤다. 저번에 맞았던 곳과 꽤나 근접했기에 아픔이 2배로 끔찍하게 느껴졌다. 짝! 그리고 다시 짝! 3번이나 뺨을 갈긴 뒤에 또 때릴 것처럼 손을 높게 들었다. 아프기도 하고 또 무섭기도 하고. 벌벌 떨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또 눈물이 나왔다. 무서워. 그만 때렸으면 좋겠어.
“아, 아저씨….”
“돈 받고 몸 파는 새끼가. 썅.”
“아저씨 잘못했어요, 흐엉, 때리지 마세요….”
“10만 원 더 줄 테니까 입 처벌려.”
“흐어어엉….”
왜 자꾸 때리고 그래요. 말로 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데. 서러움이 눈물이 터졌지만, 아저씨는 내가 얼마나 울든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우악스러운 손이 내 양 볼을 붙잡고 강제로 입을 벌리게 했다. 수염 사이로 붉은 혀가 내밀어졌다. 혓바닥 위에 정액의 찌꺼기가 보이는 것 같아서 입을 맞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손을 뿌리치면… 또 맞을까 무서워서 들어오는 혀를 피하지 못했다.
훅- 들어오는 입 냄새에 숨을 참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정액 비린내와, 음식 냄새, 그리고 지독한 술 냄새. 거기에 더불어 아저씨가 움직일 때마다 입안으로 꾸불거리는 수염이 들어오는 것도 끔찍했다.
쭙, 쭈줍….
아저씨의 혀가 도망치는 내 혀를 끈질기게 따라오며 타액을 섞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키스도 처음이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토하지 않게 혀를 최대한 안쪽으로 숨기며 눈을 꽉 감았다. 섹스와 다르게 첫 키스는 입 냄새라는 인상을 남기며… 내게 충격을 선사했다.
숨도 안 쉬는 내 입술을 가볍게 깨문 아저씨가 저번과 반대로 등을 돌린 채 내 위로 올라탔다. 뒷모습만 보니 훨씬 더 여려 보이는 모습에 새삼 놀랐다. 떡 벌어진 어깨만 아니면 어떻게 여자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흐앗!”
“후우-. 씨발, 넌 좆대가리만 사내구실을 하네. 좋아? 내 구멍, 좋냐고.”
“흐, 흐업. 구, 구멍. 넵, 좋아요….”
“처울다가 웃고 지랄이야.”
내가 웃고 있었나? 화들짝 놀라 얼굴을 더듬자, 웃는 건 모르겠고 그냥 눈물로 축축했다. 멍청하게 얼굴을 주무르는 나를 무시하고, 아저씨가 허리에 힘을 주며 내 성기를 깊게 삼켰다.
흐아앗-! 자위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정신없는 쾌감이 성기를, 아니 전신을 조여 왔다. 바로 사정하지 않기 위해 발끝에 힘을 주는 게 보였는지 아저씨가 풋, 하고 비웃으며 내 음낭을 세게 움켜쥐었다.
“아악!”
“발에 힘을 주지 말고 엉덩이랑 여길 조여. 새끼야.”
전희를 느끼듯 몇 번을 깊게 문지르던 아저씨가 어느 순간 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하앙! 핫! 높은 교성이 시작되자 내 노력이 무색하게… 금방 아저씨의 안쪽으로 정액을 싸 버렸다. 흑! 또, 또 가 버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저씨는 더 세게 엉덩이를 내리찍으며 신음했다.
아저씨가 한번 움직일 때마다 내 것을 물고 있는 구멍에서 하얀 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정액과 젤이 섞인 신기한 거품이었다.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찌걱- 찌걱-. 아저씨의 늘어진 고환이 내 다리 사이를 쳐대며 흘러내린 정액과 함께 끈적거리는 소리를 냈다. 흐아 미친-! 쾌락에 젖은 몸뚱이가 어쩔 줄 모르며 이불을 쥐어뜯었다.
“줄까?”
섹스가 끝나고 멍청하게 누워 있는 나를 향해 아저씨가 담배를 내밀었다.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었다. 불은 이미 붙어 있기에 빨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쓰읍… 컥! 콜록! 콜록! 켁켁!”
“푸핫.”
으악 써! 사실 한 번도 피워 본 적 없다. 혼자 사는데 몸이라도 건강해야 하잖아! 방금은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는 약간의 허세였다고 할까? 뭐 이렇게 쓰냐! 처음 맛본 담배 맛에 목까지 새빨개져서 마른기침을 내뱉었다.
근데 담배 맛보다 더 놀라웠던 건 아저씨의 웃음소리였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 나를 보며 제대로 웃었다. 와, 저렇게 웃기도 하는구나…. 하긴, 사람인데 웃겠지. 정확한 나이는 잘 모르겠지만 웃으니까 훨씬 젊게 느껴졌다.
“어이.”
“네?”
하지만 아저씨는 금방 평소의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왔다. 5만 원 6장을 내밀며 아저씨는 내 손에 있던 담배를 거둬갔다. 이제 가 봐. 키스비까지 포함된 가격을 받아들고 벌떡 일어나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히 계세요.”
갑작스런 축객령에 벗어둔 옷을 걸치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갑자기도 아닌가? 저번에도 바로 쫓겨났으니까…. 반지하의 집에서 멀어지는 내내 주머니 안에서 고이 접힌 30만 원이 바스락거렸다.
“어서 오세요.”
멋들어진 ‘소’ 수염을 기른 남자가 여친과 함께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오빠, 우리 제일 얇은 거로 살까? 귀염둥이도 참, 이거 내 거보다 작잖아. 성인용품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대물을 자랑하는 남자를 보며 혀를 찼다. 그 스키니 속에 숨겨둔 좆이 말만 한가 보지? 다리도 들어가는 콘돔이 안 맞는다는 걸 보면?
그러고 보니, 그 아저씨는 왜 나한테 콘돔 끼란 소릴 안 할까? 겨우 2번 섹스했지만, 사정 횟수로 따지면 손발을 다 합쳐도 부족한데…. 하긴, 안이 질척거릴수록 더 좋아하는 거 같긴 하더라. 그런 게 취향인가? 신음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보면 꽤… 변태 같긴 해.
“저기요. 계산이요.”
“앗! 죄송합니다!”
구석에 짱박혀 있던 야광 콘돔을 들고 나타난 커플이 계산을 재촉했다. 삑- 8천 9백 원입니다. 카드와 영수증을 건네기 무섭게 손님이 또 들어왔다. 푹 눌러쓴 모자에 잘 정돈된 수염. 언뜻 보면 아저씨랑 비슷한 것 같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니 완전 다른 사람이다. 그 아저씨가 좀 더 말랐고, 수염이 더 곱슬거리고, 피부가 더 하얗고….
“던힐.”
“4천 5백원입니다.”
그 아저씨는 담배 뭐 피우더라. 말보로인 것 같던데…. 헉.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또 이러네!
큰일이다. 요즘 아주 사소한 것만 관련돼도 그 아저씨 생각으로 이어졌다. 난 고작 19살이고, 그 아저씬 못해도 40대는 훌쩍 넘은 것 같은데. 이래도 괜찮은 걸까? 심지어 요즘 자위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고, 머릿속에서 그 아저씨랑 하는 섹스가 점점 더 하드코어하게 변하고 있는데…. 정말 괜찮은 걸까?! 뭐든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데 나는 잘못 껴도 한참을 잘못 낀 것 같단 말이야!
“상호야. 수고했다. 들어가 봐.”
“내일 봬요. 점장님.”
한창 혈기 왕성한 10대니 처음 맛보는 달콤한 쾌감에 중독되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그 첫 경험 상대가 남들에 비해선 평범하지 않으니… 조금 상태가 이상해도 이해를 못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면 어쩌자는 거야. 게다가 이제는 환각까지 보이잖아.
“어이.”
고시원 건물 앞. 모자를 눌러쓰고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헛게 보이나 싶었는데…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나서야 이게 환각이 아님을 알았다.
“어, 여긴 어떻게….”
아저씨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내 방이 있는 쪽으로 턱짓을 하며 딱 한 마디를 했을 뿐이다.
“알바 할래? 10만 원 더 줄게.”
고시원이긴 하지만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내 층엔 나를 포함해서 딱 2명만 살고 있고…. 10만 원이나 더 준다는데… 소리만 좀 어떻게 하면 괜찮지 않을까?
아저씨가 어떻게 이곳을 알고 나타났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곧 하게 될 섹스에 아랫도리가 벌써 급했으니까.
“들어오세요.”
이미 해가 뜬 지 오래였지만 방안은 어두컴컴했다. 좁은 방안으로 들어오자 아저씨의 악취가 더 심하게 느껴졌다. 우욱…. 은근슬쩍 창살이 달린 작은 창문을 열었다. 킁킁, 어쩐지 내 몸에서도 냄새가 나는 것 같네. 근데 왜 오늘은 안 씻고 왔지…? 설마 저 상태로 하잔 소린 아니겠…지. 맞을 때와는 전혀 다른 공포에 소름이 돋았다.
“저… 같이 샤워하러 가실래요? 다, 다른 의미는 아니에요. 여기 화장실만 따로 있고, 샤워실은 공동이거든요…. 씻으러 가려 그러는데 괜찮으시면 같이….”
“그래.”
혹시 또 화를 내며 주먹을 휘두를까 봐 얼마나 속을 졸였는지 모른다. 내 제안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를 보고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입을 다물었다.
개인 비품인 수건과 세면용품을 들고 앞장서서 공용 샤워실로 향했다. 내가 퇴근하는 시간쯤엔 다들 자거나 출근을 한 뒤라 사람을 만나는 건 거의 드문 일이었다. 외부인이 들어온 걸 알면 분명 관리인 할머니한테 한 소리 들을 거다. 게다가 행색도 노숙자가 따로 없으니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오늘도 부디 모두가 각자의 생활에 열중했기를.
탈의실 끝에 서서 옷을 벗자 아저씨의 끈적한 시선이 느껴졌다. 벗은 몸을 보는 것이 새삼 처음은 아니었지만, 괜한 부끄러움이 들었다. 애써 못 본 척하며 속옷까지 홀랑 벗고 샤워실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샤워기를 붙잡고 잠시 기다리자 뜨끈한 온수가 쏟아졌다. 으, 그래. 물이 이렇게 나와야지. 머리부터 물을 뒤집어쓰고 있으니 아저씨가 느긋하게 뒤를 따라 들어왔다. 여전히 마르고 여전히 하얀 몸이었다. 그런데… 오늘도 아저씨의 성기는 기세 좋게 머리를 들고 있었다. 하하, 이거 진짜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인데…. 제발, 제발 아무도 오지 말았으면.
한마디의 대화도 없이 나란히 물줄기 아래 섰다. 공용 샴푸로 머리를 감고, 비누로 몸을 문질렀다. 문득 세수를 하다 힐끔, 옆을 보니… 다, 당황스럽게도 아저씨가 자신의 구멍을 손가락으로 쑤시고 있었다.
“지, 지금 뭐 하세요?”
“세척.”
아저씨는 그리 말하며 머리를 뽑아낸 샤워기 호스의 끝을 자신의 엉덩이 사이로 가져갔다. 흐르는 물속에서 아저씨의 손가락이 바쁘게 구멍을 닦아 냈다. 그리고 잠시 호스 끝을 구멍에 대고는… 가만히 벽을 짚고 섰다. 흣…. 작은 신음과 동시에 아저씨의 구멍에서 대량의 물이 뿜어져 나왔다.
기이할 정도로 보이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 늘 섹스 전에 저런 식으로 안을 닦아 내는 건가? 누군가가 관장을 하는 모습을 이렇게 라이브로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샴푸 거품이 흘러내려 눈을 아프게 하는 것도 모르고 아저씨를 바라봤다.
물을 넣고, 다시 빼고. 촤아아-! 구멍에선 처음부터 맑은 물만 나왔지만, 아저씨는 이 과정을 4번 정도 반복했다. 반복하는 와중에 아저씨의 성기가 점점 더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걸 보며, 일부러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저 나이에 저렇게 음란한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물을 빼내며 엉덩이를 흔드는 아저씨를 보니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
“왜, 왜요?”
갑자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아저씨 때문에 제 발이 저려 오히려 뻔뻔하게 굴었다. 아저씨의 시선은 말없이 천천히 내려가 내 다리 사이로 향했다. 헉! 얘가 언제 섰데?! 제발 아무도 오지 말아 주세요!
호스 끝에 다시 샤워기 머리를 꽂아 넣는 걸 보니 아저씨의 샤워가 끝난 듯했다. 엉망으로 잘린 머리와 수염이 물에 붙어 착 가라앉으니, 잘 굴린 둥근 두상이 언뜻 보였다.
“멀었어?”
“자, 잠시만요. 금방 끝나요.”
어설프게 서 버린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엉거주춤 몸을 돌렸다. 아씨, 얼른 씻고 방으로 가야지. 누가 볼까 무섭네.
밤새 거뭇하게 올라온 수염만 밀면 대충 끝날 터였다. 공용 비품 중 하나인 면도 크림을 잔뜩 짜서 턱에 치덕치덕 발랐다.
거울에 바짝 서서 면도기로 턱을 따라 그리니, 거울 너머로 멀뚱히 서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완전히 발기된 아저씨의 다리 사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멍하니 털이 섞여 거뭇해진 크림을 바닥으로 흘려보내자, 거울 속에 비친 남자가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살짝 시선을 위로 올리자 재촉하는 듯 보이는 아저씨의 얼굴에서 유독 수염이 눈에 띄었다. 저 수염… 다 깎는 건 무리여도 정리 정도는 안 될까나. 좀만 깔끔해지면 괜찮을 거 같은데.
“저… 아저씨.”
“…….”
“수염… 깎으면 안 돼요?”
미친. 어디서 이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왜?”
“그게… 얼굴도 잘 안 보이고… 키, 키스할 때 입에도 들어오고….”
“…….”
아저씨는 대답이 없었다. 아… 시발 좆됐다. 왜 참견하냐고 또 때리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았다. 여기선 주먹 말고 무기가 될 게 너무 많은데. 샤워기라던가 샴푸 통이라던가…. 맞으면 존나 아플 것 같은 물건 천지였다. 조급한 마음에 반쯤 면도를 하다 만 상태로 뒤를 돌아 양손을 싹싹 비볐다.
“죄송해요! 화내지 마세요! 그, 그냥, 제가! 혹시나 해서 드린 말씀이니까…!”
“…할게.”
“네?! 정말요?”
아저씨가 “씨발, 키스할 때 불편하다며….”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내 앞에 있던 면도 크림을 가져갔다. 어…. 그냥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는데 이렇게 바로 알겠다고 할 줄이야. 얼떨떨한 기분에 아저씨가 거품을 꽉꽉 눌러 짜는 걸 멍하게 바라봤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수염이 아니라 털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많이 자란 탓에 면도기가 먹히지 않았다. 혼자선 어림도 없어 보이는 대규모 체초 작업에, 내가 말을 꺼냈으니 내가 돕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허리춤을 수건으로 감싸고 방으로 달려가 가위를 들고 돌아왔다. 사각, 사각. 젖은 수염을 붙잡고 뭉텅이로 잘라 냈다. 음… 왠지 좀… 느낌도 그렇고… 거시기 털 같네. 잘라내다 보니 아저씨의 머리처럼 수염도 쥐 파먹은 듯 흉한 모양새가 됐다.
어느 정도 길이를 짧게 잘라 낸 뒤 면도 크림을 잔뜩 바르고, 드디어! 면도기로 수염을 밀었다. 이쯤 되자 내가 상처를 낼까 걱정됐는지 아저씨는 자신이 직접 하겠다며 면도기를 손에 들었다. 그렇게 거울 앞에 서서 몇 번을 슥슥 문지르던 아저씨가 점점 드러나는 자신의 얼굴이 어색한지 매끄러워진 한쪽 볼을 자꾸만 매만졌다.
“아저씨… 도대체 수염 왜 기른 거예요?”
아직 면도가 완벽하게 끝나진 않았지만… 맨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은연중에 너무 못생겨서 수염을 기르나 싶었는데, 이건… 이건… 생각보다 너무 잘생겼는데? 물론 내가 너무 기대를 안 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꽤 멀쩡한 얼굴이잖아! 게다가 40대는 무슨, 30대 중반 정도의 외모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수염을 왜 기른 거지?!
“…남들이 날 보는 게 싫으니까.”
“왜? 이제 기르지 마요. 아깝게…. 저 얼굴을 왜 가리고 다녔지?”
나도 모르게 반말을 하고 있었지만, 아저씨는 신경도 안 쓰는 듯했고, 나는 자각조차 없었다. 그저 아저씨의 귀 끝이 조금 붉어진 걸 보고 부끄러워하고 있구나, 하고 짐작했을 뿐이다.
방으로 돌아왔을 땐 아저씨도 나도 필요 이상으로 말수가 줄어 있었다. 둘 다 아래를 잔뜩 세우고 어떻게 방까지 걸어왔는지…. 반지하 집보다는 깨끗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물건이 널린 걸 훑는 아저씨를 발견하자 조금 부끄러워졌다.
“워, 원래는 더 깔끔한데, 요즘 바빠서 청소를 못 했더니….”
“됐고, 어디서 할 거야?”
“아.”
뭘 할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수염을 민 아저씨의 얼굴은 전보다 훨씬 감정을 읽는 게 쉬웠으니까. 잔뜩 달아오른 몸을 어쩌지 못하고 어서 몸을 겹치길 원하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 게다가 어쩐지 전보다 덜 무섭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침에 자고 일어난 그대로 반절을 접어 던져둔 요를 질질 끌고 와 방 한가운데 펼쳤다. 그 안에서 아침에 급하게 벗고 간 얼룩진 속옷이 나왔을 땐 얼마나 쪽팔리던지. 허둥지둥 이불 아래로 파란 팬티를 숨겼지만, 아저씨의 눈은 이미 거기에 고정이 되어 있었다.
“누워.”
아쉬운 듯 겨우 내 속옷에서 눈길을 거둬낸 아저씨가 전과 같이 이불 위로 나를 눕혔다. 잔뜩 흥분해서 단단해진 성기만이 하늘을 향해 일어났다.
“면도했으니까 키스해도 되지? 10만 원 더 줄게.”
“네!”
돈은 둘째 치고 수염 없는 키스가 더 궁금했다. 힘찬 대답에 아저씨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아저씨가 내 위로 올라타서 고개를 숙였다. 방금 씻고 나온 촉촉한 피부가 맞닿으며 뜨거운 혀가 입술을 파고들었다.
수염도 입 냄새도 전혀 거슬리지 않고, 오로지 아저씨의 매끄러운 혀만 내 입안을 유영하고 있었다. 흐응, 흥…. 움직임을 따라가질 못해 허우적거리며 아저씨한테 매달렸다. 혀끝을 세워 내 혀를 어루만지던 아저씨가 쯉- 하고 진한 소리를 내며 번들거리는 입술을 떼어 냈다.
아… 이게 키스구나…. 저번이랑 다르네…? 그냥 혀를 섞었을 뿐인데도 머리가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아쉬운 듯 입술을 할짝이자 아저씨가 입안에 고여 있던 침을 뱉어 내 성기를 문질렀다.
“이번엔 좀 참도록 노력해 봐. 조루 새끼도 아니고, 왜 그렇게 질질 싸 대.”
그야 아저씨 구멍이 너무 좋으니까요. 하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는 없어서 “네.” 하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침으로 적신 성기 위로 구멍을 내리누르며, 아저씨가 내 것을 조금씩 삼켜 갔다. 이미 잔뜩 구겨진 이불이 더 구겨지고, 깊게 조여 오는 내벽을 인내하자 아저씨가 내 가슴 위에 얹은 손을 움직였다. 어느새 뾰족하게 서 버린 젖꼭지를 손끝으로 꾹꾹 누르고, 돌리기도 하고. 장난감을 만지듯 내 가슴을 주무르는 아저씨 성기의 끝에선 이미 진한 액체가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수염을 밀기 전과는 분위기가… 너무 심하게 달랐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덜 무서워 보이기도 했고! 훨씬 야하다고 해야 하나?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아저씨는 크게 헐떡이며 입을 벌리고 눈꼬리를 가늘게 접었다. 그 얼굴은 내가 여태 야동에서 봤던 배우들을 다 합쳐도 모자랄 정도로… 꼴렸다.
“읏!”
갑자기 아저씨가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살짝 미간을 좁히며 나를 향해 한쪽 입꼬리를 당겼다.
“시발, 오늘따라 기세가 좋네. 네 자지. 벌써 커지고 있는데.”
“허억!”
허리를 세운 아저씨가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두만 남을 때까지 쑥- 빼낸 성기를 순식간에 힘을 줘서 뿌리까지 삼켰다. 그 자극에 숨을 멈추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아저씨는 자신의 구멍이 적응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하얀 몸에…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번에는 정신이 없어서 못 만졌지만, 지금은…. 그러고 보니 만지지 말란 소리는 안 했잖아? 아저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가슴을 꼬집고 있었다.
쭈뼛.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손을 들어 아저씨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 처음으로 닿은 손에 아저씨가 시선을 힐끔 내리더니 피식, 하고 또 비웃었다.
“만질 거면 좀 대담하게 만지든가.”
명백하게 무시하는 발언에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욱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벌써 붉게 부어오른 아저씨의 젖꼭지 한쪽을 덥석 꼬집어 쥐었다. 작고 단단한 살이 손가락 사이에서 짓눌렸다.
“하악!”
아저씨가 허리를 튕기며 크게 신음했다. 앗, 그러고 보니 밖으로 소리가 세면 안 되는데.
“저, 저기. 아저씨. 오늘은 소리를 좀.”
“신음?”
“네, 넵. 그게… 고시원이 바, 방음도 잘 안 되고. 아직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서…. 저 걸리면 쫓겨나요.”
흐응, 하고 반대쪽 가슴을 주무르는 아저씨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재촉하듯 손에 쥔 젖꼭지를 꾹 누르자 그제야 흠칫! 몸을 떨며 “흣! 노, 력은 해 볼게.” 하고 말했을 뿐이다. 알겠다고 아니고 노력해 볼게라니! 왜 마음이 불안하지!
그리고 아저씨가 제대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내 불안했던 마음이 괜한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참는다고 참고는 있는데, 아저씨는 습관적으로 “하응! 흐읏! 하아앙!” 하는 비음을 잔뜩 내질렀다. 아, 안 된다구요 진짜! 여자 신음도 아니고 남자 신음이 밖으로 흘러나가면 그냥 쫓겨 나는 정도로는 안 끝나요!
“아, 아저씨이….”
“흐으응, 하읏! 좋아…!”
“아저씨 좀만 조용….”
그때 건너방에서 쾅! 하고 벽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헉!!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얼마나 놀랐으면 나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켜서 아저씨의 입을 틀어막았을 정도였다. 갑자기 바뀐 체위에 아저씨는 입을 틀어 막힌 채로 자지러지며 몸을 떨었다.
“아, 아저씨 쉬잇….”
“흐응, 흐응! 흣!”
“아 제발….”
뭐 때문인지 몰라도 완전 흥분해 버린 아저씨가 몸을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신음은 계속 흘러나왔고. 하긴 내가 여기서 쫓겨난다고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 있겠어. 그러니 이러겠지!
어떻게든 이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러는 와중에 이불 아래 삐죽이 나온 파란 속옷이 눈에 띄었다. 오줌 자국과 정액이 말라 비틀어져 좀 지저분하지만… 자, 잠깐이라면….
급한 마음에 그걸 구겨 쥐고 아저씨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과정에 아저씨의 몸이 뒤로 넘어가며 둘의 위치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허웁!”
“물어요.”
수염 밀고 안 무섭다는 거 취소! 순간 입에 밀어 넣어놓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이 개새끼가! 이런 냄새나는 걸 내 입에 넣어?!” 하고 당장이라도 주먹이 날아올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쩐지 아저씨는 물라는 내 말에 아주 순종적으로 입을 앙- 다물었다. 오히려 삐져나온 속옷 자락까지 스스로 욱여넣을 정도였다. 스읍- 스읍- 하고 입으로 숨을 쉬는 소리가 방을 울렸다. 분명 냄새가 날 텐데…. 화를 내기는커녕 그걸 물고 있는 아저씨의 눈은 더 붉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역시… 아저씨 취향이 약간 매니악한 거 맞지…?
“조,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요.”
맞춰 줘야 하나, 아니면 모른 척하고 눈치 보다 빼야 하나….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아저씨가 좋아하는 것 같으니 조금만 마, 맞춰 줘 볼까.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야동에서 본 대로 하면 되겠지 뭐.
“그거! 내가 입고 하, 한참 동안 안 빤 건데, 아저씨가 잘못했으니까… 끝날 때까진…? 그거 계속 물고 있어요!”
사실 2일밖에 안 됐어요!!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니에요! 속으로 하는 변명에 손에선 자꾸만 땀이 나고 목소리가 벌벌 떨렸다. 그런데도 내 말이 끝나자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기대하는 얼굴로 올려다봤다. 일단 입을 틀어막은 건 좋은데, 이제 뭘 해야….
“읏!”
“흐응-.”
내가 고민하는 게 보였는지, 아저씨가 내 것을 물고 있는 구멍을 꽉 조이며 움직이라 재촉했다. 저, 정말 내 맘대로 움직여도 돼요? 아저씨는 대답 대신 내 목에 손을 둘렀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퇴폐적인 모습이었다. 쾌락으로 번들거리는 눈과 달아오른 몸.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온 주제에 더러운 속옷을 물고 있는 입…. 새하얀 피부는 만질 때마다 희미하게 붉은 손자국을 띠며 떨고 있었다.
내 의지로 섹스를 하는 건 완전히 처음이었기에 스스로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발정 난 개새끼처럼 퍽! 퍽! 퍽! 퍽! 아저씨의 구멍에 내 자지를 박아 댔다. 몇 번이나 아저씨의 귓가에 “허, 허억! 나, 쌀 것 같…! 아저씨 구멍에 싸요!” 하고 중얼거리며 있는 힘껏 박아 넣을 뿐이었다.
내게 테크닉이고 뭐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냥 혼자 만족하며 무식하게 앞뒤로 움직이기만 했는데, 아저씨의 성기는 그래도 좋다고 정액을 질질 흘려 댔다. 그걸 보는 와중에 이것까지 아저씨 뒤에 넣고 흐르게 하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어느새 아저씨가 물고 있는 내 팬티는 침으로 흠뻑 젖어 버렸고, 몸을 깊게 내리누를 때마다 내 허리를 강하게 감싸던 다리는 이불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헉! 헉! 나 또 싸요! 또 나와요! 몇 번인지 모를 사정에 아저씨가 괴로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결국엔 참다못해 입에 물고 있는 걸 뱉어 내며 나를 밀어냈다.
“씨발, 으윽, 이 체력만 좋은… 흐앗! 애새끼가…!”
“하, 한 번만 더 싸구요, 조금만 더 하면, 흣, 하앗….”
“흣, 씨발, 아읏!”
결국, 아저씨의 구멍 안쪽에 강제로 마지막 정액을 뿌렸다. 하아…. 사정 후 노곤거리는 몸을 밖으로 물리자, 안쪽에 담겨 있던 정액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일부러 힘을 빼고 있는 건지, 아니면 너무 오래 박은 탓에 안 닫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둥글게 열린 아저씨의 구멍에서 연신 액이 쏟아져 나와 이불을 적셨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4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헉 미친. 잘 시간 다 날아갔네.
“하아… 하아…. 너…. 오줌싼 거 아니지?”
“아, 아닌데요…?”
“근데 왜 이렇게 많이 나와. 아, 씨발 허리 아퍼….”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닌지, 아저씨가 미간을 잔뜩 좁히고 엎어져 허리를 문질렀다. 왠지 모르게 그래야 할 것만 같아서 젖은 손으로 아저씨의 허리 위를 같이 문질렀다.
“내 지갑 가져와.”
“네.”
방문 앞에 던져 뒀던 커다란 점퍼 안을 뒤져 두툼한 지갑을 꺼냈다. 윽, 냄새…. 도대체 이런 냄새는 뭘 해야 나는 거지?
“자.”
“감사합니다….”
평소보다 많은 돈을 받아들고 슬쩍 액수를 셌다. 50만 원. 생각보다 큰돈에 담배를 물고 있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돈 많아요?”
“…왜. 모자라?”
“아, 아뇨…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
“쓰읍… 후-. 너 돈 필요하다며.”
고시원 내부는 전부 금연이었지만 굳이 말리고 싶지 않았다. 돈이 필요하긴 한데, 그렇다고 이렇게 큰돈을 막 주는 사람이 어딨어. 호구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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