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3화 (37/46)

아저씨가 말하는 알바가 뭘까. 한참 머리를 굴리다가 문뜩 창밖을 보니 해가 중천이라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이게 뭐라고 고민하다 잠잘 시간을 다 날리냐! 이 멍청아! 비몽사몽한 정신을 붙잡고 고깃집으로 출근했다. 다행인 건 오늘이 월요일이라 비교적 손님이 적다는 거다.

“하아….”

“아야, 그래서 땅이 꺼지냐.”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돈다발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뭘까. 도대체 왜 그 돈을 준다고 한 거지? 되게 수상한데 혹하지 않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아직 수리비도 덜 갚았고… 그 돈만 있으면 한 달 정도는 알바를 안 늘려도 될 것 같은데…. 근데 한다고 했다가 정말 이상한 데 끌려가서 장기 쓱싹 당하면 어떡해.

밤새 고민해도 나오지 않은 결론에 잠기운까지 더해지자 미칠 것 같았다. 답답함에 하품인지 한숨인지 모를 것을 내뱉자 뒤통수에 번쩍! 하고 별이 떴다.

“상호야. 너 한동안 형한테 안 맞았지?”

“아! 아파요! 갑자기 왜 때려요!”

“어린놈의 새끼가 하루 종일 한숨이나 쉬고 말이야! 너 뭐 고민 있냐? 형이 들어 줄게, 말해 봐!”

그 어린놈이 인생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 중인데 한숨이 안 나오겠습니까? 잠시 미간을 좁히고 고뇌했다. 이걸 말해? 그래도 나 혼자 고민하는 거보단 사장 형의 의견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게요, 형…. 어떤 사람이 돈을 엄청 많이 주면서 알바 할래? 하고 물어보면 뭘까요?”

“왜, 누가 돈 준다디?”

“아니, 그냥 만약에 그렇다는 거죠.”

“100% 장기 빼 가는 거.”

“역시….”

“아, 혹시 나이 많은 여자냐?”

“예?”

“예뻐?”

“아, 아뇨.”

그 수염이 예쁘다고 볼 순 없어요. 게다가 여자도 아니고 저보다 키도 큰데…. 차마 사실대로 말하진 못하고 얼버무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사장이 깔깔대며 빈 테이블을 내려쳤다.

“누가 너한테 원조교제 하자든? 푸하하! 골 때리네! 너한테?! 그 사람 시력 나쁘냐?! 야 나한테 데려와. 내가 대신 데이트해 줄 테니까 그 돈 나 주라고 해라.”

아씨…, 내가 어때서…. 조금 울컥하는 마음에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주먹을 꽉 쥐었다.

“저, 저도 학교 다닐 때는 인기 좀 있었어요. 아주 그냥 여자애들이 귀엽다고 난리를….”

“너 남학교였다며.”

“…….”

입을 삐죽이며 툴툴거리는 나를 보고 사장 형은 눈물까지 흘렸다. 아, 그만 웃어요! 한참을 엎어져서 들썩거리더니 헉헉대며 고개를 들었다.

“유부녀야?”

“그건 모르겠는데….”

“유부녀만 아니면 한번 해 보든가. 재밌겠네. 이런 경험 언제 해 보냐? 큭큭큭…. 근데 얼마 준다니?”

“몰라요. 어제는 100만 원 넘게 보여 주던데….”

“…야. 그 여자 지금 어딨어. 안 되겠다. 내가 만나야지.”

사장 형이 갑자기 정색하며 내 앞치마를 부여잡았다.

“누구야. 어디 가야 만날 수 있는데.”

“퇴, 퇴근 시간이네! 가 볼게요. 안녕히!”

광적으로 보이는 사장 형의 모습에 앞치마를 탈피하듯 벗어 내고 가게를 뛰어나왔다.

전력으로 달린 탓에 평소보다 15분이나 일찍 출근을 해 버렸다. 교대 시간 전에 나타난 나를 보고 카운터에 앉아 있던 예지 누나가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했다.

“왜 벌써 와?”

“헉, 헉, 헉….”

숨이 막혀 제대로 입도 못 열자 예지 누나가 평소에 챙겨 다니는 수제 차를 내밀었다. 벌컥, 벌컥. 레몬 향이 물씬 나는 차가운 음료를 들이켜자 속부터 시원하게 진정이 됐다.

“흐아! 시원하다…. 누나 먼저 퇴근해요. 남은 건 제가 할게요.”

“그럼 나야 땡큐지!”

예지 누나가 고맙다고 호들갑을 떨며 서둘러 편의점을 나섰다. 얼른 가서 오빠들 컴백 영상 편집해야 한다나 뭐라나….

유니폼으로 탈의를 하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편의점에 앉아 있으니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할까, 말까. 돈을 보면 혹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떳떳한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다.

장기 매매면 그냥 망한 거고, 원조교제는…. 근데 남자끼리는 원조교제를 어떻게 해? 여, 역시 섹…스도 하려나? 그 아저씨 수염도 그렇고 냄새도 나는데…. 아냐. 원조교제가 아닐 수도 있잖아!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면 돈 많은 사람이 가끔 이상한 지랄 하던데. 이 돈을 줄 테니 내 친구가 되어 줘! 같은…. 이런 거보단 장기를 팔라는 게 더 리얼하긴 하겠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일이 잡힐 리가 없었다. 답지 않게 계산 실수를 2번이나 하고 담배도 잘못 꺼내 줘서 손님한테 욕을 먹었다. 아니 그럼 뜯질 말던가…. 뜯고 나서 반품해 달라고 지랄이지?

딸랑-. 유리문의 종이 울리자 반사적으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 오세…! 요….”

그 아저씨다. 쿵쿵쿵쿵.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아 어쩌지, 그냥 거절할까? 수염이 복슬거리는 얼굴을 보니 확실하게 겁이 났다. 무슨 알바인지도 모르겠고, 그런 큰돈을 덥석 보이는 것도 역시 이상하고….

“생각해 봤어?”

오늘은 술 냄새도, 이상한 지린내도 나지 않았다. 모자도 맨날 쓰던 지저분한 게 아닌 깔끔해 보이는 검은 모자. 옷마저도 차분한 남색 남방이었다. 씻었나 봐!

“저, 저는….”

아저씨가 내 대답을 기다리며 주머니에서 돌돌 말린 지폐 뭉치를 꺼내 들었다. 허, 헉…. 저런 건 영화에서나 봤던 건데….

맨몸뚱이로 세상에 뛰어든 난 지독하리만큼 돈에 약했다. 설상가상, 하필 이럴 때 사장의 말도 머리를 울렸다.

유부녀만 아니면 한번 해 보든가. 재밌겠네. 이런 경험 언제 해 보냐?

“혹시! 유부남이신가요?”

충동적으로 뱉어 놓고 헉! 했지만 한번 터진 입은 다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쿵쿵거리는 심장을 옷 위로 부여잡고 아저씨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니.”

아니래! 사장님, 아니래요! 아저씨가 지폐 뭉치를 손바닥에서 굴리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모자 아래 새카만 눈이 나를 꿰뚫는 것만 같았다.

“막… 장기 빼 가고… 그런 건가요?”

“……아니.”

나를 보는 눈이 이상하게 변했다. 어, 어쩌지. 화났나?

“그, 그럼… 원조교….”

“비슷하겠지….”

살짝 짜증 섞인 대답. 한 번만 더 질문하면 하기 싫음 말아! 하고 뒤를 돌아 나갈 것만 같았다.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아저씨는 내가 안 할 것 같았는지 만지작거리던 지폐를 다시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아, 안 돼. 한 달 치 급여가…! 급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저 할게요!”

에라 모르겠다! 눈을 꼭 감고 토하듯 말을 뱉었다. 쿵쿵쿵쿵!! 말을 하고 나면 진정이 좀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심장이 미친 것처럼 세게 뛰었다. 아저씨에겐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카운터 아래 있는 손을 꽉 쥐었다.

“그래.”

수염이 움찔거렸다. 웃는 건가?

“밖에서 기다릴게. 알바 끝나고 봐.”

“…네에.”

아저씨가 편의점 밖으로 사라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 위로 주저앉았다. 맙소사. 내가 지금 뭘 한다고 한 거지? 망할 사장 형. 왜 그런 말을 해서….

남은 시간 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했다. 미쳤다! 미쳤어! 김상호! 미쳤지! 저런 아저씨랑 무슨 원조교제를 하겠다고! 아, 아마 내가 여자 역할을 하겠지? 으아악! 존나 아플 거야. 똥꼬에 넣을 테니까…. 좋아, 도망가자. 저 아저씨가 못 보게 뒷문으로 나가서 몰래 도망치는 거야.

교대 시간이 되고 점장님이 돌아오자마자 창고로 뛰어들어 갔다. 유니폼을 탈의하고 고기 냄새가 잔뜩 밴 후드를 머리에 푹 눌러 썼다. 그리고 평소에 다니던 정문이 아닌, 건물 뒤쪽에 쓰레기장으로 이어진 뒷문으로 몰래 기어 나왔다.

살금살금…. 발끝을 들고 건물 코너에 서서 편의점 입구를 살폈다. 아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좋아, 이대로 몰래….

“어이.”

“으아악!!”

아저씨가 쓰레기장 옆에 있던 공용화장실 안에서 나타났다. 너무 놀란 나머지 볼품없이 바닥으로 넘어졌다.

“왜 앞문으로 안 나오고.”

“화, 화장실 가려고요….”

“가.”

“괜찮아요. 이제 안 마려워요….”

“그래. 그럼 내 집으로 가자.”

아저씨가 성큼성큼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아 씨발, 어떻게 하지….

“뭐 해.”

“…가요.”

슬쩍 다시 틈을 노렸으나, 아저씨가 빠르게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실패했다. 제 발이 저려 허둥지둥 오히려 아저씨를 앞질렀다.

편의점에서 걸어서 딱 10분. 도착한 곳은 내가 지내는 고시원보다 훨씬 가까운 위치에 있는, 주택가 끝에 있는 반지하였다.

“들어가.”

“실례합… 흡!”

말을 끝까지 할 수가 없었다. 입구부터 소주병이 가뜩 쌓여 있던 집은, 문을 열자 이상한 냄새로 가득했다. 발 디딜 틈조차 안 보이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그 냄새의 원흉으로 보이는 것을 찾아냈다. 주방에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 더미와 일회용 용기들…. 그쪽을 힐끔거리자 아저씨가 주방에 붙은 미닫이문을 닫아 버렸다.

이내 누런 전구를 켜고, 방 안쪽에 쓰레기를 피해 펼쳐진 이불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까만 모자를 벗자 그 안에 머리는 직접 자른 건지, 쥐가 파먹은 듯 들쑥날쑥 길이가 엉망이었다. 저래서 모자를 쓰고 다녔구나.

들어오긴 했으나 어디에 어떻게 앉아야 할지 몰라서 멀뚱하게 서 있었다. 그러자 아저씨가 겉옷을 마저 벗으며 주방 옆에 붙은 문을 가리켰다.

“왜 멍청하게 서 있어. 가서 씻어.”

“네….”

혹시 다른 이름의 교제는 아닐까 했는데… 역시 씻어야 하는구나. 뭔가 낯선 기분에 화장실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좁고 싸늘한 화장실 안엔 변기와 수도꼭지, 빨간 바가지 하나가 전부였다.

“후….”

한참을 주저하다가 후드를 벗어 냈다. 바지도 벗고, 양말도 벗고… 속옷까지 완전히 벗자 알몸이 됐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고기 냄새에 찌든 옷을 수건장 안으로 구겨 넣고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었다.

“앗, 차거…!”

마치 내 속처럼 찬물만 콸콸 쏟아져 나왔다. 아무리 기다려도 물은 한결같은 온도를 고집했다. 이 집은 보일러가 안 되냐고 물어보려다 괜히 눈치가 보여 씻는 둥 마는 둥 몸에 물만 끼얹었다. 이가 부딪혀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다. 으아 추워! 이러니까 저 사람이 안 씻고 다니지! 아니, 돈 많은데 온수 안 넣고 뭐 한대?

투덜거리면서도 빨간 바가지 안에 물을 가득 받고 타일 위에 쭈그려 앉았다. 아직까지도 내 결정에 확신이 없었지만… 그냥 눈 딱 감고 철퍽! 철퍽! 사타구니를 문질러 닦았다. 특히 똥꼬를… 신경 써서 닦아 냈다. 이, 일단은 이정도만 해도 아저씨가 알아서 해 주겠지….

퀴퀴한 냄새가 나는 수건을 하나 꺼내 급하게 몸을 닦아 냈다. 존나 춥네, 아악! 혹여나 아저씨가 들을까 속으로 욕을 삼키며 수건장 안에 구겨져 있던 옷을 끌어안았다. 입고 나갈까? 아냐. 어차피 벗을 텐데…. 여전히 심장은 터질 것 같이 쿵쿵 뛰어 댔지만, 애써 담담한 척하며 알몸으로 화장실 문을 열었다.

“다 씻었어요.”

화장실이 유독 추웠기에 나오자마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아저씨가 알몸으로 서 있는 내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이제야 실감이 났다. 내가 몸을 팔러 왔다는 것을. 잘도 미친 짓을 했구나. 나 새끼야. 떨어지지 않는 시선에 반사적으로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렸다.

“누워.”

먼저 이불 안에 누워 있던 아저씨가 조금 옆으로 비켜 내가 누울 공간을 만들어 줬다. 이미 옷을 벗은 건지, 슬쩍 보이는 이불 속이 살색으로 가득했다.

“저기… 아저씨는 안 씻으세요?”

“목욕탕 갔다 왔어.”

“아….”

쭈뻣거리며 그 옆에 누웠다. 정말 씻고 온 모양인지 가까이 다가가도 전과 같은 이상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니면 집 냄새 때문에 코가 마비된 걸 수도 있고.

아저씨가 몸을 일으키자 낡은 이불이 흘러내리며 마른 몸이 드러났다. 늘 두툼한 옷을 입고 있기에 이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더 앙상하게 말랐다. 그 와중에 다리 사이에서 무섭게 서 있는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사이즈도 그렇고 색도 그렇고… 엄청나게 어른의 티가 나는 것 같았다. 꿀꺽. 저, 저게 내 똥꼬를…. 으와 무서워.

아저씨가 이불을 발로 쭉 밀어 내리고 내 위로 몸을 반쯤 겹쳤다. 살과 살이 맞닿는 느낌에 흠칫, 하고 몸을 떨었다. 어쩌지. 나 진짜 무서워. 어떡해.

“저, 저기요….”

“…….”

“저 처음이에요….”

“알았어.”

긴장한 채 뻣뻣하게 누워 있자 아저씨가 내 가슴을 주물렀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손이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간간이 젖꼭지를 꼬집어 올 때는 너무 놀라서 도망칠 뻔했다. 분명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못 느꼈을 리가 없는데도 아저씨는 태연하게 손을 움직였다.

이제는 완전히 올라타서 내 가슴을 핥기 시작했다. 동시에 손이 허리를 쓸어내리며 허벅지까지 훑었다. 손이 닿는 모든 곳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으, 아.”

유두를 할짝대는 혀는 과하게 자극적이었다. 여자친구 하나 없이 19년 모쏠의 인생을 걸었던 나로서는 진도가 빠르다 못해 겁이 날 정도였다. 게다가 내 위에 있는 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또래의 여자도 아니었다. 작은 움직임에도 전신을 떨며 신음했다. 야동에서 듣던 앙앙거리는 신음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의, 겁에 질린 신음 말이다.

허벅지를 어루만지던 손이 성기 위로 올라왔다. 허억!! 여태까진 어떻게 참을 수 있었지만, 급소가 타인에게 잡힌 건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아저씨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젠 돈이고 뭐고 모르겠다. 정말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다.

“아저씨! 아저씨! 자, 잠깐만요!”

“왜.”

“저, 못 하겠… 흑.”

그냥 눈물이 터졌다. 동정도 아니고 처녀를 먼저 잃는 게 무서워서? 첫 경험이 여자도 아닌 남자, 그것도 아저씨라서? 아니면 내가 지금 하는 게 범죄라는 걸 알아서? 죄송해요. 저 못 하겠어요. 흐읍….

하지만 내 의지를 벗어나 속절없이 터진 눈물에 당황한 건 나뿐인 듯했다. 내 위에 앉아 있던 아저씨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씨발!”

“아아악!”

아저씨가 성기를 잡고 있던 손을 들어 있는 힘껏 내 머리를 갈겼다. 딩- 하고 뇌가 울리며 눈앞이 아찔해졌다. 손이 아니라 숨겨 놨던 흉기에 맞은 건 아닐까? 너무 아픈데?

“네가 하겠다고 들어왔잖아!”

“아, 아아….”

너무 세게 맞은 탓에 사고가 멈춰 버린 것 같았다. 겁에 질려 아프다고 말도 못 하고 덜덜 떨며 맞은 곳을 손으로 짚었다. 아저씨는 화가 많이 난 듯 씩씩거리며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흐어엉… 잘못했어요.

아빠도 지독하게 폭력적인 사람이었지만, 다행히 나를 때리진 않았다. 그 사이에 엄마가 있던 덕이겠지. 전혀 면역이 없던 폭력에 어린아이처럼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엉엉 울었다. 또 때릴까 무서워, 수없이 잘못했다 빌며 팔로 얼굴을 감쌌다. 때리지 마세요. 잘못했어요!

“씨발 새끼가….”

아저씨가 혀를 차며 내 성기를 손에 쥐었다. 손을 몇 번 움직이자 아래로 피가 쏠리는 게 느껴졌다. 한없이 자극에 약한 몸뚱이는 이런 상황에도 뻘떡! 잘도 아랫도리를 일으켜 세웠다. 뻣뻣하게 기립한 성기에 아저씨는 만족스러운 듯 낮게 웃었다. 나는 여전히 머리를 감싸고 울고 있었다.

“너 자지 크네?”

또래보다 사이즈가 크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왔다. 이게 아저씨를 기쁘게 한 것 같아서 멍청하게 울면서도 “고맙습니다.”라고 중얼거렸다. 아저씨가 내 성기 위로 침을 퉤! 하고 뱉어 문질렀다. 뭘 하려는지 전혀 감도 안 오는 상황에 맞은 곳을 부여잡고 있으니, 아저씨가 갑자기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크…흣,”

맙소사! 내가 여자 역할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 아저씨는 내 성기를 자신의 항문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었다.

“아, 앗! 쪼여…!”

뜨겁고, 조이고…. 처음으로 느끼는 누군가의 속살이었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부르르 떨며 어마어마하게 빠른 사정을 해 버렸다.

“…쌌어?”

“…….”

아주 잠깐… 멈췄던 눈물이 다시 눈물샘을 비집었다. 첫 경험인데… 아저씨 엉덩이에… 넣자마자 사정…. 좋지 않은 기억이 될 것 같았다. 훌쩍거리며 팔로 얼굴을 가렸다.

“새끼, 빠르네…. 앞으로 쌀 때는 싼다고 말해.”

“훌쩍… 네에….”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내 위에 완전히 올라탔다. 밑에서 느껴지는 조임만 아니라면 아저씨의 몸속에 내 것이 들어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완전히 밀착한 상태였다. 아저씨가 고개를 쳐들고 하아- 숨을 내쉬며 엉덩이를 빙글빙글 돌렸다.

“흣! 흐읏!”

“왜 이렇게 예민해?”

“아, 너무, 앗!”

미, 미치겠다. 내가 섹스가 처음이라 그런데, 원래 다 이렇게 어쩔 줄 모르겠는 건가? 더러운 이불을 쥐어뜯으며 안절부절못하자, 아저씨가 내 위에 앉은 채로 무릎을 세웠다. 발로 바닥을 짚고 쭈그리자 아저씨의 구멍 안에 박힌 성기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앗, 너무 야해서….

“윽.”

“시각도 약하고….”

아저씨의 몸이 천천히 일어났다. 쑤욱- 뜨거운 구멍 밖으로 성기가 반쯤 빠져나왔다. 다시 몸이 내려왔다. 또 쑤욱-. 쫀쫀한 육벽이 내 성기를 완벽하게 감싸며 조여 왔다. 부르르…. 황홀감에 몸을 떨자 아저씨는 몇 번 더 천천히 내 성기를 먹었다, 뱉었다를 반복했다.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리며 조이는 게… 진짜 씹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머리를 너무 세게 맞아서 바보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좀 전까지 엉엉 울었으면서, 지금은 엉덩이 구멍을 쑤시는 행위에 도취돼서는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을 지경이었다. 끄, 끄, 끝내준다…. 이런 게 섹스구나….

“후우, 어린 게 좆 사이즈만 커서….”

좆이래! 아저씨는 방금 한 가지 사실을 더 알았을 것이다. 난 청각도 약하다는 것을.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성기를 품고 있는 것이 아저씨 몸이니 당연히 알았겠지. 말없이 나를 내려보는 시선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몇 번 더 허리를 문지르던 아저씨의 덥수룩한 수염이 살짝 벌어지며, 붉은 혀가 빼죽 나왔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아저씨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앗! 아앗! 자지 너무 좋…아! 하응! 자지…!”

“하앗, 흐아! 아저씨!”

아저씨가 허리 방아를 찧을 때마다 눈앞에 별이 반짝거렸다. 맞은 곳이 울려서 별이 보이는 건지, 아님 쾌락에 눈이 멀어 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이미 내가 이 아저씨 뱃속에 몇 번은 싼 것 같다는 거다. 이쯤 되니 여자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여자한테 이렇게 쌌다가는 임신했을지도 몰라.

아저씨는 내 위에서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자신의 가슴을 빨개질 때까지 비틀었다. 앙! 앙! 엄청나게 야한 신음 소릴 내며 간간이 맛있어! 자지 맛있어! 라고 노골적으로 소리쳤다. 원래 성벽이 이런 걸까. 어찌 됐건 그걸 보고 듣는 내내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지경이었다.

“흐앗! 앗! 또, 싸요! 또!”

“싸 줘! 내 안에! 음란한 구멍에 좆물을 먹여 줘!”

앞쪽을 만지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신기할 정도로 정액을 줄줄 흘려 댔다. 덕분에 내 배는 생전 받아 볼 일 없는 남자의 정액으로 젖어 버린 지 오래였다.

그 뒤로 이어진 행위에 살짝 지친다- 라고 생각했을 때 아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위로 쓰러졌다. 마른 어깨가 너무 심하게 요동치길래 발작이라도 하는 줄 알았더니, 곧 숨을 가다듬은 아저씨가 내 위에 뿌려진 자신의 정액을 모조리 핥아서 삼켰다.

허…. 눈 앞에 펼쳐진 한편의 야동에 할 말을 잃었다. 개, 개꼴려…. 안쪽에 들어 있는 내 성기가 다시 힘을 주는 것을 느꼈는지 아저씨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어린 새끼가 체력만 좋아서는…. 미안하지만 난 이제 힘들어서 안 돼.”

그러더니 반쯤 고개를 들고 있던 나를 도로 눕혔다.

“핥아.”

“어딜요?”

아저씨는 내 물음에 답도 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 둥근 엉덩이가 얼굴을 향해 내려왔다. 엇!! 하는 순간 입 앞에 새빨간 항문이 멈춰섰다. 으웩! 고개를 돌리며 질색을 하자 아저씨가 가볍게 내 뺨을 내려쳤다.

“야. 핥으라고.”

아까 맞았던 곳과 매우 근접한 곳을 때렸기에 욱신거리며 머리 전체가 울렸다. 잊고 있던 고통에 울컥하며 눈물이 찔끔 흘렀다. 눈을 꾹 감고 혀를 내밀어 대충 핥는 시늉을 했다. 혀 끝에 물컹거리는 살이 닿았다…. 비리게 느껴지는 살 냄새와 내 것이 분명한 정액이 너무 역겨워서… 당장이라도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우욱!

몸을 일으킨 아저씨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담배를 주워 입에 물었다. 그걸 뒤지는 사이 엎드린 구멍에서 내가 싸지른 정액이 꿀럭거리며 흘러나왔다. 앗, 이놈이 또…. 벌떡거리며 반응하는 성기를 숨기듯 손으로 가리자, 아저씨가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내밀었다.

“자 20만 원.”

“…20만 원이요?”

100만 원 준다 했는데….

“넌 목석처럼 가만히 누워 있었는데 그 돈을 다 받으려고?”

“아….”

“가 봐.”

“…가, 감사합니다.”

아저씨의 허락이 떨어지자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일어나, 화장실 앞에 던져 뒀던 옷을 걸쳤다. 제대로 입지도 못했지만 도망치듯 현관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손엔 여전히 빳빳한 지폐가 쥐어져 있었고, 뛸 때마다 맞은 곳이 징- 징- 울려 댔다. 그중에 제일 고통스러운 곳은 달릴 때마다 바지에 쓸리고 있는 발기된 곳이었다.

동정 상실. 아저씨. 원조교제. 폭행. 20만 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첫 섹스는 날아갈 듯 좋았지만… 너무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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