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46)

끼이익-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간만에 보는 불빛에 눈 안쪽이 지독하게 아려 왔다.

“반성했어요?”

놈…이었다. 열린 문 앞엔 붕대를 감고 있는 놈이 서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빌어먹을 낯짝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씨발….

“또 오줌 쌌어요? 기저귀라도 채우든가 해야지, 안 되겠… 으헉!”

코를 틀어막고 손을 흔드는 놈에게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내던졌다. 놈이 갑자기 덤벼든 나를 안으며 뒤로 넘어졌다. 덜컹! 뒤쪽에 있던 드라이기와 로션 몇 개가 함께 나뒹굴었다. 혹시라도 머리에 맞을까. 놈의 손이 다급하게 내 뒤통수를 감싸 안았다. 

“위험하잖아요! 또 다치면 어쩌려고!”

그대로 가만히 엎어져 있으니 놈이 침이 말라붙은 재갈을 풀어냈다. 드디어 풀린 입에 굳어서 잘 움직이지도 않는 혀를 애써 움직이며 말했다.

“…했어.”

“네?”

“흑, 잘…못, 했어, 흐어엉!”

어린애처럼 추하게 울음을 터트리며 놈의 품에 얼굴을 박았다. 그마저도 몸이 불편해 괴상한 자세로 움직여야 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정도로 정신이 섬세하지 못했다. 잠시 가만히 있던 놈이 피식- 웃으며 등을 다독이자 더 서럽고 억울해서 큰 소리로 울었다.

싫싫어. 무서워. 죽고 싶지 않아. 혼자 이렇게 죽어 가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혼자는 싫어! 살려 줘! 제발 꺼내 줘, 제발!

“내, 내가 잘못했어. 안 그럴게. 이제 안 그럴게.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흐윽, 네 말 잘 들을 테니까, 제발…!!”

몇 번이나 빌었는지 모른다. 꺼내 달라고, 살려 달라고. 놈을 사랑하지 못하더라도 현실에 순응하겠다고! 무서웠다. 혼자라는 것을 이렇게 절실히 느껴본 것도, 외로움에 공포를 느낀 것도 처음이었다. 처음이었기에 더 지독했다. 죽는 게 무서웠다. 아픈 것도 그랬다. 

그래. 난 겁쟁이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놈이 내게 말하는 사랑과 행복을 이해할 순 없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여기가 나의 현실이란 건-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놈이 놔줄 생각이 없는 이상, 난 놈의 품에 있어야만 했다.

“선유 씨….”

벅찬 얼굴이 울먹이듯 입술을 떨었다. 그리고 이내 활짝 웃으며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열심히 반성했나 봐요. 나 정말 기뻐요…. 사랑해요. 평생… 행복하게 해 줄게요. 사랑해요. 선유 씨.”

그 저주 같은 말이 끔찍하게 서러워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모순되게도 놈이 내민 손을 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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