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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 씨~ 나 왔어여~!”
평소보다 한참 늦은 퇴근에도 불구하고 놈은 마치 대낮인 듯 소리를 질렀다. 높은 목소리와 어눌한 발음에 눈썹을 찌푸렸다. 왜 저래…. 조심성 없는 발걸음이 한참이나 걸려 방문 앞에 도착하고, 벌컥! 문을 열고 가만히 서 있는데도 비틀비틀 놈의 몸이 흔들렸다. 헤헤-. 바보같이 웃으며 코트와 가방을 바닥에 내려 두더니, 침대로 다가와 쓰러지듯 누웠다.
“보고 싶었어여!”
느린 손으로 재갈을 풀어낸 놈이 아 예쁘다, 하고 중얼거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주 본 상태로 입을 열자 놈에게서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겨 왔다.
“늦게 와서 미안해여. 기다렸어여?”
“욱. 술 냄새!”
“앗.”
인상을 쓰고 고개를 돌리자 놈이 입을 틀어막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심해여? 나, 나 진짜 안 마시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는 자리라서…. 선유 씨도 알잖아여. 사회생활이라는 게…. 화내지 마요. 그래도 쪼금밖에 안 마셨어요. 한 병도 안 마셨는데… 진짠데….”
늘어지는 변명에도 표정 변화가 없자 금방 울상이 된 놈이 스스로 벌을 주려는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사실 저놈이 한 병을 마시든 두 병을 마시든 내 알 바가 아니었다.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놈이 늦게 온 탓에 해결하지 못한 생리현상이지.
정조대를 하고 있을 때는 놈이 오기 전까지 전혀 볼일을 볼 수가 없었다. 원래는 하는 날도 아니지만…. 전날 미친놈처럼 발정한 놈이 내 엉덩이를 내리치며 날뛴 탓에, 구멍 입구도 엉덩이도 잔뜩 부어오르고 말았다. 묘한 얼굴로 엉덩이를 살피던 놈이 정조대를 내밀었을 땐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왜, 약이나 로션 바르고 잘 스며들라고 톡톡 치잖아요! 여기도 똑같지 않을까요?”
거지 같은 발상! 동의하지 않아도 선택권 따윈 없었다. 안쪽과 엉덩이에 약을 잔뜩 바른 놈이 스며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작은 전동 딜도를 채운 채 정조대를 잠그고 출근했다.
오늘따라 물은 왜 그리 많이 마셨을까. 회식이 있는 줄 알았으면 좀 적게 마셨을 거 아냐. 놈의 출근 후 창밖으로 미약하게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올 때, 이미 그때부터 요의가 일고 있었다. 지잉-. 뱃속에서 아주 천천히 진동하는 기구는 내 인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시하고 잠들 수 있을 정도의 약한 진동이라 성욕을 보다는 요의를 더 크게 자극했다.
평소라면 오자마자 화장실부터 데려갔을 텐데, 취한 탓에 판단력을 잃었는지 놈은 계속 웅얼거리며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딜도라도 어떻게 좀…. 놈이 오고 조금 더 커진 배뇨감에 발끝을 살짝 꼬았다.
“야.”
“저 진짜 마시고 싶어서 마신 거 아니에여….”
“나 화장실….”
“억지로 마신 거란 말이에여.”
“시발.”
“화, 화내지 마요! 선유 씨!”
“아윽!”
작게 읊조린 욕에 놈이 화들짝 놀라며 내 손목을 힘껏 붙잡았다.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순간 너무 놀라서 소리까지 질러 버릴 정도였다. 아파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놈이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매달려 있던 손을 놓자 쓸데없이 커다란 손자국이 선명했다.
“야!”
“네?!”
“나 화장실 가고 싶….”
“네?”
“화장….”
“흠?”
“시발…. 쉬야… 싸게 해… 주세요.”
“아, 화장실 가고 싶어여?”
저 정신머리에 이건 꼭 챙겨 듣네. 아직도 입에 담기 수치스러운 단어였다. 하지만 도통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놈에게 소리치듯 말하자, 그제야 눈치챘다는 얼굴로 정조대의 버클을 풀기 시작했다.
정조대를 벗기는 내내 앞이 가물가물한지 느리게 눈이 껌뻑였다. 고개를 살짝 흔들며 정신을 다잡은 놈이 겨우 딜도를 빼냈다. 워낙 작은 것이라 뒤가 과하게 벌어지지도, 신경 쓰일 만큼 존재감이 강하지도 않았지만, 과하게 발라둔 약 때문에 미끈거리며 빠져나가는 느낌이 끔찍했다. 흐읏…! 종일 자극당한 입구가 마지막 진동에 부추김을 당했다.
아랫배가 팽팽했다. 물론 다른 게 아니라 소변 때문에. 놈을 재촉하듯 쳐다봤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놈은 부어오른 환부를 꼼꼼히 살피며 두서없이 말을 쏟아냈다.
“다음부턴 꼭 선유 씨 허락받고 다닐게여. 선유 씨가 가지 말라고 하면 절대 안 갈 테니까…. 엉덩이는 많이 나았네여. 구멍은 아직 살짝 부어 있긴 한데, 그래도 맛있어 보여요. 괜찮아요.”
“…화장실 가고 싶다니까!!”
“떽! 예의 없게 밤에 소리를 지르면 어떡해여!”
“앗!”
참지 못하고 빽! 소리를 지르자 놈도 따라 큰소리를 내며 살펴보던 엉덩이 위를 가볍게 내리쳤다. 아프다고 약까지 발라놓고 거길 때리냐! 원망스레 놈을 노려봤다. 아무래도 술 때문에 행동이 좀 과격해진 듯했다. 시선을 마주한 놈이 나를 따라 미간을 살짝 좁히며 붉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큰 손으로 꽉 쥐었다.
“아파! 놔!”
“선유 씨가 못된 짓 했잖아여. 어른이면서 이웃집에 실례인 줄도 몰라요?”
“손 안 놔?! 아프다니까!”
“엄살쟁이…. 맨날 아프데. 진짜 아픈 건 이런 거죠.”
갑자기 몸을 일으킨 놈이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버클 사이로 성기만 잡아 빼내고 내 위로 엎드리는 꼴이 불안해서 옆으로 몸을 굴렸다. 하지만 빠르게 골반을 붙잡은 놈이 아픈 엉덩이를 사정없이 잡아 벌리며 강제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아아악! 이 개새…!!”
전희도 준비도 없던 구멍이 전에 없던 쓰라림을 동반하며 무자비하게 벌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놈의 것이 완전히 서지 않았다는 것과 잔뜩 발라져 있던 약이 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3일에 한 번이라며 개자식아! 비명을 지르자 내 뒷머리를 움켜쥔 놈이 쉿, 하고 경고하며 그 손을 그대로 시트에 처박았다.
놀람 반, 두려움 반.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대했던 적이 없었기에 갑자기 공포가 엄습했다. 새삼… 놈이 두려웠다. 매번 멍청하게 굴고 다정한 척해도 결국엔 미친 강간범이었다. 잠시나마 놈을 경계하지 않았던 내가 한심했다. 은연중에 이 좆같은 상황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던 걸까?
“아악, 아프… 악!”
“이게 진짜 아픈 거예요. 알겠어여?”
“으, 흐윽! 아!”
따끔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쓰라린 것 같기도 하고. 이 집에 오고 처음 겪는 낯선 통증에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뒤가 찢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의 손엔 부어오른 내 엉덩이가 한 움큼 쥐어져 있었고, 아직 반박에 들어오지 않은 성기는 쉬지 않고 안쪽을 파고들었다.
“왠지 평소보다 더 조이네…. 나 이제 다른 구멍엔 넣지도 못할 거 같아여. 선유 씨 구멍이 좀 맛있어야죠.”
술에 취해 어눌한 발음으로도 상스러운 단어를 숨 쉬듯 내뱉었다. 놔! 시발, 놔! 뒷머리를 잡은 손을 뿌리치려 고갯짓을 했지만, 더 세게 힘을 주는 통에 끼기긱-거리는 스프링 소리가 귀를 울렸다. 아파…! 순식간에 엉덩이 살 위로 차가운 바지 지퍼가 느껴졌다.
“씨바, 이… 으아악!”
“헉! 헉! 하아!”
콱! 콱! 정말 제 성욕만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 놈의 성기가 드나들 때마다 따끔따끔 피부가 아려 왔다. 화끈거리는 통증에 시트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꼭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문지르는 것 같았다. 겉 피부가 다치는 것보다 훨씬, 훨씬 더 고통스러웠다.
“아악! 아- 읍!”
“쉬잇, 시끄럽다니까여.”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움직임에 몸부림을 치자 놈이 이불을 움켜쥐고 내 입을 틀어막았다. 우웁! 팔다리가 놈을 밀어내려 허우적거릴 때마다 구속구가 잘그락대며 나 대신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완전히 위로 올라탄 놈이 내 몸을 침대 위로 거세게 내리눌렀다. 허리를 처박을 때마다 강해지는 무게와 압박감에 숨 쉬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놈의 원래 본성은 이랬던 걸까. 술주정인지 뭔지 할 수는 없었지만, 어찌됐건 이건 내가 놈에게 당한 짓 중 당연 최악이었다. 놈이 내게 했던 모든 행위가 강간이었지만, 지금의 놈은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좆같은 현실에서 그나마 안도할 점이 그것뿐이었는데. 무서워….
배고픈 개마냥 어깨를 잘근잘근 깨물던 놈이 내 허리를 안은 채로 몸을 돌려 옆으로 누웠다. 확 트인 숨통에 숨을 크게 들이켬과 동시에 놈이 내 성기를 콱 붙잡았다.
“허억!”
“아프다면서 좆을 빳빳하게 세우는 건 뭐예여? 변태.”
“아으, 싫…! 씨발!”
욕이 절로 나왔다. 놈에게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욕이었다. 은연중에 현실을 체념하고 있던 건 머리뿐이 아니라 몸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습관적으로 발기했다. 이것도 놈이 의도한 것일까? 어느새 전립선으로 받는 쾌감에 길들어 버린 것 같았다. 음란하다 비웃는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반에는 놈이 노력을 해도 설까 말까 했던 적도 있었다. 근데 이젠 완전히 훈련받은 개처럼 반응을 보이는 몸뚱이가 너무나도 소름 끼쳤다. 게다가 소변도 오래 참았기에 생리적인 발기까지 더해져서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 심하게 힘이 들어간 상태였다. 이 꼴을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둘 중 누가 더 변태로 보일까.
사정시킬 듯 살 기둥을 매만지던 놈이 손을 내려 고환을 쥐고 주물렀다. 뿌리가 당겨지는 느낌에 겁을 먹고 허리를 숙이자, 놈이 박아 대던 성기를 한껏 뽑아낸 뒤 거칠게 쳐올렸다. 흐앗! 정확히 전립선을 노리고 찌른 움직임에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허리를 안고 있는 놈의 소매를 꼬집듯 붙잡았다.
“아! 안 돼!”
방광이 꾹 눌리며 참고 있던 소변이 조금 뿜어져 나왔다. 투둑-. 정액이 조금 섞여 탁한 색의 액체가 바닥에 뿌려졌다. 그걸 눈치채지 못한 놈이 또다시 허리를 튕겨 올린다.
“머, 멈춰. 못 참겠…!”
“허억! 헉!”
놈이 허리를 끝까지 박아 넣음과 동시에 노란 물줄기가 침대와 바닥을 적시며 포물선을 그렸다. 참으려 했지만 이미 터진 오줌보를 멈추기란 쉽지 않았다. 뒤늦게 시트가 젖어 가는 걸 느낀 놈이 어? 하고 몸을 일으키며 내 성기를 움켜쥐었다.
놈이 움직이는 바람에 흔들리던 오줌 줄기가 내 위로 쏟아졌다. 뜨겁고 지린내 나는 액체가 흘러내리며 배가 완전히 젖어 버렸다. 아윽! 소변을 멈추게 하려는지 놈이 더 세게 내 성기를 비틀었다. 거기마저 아파 몸을 꽉 조이자 속절없이 흘러나오던 소변이 반강제적으로 멈췄다.
“…실금?”
“흑… 시바알….”
벌써 2번째 침대를 적시는 소변이 수치스럽고, 이 상황이 마냥 억울해서 눈물이 터져 버렸다. 시발… 시발! 이게 뭐야!
“선유 씨이…. 마려우면 마렵다고 말을 해야죠.”
“계속 말했잖아! 개새끼야! 시발, 이게 뭐야. 흐읍….”
양 손목으로 눈을 가리고 서럽게 울었다. 30살이나 먹고 벌써 2번째 이불에 지리다니. 심지어 이번엔 바닥이고 뭐고 다 난리가 났다. 이게 다 저 새끼 때문이잖아! 이 와중에 허리를 살짝살짝 움직이고 있는 놈이 정말 진절머리나게 싫었다. 엉덩이도 아프고, 무섭고, 쪽팔리고. 술을 처마신 건 이 새낀데, 감정 제어는 맨정신인 내가 더 못하고 있었다.
“…아직 덜 쌌져?”
“흐엉, 시발 닥쳐!!”
놈이 울지 마여, 하고 속삭이며 나를 무릎 위로 안아 들었다. 제 옷으로 소변이 다 젖어 들어가고 있는데도 놈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 한가운데 앉아 나를 보듬었다. 무서울 정도로 거칠던 놈이 평소로 돌아와 바보 같은 얼굴로 방긋 웃으며 내 등을 쓸어내렸다.
“울지 마요. 화장실 가게 해 줄게요. 응?”
그 말을 싸기 전에 해 줬어야지 씹새끼야! 놈이 그 상태로 무릎 아래 손을 넣어 나를 번쩍 안아 올렸다. 철벅철벅. 젖은 양말로 화장실까지 걸어가 변기 앞에 나를 내려놓은 놈이 자연스레 내 다리를 벌려 세웠다.
“오줌 쌌다고 울기나 하고…. 귀여워.”
“닥치라고!”
“하도 많이 지려서 남은 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편하게 볼일 봐여.”
뒤로 방안을 힐끔거린 놈이 내 어깨에 입을 맞추며 변기 뚜껑을 열었다. 중간에 싸다 끊었기에 변기를 보자 참고 있던 배뇨감이 폭발했다. 수치심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생리현상을 이기지 못하고 발기된 성기를 변기 안으로 조준했다. 쪼르륵-, 그런데 물을 뺌과 동시에 내 허리를 안고 있던 놈이 갑자기 엉덩이를 움켜쥐며 삽입했다.
“흣!”
뒤에서 덮친 탓에 중심이 무너졌다. 뒤가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넘어질 것 같단 생각에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앞에 있던 거울을 짚었다. 덕분에 소변이 사방으로 튀며 변기고 바닥이고 노란 방울이 낭자했다. 고약한 지린내가 훅 올라와 후각을 찌르자 그 수치심이 배로 증폭했다.
“아팟! 그만, 아악!”
“핫, 헉- 흐, 흣! 선유 씨이.”
거울을 짚고 있는 손이 점점 아래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자기 사정만 급하다는 양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어 대는 놈 때문에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아프고 서럽고 억울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결국은 거울 밖까지 미끄러져, 엉엉 울면서 냄새나는 변기를 짚고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골반을 틀어쥔 놈이 퍽! 퍽! 소리가 나게 성기를 처박으며 낄낄댔다. 놈이 무서웠다.
“진짜 변태 같아. 쑤셔 주는 게 좋다고 사방으로 실금이나 하고. 세상에 이만큼 음란한 변태가 몇이나 있을 거 같아여? 하핫!”
“아냐, 앗! 아니… 흐읏! 악!”
“아니긴 뭐가. 이게 변태가 아니고 뭐예여.”
축축한 손이 내 턱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강제로 마주하게 된 거울 속엔… 눈물과 오줌으로 한껏 젖은 외설적인 남자가 서 있었다. 아프다면서도 구멍 안을 놈의 양물로 가득 채우고, 놈이 움직이는 대로 흔들리는 성기 끝엔 번들거리는 쿠퍼액과 소변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여러 감정이 뒤섞여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내가 봐도… 지독하게 음란했다.
놈과 나, 둘 중 누가 더 변태로 보이냐고? 계속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이젠 슬슬 자신이 없어지고 있었다. 거울 속 나는 내가 아니었다. 저건 놈의 말대로, 그저 변태로 보이는 남자였다. 평범하고 불쌍하던 이선유가 아닌, 놈의 선유 씨였다.
냄새가 난다며 내게 물을 끼얹은 놈이 다시 지린내가 진동하는 시트로 나를 끌고 갔다. 침대 상황을 완전히 잊고 있는걸 보면 여전히 술에 취해 있는 게 분명했다. 쓰라린 구멍에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놈은 더 거칠게 박아 대며 다시 내 얼굴을 시트로 눌렀을 뿐이다. 알겠어여? 이게 진짜 아픈 거예여.
그렇게 좋을 대로 2번이나 싸지른 놈이 갑자기 방전된 기계처럼 내 위로 쓰러졌다. 뭐…야? 쌕쌕거리는 숨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놈은 완전히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이렇게 갑자기…? 뜬금없이 쓰러진 무거운 몸을 밀어냈다.
“흑… 씨발 새끼….”
세상 평온해 보이는 그 낯짝을 보자 어이가 없어서 잠시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다.
여전히 하체는 맞물려 있었고, 놈의 양손이 내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놈의 품을 벗어나려 몸을 움직이자 놈이 “으응….” 하고 잠꼬대를 하며 오히려 더 세게 허리를 안아 왔다. 아플 정도로 힘을 주며 하반신을 문지르는 놈 때문에 기겁하며 팔꿈치로 놈의 옆구리를 찌르듯 내리쳤다.
“놔! 비켜, 개새끼야!”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는 와중에도 놈의 힘이 더 강해지는 게 어이가 없다. 이 새끼, 안 자는 거 아니야?! 하지만 점점 커지는 코골이에 의심은 불필요했다. 잠이 들었다기보단 술기운에 쓰러진 것 같았다.
마구잡이로 화를 내다 기력이 딸려 헉헉거리며 늘어졌다. 시발,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잠이 처오냐! 하다못해 제 좆 정도는 어떻게 해 줘야 할 것 아니야! 어떻게 오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이 짓을…! 어…?
문뜩 한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기회. 이건 기회였다. 그래. 놈은 오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이 짓을 했어. 퇴근할 때 입고 있던 옷 그대로라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방문 앞엔 놈이 두고 들어온 코트와 가방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가방 안에서 불이 깜빡이는 걸 보니 핸드폰이 그 안에 들어 있는 듯했다. 사슬 길이 때문에 가방을 가져올 순 없겠지만, 혹시나 운이 좋다면 놈의 바지 주머니에서 뭘 좀 건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열쇠고리로 달린 멀티툴이나… 하다못해 뾰족한 무언가라도 있다면! 어쩌면 놈이 곯아떨어진 틈에 이 빌어먹을 구속구를 끊고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놈을 흔들었다. 하지만 술기운에 정신을 놓은 놈은 일어날 기미가 전혀 없었다. 귀찮게 굴지 말라는 듯 내 어깨에 고갤 파묻으며 허리를 꽉 껴안았다. 일단 안심이다.
움직일 때마다 지린내가 진동했지만, 개의치 않고 놈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기묘하게 자세를 비틀며 앞주머니는 물론 뒷주머니까지 뒤졌다. 제발, 제발 뭐라도 나와라!
“시발, 이 미친 새끼!”
그런데 어떻게 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콘돔밖에 없지? 시발, 콘돔은 쓰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거야!
놈은 술기운에도 주머니를 싹 비울 만큼 치밀했다. 정확히는 콘돔 빼고 싹 비웠지. 문 앞에서 가방을 들고 한참을 부스럭거린다 했더니, 물건을 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좋은 찬스가 왔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게 통탄스러웠다. 그렇다면… 차라리 놈의 목을 졸라서….
“으으응, 움직이지 마….”
“아악!”
놈이 허리를 끊어 버리겠단 듯 세게 조르며 내 몸 위로 제 체중을 실었다. 배가 졸림과 동시에 놈의 것을 물고 있는 구멍 안쪽이 화끈거려 놈의 손등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다리 구속구 사이로 놈의 발이 들어와 얽혔다. 잘그락. 무의식중에도 내가 도망칠까 두려운 걸까. 사슬을 두어번 감고 나서야 안심이 됐는지 움직임을 멈춘 놈이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술 냄새와 지린내가 진동하는 와중에 놈에게 붙잡혀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놈의 것이라도 빼내 보려 했지만, 아래를 움직일 때마다 반사적으로 밀착해 오는 놈 때문에 그조차 엄두도 못 냈다. 잠꼬대일까, 간혹 놈이 허리를 흔들 때는 얼마나 기겁을 했는지 모른다.
시발… 탈출은 개뿔. 품도 못 벗어나는데 무슨…. 패배감이 짙었다. 이 상태로 뭘 어쩌겠어. 뜬눈으로 놈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누워 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눈이라도 붙일까 했지만… 가능하겠냐고.
몇 시간 후, 놈이 내 뒷머리에 이마를 비비며 정신을 차렸다. 끙끙 앓는 소릴 내며 눈을 뜬 놈이 아직 몽롱한 목소리로 물었다.
“꿈인가? 왜 선유 씨 구멍에 내 자지가 꽂혀 있지? 최고다….”
놈은 잠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웅얼거리다가, 곧 또 다른 의문을 품었다.
“꿈이라고 하기엔 속이 너무 아픈데… 우욱, 근데 웬 냄새가…. 악! 선유 씨!”
“시발….”
정신을 차린 놈이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귓전에다 비명을 지르는 놈 때문에 인상을 팍 구겼다. 밤새 꽂혀 있던 성기가 쑥 빠져나가고, 허둥대던 놈이 침대 아래로 쿵- 소리가 나게 떨어졌다.
안쪽에 고여 있던 정액과 흐물거리는 약이 꿀럭 거리며 밖으로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잠이 부족해 그대로 엎어져 누워 있자 안절부절 다가온 놈이 급하게 구멍부터 살폈다.
“미쳤어…. 내가 미쳤었나 봐요. 진짜 미안해요! 다 술 때문이야…. 어떡해, 엄청 부었… 근데 되게 야하다. 구멍이 활짝 열려 있어요. 안에서 하얀 게 줄줄….”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설마. 하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놈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엉덩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손도 들어갈 거 같다.”
“죽여 버릴 거야.”
시발 이 새끼가 일어나자마자…. 밤새 시달렸던 설움에 진심으로 으르렁거리자 놈이 손을 흔들며 농담이에요! 울지 마요! 안 할 거예요! 하고 소리쳤다. 하지만 여전히 그 시선의 끝이 엉덩이를 향해 있기에, 눅눅하고 더러운 이불을 당겨 몸을 가리고 웅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