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5화 (21/46)

축축한 무언가가 발가락 사이를 스쳐 갔다. 잠이 덜 깨 만사가 귀찮았기에 그게 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대충 몸을 틀어 발을 이불 속으로 숨겼다. 포근하고 따스한 이불에 몸을 말자 순식간에 다시 잠이 몰려온다. 하지만 이불이 다시 들춰지며 엄지발가락을 할짝- 하고 핥는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할짝? 덮쳐오던 수마가 순식간에 도망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들자 침대 밑에서 놈이 내 발을 손으로 받든 채… 핥고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움직이는 오른손에 알고 싶지 않아도 놈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으… 으아악! 시발!”

“선유 씨, 으응- 선유 씨. 하아….”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이름을 부르며 허리를 들썩거렸다. 기겁하며 놈의 손아귀에서 발을 빼내자 놈은 대신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을 부여잡고 신음했다.

“아- 선유 씨 냄새, 흐읏, 하앗!”

시트에 코를 박고 마약중독자처럼 킁킁대던 놈이 쇳소리를 내며 파르르 몸을 떨었다. 수줍은 듯 고개를 든 놈의 눈은 성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몸을 숨기듯 이불을 끌어안았다.

“깼어요?”

“…….”

“꿈에 선유 씨가 나와서… 못 참고 그만.”

그만-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었지만, 상식이란 게 통하지 않는 놈이었다. 헤실거리는 놈의 오른손은 여전히 징그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선유 씨….”

꼬리를 잔뜩 늘어트린 놈의 목소리가 불길했다. 드로즈 사이로 당당하게 솟아 있는 성기가 흉측하다 못해 흉물스러웠다. 놈이 그 끝을 손 전체로 매만지며 슬금슬금 침대로 기어 올라왔다.

“있잖아요.”

“싫어.”

“아직 아무 말 안 했는데….”

“그냥 싫어. 안 꺼져?!”

“아야.”

은근슬쩍 이불을 걷으며 허벅지를 매만지는 놈의 손을 찰싹! 소리가 나게 내려쳤다. 놈은 우는 시늉을 하면서도 여전히! 오른손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찰싹찰싹 때리는 게 아팠는지 놈이 손목의 구속구를 붙잡으며 내 위로 올라탔다. 순식간에 놈의 성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 번만 빨아 줘요. 응?”

“끄즈….”

이를 꽉 깨물고 위협적으로 놈을 노려보자 놈이 눈꼬리를 접으며 애교를 부렸다.

“아이, 선유 씨. 한 번만…. 딱 한 발만 빼고 갈게요. 응? 제발.”

흉한 물건을 내 턱에 비비며 말했다. 으으읍!! 혐오감에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돌리자, 놈이 내 머리를 잡아 정면으로 고정했다. 턱을 문지르던 것이 아랫입술에 닿았다. 눅눅하고 냄새나는… 우욱. 계속해서 입술을 꾹꾹 누르며 그사이를 비집으려 했다. 그리고 결국 귀두 끝이 치아에 닿았을 때… 참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말았다.

“아악!! 선유 씨!!”

놈의 것을 물어뜯을 기세로 이를 세워 콱 깨물었다. 아쉽게도 놈이 빠르게 피하는 바람에 고자로 만들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위협이 됐던 듯 놈이 허둥지둥 침대를 벗어났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속옷 안으로 제 성기가 무사한지 몇 번이고 확인하는 꼴이 퍽 우스웠다.

“너무해요!”

“꺼져 변태 새끼야! 다음엔 진짜 물어뜯어 버릴 거야!”

별별 상황에 다 흥분하는 놈이었지만 이번엔 정말 놀란 듯, 그 징그러운 성기가 조금 풀이 죽어 있었다. 꼬시다, 새끼야!

혹시나 내 행동이 괘씸하다며 놈이 마음을 바꾸고 덮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놈이 그러지 않을 걸 알고 있었다. 놈이 내게 손을 대는 건 3일에 단 하루뿐이었다. 정확하게는 내 구멍에 손을 대는 건, 이라고 해야겠지.

그 빌어먹을 ‘첫날밤’ 이후, 과격하게 다뤄졌던 구멍이 잔뜩 부어올라 고생을 했었다. 조금 움직이기만 해도 깜짝 놀라며 신음하는 통에 놈도 안절부절. 결국엔 회사에 월차까지 내고 하루 종일 내 엉덩이만 들여다봤다. 그 뒤로 놈이 스스로 절충한 시간이 3일. 

결혼도 했으니 마음 같아선 매일매일 섹스하고 싶지만, 선유 씨가 워낙 여리니까… 내가 더 참을게요.

큰 결심을 한 듯 비장한 얼굴로 내게 한 말이다.

관계 후 2일은 내게 휴식을 주고, 3일째 되는 날 아침에 또다시 섹스를 위한 준비를 해두고 출근했다. 어쩌다 쉬는 날이라도 걸리면 옆에서 얼마나 애타는 눈으로 기웃거리는지.

‘여린’ 나를 걱정해 3일에 한 번으로 정했다 하지만, 몸을 섞을 때마다 발정 난 개처럼 사정없이 흔들어 대니 다음 날 상태가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건 놈은 그 2일만큼은 약 바를 때를 제외하곤 절대 내 구멍에 손을 대지 않았다. 나를 위해 주는 건지, 아님 3일 차에 거칠게 대하고 하고 싶어 일부러 절제하는 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놈이 언제 덮칠지 안다는 건 다행이면서도 날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놈이 혐오스러웠고, 몸을 섞는 건 더 끔찍했다. 겁에 질린 고양이가 털을 부풀리듯, 3일 날 하루를 제외하고는 늘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놈을 대했다. 어찌 보면 일종의 허세였다. 매일 네놈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과시하는 말도 안 되는 허세.

처음은 죄책감과 상실감에 울었다. 두 번째엔 사지를 묶어 두고 마구잡이로 박는 바람에 겁이 나서 울었다. 놈과 몸을 섞고 싶지 않아 과하게 반항한 결과였다. 그 와중에 놈이 흔드는 대로 흔들리며 질질 싸는 내가 너무 싫었다.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이라 자위했지만, 세 번째. 무의식중에 먼저 앞을 만지는 나를 발견하고 울었다.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줄은 몰랐다. 절대 내가 음란해서 그러는 것도, 좋아서 그러는 것도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자꾸 눈물이 났다. 딱 3번. 놈과 섹스했다. 횟수로 보자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나에겐 벌써 세 번이었다. 미칠 것 같았다. 온갖 부정적이고 나쁜 생각들이 머리를 집어삼켰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묶여서, 같은 남성에게 강간당하고, 누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정확하게 며칠이, 몇 시간이 지났는지 알지도 못한 채 이 작은 방안에만 있었다. 바깥에서 나를 찾고 있긴 하는 걸까? 나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건 아닐까? 어쩌면 이미 포기한 게 아닐까?

“선유 씨, 미워….”

“야, 처음으로 마음이 통했네, 나도 네가 존나 싫거든? 시발, 그러니까 풀어 달라고!!”

“그건 안 돼요….”

놈이 사타구니를 손에 쥐고 앉아서 훌쩍였다.

최근의 놈은 내 입에 제 흉한 물건을 물리고 싶어 안달이었다. 하루에 몇 번씩 습관적으로 제 성기를 들이밀며 애원했다. 다른 곳은 어떻게든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입만큼은 뜻대로 되질 않으니 더 애가 탄 모양이었다.

그날, 그래 그 좆같은 첫날밤. 놈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을 때도 있는 힘껏 깨물었었다. 잘리든 말든! 그리고 혀와 마찬가지로 몇 번이나 그 흉측한 물건을 물어뜯으려 하자 놈은 서러운 듯 입을 삐죽였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들이대는 걸 보면 끈기가 있다고 해야 할지…. 나한테 쏟는 그 병신 같은 열정을 제발 다른 곳에 투자했으면.

어느 날은 퇴근을 한 놈이 방으로 달려와서 손을 펼쳐 보였다.

“이거 봐요! 선유 씨!”

놈에 손엔 하얗고 각진 담뱃갑이 들려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에 조금 마음이 동한 건 사실이었다. 포장 비닐을 벗겨낸 놈이 어설프게 한 개비를 손가락 사이에 꽂아 들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나오는 빛나는 라이터. 시정이 한때 자랑했던 듀퐁이었다. 새삼 소름이 돋았다. 저것도 분명 내가 시정한테 “간지는 나네요.”라고 해서 저 새끼도 산 거겠지.

“피우고 싶죠?”

퐁! 청아한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 담배를 입에 물고 그 끝에 불을 가져다 댄 놈이 깊게 숨을 들이켰다.

“쓰으읍… 켁! 컥컥! 켁!!”

들이키는 것과 동시에 연기를 뿜으며 눈물이 날 때까지 기침을 해 댔다. 지랄이다. 진짜. 그러는 동안 타들어 간 담뱃재가 바닥으로 톡 떨어졌다.

“이런 걸 왜 피우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리던 놈이 도리질을 치며 내 앞으로 잇자국이 난 담배를 내밀었다.

“자.”

“…….”

“괜찮아요. 자.”

피워도 괜찮은 걸까. 이걸 빌미로 또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닐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담배의 심지가 짧아져 가자 나도 모르게 놈의 손으로 입을 가져갔다. 아…. 몸속 깊이 퍼지는 니코틴이 불안하던 신경을 조금이나마 안정시켰다. 그래도 오랜만에 피우니까 좀 쓰긴 하네. 입을 떼고 놈의 눈치를 봤다. 놈은 괜찮다며 계속 고개를 흔들었다.

딱 2모금. 짧았던 담배는 단 2번 만에 필터까지 타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침대 위에 놓인 담배를 힐끔거리자 놈이 서둘러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좋긴 한데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의심하는 동안 장대가 반이나 타들어 갔다. 얼른요! 재촉하듯 내밀어진 담배에 스스럼없이 입을 벌렸다.

“오랜만에 피우니까 좋죠?”

여전히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고 놈이 웃었다.

“있죠, 내 거 빨아 주면 하루에 한 개비씩….”

“퉤!!”

벌린 입이 담배를 무는 대신 침을 뱉었다. 정확하게 심지로 겨냥된 침에 작은 불씨가 치익… 힘없이 꺼졌다. 그럼 그렇지. 이 새끼가 아무 속셈 없이 이럴 리가 없지. 여태 담배 없이도 잘 지냈다. 굳이 저놈의 물건까지 빨면서까지 피우고 싶지 않았다. 침이 늘어지는 담배처럼 놈의 눈꼬리도 축 처졌다.

며칠이나 반복된 놈의 집착에 짜증이 극에 달했을 때, 4번째의 그 날이 돌아왔다.

속을 비워야 한다며 아침부터 밥도 물도 주지 않고 정조대와 함께 묶어 놨다. 그리고 아래쪽엔 망할 결혼반지인지 뭔지도 채워진 상태였다. 수리 후 사이즈가 늘어나 처음처럼 아프진 않았지만, 여전히 굴욕적인 용도의 물건이었다.

신이 난 얼굴로 퇴근한 놈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놈이 신날수록 내가 힘들단 걸 알기에, 오늘도 끔찍한 밤이 될 거란 걸 눈치챘다. 불안한 눈을 마주한 놈이 싱글벙글 웃으며 한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선유 씨, 선물 사 왔어요! 이게 뭘까요~?”

전혀 궁금하지 않건만 놈은 설레발을 치며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엔 조금 특이하게 생긴 짧은 스텐 파이프가 들어 있었다. 물건을 꺼내 들자 안쪽에 말려 있던 가죽끈이 길게도 딸려 나왔다. 어쩐지 마냥 모르는 물건은 아닌 거 같은데….

“특수 주문한 개구기예요! 이제 선유 씨랑 키스도 할 수 있고, 펠라도 받을 수 있어요!”

뭐 시발?! 놈이 또 AV에서나 보던 흉측한 도구를 가져와 내밀고 있었다. 도대체 저런 건 자꾸 어디서 구해 오는 거야! 변태 새끼들만 모인 소굴이 있나!

물고 있는 재갈을 빼내려는 놈을 피해 몸부림쳤다. 처음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이 붉은 공이 감사했다. 이를 꽉 깨물고 공을 뱉지 않으려 하자 놈은 어쩔 수 없다며 조근조근 타이르듯 말했다.

“위로 못 물면 뒷입이 물게 할 거예요. 저번엔 죽이었지만, 이번엔 다른 사람들을 불러서라도 진짜 정액 관장을 할지도 몰라요.”

치사한 새끼…. 다정한 속삭임에 순순히 물고 있던 공을 뱉어 냈다. 계속 고집을 부렸다면 다음엔 모르는 남자들까지 상대해야 할지도 몰랐다. 게다가 굳이 정액이 아니어도 뒤를 채워 굴욕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뭐든 할 놈이었다. 결국은 네가 원하는 대로 됐구나. 시발.

“옳지. 착해요.”

공을 빼낸 놈이 바로 번쩍거리는 스테인리스를 내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안 돼요. 선유 씨. 더 벌려야 해요. 시원찮은 입 크기에 놈의 손가락이 직접 내 치아를 잡아 벌렸다. 과하게 벌어지는 턱에 괴로워할 틈도 없이 치아 바로 아래 단단한 쇠가 닿았다. 물어뜯는 건 물론, 이를 세우는 것까지 완벽하게 차단하는 구조였다. 평소보다 배로 벌리고 있는 입이 어색해 목을 당기자, 피하는 줄 알았는지 놈이 급하게 양옆에 늘어진 가죽끈을 잡아당겼다. 윽! 볼이 세게 눌리며 벨트가 머리 뒤로 고정됐다.

망연자실 떨어뜨린 고개를 억센 손이 붙잡아 올렸다. 그리고 활짝 벌어진 입안으로 손가락이 들어와 어쩔 줄 모르는 혀를 가볍게 내리눌렀다. 문질. 그 위에 작게 원을 그리던 놈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부드러워요. 선유 씨 입속.”

두 개로 늘어난 손가락이 처음보다 깊숙하게 들어왔다. 혀 밑에 고인 침을 휘젓는 소리가 끈적했다. 이러다 목구멍까지 닿을 것만 같았다. 겁을 먹고 끙끙거리는 소릴 내자 놈이 손을 거두며 일어났다.

집에 온 지가 언젠데 놈이 뒤늦게 재킷과 넥타이를 벗어 던졌다. 평소라면 씻고 식사까지 한 뒤에 분위기를 잡았지만, 어지간히 급했는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이 지랄이었다.

“내려와요.”

놈의 손에 이끌려 침대 밑에 쭈그려 앉았다. 움찔. 바로 눈앞에 잔뜩 부푼 놈의 사타구니가 있었다. 빠르게 고개를 돌렸지만 결국은 놈의 것을 물게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놈이 허리를 숙이며 내 턱을 잡아 들었다.

“사랑해요. 선유 씨.”

시선을 마주하고 사랑을 속삭이며 얼굴을 들이댔다. 피하고 싶어도 양손으로 내 목을 세게 붙잡고 있는 통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입안으로 놈의 혀가 밀려들어 왔다. 눈을 질끈 감고 놈을 피해 안쪽으로 혀를 숨겼다. 하지만 피할수록 놈의 혀는 길어졌고 결국엔 쭙, 쭙 거리는 더러운 소릴 내며 내 혀를 빨아 댔다. 으윽! 혐오감에 이를 꽉 깨물어 봐도 기구에 제지당하며 나만 아플 뿐이었다. 

뾰족하게 선 혀끝이 입천장을 긁고 혀끼리 엉켜 지저분한 싸움을 시작했다.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 침이 주룩 흘러나왔다. 놈은 고개를 비틀며 그 침마저 핥아 올렸다. 그리고 다시 들어오는 혀…. 입안에서 벌레가 굴러다니는 것처럼 역겨웠지만 아무 반항도 할 수가 없었다.

“춥…, 우리 두 번째 키스에요. 선유 씨.”

놈이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입가를 핥았다.

“아직 안 씻어서 그런가. 침 냄새가 진하네요.”

냄새가 난다는 걸 지적당하자 얼굴에 열이 몰렸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몇 번을 들어도 냄새난다, 더럽다, 음란하다는 소리는 수치스럽기만 했다.

한 번 더 입안을 분탕질한 놈이 코에 입을 맞추며 일어났다. 놈의 사타구니는 아까보다 훨씬 더 부풀어 있었다. 능숙하게 벨트와 바지 단추를 풀고, 지이익- 지퍼까지 열리자 그 사이로 놈의 속옷이 보였다. 언제부터 이 상태였는지는 몰라도 이미 속옷 앞부분이 진하게 물들어 있다. 놈이 안으로 손을 넣어 검붉은 성기를 꺼내 들었다.

“나 너무 미워하지 마요. 그렇게 야하게 생긴 당신이 나빠.”

툭, 툭. 덜덜 떠는 얼굴 위로 성기가 떨어졌다.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며 긴장하는 게 재밌는지 몇 번이고 제 성기로 내 얼굴을 때렸다. 시발…. 미간을 잔뜩 구기고 놈을 노려보자 놈이 피식거리며 다리를 살짝 벌리고 섰다. 

놈이 왼손이 내 뒷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욱!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목구멍까지 밀려들어 온 성기에 구역질과 고통이 동시에 치밀었다.

“우욱!”

“당신 구멍만큼 뜨겁고… 부드러워요. 하…. 완전 좋아.”

그 상태로 허리를 돌려 볼 안쪽을 찔러 대던 놈이 다시 정면을 향해 허리를 움직였다. 버클이 얼굴을 때리고 입술에 지퍼가 스쳤다. 욱, 욱! 연신 목구멍을 찔러 대는 배려 없는 행위에 혀로 놈의 것을 밀어내려 애를 썼다.

“하아, 혀 움직이는 거 봐. 자지가 그렇게 맛있어요? 이렇게 잘 빨 거면서 왜 그렇게 튕겼어요.”

빨고 있다기보단 문지르는 행위에 훨씬 가까웠다. 하지만 놈은 내가 스스로 그러고 있다는 듯이 말하며 내 뒷머리에 손가락을 얽어 잡았다. 입안은 놈의 살로 가득 찼고, 콧속은 사내 특유의 살 향으로 가득했다. 토할 거 같아…. 욱. 비위도 상했을뿐더러 몇 번이고 세게 목젖을 찔러 대는 통에 울렁거리는 속을 참지 못하고, 결국 안에 있던 것을 게워 냈다.

“웨엑!”

굶은 탓에 쓰디쓴 위액만 찔끔 흘러나왔다. 하지만 구역질을 하는 와중에도 놈의 자위는 멈추지 않았기에, 시원하게 뱉어 내지도 못하고 컥컥거리며 몸을 떨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한 위액이 코까지 역류해 숨통을 막았다. 욱! 우욱! 코에서 뭔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컥! 억!”

“하아, 하아, 흐앗….”

숨 막혀!! 고통스레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놈을 올려다보자, 놈 역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폐가 조여 오는 괴로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커헉! 꺽! 켁, 켁!”

벌벌 떨리는 입에서 놈의 성기가 뽑혀 나왔다. 공기를 크게 들이쉬자 목이 아릴 정도로 심하게 사레가 걸렸다. 고개를 숙이자 입안에 고여 있던 침과 위액이 다리 위로 주르륵 쏟아져 나왔다. 턱 아래로 긴 실이 늘어지며 마지막 방울을 떨어트렸다.

“우는 것도 귀여워서 어떡하지.”

놈이 내 얼굴을 붙잡고 흐르는 침을 성기로 대충 훑어 냈… 아니, 놈의 냄새 나는 성기가 얼굴 전체를 구르며 그 액체들을 펴 발랐다. 흐읍…! 한참을 그렇게 놀던 놈이 다시 뒷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콱, 콱.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인상을 찡그리자 놈이 한숨을 쉬며 조언을 했다.

“아파요? 목구멍을 더 열어 봐요. 창녀들은 목구멍으로 막 조이기도 하고 그러던데…. 선유 씨는 끼가 있으니까 아마 금방 할 수 있을 거예요.”

창녀와 같은 취급을 하며 칭찬하듯 웃었다. 저 새끼는 내 목까지 구멍으로 쓰고 싶은 건가. 도대체 놈의 정의하는 사랑이 뭔가 싶다. 사랑한다는 사람한테 이런 취급을 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거든.

이를 너무 꽉 문 탓에 턱이 아파 왔다. 놈이 만족하기 전에 내 치아가 먼저 깨질 것 같았다. 단단한 기구는 아무리 힘껏 물어도 망가지기는커녕 구겨질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다. 입을 더 벌려서 기구를 빼내 보려 했지만, 이미 한계치까지 벌어져 있는 탓에 시도할수록 괴로울 뿐이었다.

우욱! 뒤통수를 사정없이 누르는 힘에 놈의 바짓자락을 움켜쥐었다. 싸, 싼다! 헉헉대며 개처럼 허리를 흔들던 놈이 금방 혀 위로 비린 정액을 쏟아냈다. 몇 번이나 숨이 막혀 헐떡이던 차에 입안으로 뜨거운 것이 쏟아지자 의지와 상관없이 일부가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꿀떡꿀떡 잘도 먹네요. 하여튼 정액이라면 좋아서 환장하지.”

웃으며 비아냥대는 소리에 제대로 된 반박 한 번 하지 못했다. 시발…. 그저 고개를 떨구고 입안에 남은 찌꺼기를 혀로 밀어냈다. 툭, 툭- 기구에서 떨어진 액체들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철그럭. 사슬이 잡아 당겨졌다. 셔츠까지 완전히 벗어 던진 놈이 구속구를 붙잡아 요령 좋게 몸을 뒤집었다. 어영부영 끌려가 침대에 몸을 걸치며 엉덩이를 내밀고 엎드렸다. 축축한 바닥 위로 무릎이 닿는 것과 동시에 벌어진 입에서 침과 정액이 흘러나와 시트를 적셨다. 이래서야… 누가 개인지 모르겠네.

정조대의 버클을 풀어낸 놈이 안쪽에 삼켜져 있던 작은 딜도를 뽑아냈다. 흠칫! 한나절 이상 안쪽을 채우고 있던 것이 빠져나가자 뒤쪽이 허전한 듯 살짝 벌어졌다. 스스로 그것이 느껴지기에 굴욕감과 수치심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귀여워라. 얼른 자지를 먹여 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네요. 하하. 윗입도 이만큼 솔직하면 좋은 텐데.”

놈이 내 성기에 여유 있게 끼워진 백색의 링을 습관적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난 늘 솔직하게 말했거든? 네가 죽일 만큼 싫다고.

달칵. 젤의 뚜껑이 열렸다. 뾰족한 주둥이를 구멍에 살짝 밀어 넣은 놈이 꾸욱- 하고 딸기 그림이 그려진 튜브를 눌렀다. 차가운 액이 꿀럭거리며 안으로 흐르는 게 느껴졌다. 윽. 엉덩이에 힘을 주자 어느 정도 안쪽을 채운 액이 밖으로 넘쳐 흘렀다. 묘한 딸기향이 풍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놈은 아직 부족한지, 손에 쥔 튜브를 더 세게 쥐어짰다.

“구멍이 질질 싸고 있어요. 엄청 야해….”

시각적으로 제대로 자극을 당한 듯 놈이 잠시 허리를 굽히며 신음했다. 결국, 젤 한 통을 다 쏟아 버린 놈이 내 골반을 잡으며 한쪽 다리를 굽혀 자리를 잡았다. 단단하고 뜨거운 살덩이가 구멍 주변에 작은 원을 그리며 문질러졌다. 그리고 꾹-, 천천히 삽입되는 성기 때문에 안쪽에 아슬아슬하게 담겨 있던 젤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미리 넓혀 뒀더라도 놈의 것은 역시 버거웠다. 미끈하고 질척거리는 느낌으로 뒤가 벌어지는 감각에 나도 모르게 아래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구속구가 놈의 손에 잡혀 있었기에 손을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진짜 미쳤구나, 이선유. 내가 뭘 하려 했는지 눈치챈 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자지를 못 만져서 어떡해요. 매번 앙앙거리면서 미친 듯이 주무르는 게 선유 씨 취미잖아요.”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며 놈이 안쓰러운 듯 물어왔다.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놈은 꾸준히 내게 말을 걸었다.

“아쉬우면 잘 조여 봐요. 잘하면 손은 풀어 줄게요.”

다행히 오늘은 놈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사용하진 않을 모양이었다. 뿌리 끝까지 들어왔던 성기가 아슬아슬할 때까지 빠져나왔다. 동시에 다시 깊게 들어오며 내장을 벌리는 느낌에 앓는 소릴 내며 미간을 구겼다. 찔걱-. 놈과 닿은 피부가 떨어질 때마다 젤이 음란하게 미끄러졌다.

매번 이 순간은 무섭고도 비참했다. 같은 남성에게 배설기관을 강간당한다는 것…. 더 끔찍한 건 강제로 당하는 발기에 익숙해져 가는 자신이었다. 절대, 절대로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 놈은 그걸 보고 내가 음란하다며 비웃었다.

서너 차례 전립선 부근을 노린 노골적인 움직임에 처져 있던 성기가 고개를 들었다. 툭. 놈이 몸을 흔들 때마다 함께 흔들거리며 귀두 끝이 침대 시트를 꾹꾹 눌러 댔다. 구멍 안쪽이 찌릿- 하며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자 허리를 튕기던 놈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크흣… 더 세게 조여 줘요. 더…. 이렇게 조여서 언제 자지를 만지려 그래요. 더 조여요.”

시킨다고 순순히 따르고 싶지 않았다. 조이면 또 조인다고 비웃을 게 뻔했다. 주먹을 꽉 쥐고 못 들은 척 고개를 숙이자, 기다리던 놈이 재촉하듯 손을 들어 올렸다.

찰싹!

시발! 들어 올린 손이 엉덩이 위로 떨어졌다. 흠칫! 따끔한 고통에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엉덩이를 때릴 거라곤 상상도 안 했는데! 놀란 근육이 반사적으로 조여들자 놈이 늘어지게 신음하며 숨을 내쉬었다. 하, 좋아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허리가 깊게 박혀 왔다. 

“으우!!”

“못써요. 또 헐렁거리잖아요. 방금은 잘 조여놓고….”

이렇게 빠듯한데 무슨! 하지만 또 찰싹! 때렸던 곳을 내리치며 구멍 안쪽이 잔뜩 문질러졌다. 헉, 헉. 놈의 신음이 짙어지며 다시 내리치는 마찰음에 몸을 떨었다. 

세게 때리는 건 아니었지만, 젤에 젖은 손이 피부에 감기며 따끔거리는 고통을 일게 했다. 게다가 같은 곳을 계속 때리는 통에 그 감각이 배로 짙어지고 있었다. 맞을 때마다 조이는 구멍에, 이후엔 고통으로 떨리는 몸…. 찰싹! 또 손이 떨어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반응하는 몸이 꽤나 놈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맞는 게 좋아요? 응?”

“흐으어! 아으!”

“큽…. 아- 끝내준다.”

싫어! 계속 같은 곳을 내리치는 탓에 오른쪽 엉덩이가 화끈거렸다. 안 봐도 부어올랐을 게 뻔했다. 놈이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또 같은 곳을 때리겠지. 미약하지만 끈질긴 고통을 피해 놈보다 먼저 몸을 비틀었다. 그래 봤자 놈의 것이 박혀 있었기에, 놈을 자극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흔드는 것보다, 큿…!”

“하으!”

짝! 짝! 훨씬 커진 소리가 규칙적으로 방을 가득 울렸다. 흠칫! 고개를 쳐들자 벌어진 입으로 타액이 튀어나왔다. 소리가 커질수록 아픔도 더 커졌고, 더불어 놈의 신음도 높아져 갔다. 퍽! 있는 힘껏 허리를 내리찍은 놈이 내 위에 올라타 덜덜 떨었다.

“하악! 서, 선유 씨! 너무 좋아! 어, 어떡하지…! 흣!”

“흐으윽!”

퍽! 퍽! 놈의 손이 거세게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아팟! 잔뜩 부어오른 곳이 손바닥에 짓눌리며 비명을 질렀다. 너무 아파 도망치고 싶어도 내 위에 완전히 엎드린 놈에게서 벗어 날 수가 없었다. 덫에 걸린 짐승이 된 것만 같았다. 발버둥 칠수록 올가미 같은 놈의 몸이 더 조여들었고, 상처처럼 꿰뚫린 구멍은 나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뒤에서 내밀어진 손이 내 머리를 붙잡았다. 옆으로 꺾인 고개에 놈이 덮치듯 혀를 섞었다. 안으로 말리는 혀를 쫓아 바싹 다가온 놈의 입술. 벌어진 입안에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격렬한 난투가 벌어졌다. 물론 승자는 정해져 있는 게임이었다. 감았던 눈을 뜨자 문득 시선이 창가에 닿았다. 작고 동그란 카메라. 이 모든 상황 역시 찍히고 있겠지.

하으윽! 허억, 허억! 놈의 거친 숨이 귀를 파고들었다. 귓불에 느껴지는 입김에 귓속까지 간지러울 지경이었다. 침대에 눌려 있던 골반이 들어 올려졌다. 그 밑으로 빈틈이 생기자, 어느새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던 손이 다리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손끝에 닿은 링은 이제 완전히 성기에 밀착해 있었다.

자괴감에 시트에 고개를 처박고 손을 흔들었다. 이럴수록 곤란하다는 건 알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허벅지가 조여들며 한껏 발기된 살덩이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었다. 흡! 시발…! 그 움직임에 놈이 내 몸을 힘껏 끌어안으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허억!! 숨이 막힐 정도로 강한 압박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절정이 침대 위로 쏟아졌다.

동시에 갑자기 굳은 놈이 내 골반을 틀어잡으며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놈의 콧대가 어깨뼈 위로 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하아…! 참던 숨을 내쉬며 놈이 경련하듯 작게 떨었다.

“선유 씨…!”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순수하게 조임만으로 놈이 내 뱃속에 정액을 싸지르고 있었다. 하악, 하악! 거친 소리와 함께 남은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낸 놈의 성기가 구멍 밖으로 빠져나갔다. 주륵-. 마개가 빠진 구멍에서 허벅지 위로 놈의 정액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미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데, 놈은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굴리자 바지마저 벗어 던진 놈이 다시 내 뒤를 훑고 있었다. 엉덩이 사이에 고정되는 시선에 체념하며 시트에 얼굴을 묻었다.

관계가 완전히 끝났을 땐 2시간이 지난 뒤였다. 놈의 손목시계를 훔쳐본 덕에 알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밤새 하고 싶지만, 선유 씨가 너무 힘들어 보이니까 오늘은 이걸로 만족할게요. 거참 고맙기도 해라. 푹 젖은 채 널브러져 있으니 놈이 드디어 입에 물고 있던 재갈을 벗겨 줬다. 너무 오래 벌리고 있던 탓에 얼얼한 감각도 느껴지질 않았다.

“오늘… 너무 좋았어요.”

침인지 정액인지 모를 액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놈이 속삭였다. 흐린 눈앞으로 놈의 얼굴이 서서히 다가왔다. 얼굴 위로 내리는 그림자가 진해지고, 놈의 입술과 내 입술이 포개지며…

“으악!”

딱! 소리가 날 정도로 힘껏 닫히는 턱에 놈이 기겁하며 침대 아래로 굴렀다.

“너무해요! 한 번을 안 받아 줘… 고집불통!”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시발. 놈을 위한 안전장치마저 빠진 마당에, 아무리 힘이 없어도 이것까지 내버려 둘 순 없지.

씻으러 가자는 말에 평소처럼 놈에게 안겨 욕조까지 옮겨졌다. 따뜻한 물이 욕조를 채우자 가뜩이나 피곤한 몸에 나른함까지 더해졌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묶인 손으로 세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놈이 등을 꾹꾹 밀었다. 뭐야?

“앞으로 좀 가 봐요. 나도 들어가게.”

“이 좁은 데 들어오겠다고?”

“네.”

놈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앉아도 겨우 다리를 뻗을까 말까 하는 사이즈의 욕조였다. 그런데 굳이 둘이 낑겨 앉겠다고?

“…그냥 내가 밖에서 씻을게.”

“왜요? 그냥 같이 앉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며 놈이 힘으로 나를 밀어 눌렀다. 가뜩이나 기력도 없던 차라 무릎을 한껏 굽히며 앞으로 찌그러졌다. 등 뒤로 놈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촤아아-. 욕조도 두 사람은 버거웠는지 담고 있던 물을 반이나 내뱉어 버렸다. 

허리 옆으로 놈의 다리가 뻗어 온다 싶었더니 놈이 내 가슴을 감싸며 뒤로 당겼다. 가뜩이나 좁은데 왜 이래! 의도찮게 놈에게 기댄 꼴이 못마땅해 앞으로 몸을 숙이려 하자, 놈은 손깍지까지 끼며 내 몸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엉덩이 뒤로 아직 뻣뻣하게 서 있는 막대기가 느껴졌다.

한참을 바시랑거리다 놈의 힘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 포기했다. 뜨거운 물 안에 있으니 머리까지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힘없이 처지는 몸에 놈이 내 고개를 눕혀 제 어깨에 기대게 했다. 놈의 얼굴과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쪽, 하고 목덜미로 입술이 내려앉았다. 하지 마. 내가 뭘 했다고…. 이번엔 어깨에 입술이 닿았다. 쪽, 그리고 앙. 애교스럽게 어깨를 무는 놈의 강냉이를 털고… 싶었지만, 얼굴을 밀어내는 게 나의 최선이었다.

놈에게 혹사당한 탓도 있지만, 근래에 체력이 떨어진 게 확실했다. 그럴 만도 하지. 이런 날 말고는 움직일 일이 거의 없는데. 하다못해 화장실까지 걸어간 적도 몇 번 없었다. 감금당하고 며칠이 지났는지는 몰라도 계속되는 비정상적인 생활에 몸이 점점 무기력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뭘 하든 이 새끼 마음대로 될 게 뻔하잖아. 오늘도 놈의 성욕 배출구로 이용당했는걸. 모르긴 몰라도 체력을 떠나 심리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을 개선할 방법 또한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이러다 나중엔 혼자 걷지도 못하는 거 아냐?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살짝 무서워졌다. 정말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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