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감금-4화 (20/46)

“선유 씨, 준비해야죠.”

“…안 입으면….”

“당연히 안 되죠!”

“하….”

“힘 빼요.”

젤을 잔뜩 발라도 여전히 뻐근한 이물감에, 기껏 다림질된 시트를 힘껏 구겼다. 힘 빼라니까요. 작은 딜도를 뒤로 밀어 넣는 놈의 얼굴은 매일 그렇듯 즐거워 보였다. 자, 이제 다리 들어요. 딜도를 삽입한 뒤 놈이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내 다리 사이에 끼워 넣고 있는 건… 놈이 특수주문한 정조대였다.

첫날밤이 어쩌고 하며 개소리를 한 며칠 뒤. 퇴근한 놈의 손엔 정조대 비슷한 물건이 들려 있었다. 단순히 정조대라 하기엔 단순한 듯 복잡하게 생겨서 비슷한 물건이라 칭할 수밖에 없었다. 안쪽엔 이리저리 연결된 게 많았는데, 간단하게 하자면 딜도가 빠지지 않게 고정시키는 용도의 물건이었다.

그날 이후로 화장실 가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속옷을 입듯 이걸 걸치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난생처음으로… 홀딱 벗고 있을 때보다 무언가를 걸치는 게 더 수치스러울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쪽 보면서 잘 놀고 있어요. 다녀올게요.”

화장실 문 위. 카메라 위치로 추정되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놈이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달칵. 스위치를 올리는 소리와 함께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벌써 며칠이나 반복하는 짓이지만 적응될 리도 없었고 되고 싶지도 않았다.

출근할 때. 그리고 자기 전에. 놈은 이 빌어먹을 물건을 들고 와서 실실 쪼개며 내 뒤를 틀어막았다. 2일 정도는 자그마한 딜도를 달아 두더니, 3일 차 되는 날부터 아주 약하게 진동하는 기구로 바꿔서 착용시키더라. 징- 징-. 미약하게 떨리는 물건은 자극을 주는 듯 안 주는 듯 희미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처음엔 오히려 놈이 산산 조각낸 물건처럼 진동이 강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시발…. 정말 처음에만. 시간이 갈수록 그 약한 자극이… 더 미치겠더라. 무시하기엔 뭔가가 계속 움직이고, 그렇다고 신경 쓰기엔 너무나 약하기만 했다. 이런 미묘한 자극이 놈이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이어졌다. 몸도 정신도 한껏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잘 때는 스위치를 꺼 두니 다행이지. 밤에도 이 상태라면 한숨도 못 잤을 거다.

그리고 날 예민하게 만드는 또 한 가지. 누가 봐도 이 짓이 그 빌어먹을 ‘첫날밤’을 준비하는 것만 같아서… 하루하루가 끔찍하게 느껴졌다. 결국은 놈이 나와 몸을 겹치길 원하고 있고, 언젠간 그렇게 될 거라는 게 죽을 만큼 역겨웠다.

가끔은 자고 일어나면 뒤에서 이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구멍을 꽉 조이면 분명 안에 무언가는 있는데…. 오랜 시간 장난감을 물고 있는 탓에 뒤쪽 근육이 과할 정도로 풀어져 있는 탓이었다. 차라리 아프기라도 했으면! 혹여나 놈의 것이 들어왔을 때 훈련받은 창부처럼 느끼게 될까 봐 두려웠다.

삑삑삑삑삑- 띠리리-

“다녀왔습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놈의 목소리가 문을 넘어 들어왔다. 뭘 잔뜩 사 온 건지 주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한참 들려왔다.

“선유 씨!”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놈이 내 곁에 무릎을 꿇어앉았다. 나 없는 동안 외롭지 않았어요? 오늘은 특히 더 보고 싶었어요-. 부자유한 손등에 얼굴을 비비는 놈에게서 묘한 장미향이 풍겼다. 향수보다는 좀 더 신선한 냄새? 생화 같다고 해야 할까. 

한참을 그렇게 비비적거리던 놈이 뒤늦게 채워 놓은 장난감을 확인했다. 스위치를 내리고 천천히 벗겨낸 정조대. 온종일 이물질을 물고 있던 구멍은 잔뜩 풀어져 안을 내보이고 있었다.

“언제 봐도 야하게 생겼단 말이에요. 선유 씨 구멍은.”

“으욱!”

재갈만 물고 있지 않았다면 욕을 해 줬을 텐데.

여전히 놈이 보는 앞에서 볼일을 봐야 했고, 놈의 정액이 끼얹어진 음식을 먹어야 했다. 오늘 저녁 반찬은 마늘이 잔뜩 올라간 장어구이. 보통은 비위가 상해서라도 덜 씹고 빨리 삼켜버리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놈이 과하게 흥분한 탓일까? 계속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식사를 일찍 끝내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저녁 메뉴 선정부터 노골적이잖아! 

꼬리는 구우면서 지가 홀랑 집어 먹고, 적당히 한입 크기로 자른 살을 자꾸만 내 밥 위에 얹어 놓았다. 숟가락 들기를 머뭇거리자 “먹기 싫으면 치울까요?” 하고 갸웃거리는 통에 허겁지겁 밥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간만에 잘 먹으니 좋네요. 좀 더 줄까요?”

“아니.”

“그럼 다 먹었어요?”

“아니!”

억지로 비운 밥 한 그릇에 배가 불러 무의식적으로 도리질을 쳐놓고, 그릇을 치우려 하자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큰소리에 놈 역시 당황한 듯 눈을 껌뻑거리며 말없이 그릇을 내 앞에 내려 뒀다.

“아… 아직 좀 남았잖아. 먹게 내버려 둬.”

깨작깨작. 먹기도 싫고 일어나기도 싫다. 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구실로 장어의 살을 쪼개고 쪼개 가며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아 시발, 왜 장어야. 장어를 다 으깬 후엔 이유 없이 마늘까지 뭉개려 하자 놈도 내 의도를 눈치챘다. 평소라면 음식으로 장난하지 말라며 잔소리를 할 법도 한데, 오늘따라 여유가 넘쳐 보였다. 실실 쪼개며 턱을 괴고 앉아 내 젓가락질을 구경하는 놈의 얼굴에선 일말의 재촉도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완전 죽이 돼 버린 음식을 가지고는 더는 시간을 끌 수가 없었다. 차마 젓가락이 손에서 안 떨어졌다. 어떡하지. 토할 것 같아. 불안한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놈은 허공을 짚고 있던 젓가락을 빼앗으며 해맑게 물었다.

“목욕할래요?”

질문을 해 놓고 대답은 듣지도 않는다. 애초에 놈은 식탁에 이렇게 오래 앉아 있을 계획도 아니었을 거다. 내 의견 따위는 중요치 않은 놈이 바로 나를 번쩍 안아 욕실로 옮겼다.

그런데… 화장실 문턱을 넘었을 땐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더라. 언제 준비한… 아니, 욕조 물에 뭘 넣은 건지 꽃 분홍빛이 선명했다. 게다가 은은한 향까지. 시발. 진짜 싫다.

안 들어가려는 나를 억지로 분홍색 물 안에 앉혀서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여기저기 닦고…. 평소랑 같은 것 같지만 역시나 평소와 달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젖꼭지가 탐스럽게 익었네, 어쩌네 하면서 샤워를 핑계로 한참을 괴롭혔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빈도가 반 이상 줄어 있었다. 안 그러던 놈이 얌전하니까 더 수상하고 불안하잖아.

“선유 씨, 자지 엄청 귀엽다….”

물론 줄었다뿐이지 안 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비교적’ 담백한 손길에 잔뜩 겁을 집어먹을 수밖에 없었다.

장어와 장미향과 분홍빛 물. 보통 이런 건 이벤트… 같은 거잖아. 100일이나 1주년이나 뭐 그런 거. 이벤트라…. 무엇을 위한 이벤트일까. 저놈이라면 충분히 “오늘이 선유 씨랑 동거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에요!” 하고 축제를 벌여도 놀랍지 않겠지만, 벌써 100일이나 됐을 리가 없다. 아무리 회피하려 해도 아찔한 생각이 머리를 벗어나질 않았다. 제발 첫날밤이라고는 하지 마….

“긴장돼요?”

“…….”

“나도 그래요.”

배시시. 놈이 수줍게 웃으며 굳어 버린 내 어깨를 문질렀다. 이놈과 내 긴장의 수준은 전혀 다를 것이다. 믿고 싶지 않아서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놈의 얼굴을 보고 확신을 했다. 씨발, 정말 오늘이라고?

“조금만 기다려요. 나도 금방 준비하고 올게요.”

“자, 잠깐!”

“네?”

“나 너무 피곤해서…. 그냥 바로 자고 싶은데….”

“피곤할 리가 없는데? 낮에 잠도 충분히 잤잖아요.”

빌어먹을 CCTV!

“그리고 성인 남자가 하루 정도 밤새운다고 안 죽어요. 오늘은 내가 선유 씨한테 줄 선물도 있으니까…. 헤헤. 조금만 기다려요.”

“아니… 야! 가지 마! 야!”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놈은 그렇게 날 혼자 두고 밖으로 나갔다. 평소에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 취급을 하더니 이럴 때만 성인 남자라고?! 아 젠장! 아까 식탁에서 젓가락으로 눈깔을 콱 찔러 버렸어야 했는데!

“…어쩌지.”

곧 놈과 섹스한다. 시발, 상상만으로도 욕지기가 치밀었다. 너무 끔찍하잖아. 왜 내가 남자랑…! 여태 저놈한테 싫은 짓은 많이 당했지만, 몸을 섞는 건 죽어도 또 죽을 만큼 싫었다. 차라리 죽을까? 여기서 처음 죽을 뻔했는데. 그때보다 물도 많이 있겠다. 얼굴 처박고 익사로 뒈져 버릴까?!

“아, 젠장.”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난 겁쟁이였으니까…. 그럼 이제 어쩌지? 놈을 위협하거나 도망칠 만한 방법을 찾아보려 해도 여기 있는 거라곤, 단단히 붙어 있는 변기와 욕조가 전부였다. 놈은 내 탈출 미수 이후, 본인이 없을 땐 아주 잠깐이라도 이용의 여지가 있는 물건과 나를 함께 두지 않았다. 하다못해 비누랑 화장실 신발까지 들고 나가니 말 다 했지.

몸을 담그고 있는 더운물이 전혀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지만, 몸속부터 퍼진 싸늘함이 금방 발끝까지 퍼져 나갔다. 오한이 든 것처럼 몸이 덜덜 떨렸다. 어떡하지. 무서워. 끔찍해. 역겨워…. 왜 내가 이런 걸 당해야 하는 거야.

억지로 잡아 벌린 구멍으로 놈의 성기가 들어온다. 역겨운 이물감에 발버둥을 치며 비명을 질러도 놈은 멈추지 않는다. 놈의 씨앗이 뱃속 가득 퍼지며 나를 오염 시키고. 퍽, 퍽. 내 허벅지에 그랬던 것처럼 더러운 살덩이의 끝이 보였다 사라진다.

우욱. 생각보다 더 리얼한 상상에 입을 틀어막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은 다 개소리다. 내가 저놈하고 즐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데, 이게 곧 내 현실이라니.

물속에서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제발 누가 나 좀 구해 줘. 이 거지 같은 곳에서 날 구해 달라고! 누구든 좋으니까 나를…! 신이 있다면 제발 도와주세요! 남은 인생을 다 바칠 테니까… 제발!

“선유 씨!”

벌컥! 문이 열리며 내 눈앞에 나타난 건 신도 뭣도 아니었다. 구원이 아닌 고통을 가지고 온 악마 새끼. 검고 더러운 손이 내 몸을 상냥하게 감싸 안았다.

“왜 이렇게 떨어요? 물이 식었나?”

놈이 손을 욕조 안에 담그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 방에서 씻고 온 모양인지 젖은 머리에서 물방울이 똑- 떨어졌다. 근데 씻고 온 놈이 셔츠는 왜 입고 있지. 바지도 잘 보니 평소에 출근할 때 입는 것보다 훨씬 좋은 정장 같은데.

수건으로 내 몸을 말린 뒤 놈이 나를 안아 들었다. 헤실거리는 멍청한 얼굴로 “기대해요.” 라고 하는데, 기대보단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뿐이다.

“짠!”

불 꺼진 방안에 침대 주위로 촛불이 가득했다. 작은 초 수십 개가 모여 은은한 불빛을 내보였고, 그리고 정점은 침대 위에 흩뿌려진 붉은 장미 잎. 놈한테서 생화 향이 난다 했더니 이걸 하려고 장미를 잔뜩 사 들고 온 모양이었다. 지랄도 참 정성으로 하네.

놈이 그 한가운데 살포시 나를 내려 뒀다.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장미가 짓이겨지며 강한 향을 뿜어냈다. 잠깐만 기다려요! 후다닥 방 밖으로 뛰쳐나간 놈이 순식간에 옷을 맞춰 입고 나타났다. 시발. 턱시도…. 진심이야?

여자친구가 이런 이벤트를 준비했다면 충분히 로맨틱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새끼는 내 여자친구도, 하다못해 애인도 아니다. 그저 미친 스토커에 납치범이지. 내겐 이 모든 게 그저 지옥같이 보일 뿐이었다. 일렁이는 촛불 그림자 속에서 붉은 장미 잎은 마치 타들어 가는 불꽃과도 같았다. 

“딴~ 딴따딴~ 딴~딴따딴~.”

“뭔 개 짓거리야.”

“우리 결혼식이에요. 식장까진 못 잡아서 미안해요. 어차피 남자끼린 공개적으로 못하니까… 이걸로 봐줘요.”

제정신 아닌 건 알았지만 결혼이라니! 결혼행진곡을 입으로 이어 부르며 놈은 새하얀 면사포를 꺼내 들었다. 기겁하며 몸을 물렸지만, 놈이 구속구를 세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도망칠 수 없었다. 철컹! 윽! 겨우 한 번의 당김으로 무력하게 놈의 앞으로 끌려왔다.

“시발 안 놔?!”

“당신이 내가 없는 동안 외롭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고민이 많았거든요. 우리 미래를 생각하면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근데 회사 유부남들이 그러는데 결혼하면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항상 같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무슨 개소리야!”

반항이 무색할 정도로 쉽게, 면사포는 내 머리 위로 얹어졌다. 부들거리는 레이스 너머로 놈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놈은 끊겼던 행진곡을 이어 부르고 있었다.

“아~ 내 신부 너무 예쁘다.” 

면사포 위에 입을 맞춘 놈이 침대 아래로 내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시발, 지금이라도 혀 깨물고 죽을까?

“흠! 서, 선유 씨.”

놈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왜. 네가 왜 떠는데. 왜! 지금 무서운 건 나란 말이야! 

“저랑… 결혼해 주세요.”

놈이 긴장한 얼굴로 턱시도 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뚜껑을 열어 내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그 안엔 반지라고 하기엔 많이 커 보이는 은빛의 링이 들어 있었다. 오히려 유아용 팔찌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수줍게 그걸 꺼내든 놈이 무릎으로 기어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저, 저리 가… 오지 마!”

“혼자 골라서 미안해요. 금으로 할까 했는데 선유 씨한테는 백금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이걸로 했어요.”

놈이 무식한 힘으로 내 발목을 잡아당겼다. 덕분이 몸이 장미 위로 미끄러지며 침대 위로 누워 버렸다. 놈을 걷어차려 했지만, 이것도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라고 이젠 능숙하게 다리부터 내리눌렀다.

“놔! 놓으… 악!”

한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주먹을 쥐고 양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놈이 꽉! 내 성기를 세게 부여잡았기 때문이다.

“앗, 아파요?”

개새끼! 같은 남자면서! 악 소리 다음은 나오지도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와중에도 놈이 손아귀 힘을 풀지 않고 있었으니까.

“소…손.”

손에 힘 좀 풀어 줘. 제발.

“손? 손으로 만지는 거 기분 좋아요?”

다 알아들었으면서 능청을 부리며 손을 움직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시트를 움켜쥐자 장미가 뭉개졌다. 아파! 그만해! 자위하듯 위아래로 손을 움직이던 놈이 링을 꺼내 쥐었다. 그리고…

“신랑은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 주세요.”

스스로 주례까지 자청한 놈이 손에 쥔 물건을 내 성기 위로 덧씌웠다. 아찔한 고통 속에 살 기둥의 가장 아랫부분까지 내려간 링이 조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반지야!

“가운데에 다이아를 박았어요. 좀 작긴 하지만, 그래도 결혼 링인데 보석이 없으면 선유 씨가 아쉬워할까 봐요. 예쁘죠? 나중엔 더 큰 다이아로 넣어 줄게요. 그리고 이건 내 거. 이렇게 두 개가 한 쌍이에요.”

놈이 제 것이라며 보인 건 왼손 약지에 끼워진 멀쩡한 반지였다. 커플링이라고 하기엔 그 모양이 전혀 달랐기에 쌍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고통 속에서 이게 한 쌍이란 걸 절실히 깨달았다.

링의 끝에 놈의 반지를 대고 돌리자 링이 점점 조여들기 시작했다. 아윽!! 살을 조여 오는 고통에 신음을 내질렀다. 링과 놈의 반지에 있는 홈이 맞물리며 작은 나사를 조였다 풀 수 있는 모양이었다.

“아파…!”

조금 당황한듯한 놈이 내 눈치를 보며 살짝 헐겁게 조임을 풀었다.

“좀 작게 만들었나? 아직 서지도 않았는데 아파요?”

안절부절 나사를 푸는 놈을 보자 아주 약간 기분이 나아졌다. 완벽하고 싶었을 텐데 그걸 조금이나마 망쳤다는 만족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래는 압박을 당하고 있었기에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다.

“내일 가서 조금 늘려 올게요. 오늘만 참아요.”

시무룩하던 얼굴도 잠시. 금방 제 페이스를 찾은 놈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신랑은… 맹세합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신부를 평생 사랑하고 지켜 주고 아껴 주겠습니다.”

내 성기를 붙잡고 맹세하는 놈은 더없이 진지한 모습이었다.

“신부는요?”

“당장 이거 풀어 병신새끼야!”

“긍정의 대답이네요.”

놈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면사포를 걷어 올렸다. 한 겹, 두 겹. 천천히 면사포가 넘어가고 겁에 질린 나와 놈이 서로를 마주했다. 놈은 약간의 미소를 띠고 속삭였다.

“신랑 신부의… 맹세의 키스가 있겠습니다.”

키스라는 단어가 뇌에 와 닿기도 전에 놈이 나를 덮쳐 눌렀다. 양손으로 내 얼굴을 부여잡은 놈의 혀가 입술을 비집고 들어왔다. 누군가의 혀가 이렇게 깊게 입안을 헤집은 적은 없었다. 목구멍까지 들어갈 기세로 밀어붙이며, 도망치는 내 혀를 쫓아 입안을 분탕질 쳤다. 예고 없는 침입에 놀란 본능이 방어기제를 발휘해 이를 꽉 다물었다. 콰직! 그리고

“아악!”

놈이 비명을 지르며 입을 틀어막았다. 나를 바라보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너무해….”

부정확한 발음으로 웅얼거리는 놈의 입가엔 아주 조금, 피가 묻어나고 있었다. 아, 좀 더 세게 깨물었어야 했는데.

“부끄러워서 그래요? 하긴 우리 둘이 한… 첫 키스니까.”

“씨발, 미친 새끼야!”

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쩌면 어두워서 촛불 때문에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상처가 크지 않은지, 입안에 손을 넣고 여기저기 꾹꾹 누르던 놈이 아픈 혀를 날름거리며 웃었다.

“반지도 주고 키스도 했고. 그럼… 이제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누구 맘대로?!”

놈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침대 위에 흐트러진 장미 잎을 다시 허공으로 뿌리며, 해맑게 결혼행진곡을 계속 불렀을 뿐이다.

“선유 씨. 나 정말 잘할게요. 사랑해요.”

“난 너 안 사랑해.”

“사랑하게 될 거예요.”

“남자랑 그러고 싶지 않거든?!”

“누가 남자랑 사랑하래요? 그러기만 해 봐. 가만 안 둬. 선유 씨는 나만 사랑해 주면 돼요.”

“시발! 네가 혐오스러워. 징그러워. 꼴 보기 싫다고! 당장 밑에 이거나 풀어!”

“결혼반지요? 안 돼요. 아직 메인 이벤트는 시작도 안 했는데.”

놈이 내 다리를 붙잡아 올렸다. 헉! 허리가 접히며 또다시 놈의 눈앞에 치부가 드러났다. 하체와 상체가 동시에 제압당하자, 이제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입밖에 없었다. 씨발! 근데 말이 통해야 대화지!

“놔! 하지 마! 하기만 해!”

“와, 구멍 오물거리는 거 봐. 겨우 며칠 동안 장난감을 물고 있던 것뿐인데…. 벌써 허전해요?”

“죽여 버릴 거야!”

“뻐끔뻐끔-. 재촉하지 마요. 이제 선유 씨가 구멍으로 먹어 봤던 것 중에 제일 좋은 게 들어갈 거니까.”

철컥, 찌이익-. 놈이 한 손으로 익숙하게 허리띠를 끄르고 바지를 벗어 내렸다. 그리고 한껏 달아오른 단단한 살덩이가 벌어진 엉덩이 사이를 가볍게 문질렀다. 오소소. 전신의 털이 다 거꾸로 서는 것 같았다.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놈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다.

“…하, 하지 마. 하기만 해. 당장 꺼져…! 제, 제발 하지 마…!”

“마지막으로 신랑과 신부의 첫날밤이 있겠습니다.”

잔뜩 움츠러든 구멍을 강제로 비집으며, 뜨겁고 묵직한 것이 밀려들어 왔다. 순간 깨달았다. 딜도와 성기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그 역겨움을 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는 생각보다 더, 더, 더 역겨웠다. 진짜 사람의 체온은 훨씬 더 뜨거웠고, 훨씬 더 이상했다.

“아악…! 이 개새…!”

“흣… 역시. 좀 뻑뻑하네요.”

너무 조이는 탓에 놈도 아픈지 미간을 좁혔다. 젤은 조금도 바르지 않았다. 하지만 놈이 여태 손을 써둔 탓에 뒤가 찢어질 정도로 아프진 않았다. 그저 살끼리 닿아 빠듯한 느낌으로 성기의 끝이 구멍을 넓혔다. 무겁게 뱃속이 열리는 기분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놈의 물건이라는 게 더 감정을 부추겼다. 꾸욱-. 놈의 물건이 더 깊게 파고들었다.

“하아…. 선유 씨의 처녀를 드디어….”

놈이 잔뜩 주름진 구멍 입구를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수줍게 말했다.

“처녀라고 해도, 지나치게 음란해서 아무도 믿지는 않겠지만.”

“시, 팔! 누굴 여자로… 아악! 시발, 빼! 빼라고!”

“남잔 거 알아요. 누가 뭐래요?”

놈이 허리를 꾹, 밀어붙였다. 놈의 성기는 보고 싶지 않아도 매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내 뒤로 들어오는 게 내가 보던 것과 같은 게 맞는 걸까? 과하게 크고 굵고 길… 시발. 끝인가 싶으면 놈이 허리를 문지르며 힘을 주는 탓에 안쪽이 더 깊어졌다. 조금씩 늘어난 구멍의 입구가 곧 찢어질 듯 팽팽하게 긴장을 내비치고 있었다.

“아, 안 돼…! 아파…!”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흣, 넣어 줄 테니까…. 엉덩이 좀 그만 흔들어요. 우리 신부는 야한 걸 타고 났다니까.”

내벽이 원래의 모양을 잃고 놈이 밀어 넣는 대로 변하는 것만 같았다. 그만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몸을 뒤틀자 놈은 날 보며 음란하다 타박했다. 그 누구에게도 들어 본 적 없던 말은 놈은 당연하단 듯 나에게 퍼부었다. 음란하고, 야하고, 문제가 많은 귀여운 사람. 그게 놈이 나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빌어먹을 사랑. 놈은 늘 강간과 범죄를 사랑으로 포장하며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흐, 윽.”

“어때요?”

“아윽!”

“진짜 자지를 먹어 본 소감은?”

제 것을 뿌리 끝까지 밀어 넣은 놈이 허리를 둥글게 굴리며 웃었다.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까슬하게 비벼지는 음모에 놈의 것이 정말 다 들어왔다는 걸 실감했다. 우욱, 구역질이 올라왔다.

상처가 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잔뜩 벌어진 구멍이 쓰라렸다. 건조한 상태에서 강제로 넣어진 탓이겠지. 아무리 뒤가 많이 열려 있다고 하나 딜도와는 달랐다. 뒤쪽이 가득 찬 묵직함에 연신 소름이 돋았다. 낯선 감각에 구멍을 꽉 조이자 놈이 파르르 떨며 신음했다.

“큭… 엄청 조여요. 미칠 것 같아…. 당신 안쪽, 내가 상상한 거보다 더 끝내줘요….”

놈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접합부를 문질렀다. 나를 누르고 있는 놈과 내 뒤를 벌리고 있는 놈의 성기. 게다가 촛불을 반사하며 반짝거리는 백금의 링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게 없었다. 놈의 밑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다는 굴욕감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었다.

로맨틱한 이벤트, 결혼식, 첫날밤. 단어 자체엔 문제가 없었지만, 놈과 관련되니 전부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

놈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가 잃은 건 처녀가 아니었다. 애초에 난 여자도 아니었고, 잃기 전에 그런 걸 가진 기억조차 없었다. 잃은 건 내 존엄성이었다.

“당장, 빼. 시발, 이 역겨운….”

“빼요?”

“앗!”

놈이 허리를 물리자 맞붙어 있던 살이 거칠게 쓸렸다. 빡빡한 곳에 젤 하나 없이 삽입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살이 딸려 가는 감각이 섬뜩해 나도 모르게 놈을 따라 움직였다.

“뭐야, 진짜 좆 맛을 보니까 뱉기 싫어요?”

“안, 윽!”

“변덕쟁이네. 뱉으라 했다가, 크흣…. 다시 달라고 조르기나 하고.”

“아-!!”

나와 마찬가지로 놈이 크게 신음하며 제 성기를 밀어붙었다. 이내 키스할 듯 고개를 숙이자, 성욕으로 번들거리는 놈의 두 눈에 면사포에 둘러싸여 도리질을 치는 내가 보였다.

“후읏, 선유 씨, 하아!”

“아악, 우- 움직이… 앗!”

검붉은 성기가 반쯤 뽑혀 나갔다 다시 천천히 안쪽을 파고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자꾸만 더 깊이 들어오려 하는 놈을 온몸으로 거부했다. 이미 사지가 제압당한 탓에 놈에게 유흥 거리를 제공하는 것 외엔 아무 의미도 없는 행동이었지만, 견딜 수가 없었다. 덩달아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자기주장을 하는 아래쪽의 링도 싫었다.

이 와중에 정말 끔찍한 건, 뱃속이 욱신거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확히는 빌어먹을 전립선이 말이다. 놈의 것이 너무 좋아서도 내가 음란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얕디얕은 곳에 있는 민감한 부분이 사정없이 문질러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파… 흐읏.”

“결혼반지가 잘 어울려요. 백금으로 하길 잘했어.”

놈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성기 위를 훑었다. 놈의 흉기가 안쪽을 문지를 때마다 살을 조이고 있던 백금의 링이 조금씩, 조금씩. 더 강하게 조여 들어갔다. 시발, 나는 왜 남자로 태어나서…!

“기분 좋아요?”

“좆같, 아악!”

“좆이 기분 좋다고요? 그래요. 당신 좆이 이렇게 선 걸 보니 진짜 좋은가 봐요.”

꾸욱-. 내벽을 문지르던 섬뜩함이 어느 순간 화끈거림으로 변했다. 붉은 속살이 문질러질 때마다 화상을 입은 듯 뜨겁게 화끈거렸다. 이대로 놈의 성기가 내장을 찢어 버릴 것만 같았다. 점점 커지는 괴로움과 수치심에 아래를 있는 힘껏 조이며 놈에게 반항했다.

“아앗, 엄…청 조여…!”

놈이 허리를 숙이며 몸을 떨었다. 

“크윽… 싸, 쌀 뻔했다.”

겨우 고개를 든 놈은 한숨을 몰아쉬며 수줍은 듯 웃고 있었다. 

“넣자마자 싸 버릴 뻔했네요. 아깝게.”

이 상황에 뭐가 아까운지 모르겠다. 묶인 다리를 더 강하게 밀어 올리며 제 체중을 실어 오는 놈을 애써 밀어냈다.

“첫 경험인데 좀 오래 즐겨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일부러 젤도 안 쓰는 건데. 벌어진 구멍에서 액까지 질질 흐르면… 처녀처럼은 안 보이잖아요.”

놈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시발, 누굴 창부 취급하는 거야!! 애초에 놈이 ‘벌어졌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놈 때문에 며칠이나 딜도를 넣고 지냈기 때문이다. 모든 걸 준비한 건 네놈이면서 왜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 것처럼 취급받아야 하는 건데?!

“씨발… 아악!”

놈이 내 성기를 감싸 쥐었다. 절로 비명이 튀어나왔다. 세게 쥔 것도 아니었지만 고통스러웠다. 링 때문이 분명했다. 어느새 거의 발기해 버린 성기가 단단한 링 아래 꽉 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살짝만 움직여도 온몸이 경련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왜 여기를 급소라 하는지 새삼 느낄 정도의 충격이었다. 아파, 너무 아파! 씨발…! 덜덜 떨며 욕을 중얼거리는 내 위에서 놈의 몸이 다시 움직였다.

앗, 앗! 괴로움 속에서도 생리적인 발기는 계속됐다. 화끈거리는 뒤와 놈의 손이 동시에 움직이자 백금의 링이 더욱더 아프게 조였다. 강제적 발기는 쾌감보다는 여전히 고통을 먼저 주고 있었다. 아프다는 내 말을 무시하며 놈이 계속 내 뒤를 계속 쑤셨다. 덕분에 어쩌지도 못하고 휘둘리는 내 꼴이 처량해서 더 크게 욕을 내뱉었다.

계속되는 마찰에 성기의 압박이 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피부가 아니라 피부의 안쪽이 아픈 것도 같아서 약간 마음이 불안해졌다. 피가 통하지 않고 있었다.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놈의 옷자락을 움켜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읍, 너무 아파. 아프다니까! 으윽.”

“응? 어디 가요?”

“앞이, 너무 조여서… 아으.”

“앞도 조여요? 선유 씨 구멍이랑 똑같네.”

“이, 씹, 하으!”

퍽-. 놈이 허리를 세게 쳐올렸다. 허억! 숨이 턱 막혔다. 여태까진 단순하게 천천히 넣다 뺄 뿐이었다. 그 단순함 움직임조차 거부감이 들던 차에, 이렇게 세게 움직인 건 처음인지라 소리가 끝까지 나가지도 못하고 공중에서 흩어졌다. 뱃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 입을 벌린 채 말도 못 하고 놈을 노려보자, 놈이 만족스러운 듯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사이즈가 좀 작아서 그래요. 아직 벗겨 줄 마음은 안 드니까, 정 아프면… 그 안에 찬 정액을 잔뜩 빼내서 크기를 줄여 봐요.”

사정한다고 해서 바로 사이즈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놈도 모를 리가 없었다. 다정하게 말했지만 결국은 제 맘에 들 때까지 괴롭히겠다는 소리였다. 놈이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뿌리를 조이는 고통은 커져만 갔다. 

허벅지를 쓸어올리는 놈의 손에서 은색의 반지가 반짝였다. 다급하게 놈의 약지에 있는 반지를 빼앗으려 했지만, 놈은 오히려 그 손으로 내 손목을 간단하게 제압하며 날 우롱했다.

놈이 느릿하게 빠져나갔다. 그리고 퍽-! 유연하게 움직이는 허리가 강한 힘으로 구멍 안을 벌려 놨다. 그 움직임에 꽉 조여지고 있는 성기가 배를 때리며 흔들렸다. 아파!! 가만히 있어도 아픈데 흔들리기까지 하니 죽을 맛이었다. 

여린 살이 고통을 호소하며 투명한 액을 흘렸다. 절대로, 내가 느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아파하고 있었지만, 왜인지 부어오른 성기의 끝에서 투명한 액이 주륵- 흘러내렸다.

“하하, 벌써 싸는 거예요? 우리 선유 씨는 말도 참 잘 들어. 좋아요! 예쁜 짓 했으니까, 더 예쁘게 잘 싸면 벗겨 줄게요.”

역시 놈은 단순히 싸는 걸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것도 놈의 기준에서 예쁘게. 거부감이 들긴 했으나 급한 마음에 그 정도야- 라는 안일한 생각이 들었다. 시발,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갈 수 있겠어! 

“아윽-!”

퍽-! 또다시 찔러 넣어진 성기에 내벽이 한껏 수축했다. 반짝이는 백금 위로 붉은 살덩이가 예민함을 더해 갔다. 하지만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을 떨며 신음을 내뱉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배를 스치는 성기의 색이 이젠 붉다 못해 검게 보일 지경이었다.

“아파, 아파!”

“반지가 어지간히 맘에 드나 봐요. 벗을 생각이 없나 보네.”

“아프, 흐윽, 아프다니까!”

“그런데 왜 가만히 있어요.”

“네가 손을, 시발, 놔! 놓으라고!”

틀어잡은 손목을 더 세게 움켜쥐며 놈의 입꼬리가 실실거렸다.

“손을 놔주면. 뭘 할 건데요?”

이제야 놈의 의도를 눈치챘다. 싸는 것뿐만 아니라, 놈은 내 입으로 음란한 말을 내뱉길 기다리고 있었다. 개새끼! 아니, 개한테도 미안하다! 이 개보다 못한 새끼!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꽉 다물며 놈을 노려봤다. 놈은 여전히 음흉하게 쪼개며 뿌리까지 박아 넣은 성기를 가볍게 움직였다.

“난 선유 씨가 뭘 원하는지 몰라요. 선유 씨는… 필요 이상으로 표현을 안 하거든요. 내가 아무리 당신을 사랑해도, 직접 말하지 않으면 모를 때가 있는 거예요. 난 초능력자가 아니니까.”

놈의 손끝이 내 성기에 닿았다. 움찔. 집요하게 따라붙은 손가락이 그 끝으로 피부의 굴곡을 따라 움직였다.

“피가 잘 안 통해서 그런가, 왠지 좀 차가운 거 같기도 하고…. 아직도 말할 생각이 안 들어요? 뭐, 시간은 많으니까요. 근데 이대로 하루 이상 두면 괴사할지도 모르겠어요. 우린 병원도 못 가는데 어쩌지.”

“읏….”

“걱정 마요. 냄새나고 추하게 썩어 문드러져도, 난 계속 선유 씨를 사랑할 거니까요.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르죠. 그땐 더 열심히 보살펴 줄게요. 우리 사이가 훨씬 돈독해지겠네요.”

놈이 과장된 목소리로 와- 하고 웃으며 장미를 허공에 흩뿌렸다. 붉은 꽃잎이 몸 위로 떨어지며 굴렀다. 놈이 차갑다고 하니 갑자기 아랫도리가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괴사, 곪음, 썩음. 마치 동화를 구연하듯 가벼운 어조로 말했지만 그런 것과는 가장 거리가 먼 단어들이었다. 그냥 하는 협박이 아니었다. 이 미친놈은 하고자 한다면 정말 그럴 놈이었다. 오히려 더 신나서 이렇게 된 거 거세를 하자고 설칠지도 모르지.

“어쨌든, 선택은 선유 씨가 하는 거니까요.”

놈은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했다. 급한 건 나뿐이었다. 원하는 대로 해 주자니 자존심이 걸리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저 말이 현실이 될까 무서웠다. 사실상 내게 주어진 선택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꽉 쥐며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해 …주세요.”

“네? 뭘 해요?”

얼굴에 화끈화끈 열이 몰렸다. 아래로 가던 열이 다 위로 올라온 것만 같았다. 수치심에 목소리까지 떨려 왔다. 하지만 수치스러운 만큼 아래가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시발…. 마주 볼 자신이 없어 놈을 향해 있던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만…지게… 해 주세요.”

“어딜요?”

“아, 아래….”

“아래가 어딘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큿….”

“정확하게 말해 줘야 알죠. 설마 여기?”

“아윽!”

놈이 허리를 튕겼다. 견디기 힘든 자극에 까슬한 면사포에 얼굴을 문지르며 신음했다. 우리 신부, 구멍을 만지고 싶어요? 놈이 낄낄대며 웃었다.

“자, 따라 해 봐요. 자지-. 응? 어서요.”

“흐윽…. 자, 지…”

“제대로 말해요.”

“자, 자지 만지게 해 주세요.”

“만져서 뭘 할 건데요?”

“사…정을…. 자지 만져서 저, 정액… 쌀 수 있게 해 주세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 놈은 입을 삐죽이며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시키는 대로 했잖아! 속으론 있는 대로 성질을 부렸지만, 입을 꾹 다물고 놈의 반응을 살폈다. 욱신거림이 성기 전체로 퍼져 가고 있었기에 꼬투리를 잡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뿐이었다.

“정말이지….”

무거운 입이 드디어 열렸다. 놈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붙잡고 있던 내 손목을 놓았다.

“신부가 음란해서 큰일이네요.”

손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김에 저 주둥이를 주먹으로 틀어막아 볼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놈이 허리를 흔들며 “뭐 해요? 어서 안 만지고.”라고 속삭이자 그 반항심조차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흐으윽!”

허둥지둥 손을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아파! 더럽게 아파! 슬쩍 링을 빼 보려 했지만,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꽉 끼어 버린 링은 쓰라리기만 할 뿐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이걸 빼려면 놈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가 필요했고, 그걸 얻기 위해선 놈을 만족시키는 방법밖엔 없었다.

“빼기 싫어요? 난 상관없는데.”

놈의 재촉에 마지못해 양손을 천천히 움직이자 놈의 시선이 내 성기를 뚫을 듯했다. 쾌감은커녕 이렇게 아프기만 한데 사정할 수 있을까. 몇 번 억지로 손을 흔들자 우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만지면 만질수록 아픔이 강하게 느껴지는 걸 어떻게 하라고.

“흐윽….”

“어떻게 된 거예요, 선유 씨. 자지는 곧 쌀 거처럼 빵빵한데 아무것도 안 나오잖아요.”

“시발, 이 상황에 어떻게….”

원망이 섞인 시선에 놈은 어쩔 수 없다며 선심 쓰듯 말했다.

“도와줄까요?”

조급한 마음에 생각도 없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정말 도와줄 놈이었음 애초에 이런 상황도 안 만들었겠지. 수상하기 그지없는 제안에 원망과 의심을 가득 담아 놈을 노려봤다. 놈도 이젠 이런 시선에 익숙해진 듯 웃으며 링 위를 매만졌다.

“아읏, 만지지… 마.”

“내가 도와주면 더 빨리 끝날 텐데. 여기 아프다면서요.”

아악! 놈의 손가락이 링 주변을 꾹 눌렀을 땐 이미 나도 모르게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알겠으니까 제발!

“한번 맛을 봤다고 구멍을 안 쑤셔 주면 영 가질 못하네요.”

“흑.”

“선유 씨가 좋아하는 곳을 잔뜩 쑤셔 줄 테니까, 예쁘게 싸는 거예요. 알겠죠?”

비참했다. 저런 소리를 들으면서 제대로 된 반박 한 번 하지 못한다는 게. 지금은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니 손이 차가운 건지 성기가 차가운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얼른 이것만 풀 수 있다면 지금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몸을 숙인 놈이 허리를 움직였다. 흐으읏. 예리할 정도로 민감한 곳을 스치는 성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반사적으로 몸서리를 치며 도망치려 했으나 놈이 내 배를 지그시 눌러오는 통에 그럴 수도 없었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때요?”

놈이 위에서 아래로 허리를 움직이며 물었다. 뭐가 어떠냐는 거야.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 성기를 느리게 뽑아냈다.

“큭!”

“그럼 지금은 어때요?”

다시 밀고 들어오는 놈의 살덩이. 아까보다 더 깊은 삽입에 고개를 쳐들고 눈을 감았다. 대답이 없자 또 한 번, 성기가 아슬아슬할 정도로 빠져나갔다. 귀두 끝을 구멍 안에 걸친 상태에서 놈은 한 번 더 물었다.

“그럼 이건?”

“하악!”

퍽! 입을 벌리고 순간적으로 참았던 숨을 들이켰다. 뱃속이 저릿한 느낌에 습관적으로 성기를 틀어쥐며 흐느꼈다. 아프다고 울먹거리면서도 쾌락을 이기지 못해 다시 성기를 붙잡은 모양새에 놈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이게 좋아요?”

또다시 한계까지 성기가 빠져나가고, 놈의 웃음과 함께 구멍 안쪽이 무자비하게 벌어졌다.

“이렇게 잔뜩 뺐다가.”

“악!”

“후…! 깊게 박아 주는 게, 하아, 좋은 거예요?”

“흐으… 으아아!”

“아니면 자지가 흔들릴 정도로-, 세게 흣…! 박아 주는 게 좋은 거예요?”

연속된 자극에 하체에 힘이 풀린 것만 같았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아른거리는 촛불을 응시하고 있으니 놈이 대답을 재촉했다.

“대답해요. 그래야 내가 선유 씨를 더 기쁘게 해 줄 수 있잖아요. 어떻게 쑤셔 주는 게 좋아요?”

울고 싶었다. 이미 눈물은 찔끔찔끔 흐르고 있었지만, 엉엉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단 한 번도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지만, 놈은 음란한 나 때문에 자신이 봉사하고 있다는 말투로 계속 사람을 괴롭혔다. 검붉은 성기가 또다시 내 몸을 파고들었다. 비명을 지르는 나와는 상반되게 놈은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악!”

“응? 아아, 알겠다. 둘 다 좋은 거구나!”

“흐으아-!”

“깊고 세게 쑤시는 게- 선유 씨 취향이군요!”

파드득 몸을 떨며 뒤늦게 이를 꽉 깨물었다. 팡-! 팡-! 놈의 음낭이 엉덩이를 때릴 때마다 발끝이 점점 안쪽으로 굽었다. 몸이 두 개로 나뉘는 것 같았다. 틈 없이 꽉 찬 구멍이 놈의 성기를 강하게 조였다. 그럴수록 뱃속이 찌릿거리며 아랫배의 감각이 짙어졌다.

쾌감.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도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문제는 그 출구가 아픔도 같이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지만.

“아윽-!”

“더 흔들어요. 그렇게 흔들어서 언제 싸려 그래요.”

“아프, 흐읏….”

놈이 시키는 대로 손을 세게 흔들었다. 아픔과 쾌락의 경계가 혼란스러웠다. 어디까지가 아픈 거고 어디서부터 좋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화끈거리는 구멍에선 여전히 놈의 것이 들락거리고 있었고, 놈이 붙잡고 있는 다리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느낌으론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데 아픔이 그 앞을 막아서며 방해했다. 자꾸만 돌고 도는 어지러운 감각에 정신마저 혼미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절대 안 끝나! 1분이라도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흐느끼며 눈을 꾹 감고, 아픔으로 인해 다시 희미해져 가는 쾌락에 집중했다. 엉덩이를 조일수록 놈의 것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며 기분 나쁜 감각이 발끝까지 퍼져 나갔다. 

“당신 구멍이, 큽…. 내 자지를 엄청 맛있게 물고 있어요. 뭘 바르지도 않았는데 점점 부드러워져서는…. 하아, 혹시 선유 씨 구멍은 여자처럼 액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타고나길 음란하게 났으니 정말 그럴지도 몰라요.”

구멍, 자지, 음란. 나를 창부로 대하는 기분 나쁜 단어지만 이 순간만큼은 어떻게든 흘려 넘겨야 했다. 조금만 더 하면, 조금만 더 하면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놈의 자지가 계속해서 내 뒷구멍을 쑤셨다. 퍽, 퍽. 음란한 구멍을 더 세게 조이자 놈의 속도가 빨라졌다. 그 속도에 맞춰 아려 오는 내 자지를 붙잡고 스스로 흔들었다.

“앗, 아앗! 흐, 읍!”

“설마, 내 말 듣고 간 거예요? 와… 정말 선유 씨는 어쩔 수 없네요.”

갔다고? 그 말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놈의 말대로, 내 성기의 끝에선 불투명한 액체가 주르륵,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디로 튀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주르륵…. 손가락과 링 위로 정액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사정에 가까웠으나 사정하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고, 손안에 쥐고 있는 익숙한 살덩이가 마냥 낯설게 느껴졌다. 너무 아파서 망가진 건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참고 있던 설움이 폭발했다.

“흑, 젠장. 풀어 줘. 네가 하란 대로 했잖아! 쌌잖아! 그러니까 풀어 달라고!!”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소리쳤다.

“흠… 예쁘긴 하지만, 만족스럽진 않은데.”

“씨발!”

“하하. 알았어요. 노력했으니까 풀어 줄게요.”

놈의 약지에서 반지가 움직였다.

“빨리-!”

“선유 씨는 고집은 센데 참을성이 없다니까.”

“시발, 너 같으면! 이… 이 상황에 참을 수 있겠어?!”

드디어 놈의 반지와 링의 끝이 맞물리며 나사가 천천히 움직였다. 고통스럽게 조여 오던 것이 풀려가자 미약한 해방감과 동시에 더 큰 아픔이 몰려왔다. 아윽! 고통 섞인 신음에 놈이 달래듯 링이 조이고 있던 곳을 문질렀다.

“참을 수 있겠냐구요? 나는요, 첫날부터 이러고 싶었던 걸 참았어요. 그런데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먹고…. 첫 경험을 그런 상태에서 나누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선유 씨 몸 상태가 회복될 때까지 참고 기다렸어요. 다른 남자였으면 이렇게까지 했을 거 같아요? 나니까 하는 거예요.”

그래. 다른 남자였으면 이렇게까지 안 했겠지. 너처럼 미치지 않았을 테니까. 칭찬해 달라는 듯 애교 섞인 말투에 새삼 놈이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시발 감동은 개뿔. 이 새끼가 새삼 또라이라는 걸 다시 느꼈을 뿐이다. 첫날도, 지금도. 그리고 그 후에도. 내게 놈은 끔찍한 존재일 뿐이었다.

“링이 작지만 않았어도 더 즐거운 첫날밤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놈이 아쉬운 얼굴로 정액 범벅이 된 링을 바라봤다. 걱정 마요. 이번 주 안에 다시 늘려 올게요. 다음에 쓸 때는 오늘보다 더 좋은 시간을 보내요. 끔찍한 소릴 늘어놓으며 놈은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아윽! 왜, 왜…!”

“네? 왜냐뇨. 한 번은 선유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 이번엔 내 차례죠.”

“내가 언제 하고 싶은, 악!”

“모른 척하기예요? 선유 씨가 자지로 정액 싸고 싶다고 해서 내가 여태 도와줬잖아요.”

놈이 음흉하게 웃으며 끝까지 밀어 넣은 성기를 좌우로 비벼 왔다. 눅눅한 음모가 여린 살 위를 짓눌렀다.

“나는 아직 안 갔단 말이에요. 걱정 마요, 선유 씨가 원하는 대로… 깊고, 세게 찔러 줄 테니까.”

놈이 불안감에 발버둥 치는 골반을 내리누르며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놈의 살덩이가 안쪽을 쓸어 대며 사정없이 움직였다. 싫다고 비명을 지르자 놈의 손이 아래로 내리쳤다. 찰싹! 따끔한 자극에 놀라 구멍을 꽉 조이자 놈의 입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놈은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열중하고 있었다. 퍽! 퍽! 겁에 질려 벌벌 떠는 나와 같이, 나를 붙잡고 있는 놈의 손도 벌벌 떨려 왔다. 다른 점이라면 놈은 오롯이 참고 있던 쾌감에 떨고 있는 것뿐이었다.

“하앗, 선유 씨!”

“아- 흐으! 하악! 악!”

놈이 기세를 타고 또 키스할 듯 고개를 가까이했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놈을 피해 고개를 돌리자, 방향을 바꾼 입술이 어깨로 내려앉았다. 마른 살 위를 날카로운 이가 잘근잘근 씹어 왔다. 하지만 아래쪽을 후벼 파는 폭행에 어깨에 쓸 신경 같은 건 남아나질 않았다.

잊고 있던 사정감이 몰려오자 반사적으로 아래를 부여잡았다. 놈이 세게 밀어붙일수록 손을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링이 조이고 있던 곳은 아직도 아팠지만,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기분이었다. 

싫다고 울먹이면서도 몰려오는 쾌감을 어쩌지 못해 허덕였다. 세차게 쳐올리는 안쪽에 신음이 속절없이 터졌고, 점차 빨라지는 움직임에 아까 느끼지 못한 만큼 배는 강한 절정이 전신을 휘어잡았다. 사정을 거듭할수록 몸이 예민해져 가고 있었다.

“흐, 흐아- 으으!”

“아, 읏, 선유 씨… 크, 조엿!”

아릿한 느낌과 함께 성기의 끝에서 정액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놈이 내 허벅지를 끌어안으며 몸을 떨었다.

“하아…. 안에 싸 버렸다.”

놈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었다. 그 상태로 허리를 꾹꾹 밀어 대며 내 배를 적시고 있는 정액들을 내 몸 위로 펴 발랐다. 배꼽과 허리를 지나 가슴에 손이 닿았을 땐 입안에 물고 있던 울음소리가 흘러나와 버렸다.

“흑….”

“어라. 왜 울어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놈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조금 당황한 듯 보였지만 놈이 구멍에서 성기를 빼냄과 동시에 그 모습도 금방 사라져 버렸다.

“헐, 장난 아니다…. 사, 사진.”

잔뜩 벌어진 구멍에서 뭔가가 주르륵 흘러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걸 두 눈으로 지켜보던 놈이 아랫도리를 꽉 부여잡고 휴대폰을 가져오겠다며 벌떡 일어났다.

“이, 씨발, 찍지 마!”

“아야!”

옆에 있던 베개를 잡아 놈에게 있는 힘껏 던졌다. 말 그대로 푹신한 베개였기에 전혀 아프지 않았을 테지만, 놈은 아픈 시늉을 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사진 시발, 흑, 찍지 마! 시발… 시발, 아악!!”

“왜 자꾸 울어요.”

면사포는 벗겨진 지 오래였다. 온몸이 정액으로 흥건했고, 벌떡 서 있는 앞도 힘없이 풀어진 뒤도 전부 얼얼했다. 손발엔 사슬이 늘어져 침대 위에 묶여 있었다. 이런 나를 보고 놈은 신부라 부르고 사랑이라 말했다.

매일 끼니마다 놈의 정액을 먹고, 놈이 준비한 흉한 장난감으로 뒤를 쑤셔지며 강간당했다. 그래도 오늘같이 큰 절망을 느끼진 않았었다. 저 새끼랑 진짜 섹스해 버렸잖아. 죄악감과 상실감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놈에게 뒤를 당하면서 시발… 스스로 쾌감을 쫓았다는 사실이 소름 끼쳤다. 나 자신이 이렇게 밉긴 오랜만이었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을 만큼 용기나 있었으면.

“좋은 날에 왜 그래요.”

“씨이발! 좋아?! 너나 좋겠지 정신병자 새끼야!”

던질 것이 없어 옆에 널브러져 있던 면사포를 집어 던졌다. 놈의 어깨에 맞은 하늘거리는 원단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 그만해.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이제 그만 놔 달라고!!”

“…그런 소리 하지 마요.”

놈이 속상하다는 얼굴로 침대 아래 무릎을 꿇고 볼 위로 흐르는 내 눈물을 닦아 냈다. 여전히 발기된 놈의 성기가 노골적으로 시야에 들어오자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눈을 감아도 한껏 번들거리는 흉물스러운 것이 지워 지지가 않았다.

“왜 그래요. 방금까지 좋았으면서…. 처음으로 남자 자지를 먹으면서 좋다고 정액을 질질 싸 댄 건 선유 씨잖….”

“그냥 뒈져!!”

결국,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퍽! 놈의 얼굴이 세게 돌아가며 손등이 시큰거렸다. 돌아갔던 고개가 다시 내 쪽을 향했을 때, 입술이 터져 붉게 물든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웃었다.

“왜 이러는 거야!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말했잖아요. 사랑한다고,”

“네가 나한테 이러고 얻는 게 뭔데!!”

“당신 사랑이요.”

“지랄 마. 내가 너를 사랑할 거 같아?! 지옥에나 가 버려!!”

“당신만 있으면 지옥이어도 상관없어요.”

놈의 손이 반대편에 흐르는 눈물을 훔쳐 냈다. 그리고 눈물방울이 매달린 손가락을 피가 고인 제 입안으로 가져가 쪽, 하고 빨았다. 놈의 입 밖으로 나온 손가락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믿어요. 내가 당신한테 첫눈에 반한 것처럼, 당신도 언젠가 내게 마음을 줄 거라는 걸.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선유 씨.”

입맛을 다시며 날 올려보는 놈의 두 눈 속에 촛불의 빛이 반짝거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