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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아도 몸은 꾸준히 제 할 일을 해냈다. 내겐 수치와 굴욕을, 누군가에겐 흥미와 성욕을 만족시키는 이 상황이 싫어서 물 한 모금조차 거절했는데…. 비참한 상황에 내 몸이지만 배신감이 들 지경이었다.
“쉬…야 하게 해… 주세요.”
처음이 힘들지 몇 번 하면 익숙해진다고? 개소리. 오히려 처음보다 지금의 수치심이 더 강했다. 이번엔 참다 참다 잠결에 이불을 좀 적신 탓도 있을 거다. 시발 나이 30에 이게 무슨….
“그 나이에 이불에 지도까지 그리고…. 선유 씨는 나 아니면 어떻게 살래요?”
너 아니면 이불을 적실 일도 없었겠지, 개새끼야! 하지만 굳이 반박하진 않았다. 쪽팔리고 수치스럽고. 거기에 지린내가 풀풀 풍기는 젖은 이불은 왜 자꾸 내 앞에서 흔드는지. 신나 보이는 놈의 모습에 열이 핑 돌았다. 꼭 나잇값도 못하는 모자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놈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직접 내 성기를 붙잡아 변기를 향하게 했다. 내가 직접 하겠다며 몸을 비틀었지만, 내 것을 쥔 놈의 손힘이 강해지자 별도리 없이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쪼르륵… 양도 적고 훨씬 냄새가 심한 소변이 변기 안을 노랗게 물들였다. 다 쌌어요? 놈이 내 성기를 살살 흔들며 끝에 매달린 소변을 털어 냈다. 유치원생도 이런 취급은 안 받을 텐데.
“욕실 들어온 김에 오늘은 씻어요.”
소변을 지렸다는 수치심에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찝찝함도 최고치에 달했기에 이제 씻자는 놈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놈이 날 위해 준비했다던 목욕용 구속구를 자랑하듯 내보였다. 지금 묶여 있는 가죽 수갑보다 좀 더 얇고 재질이 다르다는 것 빼고는 별다른 건 없었지만, 새것 역시 견고하고 튼튼했기에 힘으로 끊어 낼 순 없을 것 같았다.
끈을 교체하는 동안 어느새 욕조에 물이 차올랐다. 제 손을 담가 직접 온도를 체크한 놈이 작은 바가지로 물을 퍼서 내게 끼얹었다. 얼마 만에 만지는 따뜻한 물인지. 나도 모르게 흐르는 물을 붙잡듯 손을 뻗었다.
“온도 괜찮죠?”
대답은 안 했지만, 긍정으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몇 번 더 물을 끼얹은 놈이 나를 안아 들더니 욕조 안으로 천천히 담갔다. 내, 내가 들어갈 수 있어. 가만히 있어요. 미끄러우니까. 찰랑, 허리가 잠기자 욕조의 물이 넘실거렸고, 가슴까지 담그자 촤아아- 하고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밖으로 흘러넘쳤다. 덕분에 놈의 옷이 벌써 반 이상 젖어들었지만 둘 중 누구도 신경 쓰진 않았다.
놈이 손에 바디클렌저를 쭉쭉 짜서 거품을 내더니 내 몸을 가볍게 문질렀다. 움찔, 놀라며 손을 피하자 놈이 다른 손으로 내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
“내가 씻으면….”
“응. 안 돼요.”
어깨를 문지르던 거품이 쇄골을 타고 흘렀다. 불쾌함 역시 점점 아래로 흘러 내려왔다. 팔뚝을 문지르던 손이 어느새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왔고, 가슴을 문지르다 실수인 척 유두를 꼬집었다. 사심 가득한 놈의 손길에 발끝을 꽉 조이며 비명을 참았다.
“하지… 마.”
“뭐가요?”
능청스레 물으며 다시 가슴을 문질렀다. 미끄러운 놈의 손바닥 사이로 잔뜩 단단해진 유두가 툭, 툭, 걸려들었다. 흥분을 느껴서가 아니라 계속 만져 대니 단단해진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조차 곡해할 게 분명한 놈이었다. 수치심에 손을 올려 가슴을 가렸다.
“느껴요?”
“뭐?”
“젖꼭지요. 내가 만져서 느끼냐구요.”
이것 봐. 시발.
“안 느껴!”
“근데 왜 숨겨요?”
“만지는 게 싫으니까.”
“이상하네. 난 선유 씨가 내 젖꼭지 만져 주면 좋아 죽을 것 같은데.”
놈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싫으면 안 할게요. 가슴은 이제 됐어요. 그렇게 말하며 놈의 손이 더 아래로 내려왔다. 이러다 밑에까지 씻겨 준다 하겠네,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놈이 내 성기를 덥석 붙잡았다.
“으악!”
“히… 씻는 거예요. 씻는 거.”
비누 거품은 물에 씻겨 나간 지 오래였다. 그런데 뭘 씻는다는 건지. 소변을 보게 할 때와는 다른 노골적인 움직임이 내 것을 주물럭거렸다. 기겁하고 몸을 들썩였다. 하지만 욕조는 좁았고 내 움직임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위험해요. 여기선 가만히 있는 게 좋을 텐데?”
“놔! 놔! 손 떼라고!”
첨벙- 첨벙-. 움직일 때마다 물이 요동치며 욕조 밖으로 쏟아졌다. 놈의 손이 점점 더 깊게 들어오고 있었다. 고환을 쥐었을 때는 정말 놀라서 엉덩이를 아래로 쑥 빼 버렸다.
첨벙!
놈의 말대로 욕조는 충분히 미끄러운 상태였고, 내 상체 또한 비누가 잔뜩 발라져 있기에 안쪽으로 미끄러진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다만 내 손발이 자유롭지 않으니 순식간에 물속으로 빠지는 몸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헙!”
촤아아-! 작은 욕조 안으로 미끄러진 몸이 욕조 바닥과 딱 들어맞았다. 일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더 아래로 미끄러져서 결국엔 완전히 누운 꼴이 돼 버렸다. 물이 자꾸 밀려들어 오는 통에 코가 저릴 정도로 매웠다. 수, 숨 막혀! 부자유한 팔다리를 퍼덕거리며 일어나려 했지만, 욕조는 과하게 미끄러웠고 내 손엔 그걸 버틸 만한 힘이 없었다.
뽀그르르-!!
본능적으로 도와 달라 소리친 말은 거품이 되어 수면 밖으로 올라갔다. 요동치는 물 밖으로 놈이 보였다. 여기서 의지할 사람이 저놈밖에 없다니. 숨이 점점 더 막혀 왔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애먼 욕조를 쥐어뜯던 손을 놈에게 뻗었다. 놈이 납치범이건 뭐건, 어찌 됐든 오직 살고 싶다는 본능만이 간절했다.
뽀그르르-!!
고작 몇 초일 테지만 체감상 몇 분이 넘은 것 같았다. 폐가 쪼그라드는 것처럼 괴로웠다. TV에서 들은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익사가 그렇게 고통스럽다던데. 시발,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버둥거리던 손끝에 겨우 놈의 젖은 옷자락이 닿았다. 양손으로 그 옷을 꽉 쥐었다. 어서 꺼내 줘! 살려 줘!
뽀글-!
놈이 수면 가까이 다가왔다. 물고기가 아닌지라 시야가 흐렸기에 얼굴까지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커지는 그림자에 놈이 허리를 숙였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거품까지 섞여 더 탁한 물속에서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며 놈을 찾아 헤맸다.
놈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바라보기만…. 뻗어진 내 손을 잡기는커녕 무언가 관찰하듯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대로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건가…? 결국 네놈이 바란 게 이거였어?
컥! 참다못해 벌린 입에 기도로 물이 넘어가자, 목이 졸리고 온몸이 짓눌리는 것 같았다. 며칠이나 거부하던 수분이 몸 안으로 왈칵 쏟아져 들어왔다. 놈의 옷자락을 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정말 이렇게 죽는 건가? 사후 세계라는 게 존재한다면 좋겠다. 꼭 저 새끼한테 복수할 수 있게.
눈물이 났다. 물속이라 내가 정말 울고 있는 건지 확실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울고 있을 것이다. 창창한 30살에 죽음을 앞에 두고 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하필 저런 스토커 새끼한테 걸려서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다니. 이 와중에 아쉬운 게 하나 있었다. 죽을 때 주마등이 스친다고들 하던데. 왜 나는 저 새끼에 대한 원망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걸까?
촤아아-!
“허어억!”
시발, 죽을 때가 아니라서 안 보였나 보다. 놈이 뒤늦게 나를 물 밖으로 건져 올렸다. 입으로 코로 물을 뿜어내며 동시에 습한 공기를 가득 들이켰다. 세포 하나하나가 고통을 지르며 아직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쿨럭, 쿨럭, 기침하며 물을 뱉어 내자 놈이 가볍게 등을 쓰다듬었다.
“거봐요…. 큰일 날 뻔했잖아.”
그 큰일을 방관하던 유일한 존재가 웃었다. 실수를 나무라기보다 다독이는 것마냥, 놈은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나 없으면 어쩔 뻔했어요.”
다정한 말 뒤로 놈의 본심이 보였다.
내가 못 해서 당신을 안 죽이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나를 사랑해 줘요.
놈은 나를 죽이지 못해 살려 둔 게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벌써 죽이고도 남을 기회가 수십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온전히 놈의 선택. 몇 번이고 걷어차여 턱에 시퍼런 멍을 달고 화를 내지 않는 것도, 매번 엎어 버리는 죽을 정성스레 끓여 오는 것도, 욕을 들으며 웃어넘기는 것도. 모조리 놈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었다.
“에구, 코 나왔다.”
놈이 손가락으로 내 코를 문질렀다. 두어 번 닦아 냈지만 그래도 모자란 지, 내 코를 붙잡고 “흥!” 하는 소리를 냈다. 쉬야 다음은 흥. 덩치 큰 어린아이를 대하듯 놈은 다정하게 반복했다.
“흥, 흥! 해 봐요.”
원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자 놈이 입꼬리를 더 당겨 올리며, 다른 손으로 천천히 수면을 두드렸다. 찰방. 찰방. 놈의 손가락을 따라 수면이 일렁거렸다.
물속에서 바라보던 놈의 얼굴은 이제 완벽하게 표정을 갖춰 가고 있었다. 덜덜덜덜…. 뒤늦게 사시나무 떨듯 몸이 떨려 오기 시작했다. 난생처음으로 생생하게 느낀 죽음의 공포는… 그 어떠한 기억보다 강하게 낙인이 찍혀 버렸다.
“흥~ 해 봐요.”
“…흐, 흥.”
아무것도 안 나왔잖아요. 어설프게 소리를 따라 냈을 뿐이니 당연했다. 놈이 불평스러운 듯 다시 내 코를 붙잡았다. 다시 해 봐요. 흥, 흥. 놈이 만족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진짜로 코 안을 메우고 있던 물과 이물질을 다 풀어 낸 뒤에야 “잘했어요!”라는 칭찬과 함께 끝이 났다. 놈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한 얼굴로 손을 씻어 냈다.
코를 푼 뒤엔 눈곱을 떼 주고, 세수도 시켜 주고, 손수 칫솔을 들어 양치까지 시켜 줬다. 모든 행동이 마치 아기를 대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웠다. 내 이를 닦던 칫솔을 놈이 앙- 하고 물었을 땐 조금 역겨웠지만, 저놈의 칫솔이 내 입에 안 들어온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근데 입을 헹구는 내내 칫솔을 빠는 건 너무 역겹지 않냐…. 사탕도 아니고…. 보고만 있어도 비위가 상해서 계속 다른 쪽을 바라봐야 했다.
머리를 감겨 줄 때는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아야 했는데. 그 순간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더라. 놈이 어딜 어떻게 만지는지 알 수가 없으니 오직 소리에만 의지하며 움찔, 움찔 몸을 떨었다.
“그럼 아까 닦던 데 마저 닦아야죠.”
시발…. 놈이 활짝 웃었다. 또 물에 빠지면 안 되니까 밖에서 할까요? 놈이 욕조 안에 팔을 담가 나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 물 때문에 무게가 더 늘었을 텐데도 무거워하는 기색이 하나 없다. 나보다 말랐는데, 왜 힘은 배로 좋지?
“여기, 손 짚어요.”
놈은 욕조를 짚고 엎드리라 말했다. 그렇게 서면 엉덩이 사이가 전부 보일 텐데…. 여전히 바닥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놈이 욕조를 두드리며 재촉했다. 하지만 선뜻 놈이 시키는 대로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수치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서 서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한테 남은 힘이 어디 있겠어.
상황을 파악한 놈이 스스로와 타협하며 나를 욕조 가장자리로 엎어서 기대게 했다. 배가 욕조 팔걸이에 꽉 눌리며 몸이 걸쳐졌다. 미끄러운 바닥을 애써 무릎으로 지탱하려 애를 쓰며, 반쯤 남은 물 안에서 팔꿈치와 손으로 중심을 잡았다. 욕조에 눌린 배가 묘하게 아팠다. 말이 기댄 거지, 이건 그냥 널어 둔 거 아니냐. 불편한 자세에 자연히 다리 사이가 서늘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놈이 내 발목을 묶고 있던 끈을 풀어냈다. 간신히 홀가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게 비참했다. 음흉한 시선이 뒤태를 훑는 게 느껴졌다. 시발….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가려보려 다리를 모으자, 놈이 쓰읍- 하고 경고를 하며 내 무릎 사이를 툭툭 쳤다.
“벌려요.”
머리에서 떨어진 물방울들이 욕조 안으로 떨어지며 파장을 일으켰다. 퐁당- 퐁당-…. 무서워…. 선택권이 없었다. 이를 꽉 깨물며 다리를 벌렸다.
“더 벌려요. 할 수 있잖아요.”
여기서 더? 체감상 아주 활짝 벌린 것 같은데 놈이 손으로 치는 꼴을 보니 정작 10cm도 안 벌어진 모양이다. 벌벌 떨며 망설이자 보다 못한 놈이 강제로 무릎을 잡아 벌렸다. 동시에 중심이 무너지며 상체가 앞으로 확 꼬꾸라졌고, 헉! 하는 사이 순식간에 눈앞으로 물이 다가왔다. 깜짝 놀라 팔꿈치에 힘을 주자 아슬아슬한 위치에 수면이 멈춰섰다. 까딱하다간 또 욕조 물에 코를 박을 판이었다.
“다음부턴 이 정도는 벌려 줘요.”
다음이 또 있는 걸까. 겁에 질려 가만히 있으니 놈의 손이 ‘씻긴다’는 명분하에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허벅지에서 엉덩이로…. 간지럽히듯 손끝으로 피부를 훑던 손이 갑자기 고환을 주무를 땐, 너무 놀라서 다시 다리를 오므렸다.
그러자 놈이 자신을 향해 솟아 있는 엉덩이를 주저 없이 내리쳤다. 찰싹! 놀란 건 둘째 치고, 몸이 젖어 있어서 그런지 맞은 곳이 꽤 아려 왔다. 보이진 않아도 분명 손자국이 올라와 있을 거라 확신이 들 정도로.
“에이, 얼른 씻어야죠. 똑바로 안 벌리면 묶어 둘 거예요. 지금보다 2배로 활짝 벌려서.”
하고자 하면 못할 놈이 아니다. 놈의 경고에 슬며시 다리를 벌렸다. 그냥, 그냥 목욕탕에 왔다고 생각하자. 때밀이 아저씨 앞에서 벗고 있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니잖아….
놈은 내 행동에 만족한 듯, 비누 거품을 잔뜩 낸 손으로 엉덩이골을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윽. 평생 살면서 타인의 손길이라곤 닿지 않았던 곳이다. 때밀이 아저씨는 개뿔! 여길 만지는 때밀이가 어딨어! 겁에 질려 긴장한 탓인지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절로 엉덩이에 힘이 꽉 들어가자, 놈이 단단하게 조인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힘 좀 풀어요- 라고 다독였다.
“선유 씨는 어쩜 여기도 예쁠까.”
엉덩이 사이를 문지르던 손이 고환에 원을 그리며 머무르다 부드럽게 성기를 감싸 잡았다. 흐윽…. 자위하듯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는 손길에 오소소- 소름이 올라왔다. 여전히 공포가 앞서 있었기에 발기는 되지 않았다. 그만해…. 애원했지만, 놈에게 닿지 않는 듯했다.
동시에 놈의 다른 손이 엉덩이골 사이에 꽉 다물려 있는 입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손끝이 구멍의 입구를 비집듯 꾹꾹 눌렀다. 있는 힘껏 조이고 있었지만, 끝까지 막을 순 없었다. 억지로 살을 벌리며 들어오는 단단한 손가락에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거긴…!”
“구석구석 깨끗하게 해야죠.”
보통 그 안을 씻는 사람은 없다고 항의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더 깊게 들어오는 손가락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져, 의지와 다르게 입에선 아- 하고 앓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여, 역겨워. 이상한 느낌이…! 윽!
큰 움직임 없이 천천히, 손가락 하나가 끝까지 다 들어왔다. 그리고 안쪽에서 잠시 머무르던 것이 들어온 모양을 유지하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목덜미가 뻐근했다.
“으으…!”
“먹은 게 없어서 그런가… 안이 텅 비었네요.”
놈이 빼낸 손가락을 여기저기 돌려보며 묻어나온 게 없는지 살폈다. 머리가 붕 뜨는 기분이었다. 내 배설물까지 확인하려 하는 놈을 보고 있자니 내가 정말 짐승이 된 것 같았다.
거부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입구는 꽉 다물려 있었지만, 놈은 한 번 더 손가락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그대로 있는가 했더니, 이번엔 안쪽에서 작게 원을 그리며 손목을 부드럽게 돌렸다.
“제발 그, 만… 윽.”
“쉿. 가만히.”
다시 빼낸 손가락을 살피던 놈이 “정말 아무것도 없네? 봐요.” 하고 내 눈앞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미미한 장의 냄새가 수치심을 자극했다.
손을 헹궈 낸 놈이 새로 비누칠을 하고 구멍을 비집었다. 처음 행위와는 다르게 반절 정도 밀어 넣은 손가락이 구부러지나 했더니, 이내 안쪽 내벽을 꾹- 꾹- 눌러 댔다. 마치 무언가를 찾듯, 아주 조금씩 위치를 바꾸며 천천히 공을 들이고 있었다.
끔찍하지만 놈이 찾고 있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어린 나이도 아니었고, 시도해 본 적은 없으나 들은 적은 있었다. 남자는 항문을 통해 전립선 자극을 할 수 있다고…. 호기심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걸 실현하고 있는 게 놈이라는 사실이 너무 끔찍했다. 이건 악몽이야! 현실을 부정하며 눈을 꾹 감았다.
목적이 분명한 행위에 몸이 더 굳어 버렸다. 이를 꽉 물며 힘을 줬다. 놈의 손에 절대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다르게 결국 그곳을 찾아낸 놈의 손가락…. 반사적으로 허리를 떨고 말았다. 나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엇, 느꼈어요?”
“아냐, 안 느꼈… 하지 마!”
“우와! 내가 그렇게 빨 때는 안 서더니, 뒷구멍 좀 만져 줬다고 섰네? 선유 씨, 변태군요?”
전신이 화르륵 타오르는 와중에도 꾹꾹- 같은 곳을 자극하는 놈에 손에 경련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놈에게 그런 소릴 듣고 싶지 않았다.
“아, 아니야, 그런 델 만지니까….”
“그럼 이건 뭐야?”
놈이 구멍 안을 눌러 대던 손가락을 쑥 빼냈다. 거친 배설감에 흡, 하고 숨을 멈추자, 놈의 손이 어느새 반쯤 발…기되어 있는 내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언제 이렇게 된 거지? 당황스러움에 팔꿈치가 조금 미끄러지며 눈앞에 수면이 가까워졌다.
“그럼 이건, 어떻게 된 거냐구요.”
욕조 안엔 여전히 물이 고여 있었다. 이마에서 코로 흐른 물방울이 똑- 하고 수면 위로 떨어졌다. 아까의 긴박했던 상황이 생생했다.
물속에 있던 나. 나를 지켜보던 놈. 차오르는 물과 폐가 찢어질 것 같은 괴로움….
심장이 쿵쾅거리는 와중에 놈이 은근히 내 몸을 내리누르듯 쓰다듬었다. 이러다 머리채를 붙잡고 물속에 처박는 건 아닐까, 겁이 났다.
놈은 천천히 되물었다. 얘는 왜 이러는 건데요?
“…했…어.”
“네? 잘 안 들리는데.”
“흥분했어….”
“왜 흥분했는데요?”
“네, 네가 만져서.”
“어딜 만졌는데요.”
놈은 집요했다.
“엉덩이….”
“엉덩이? 여기 말이에요?”
“아!”
놈이 콧방귀를 뀌며 내 엉덩이를 꽉 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아까 맞은 곳이 얼얼할 정도였다.
“선유 씨는 엉덩이를 만지면 흥분해요? 제대로 알려 줘요. 참고 좀 하게.”
“큭….”
물속에 있던 주먹을 꽉 쥐었다. 놈이 뭘 원하는진 알았지만 그걸 가볍게 입에 담을 만큼 외설적이지 못했다.
“항…문을….”
“항문이요? 겨우? 좀 더 천박하게 말해 주면 안 돼요? 여기 우리 둘밖에 없는데 왜 체면을 차리고 그래요.”
놈이 아쉬움 가득한 어조로 투정하며 내 엉덩이에 얼굴을 기댔다. 후- 하고 부는 입김이 엉덩이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구멍이나, 후장이나, 뒷보지나… 좋은 말이 많은데.”
놈이 앙, 하고 살 없는 엉덩이를 입에 물었다. 쪽쪽. 둔부를 강한 힘으로 빨아올리며 놈의 손가락이 주름진 곳을 쓰다듬었다. 천박하고 노골적인 단어에 귀가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뭐라고 부를까요?”
“윽, 흡….”
“뭐가 좋아요? 하나 골라 봐요. 당신 몸에 달린 거니까.”
선심 쓰듯 골라 보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거부감에 엉덩이를 떨자 “흔들 정도로 좋아요?”라며 놈이 기뻐했다.
“아무, 아무거나.”
“아무거나가 어디 있어요. 정확하게 하날 정해 줘야지. 응? 여기 말이에요. 여기.”
“아, 싫…!”
손가락이 다시 살을 헤집고 들어왔다. 뿌리까지 찔러 넣은 손가락을 사방으로 구부리며 아까 그 부분을 찾아 헤맨다. 내벽을 압박당하는 섬뜩함에 파르르 떨며 앞으로 도망가자 코끝에 물이 닿았다.
“하나 골라 봐요. 나는 참고로 뒷보지가 마음에 들어요.”
“읏-.”
시발 그럼 여자랑 하든가! 허리가 튀어 올랐다. 놈이 또 그곳을 누른 탓이었다. 차가운 욕조 벽에 성기가 툭, 닿았다. 완벽하게 아래로 피가 모여들고 있었다. 그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놈이 웃음을 터트린다.
“뒷보지로 할까요?”
“흐윽.”
“당신 좆은 뒷보지가 좋다는 거 같은데.”
“싫…엇.”
어느새 더 노골적으로 변한 놈의 언사. 비록 이 지경이지만 여성으로 취급받고 싶진 않았다. 난 여자가 아니야! 놈이 뭐라고 했더라? 전부 다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단어였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놈에게 외쳤다.
“구, 구멍으로!”
구멍도 물건에 가까운 명칭이었지만, 다른 단어에 비해 아주 미세하게나마 수치감이 덜 들었기에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뭘요?”
“네, 가… 만지는 곳…. 구멍으로 불러 줬…으면….”
“뒷보지는 싫어요?”
“구…멍이 좋아.”
“아쉽다…. 그래도 당신이 좋다니까 됐어요. 구멍도 괜찮아요.”
놈의 손가락은 여전히 안쪽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무서워서 쪼그라들 것만, 같은데 이상하게 앞쪽엔 점점 힘이 들어갔다.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끔찍해. 소름 끼쳐…!
“이대로 한번 싸요.”
“미쳤…!”
“왜요? 내가 당신 구멍 만져 줘서 흥분했잖아요. 우리 사이에 뭐가 부끄러워요. 난 오히려 기쁜데.”
“싫어… 제발….”
“내가 만져 줄 테니까 싸요. 편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이건 명령에 가까웠다. 게다가 사정할 기분은 들지 않았지만, 부풀어 오른 성기는 내 의견과 다른 것 같았다. 신체가 또 하나의 자아를 가지고 있기라도 한 듯, 놈이 구멍 안쪽을 꾹 누르면 속절없이 그 손에 허릴 비볐다.
“처음부터 뒷구멍으로 느끼기 쉽지 않다는데. 선유 씨는 타고 났나 봐요.”
느끼고 있지 않았다.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놈이 전립선을 눌러 대니 원치 않게 발기했고,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전혀 익숙지 않은 곳을 공격당하니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강제적인 발기에 하반신이 저려 왔다. 으윽- 하고 앓는 소리를 내자 놈이 피식- 하고 웃으며 내 성기를 잡아 흔들었다.
사창가에서도 이 정도로 허리는 안 흔들던데. 나를 욕보이는 말에 제대로 된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신음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숨을 참으며 허리를 움직이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놈의 손가락이 하나 더 비집고 들어오는 순간 참고 있던 모든 것이 터져 나왔다.
“앗, 안…!”
“그렇게 좋아요? 꽉꽉 무네.”
괄약근이 빠듯하게 늘어났다. 혹시라도 찢어지는 건 아닐까. 이물질이 두꺼워지니 조이는 힘이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놈은 그걸 ‘문다’라고 표현했다. 귀두를 긁듯이 문지르며 동시에 꽉 들어찬 손가락이 전립선을 묵직하게 내리눌렀다. 허벅지 안쪽이 덜덜덜 떨려 오자 놈이 엉덩이에 입을 맞춰 왔다.
“하읏-.”
“하… 신음도 예쁘고. 못난 부분이 없네. 우리 선유 씨.”
“씨…발…!”
파르르, 엉덩이를 흔들었다. 아랫배가 조여 오는 것 같았다. 내 신음이 커질수록 성기를 문지르는 놈의 손이 빨라졌다. 지극히 일방적인 쾌감에 휩쓸리며 소릴 질렀다. 눈물인지 물방울인지 모를 액체가 볼을 타고 욕조 안으로 떨어졌다.
“핫, 아앗!”
“갈 것 같으면 말해요.”
“가, 갈 것 같…, 흡-!”
빠르게 놈의 손에 성기를 비볐다. 이성이 휘발하며 사정하고 싶다는 본능에 거친 숨을 내쉬며 허리를 떨었다. 뒤에선 놈이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흐윽…!!”
동시에 놈이 귀두를 가볍게 감싸 잡았고, 앗, 앗-, 짧은 신음에 맞춰 놈의 손바닥을 적셨다. 사정하는 내내 놈은 마사지하듯 끝부분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눅진한 액체가 살덩이를 잔뜩 적시며 흘러내렸다.
잠시 가출했던 이성이 돌아오자 허탈감만 남았다. 내가 지금 무슨…. 힘이 쭉 빠지며 몸이 욕조 위로 늘어졌다. 수많은 감정이 정액에 담겨 몸 밖으로 배출된 기분이었다.
쪽. 무언가 빨아 대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놈이 제 손에 흐르는 내 정액을 할짝거리고 있다. 이쯤 되니 병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왜 내 몸에서 나온 온갖 것들을 입으로 못 가져가서 안달일까. 혹여나 놈이 당신도 먹을래요? 라고 물을까 두려워서 못 본 척 시선을 돌렸다.
놈이 내 몸을 일으켰을 땐 너무나도 지친 상태였다. 기진맥진. 얼마나 힘을 줬으면 배엔 멍까지 들어 있었다. 어지러움 속에서 놈이 욕조에 기대앉은 내 몸을 닦아 주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때문에 이런 모습으로 눈을 뜬다면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신이 좀 들어요?”
“…어?”
놈은 내 꼴을 보고도 태연하게 웃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저 새끼 말고는 이럴 사람이 없으니까. 푹신한 침대에 누운 몸은 더없이 편안했지만,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뭐, 뭐야, 이게…!”
다리가 활짝 벌어진 채 손과 함께 침대 헤드에 묶여 있었다. 얼마나 세게 묶었는지 다리를 오므리기는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아프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생전 처음 당하는 자세에 당황과 부담이 나를 어쩔 줄 모르게 했다. 휑하니 드러난 사타구니를 어떻게든 가리고자 버둥거렸지만, 또다시 핑- 하고 눈앞이 도는 바람에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봐요. 자꾸 밥도 안 먹고 그러니까 계속 기절하잖아요. 속상해….”
이 와중에 더 당황스러운 점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놈의 손가락에 희롱당했던 뒤쪽에 무언가가 있었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물감이 상황을 더 곤란하게 했다.
“어, 힘주지 마요. 빠지잖아.”
“읏!”
엉덩이에 힘을 주자 뒤를 막고 있던 물건이 어렵지 않게 밀려 나갔다. 헤드에 묶인 끈을 만지작거리던 놈이 뒤쪽을 발견하고는, 나오던 물건을 꾹- 도로 눌러 넣었다. 안쪽이 밀려 올라오는 역한 감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욕실에서 놈의 손가락이 들어오던 것과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지금 뭘….”
“별거 아니에요. 손가락보다 좀 더 큰 딜도예요.”
손가락 3개를 모으더니 이 정도? 라며 내게 보여 줬다. 믿을 수 없었다. 겨우 놈의 손가락 하나도 빠듯했었다. 당연하지. 거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나가는 곳이니까! 그런데 저 사이즈가 안에 있으면서 전혀 아프지도, 버겁지도 않다고? 잃어버린 시간이 간절했다. 정신을 놓은 사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다 묶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놈이 만지작거리던 끈을 당기자 그 끝에 묶여 있던 다리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끈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가슴 가까이 다리가 접히며, 거의 허리가 휠 정도로 몸이 들려 버렸다. 딸려 올라간 무릎이 머리 쪽을 향하자 천장을 향해 치부가 훤히 드러났다. 시발 이제 무슨 꼴이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하체에 힘을 주며 놈에게 반항했다.
“힘주지 마요. 다쳐요.”
“싫어, 윽!”
내가 놈을 이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체력도 온전하지 못했고, 위치조차 불리했다. 결국, 놈에게 닿지 못한 힘은 다른 곳을 향했다. 퐁! 마개 빠지는 소리를 내며 뒤쪽을 막고 있던 물건이 힘차게 튀어 나갔다. 갑작스런 배설에 앗, 하고 놀라는 사이 놈은 원하는 위치까지 내 엉덩이를 끌어 올렸다. 힘없는 성기가 배 위로 축 늘어졌다.
“칠칠맞지 못한 구멍이네요. 먹여 준 걸 물고 있지도 못하고.”
놈이 가볍게 둔부를 때리며 나무랐다. 어느새 당겨지던 끈은 헤드에 단단하게 묶여 있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놈이 시트 위를 구르던 검은 딜도를 다시 주워 들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볼기를 쿡쿡-. 말랑한지 단단한지 모를 물건은 방금까지 내 체온을 품고 있었기에 따뜻했다.
“어때요? 자기 구멍 보는 거 처음이죠?”
허리가 접히며 일반적으론 절대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이 시야에 잡혔다. 무리하게 들린 허리, 잔뜩 벌어진 사타구니, 구겨진 뱃가죽 위로 축 늘어진 성기와… 빠끔히 붉은 입을 벌리고 있는 구멍…. 조금 전까지 딜도를 품고 있던 그곳은 내 신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낯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워낙 자세가 부담스러웠던지라 내 것을 눈으로 보고 있는 것도 적응이 되질 않았다. 엉덩이에 힘을 주자 동그란 구멍이 진한 주름을 만들며 꽉 닫혔다. 하지만 곧 힘을 빼자, 이게 원래 모습이라는 듯 서서히… 그 입을 벌렸다. 홧! 순식간에 얼굴에 불이 붙었다.
“풀어 줘, 이게 무슨…! 아파, 아프다고!”
과한 자세에 허리가 아픈 건 사실이었다. 나는 원래 유연한 편이 아니다. 사무직인데 오죽할까. 아프다는 핑계를 앞세워 발버둥을 쳤다. 물론 놈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지만.
“미안해요. 하지만 이편이 편해서…. 금방 끝낼 테니까 조금만 참아요.”
“뭘 하려는 거야?!”
놈의 애교 섞인 사과에 질색하며 도리질을 쳤다. 질문을 했지만 답은 듣고 싶지 않았다. 뭐가 됐든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닐 게 분명했으니까. 놈은 연신 괜찮아요, 긴장하지 마요. 하고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너 같으면 괜찮겠냐고!
“선유 씨가 밥을 하도 안 먹으니까, 걱정돼서 이것저것 알아봤거든요.”
놈이 침대 아래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달그락거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어떤 미드를 하나 봤는데, 사람이 자는 사이에 목구멍에 호스를 꽂고 음식을 밀어 넣더라고요? 음식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사람 귀였지만.”
귀라고 말하며 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놈의 말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설마 나한테 똑같이 한다는 건… 아니겠지?
“근데 내가 의사도 아니고, 선유 씨 목구멍을 강제로 열순 없잖아요. 병원도 못 가는데 다치면 어떡해.”
아주 조금은 안도했다. 하지만 목구멍을 열지 않겠다는 거지, 놈이 내게 무슨 짓을 할 예정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놈은 차분한 어조로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더 찾다 보니까 어떤 알코올 중독자가 관장으로 술을 마신 사례가 있더라구요. 알콜을 너무 빨리 흡수하는 바람에 심장마비로 죽었지만. 어쨌든 그것 때문에 TV에도 나오고 그랬나 봐요. 선유 씨는 혹시 방송하는 거 봤어요? 나는 못 봤는데.”
“…….”
“생각해 보니까 위장에선 음식을 잘게 부수는 거고, 영양분 흡수는 장이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적당히 묽은 음식 정도는 위장을 거치지 않아도 흡수할 수 있겠더라구요. 목구멍을 여는 것보다야, 뒷구멍을 여는 게 더 쉽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내 뒤로 음식을….
“하, 하지 마. 진짜 죽여 버릴 거야! 손대지 말라고!”
“더 굶으면 위험해요. 이제 뭐든 먹어야죠.”
“이 미친 새끼가…!”
“쉿, 쉿. 이제 말은 필요 없어요.”
놈은 아까보다 더 즐거운 얼굴로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뭔가 할 거라고는 예상은 했지만, 이런 짓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뒤로 음식을 먹인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불쾌했다. 진짜 미친 새끼 아니야?! 저런 발상 자체를 한다는 게 미쳤다는 증거잖아!
찰나지만 죽음을 눈앞에 뒀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했다. 잘은 몰라도 욕실에서 나온 지 길어 봐야 몇 시간이 되지 않았겠지. 수면 밖에서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놈도 여전히 생생했다. 그래도 이건… 이건 아니잖아!
“머, 먹을게, 밥 먹을게! 먹는다고!”
“늦었어요. 내가 분명 마지막 기회라고 했잖아요.”
언뜻 마지막 기회니 어쩌니 그런 말을 들었던 것도 같았다. 분명 기회는 수없이 많았었다. 놈이 가져온 죽이 몇 그릇이었는지 셀 수도 없으니까. 후회하지 말라 했던 말이 이제야 와 닿았다. 먹으면 되잖아! 먹는다니까?! 절규에 가까운 애원을 배경 삼아 놈은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짠! 이게 뭔지 알아요?”
신난 얼굴로 침대 아래서 덜그럭대던 물건 중 하나를 치켜들었다. 오리 주둥이를 닮은 길고 매끈한 스테인리스가 조명을 받아 번쩍였다. 도대체 저런 물건을 어디서 구해 오는 걸까? 한눈에 물건의 용도를 알아봤다.
“나도 정확한 이름은 처음 알았어요. ‘질경’이라고 한데요. 보통은 여성 병원에서 많이 쓰는 건데…, 선유 씨 표정을 보아하니 본 적 있는 모양이네요. 맞아요. SM 포르노 보면 자주 나오잖아요. 하하.”
놈이 기구의 둥근 입구 부분을 만지작거리자, 꽉 다물려 있던 아랫부분이 철컹! 하고 살벌한 소리를 내며 벌어졌다. 사실 그렇게 큰 소리는 안 났을 테지만, 지금 내겐 그 어떤 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이걸로 당신 뒷구멍을 활-짝 열어서, 말 안 듣는 윗입 대신 음식을 먹여 줄 거예요.”
“싫어. 제발 하지 마! 싫어! 안 들어갈 거야!”
“안 들어갈 리가 없어요. 누워 있는 동안 이게 충분히 넓혀 놨는걸.”
침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딜도가 내 눈앞에서 흔들렸다. 내가 보기에도 기구는 딜도보다 얇았다. 하지만 저게 벌어진다잖아!
“하, 하지 마. 제발 부탁이야. 내가 잘못했어…!”
“버둥거리지 마요. 다쳐요.”
기구의 납작한 끝이 구멍에 닿았다.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감촉에 놈의 경고를 쉽게 흘릴 수가 없었다. 마치 칼이 닿아 있는 것만 같았다. 잘못해서 안쪽이 찢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냥 다치는 정도가 아니라 피를 철철 흘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그려졌다.
숨 쉬는 걸 잊을 정도로 몸이 경직됐다. 겁이 났다. 지나친 상상과 무능력한 현실이 뭉그러지며 공포의 부피를 더해 갔다. 과하게 몸이 굳은 걸 느꼈는지, 놈이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계속 허벅지를 어루만졌다. 당연히 역효과였다. 놈의 존재 자체가 그걸 불가능하게 하잖아.
빠끔히 열린 구멍이 서서히 벌어졌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었기에 순간순간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절대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던 기구의 끝이 들어오고 있었다. 힘 빼요. 다친다니까. 처음으로 놈의 말을 들으려 노력했다. 살갗이 아닌 내장이었다. 꽉 다물린 입술을 덜덜 떨고 있으면서도 최대한 힘을 빼려 노력했다. 하지만 시발 그게 되겠냐고. 겁에 질려 놈의 손만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끔찍한 사실은 놈의 말이 맞았다는 거다. 반절 정도 들어왔지만 아프기는커녕 아무 부담도 없었다. 이미 안쪽에 무언가를 적셔 둔 듯, 오히려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들어가는 모습에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게 내 몸이라고? 차라리 놈의 몸이라 불러야 할 정도였다. 내게 남겨진 권한은 그 어느 것도 없었다. 먹고, 싸고, 심지어 살아 있는 것조차. 놈의 의지가 아니면 그 어느 것도 혼자 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뒤쪽은 생전 써본 적도 없는 음란한 장난감까지 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젠 말도 안 되는 짓까지 당하고 있고.
울고 싶은 게 아니라 이미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놈이 안쪽으로 기구를 거의 밀어 넣었을 때, 관자놀이를 타고 흐른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숨을 죽이고 훌쩍이는 날 발견한 놈이 “귀여워….”라고 중얼거리며 눈물길을 닦아 줬다.
“빼, 빼 주… 빼 주세요. 제발 그만… 빼 주세요. 빼 주세요. 바, 밥 먹을게요.”
그 치열했던 반항심은 다 어디로 갔는지. 욕하고 소리쳤던 과거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좀 더 순종적으로 굴었어야 했는데. 어떻게 해야 놈이 그만둘까. 최대한 공손하고, 최대한 애처롭게 놈에게 빌었다. 좌절감에 퐁퐁 솟아난 눈물이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늦었다니까요.”
놈이 낮게 웃으며 기구의 옆으로 튀어나와 있는 나사를 조금씩 돌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안이 점점 열리는 게 느껴졌다.
“아, 아 싫… 싫어!!”
쇳소리가 튀어 나갔다. 점점 더 크게 벌어지는 구멍이 보였다. 정말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차가운 금속이 활짝 열리는 감각은 너무나 선명했기에, 피부가 저릴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어쩜… 구멍 색깔도 이렇게 예쁘지?”
어림잡아 2마디 정도로 벌어진 입구를 내려다보며 놈이 감탄했다. 내 눈에도 아주 살짝 보이는 육벽은 선명한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이게 완벽한 색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으나, 자신의 속을 눈으로 보고 있다는 생소함이 두려움을 더 키우고 있었다.
은근슬쩍 힘을 주며 밀어내려 했지만, 내벽을 타이트하게 붙잡은 기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움직임이 놈에게 유흥 거리가 된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인 놈의 콧김이 구멍 안쪽까지 거세게 느껴졌다.
잘못했어요. 제발 빼 주세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빌었다. 용서해 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선유 씨…. 자꾸 나 자극하지 마요. 오늘은 정말 밥만 먹여 줄 거란 말이에요.”
놈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사타구니를 거칠게 문질렀다. 전신의 털이 주뼛거렸다. 언젠가는 아랫도리를 휘두를 거라는 예고처럼 들렸… 아니, 분명한 선언이었다. 놈은 이미 처음부터 나를 성적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여태 모든 행동이 증명하고 있었다.
공포가 과해지니 이성이 날아갔다. 사람이 이리도 혐오스러울 수가! 방금까지만 해도 놈의 용서를 바라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사나워지며 살의가 솟아났다.
“씨발! 개새끼야! 아악! 당장 빼! 빼라고! 죽여 버릴 거야! 아아악!”
“먹은 것도 없는데 어디서 힘이 나는지. 매번 이러는 거 보면 참 신기하다니까.”
여유롭게 침대에서 일어난 놈이 아래서 그릇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안에 든 것을 손가락으로 휘저은 뒤 내게 보였다.
“평소보다 좀 더 묽게 만든 미음이에요. 음- 적당히 잘 식었네요. 맛볼래요?”
알맹이 하나 없이 고운 죽이 놈의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설마 저걸 빨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사이 그 손가락은 내 아래쪽을 향했다. 활짝 벌어진 구멍 안으로 하얀 죽이 펴 발라졌다. 벌어진 기구 사이로 튀어나온 내벽에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굴욕감에 입술을 꽉 깨물자 놈이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앗! 선유 씨 설마 윗입한테 맛을 보여 줄 거라 생각한 거예요? 하하! 오늘은 아랫입이 대신 식사를 할 건데 맛도 여기로 봐야죠. 어때요? 맛이 괜찮죠?”
깔깔대며 맛을 묻는 놈의 시선조차 구멍을 향하고 있었다. 빠드득. 얼마나 세게 이를 갈았는지 머리가 다 아플 정도였다.
“하하, 그럼 이제 제대로 된 식사를 할까요?”
깔깔대며 눈물까지 훔친 놈이 숟가락으로 걸쭉한 죽을 한술 퍼 올렸다.
“하지 마…. 하지 마!”
“맛있게 먹어요. 선유 씨.”
신호탄과 같은 인사였다. 주르륵-. 죽 한 수저가 구멍 안으로 흘러내렸다. 주르륵, 또 주르륵-.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온도가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개중 몇 번은 일부러 보여 주듯 높은 곳에서 수저를 기울였다. 투두둑! 방향이 조금 엇나간 죽이 피부에 떨어지며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식사라고 하기엔 지독하게 더럽고 외설적인 모습이었다. 그 역겨운 광경에 구역질이 치밀었다. 참을 틈도 없이 우욱! 소량의 위액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빈속이라 나오는 게 없으니 울렁거리는 속에 괴로움만 가득할 뿐이었다.
“괜찮아요?”
갑작스러운 구역질에 놀란 듯, 놈이 잠시 그릇을 내려 두고 수건으로 내 입가를 닦아 냈다. 어이없게도 놈은 정말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속상한 듯 혀를 찬 놈이 내 머리카락을 넘겨 주며 “한 그릇 뚝딱 비우면 괜찮아질 거예요.” 하고 서둘러 그릇을 주워 들었다.
“흐아아! 싫어, 그만! 그만둬! 제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소리쳤다. 자세 때문일까 기구 때문일까. 강제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내보내려 아무리 힘을 줘도, 이상하게 밖으로 나오는 건 없었다. 오히려 뱃속이 더부룩하게 차오르는 것 같았다. 어느새 놈의 손에 들린 그릇은 반절이나 비어 있었다.
“맛있어요? 잘 삼키네. 나 요리 잘한다고 했잖아요.”
놈이 꿀렁거리며 안쪽으로 흘러내려 가는 죽을 보며 뿌듯하게 말했다. 맛을 시발, 내가 어떻게 알아. 도리질을 치며 연신 멈춰 달라 애원했다. 어느새 배까지 사르르 아파오고 있었다.
우욱. 다시 올라오는 구역질에 놈이 서둘러 손을 움직였다. 결국, 그릇 바닥까지 싹삭 긁어 구멍 안쪽으로 모든 걸 쏟아 넣었다.
“무, 뭘 하려고.”
끝난 줄 알았건만, 빈 그릇을 내려놓은 놈이 갑자기 바지를 벗었다. 설마. 돌발행동에 덜컥 겁이 났다. 이미 충분히 버거운 상황이었다. 복통이 심해지고 있었기에 애써 힘을 주며 놈을 노려봤다.
“예? 뭐 별거 아니에요. 단백질 보충?”
놈이 당연한 걸 왜 묻냐는 태도로 속옷마저 벗어 바닥에 던졌다.
“정액이 14칼로리쯤 한다니까 없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요?”
흉하게 생긴 성기가 배꼽에 닿을 정도로 빳빳하게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타인의 것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게 된 건 처음이었다. 시발 저게 뭐야…. 저 하얀 몸에 어울리지 않게 검붉은 색이라니. 크기 또한 절대 어울리지 않았다. 마른 몸에서 유일하게 부피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한참 전부터 흥분 중이었는지, 잔뜩 흘러나온 쿠퍼 액에 놈의 흉기가 번들거렸다.
“너무 긴장하지 마요. 오늘은 밥만 줄 거라고 했잖아요.”
그리 말하며 놈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다가오지 마! 하지만 겁에 질려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혹시라도 놈이 맘을 바꾸고 덮쳐올까 무서웠다.
놈이 제 성기를 주무르며 침대 위로 올라와 구겨진 내 위로 다리를 벌리고 섰다. 그 모습이 지독하리만치 크게 느껴져 마른 목이 자꾸만 꿀렁거렸다. 침대가 흔들리며 놈의 무릎이 살짝 굽어들었다. 그리고 탁-탁-탁-, 더는 여유도 없는지 노골적인 행위를 시작했다.
놈의 눈동자가 나의 전신을 훑고 있었다. 일그러진 얼굴, 경련하는 가슴, 질척거리는 구멍…. 시선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그 눈에 열기가 더해져 가고 있었다. 술에 취해 잠든 내 위에서도 이렇게 자위했을까. 인제 와서 과거를 더듬어 봤자 너무 늦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참아 왔었는지 놈은 금방 거친 숨을 내쉬며 몸을 떨었다. 헉, 헉, 점차 빨리지는 신음에 덩달아 심장이 쿵쿵거렸다. 몇 번을 더 흔들자 놈의 고개가 뒤로 꺾이며 신음했다. 하으윽, 선유 씨! 동시에 놈의 손안에서 정액이 쏘아져 나왔다. 쪼록-. 안쪽에 고여 있는 죽 위로 뿌려진 놈의 정액이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하아, 하아….”
부드럽게 나사가 돌아가자 자연히 내벽이 조여들었다. 놈이 안에 든 것이 넘치지 않게 천천히 기구를 잡아당겼다. 더부룩하고 아프고… 뱃속이 너무나도 불쾌했다. 기구가 거의 다 빠져나갈 때쯤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힘을 주고 있었다.
“힘주지 마요. 나오면 어쩌려 그래요.”
놈이 급하게 검은 딜도를 구멍 안으로 밀어 넣으며 혀를 찼다. 확대경과는 다르게 묵직하게 안쪽을 밀고 들어오는 느낌에 흐윽! 하고 급하게 숨을 삼켰다.
뱃속을 가득 메운 죽 한 그릇이 밖으로 내보내 달라며 아우성이었다. 죽뿐이 아니다. 놈의 혐오스러운 분비물도 내 안에 들어 있었다. 심적인 괴로움도 극에 달했다. 점점 심해지는 복통에 신음이 참지 못하고 흘러나갔다. 그 소릴 들은 놈이 나를 달래듯 구겨진 배 위를 가볍게 문질렀다. 한 손으론 여전히 딜도의 끝을 붙잡고 있었다.
“흡수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3시간? 5시간?”
몇 시간이나 이 상태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방울이 얼굴을 흘러내렸다.
“못해! 배가 아파, 아프단…, 흐윽!”
“좀 버텨 봐요.”
놈이 선유 씨는 참을성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꾸르륵- 이젠 배탈이 난 것 같은 소리까지 나고 있었다. 놈에게도 들렸을 게 분명한 소리에 부끄러움과 고통이 뒤범벅돼서 연신 얼굴을 타고 흘렀다. 식은땀이 손바닥 가득 배어 나왔다. 안쪽에 있는 게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같이 아팠는데, 놈이 누르고 있는 마개 때문에 어쩔 줄을 몰랐다. 조금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숨을 내쉬는 순간 다시 뱃속이 꾸르륵거리며 더 큰 고통의 파도를 몰고 왔다.
“으…! 못 참아, 아, 안 돼.”
억지로 밀어내는 힘에 단단히 박힌 딜도 사이로 뜨거운 즙이 흘러나왔다. 체온이 더해져 놈이 죽을 부어 넣었을 때보다 확연히 뜨거웠다. 다리를 덜덜 떨며 도리질을 치자 놈이 주저 없이 혀를 내밀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품고 있는 딜도보다 넓게 입을 벌리고 있던 곳이다. 그 위로 혀가 닿자 주름이 잔뜩 조여지며 단단해졌다. 국부로 느껴지는 혐오스러운 움직임에 주먹을 꽉 쥐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
가뜩이나 예민한 곳이 자극되자 극도로 긴장해 버렸다. 놈은 이제 손이 아닌 입으로 딜도를 누르고 있었다.
“흐으윽! 안 돼! 제발! 배가 아파…!”
돌아온 복통에 끝까지 말도 하지 못하고 몸부림을 치자, 딜도의 표면을 할짝대던 놈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질투 나네…. 고작 음식에 이렇게 반응할 줄이야.”
놈이 딜도를 이로 긁으며 툴툴거렸다. 작은 진동에도 흠칫 놀라며 안쪽을 조였다. 그때마다 뱃속은 전쟁이 따로 없었다.
“너무 아픈데, 흐읍, 진짜 장난 아니라….”
“네? 이제 겨우 10분 지났어요. 소화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10분?!
“못해! 시발! 못한다고! 어, 어떻게 몇 시간을 버텨! 미친 소리 하지 마! 아프다니까!”
“안 돼요. 밥 먹는 중에 뱉는 게 어딨어요.”
“이게 무슨 밥을- 악!”
서럽게 울먹이는 나를 보며 놈이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꾸르륵- 또다시 고통이 몰려왔다. 아! 앗! 안 돼! 움찔거리는 허벅지 아래로 죽인지 뭔지 모를 액체가 넘쳐흘렀다.
“당신이 윗입으로 먹질 않으니 아랫입으로 주는 거 아니에요.”
“내가,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어요! 차라리 위로 먹을게, 주는 대로 다 먹을게! 그니까 그만, 제발! 이, 이건 아니잖아…!”
“…정말요?”
“정말! 정말이야! 진짜! 약속할…! 으윽.”
놈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내려봤다. 무엇을 고민하는지 눈썹이 한껏 모였다 멀어지며 바쁘게 움직였다. 꾸루루룩, 아아- 제발 빨리…. 머리 위로 모인 손바닥이 따끔거렸다. 주먹을 세게 쥐어 손톱자국대로 살이 패여 버린 탓이다. 나는 이렇게도 급박한데, 놈은 여전히 여유롭게 눈을 굴리며 턱으로 딜도의 끝을 꾹꾹 눌렀다.
“아흐윽!”
안쪽이 출렁이는 자극에 앓는 소리가 절로 흘렀다. 이때, 놈의 한마디가 머리를 스쳤다.
싸게 해 달라고 말해요.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싸게 해 달라고 말을 해야만 데려가 줬다. 꼭 놈에게 길들여진 것 같아 분했지만, 당장의 해방이 급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싸, 싸게 해 주세요!”
“음?”
“아, 안 돼애…, 나 이제 흑, 싸게 해 줘. 싸게 해 줘. 싸게 해 주세요….”
내 사타구니에 얹어져 있던 입이 크게 호선을 그렸다.
“배운 건 잘 써먹네. 완전 여우라니까.”
그제야 고개를 들어 올린 놈이 실실 쪼개며 내 엉덩이를 주물렀다. 한 움큼 움켜쥔 엉덩이에 딜도가 비틀어지며 불안감이 커졌지만, 지금의 욕구는 단 하나뿐이었다.
“어쩔 수 없죠. 싸고 싶다는데…. 근데 정말 밥 먹을 거죠? 나중에 말 바꾸기 없어요?”
“안 바꿔, 밥 먹을게. 윽! 제발!”
“정말 주는 대로 얌전히 다 먹을 거죠?”
“다 먹을 테니까-!”
“알았어요.”
놈은 가장 먼저 손을 풀어 줬다. 그리고 다급하게 버둥거리는 손을 내 다리 사이로 인도해 스스로 딜도를 누르고 있게 시켰다. 누르고 있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기에 덜덜 떨면서도 얌전히 손에 쥔 딜도를 꼭 붙잡았다.
“빠, 빨리.”
“보채긴.”
그다음엔 무릎에 있는 구속구를 벗겨 냈다. 어찌나 느긋하게 움직이는지. 제발 서둘러 달라고 몇 번이나 애원했다. 알겠어요. 알겠다니까요. 놈이 성의 없이 대꾸하며 침대 헤드에 묶여 있는 끈을 풀어냈다. 무리한 자세로 장시간 허리를 꺾고 있던 탓에 끈이 느슨해지자 허리가 욱신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모든 끈과 구속구가 다 풀렸다. 처음으로 전신이 자유로워졌지만 도망칠 수가 없었다. 걷는 것조차 혼자 하질 못하는데 어떻게 도망을 가겠어. 덜덜 떨며 놈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배 속에 있던 죽이 모조리 아래로 향하는 기분이 들었다. 엉덩이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 건 생전 처음이었다. 여전히 한 손으로 구멍을 막은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화장실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겼다.
“아, 으으….”
뚝, 뚝…. 다리 사이에서 질척한 무언가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뒤를 따라오던 놈이 그걸 보고는 푸훗, 하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딜도가 꽤 맘에 들었나 봐요? 좋다고 구멍으로 정액을 질질 싸지르는 걸 보니….”
바닥에 떨어진 새하얀 죽을 보며 놈은 정액이라 비웃었다. 비록 놈의 정액이 조금 섞여 있긴 했지만, 구멍으로 사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며 놈은 나를 음란하다 희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던지라 그 말이 당장은 내게 큰 자극을 주지 못했다.
화장실 문을 벌컥 열자 눈앞에 변기가 있었다. 놈이 말리지만 않았더라면 벌써 변기에 달려들었을 거다.
“그렇게 앉는 거 아니에요. 거꾸로. 네, 그렇게 앉아요.”
놈의 손에 이끌려 변기를 마주 보고 앉았다. 등을 보이고 앉은 낯선 자세에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다리가 활짝 벌어진 탓에 뒤를 막고 있던 딜도가 삐죽 빠져나왔다.
“핫!”
놀라서 딜도를 막고 있던 손을 꾹-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이번엔 놈이 탄성을 터트렸다.
“벌써 뒷구멍으로 자위하는 거예요? 와, 진짜 너무 밝히네. 싸고 싶다고 할 땐 언제고…, 혹시 싸고 싶다는 게 다른 뜻은 아니었죠?”
놈이 깔깔대며 화장실 문턱에 엉덩이를 붙였다. 분하지만 변기 위에 앉아 있으니 배설욕이 한층 더 강해졌기에 대꾸하지 않았다. 꾸르륵- 다시 돌아온 복통에 변기 위에 올려 둔 손이 덜덜 떨려 왔다. 빠, 빨리…. 내 재촉에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배를 부여잡고 웃던 놈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싸 봐요. 봐 줄 테니까.”
“뭐? 나… 가지 않을 거야?”
“당연한 거 아니에요? 얼른 싸요. 싸고 싶다면서. 더 참을 수 있으면 참아도 상관없어요.”
당연은 무슨! 어떻게 보면 배설과 같은 행위였다. 소변을 눌 때마다 지켜보듯, 놈은 정말 내 모든 걸 지켜볼 작정인 듯했다. 당황스러운 마음과 얼른 쏟아내고픈 마음이 더해져 발끝이 절로 조여들었다. 당장에 해방감을 쫓느라 놈의 시선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놈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반응을 보였다.
퐁당-
힘이 풀린 괄약근 사이로 죽이 속절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변기 소리에 놀라서 구멍을 조였지만 한번 터진 배설에 몸이 쉽게 제어될 리가 없었다. 다시 조여진 구멍에 뱃속이 날뛰며 남은 걸 마저 내보내라 성화를 부렸다.
“흐읍….”
“장난감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빼야 싸죠.”
성큼 다가온 놈이 변기 안으로 손을 넣어 내가 붙잡고 있던 딜도를 강제로 뽑아냈다.
“아…!!”
투두둑-! 막고 있던 마개가 사라지자 활짝 열린 구멍으로 속절없이 하얀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귀를 찌르는 파열음이 텅빈 화장실을 가득 메웠다. 동시에 변기 끝을 붙잡고 있는 손의 마디마디가 새하얗게 질려 갔다.
“흐윽-! 아!”
“정액 관장을 하면 이런 느낌인가? 대단해. 당신 구멍에서 하얗고 끈적거리는 게 뿜어져 나오고 있어요.”
놈의 노골적인 언사에 귓불이 달아올랐다. 수치스러웠지만 오래 참았던 만큼 뱃속을 비워 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찰칵!
“무슨…!”
“걱정 마요. 동영상도 찍고 있어요. 귀한 모습이니까.”
번쩍거리며 터진 플래시에 당황하며 뒤로 손을 내저었다. 거의 다 내보냈다고 생각했는데 힘을 주지 않아도 구멍에서 무언가가 자꾸 흘러나왔다. 흐어엉-. 어린애처럼 울면서 변기 뚜껑을 끌어안았다. 찍지 마, 시발 찍지 말라고! 이쯤 되자 미미하게 변의 냄새까지 섞여 올라오고 있었다.
“냄새, 지독해.”
놈의 직언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억울하고 쪽팔려서 당장이라도 이곳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머리와 다르게 몸은 안쪽을 다 비워 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고개를 처박고 흐느끼는 나를 놈이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샤워기로 안쪽을 헹궈 내고, 비누칠을 끝낼 때까지도 계속 욕조에 기대 울었다. 울지 마요. 먹은 것도 없는데 왜 자꾸 울어요. 걱정 어린 다독임에 눈물방울이 더 굵어졌다.
거실로 안겨 나와 다시 식탁 의자에 팔다리가 묶였다. 이젠 정말 반항할 힘이 없었다. 유일하게 풀려 있는 건 오른손이었다. 지친 나머지 풀려 있다는 자각도 없었지만. 놈이 숟가락을 들어 내 오른손에 꼭 쥐여 줬다.
“금방 차려 줄게요. 기다려요.”
멀쩡한 집안에서 나만 알몸으로 앉아 있었다. 서늘한 위화감에 왠지 허하게 느껴지는 다리를 꼭 모았다. 고개를 숙이니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더는 울고 싶지 않아 눈을 꾹 감고 있는데, 탁- 탁- 탁- 익숙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살과 살이 닿는 아주 익숙한….
“……!”
이제 더 놀랄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놈은 모락모락 연기가 오르는 죽 그릇을 앞에 두고 자위하고 있었다. 하앗! 짧은 신음과 함께 놈의 정액이 죽 위로 뿌려졌다. 시선을 느낀 놈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하아…. 뭐든 먹는다면서요?”
놈은 옷을 갈무리할 생각도 없이 그대로 내 앞에 그릇을 내밀었다. 바지 밖으로 덜렁 솟은 성기가 흉측했다. 더불어 기름을 뿌린 듯 반투명하게 떠오른 정액에… 비위가 상해 버렸다. 쨍그랑-. 손에 쥐고 있던 수저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음을 냈다. 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떨어진 수저를 주워서 다시 손에 쥐여 줬다.
“못 먹겠어요? 음… 다시 아랫입에 먹여 달라 해도 난 괜찮아요. 대신 다시 그땐 2그릇이에요.”
여전히 다정한 웃음이었다. 2그릇이라고? 방금 그 끔찍한 짓을 다시 할 바엔 이걸 먹는 게 나았다. 근데 손이 전혀 가질 않는 걸 어쩌란 말이야.
“싫으면… 뭐, 어쩔 수 없죠. 다시 일어….”
“머, 먹어! 먹는다고!”
시발, 누가 다시 한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눈앞에 있는 죽을 급하게 휘저었다. 차라리 안 보이는 게 더 났겠지. 수저로 죽을 한술 떠올리자 고소한 냄새와 함께 뜨끈한 열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제 보이는 것으론 완벽한 미음이었다. 하지만 보이진 않아도 놈의 것이 섞였다고 생각하니 여전히 거부감이 들었다.
“맛있게 먹어요.”
눈을 꾹 감고 수저를 입안으로 가져가, 웁….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켜 목구멍으로 넘겼다. 우욱! 비위가 약한 탓에 금방 구역질이 올랐지만, 얼른 입을 틀어막았다. 토하면 토했다고 더한 걸 시킬 게 뻔해. 놈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으며 잘했다고 칭찬했다.
-다음 권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