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
“북한산에 그런 게 숨어 있을 데가 있나?”
내가 서울 시민이 아니다 보니 북한산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겨를이 없었다. 후후, 부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대전 광역시에서 찬란한 20대를 보냈고, 20대 말미엔 과천에 터 잡고 강남 일대를 누볐던 터라 거기까지 갈 일이 있어야지 말이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그러다 보니 북한산 해봐야 티비에서, 뉴스에서 가끔 해주는 게 전부인데 그때마다 아웃도어 군대들이 바글바글 거리는 장면 밖엔 보지를 못했거든.
“흐음.”
그 생각대로 북한산 초입엔 평일 낮이지만 사람이 꽤 있었다. 뭐, 불륜의 메카라는 산악동호회 힘 덕분인지 아지메,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ᄍᆞᆨ을 이뤄 다정하게 산을 오르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을 따름일 뿐이었다.
“군사 시설이 많아. 출입 금지인 장소도 많이 있어.”
대충 주변을 둘러보며 의문을 표하고 있는 나에게 청령이 샐쭉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거두었다. 이미 금조를 미리 정찰조로 내보낸지라 뭔가가 있다면 간파를 해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얼마나 많은 건데?”
“인간들이 지은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게 어디 한 둘이어야지 말이다. 게다가 군사용 시설이라고 한다면 위장을 하거나, 지형 지물을 이용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다 보니 쉽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고, 이 일대 전부를 탐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단 생각이 들자 절로 한숨이 밀려왔다.
“이 좋은 날에 산에 와서 이렇게 뺑이 쳐야 한다니.”
궁극적으로 나 잘되고, 모두가 잘 되자고 하는 일이라지만 막막하긴 하다. 정말로!
“혹시 나였으면 여기에 몸을 숨겼을 거다 그런 거 없어?”
뭘 바르고 나와 햇빛에서도 활보가 가능한 청령이라지만 여전히 빛을 싫어해 차 안에서 내릴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 그녀가 쓰클이 안에서 도도한 표정으로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갑자기 비열한 표정을 짓는다.
“알고 싶어?”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내가 왜 인간 따위에게 그런 걸 가르쳐 줘야 하지?”
이게 또 잘 나가다가 이러네! 청령의 성격이 문제인지, 뭔지 몰라도 참 쉽지 않은 성격이다. 약을 올리는 듯 한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픽 내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칼자루를 쥔 건 자기라는 듯 한껏 도도한 표정을 해보이다가 내가 뚫어져라 자길 쳐다보니 금방 또 청령이 어색한 얼굴을 해보였다.
“뭐, 뭐!”
참 성격은 고약하지만 이런 반응이 너무 귀엽다니까. 쓰클이 창문 너머로 당혹스러움을 내비추곤 안 당황한 척 하려는 청령에게 손을 뻗자 청령이 다소 굳은 모습을 해보였다. 이거 정말 그 사나운 구렁이가 맞는 건지! 그 모습만 생각하면 잠에서 깨어나 정글의 왕자가 되려던 나의 모글리도 다시 잠잠해질 듯 하다만 난 역시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봐!
“으…….”
내 손에 닿은 청령의 피부는 무척이나 매끈하고 차가운 것이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흡사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연상케 하는 시원한 피부의 촉감에 너무 세게 쥐면 그 자리가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
그리고 조심스럽게 턱을 당겨 창문 사이로 입술을 맞추자 금새 청령의 숨결이 터져 나왔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올 정도로 크게 울렸고, 숨소리가 거칠어져 윗입술에 뜨거운 바람이 닿았다, 멈췄다를 반복해왔다. 크게 들썩이는 어깨와 가슴은 클럽 비트에 바운스를 타는 듯 했지만 이곳에는 어떤 음악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화장을 떡칠한 어머님의 손을 잡고 가던 늙다리 신사가 압도적인 미모 뽐내고 있는 청령과의 입맞춤에 ‘요즘 젊은 것들이란!’ 하고 시기와 질투 섞인 한 마디를 남겼을 뿐이었다.
“으음…….”
그리고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자 마자 뭔가에 홀린 것처럼 풀린 얼굴의 청령이 저도 모르게 탄성 소리를 냈다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 보았다. 비열한 표정, 우쭐한 표정은 모두 사라지고 웬 수줍음 가득한 소녀가 되어 얼굴 붉힌 그녀가 부스럭 소리 내며 뒤로 물러서 소리쳤다.
“가, 감히!”
“가르쳐 줘. 어디로 가면 될지. 빨리 끝내고 함께 있고 싶단 말이야, 자기야. 응? 응?”
후후, 무릇 남자라면 애교도 겸해야 한다구요! 남자는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이야! 이제 남자도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갖춰야 할 시기가 온 거지!
“우욱! 역겨워!”
“와, 너 진짜 너무 한다! 역겹다니! 대체 뭐가!”
“얼굴!”
와, 진심으로 그랬어! 저거 진짜! 정말인지 니들은 내 자신감을 산산조각 내는구나!
독설가 청령이 어디에 갈까? 그 한 마디로 내 애교를 일축한 그녀가 여전히 붉은 얼굴로 콧방귀를 끼고는 홱 고개를 돌렸다.
“네가 자꾸 내 속을 역하게 만드니 꼴 보기 싫어서 가르쳐 주는 거야!”
후후, 말은 그렇게 해도 역시 나의 큐트함에 넘어갔군. 33살에 이렇게 귀엽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거짓말 하고 있네. 속으론 귀여워 죽겠으면서.”
거만한 내 얼굴을 보자마자 청령이 다시 찌릿 하고 눈빛에서 빛을 냈지만 더 이야기 하기 해봐야 소용이 없단 걸 깨달은 모양이다.
“내가 어리석었어. 너 따위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
너무 늦게 나에 대해서 깨달았군, 청령! 그래도 뒤늦게 알았으니 칭찬은 해주고 싶다만 지금은 그런 게 급한 게 아니니까. 어쨌거나 청령이 한숨을 내쉬고는 괜스레 머리를 가다듬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구천폭포. 그 근방.”
“구천폭포?”
이름부터 뭔가 쌈박한데? 구천을 떠도는 막 그런 거?
“그 근방엔 아주 음기가 진동을 해. 근처에 위령탑이 있어서 원혼들도 많이 쌓여 있고, 여러 가지로 인간 세계와도 접촉하기가 쉬우니까.”
“위령탑?”
청령의 말에 뭔가 싶어 검색을 해봤더니 근처에 4.19탑 국립묘지가 있다. 괜히 숙연해지네, 기분이.
“원혼이라.”
“원혼들이 많이 있다는 건 그만큼 음기가 강하단 뜻이니까. 실체가 없이 떠도는 상류에겐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겠지. 그 원혼들을 집어 삼키며 힘을 키워 나갈 테니 말이야.”
상류가 전란의 불씨라고 하더니 혹시 그것들도 놈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 이거 정말이면 진짜 이 나라 국운을 위해서 큰 일을 하는 셈이네! 여튼 죽어 마땅한 인간들은 떵떵거리며 벽에 똥칠 할 때 까지 살아가고, 대접 받아야 할 의인들은 역사의 뒤안길에 가려지고 있고. 이 나라를 살아가는 30대로써 참 갑갑하다 싶다.
뭔 일만 터진다 싶으면 연예 기사 빵빵 돌려서 눈속임 하려 들고, 매스컴은 연일 자극적인 소재만 다루다 보니 웬만한 거 아니면 이제 사람들 눈도 돌아가지 않는다. 조금 더 밝고 긍정적으로 세상이 돌아가면 좋으련만 윗대가리들이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길들여 나가는데 대체 어떻게 하겠냐.
더욱 더 자극에 익숙해지고, 익명성 폭력에 길들여져 상처주기에 무감각해지다 못해 그걸 즐기는 애들이 판치는 다다음 세대는 더욱 더 암울해질 거야. 참 답 없는 세상이다! 단추를 잘못 낀 걸 바로 잡으려고는 안 하고 지난 일일 뿐, 과거일 뿐이니 묻어두고 가자는데 그게 바로 잡히겠냐는 말이야.
“아무튼 그럼 그쪽으로 먼저 가봐야겠네.”
어쨌든 중요한 건 나라 국운보다는 내 개인일 되시겠다. 이런 이야기 안 좋아하는 사람들 되게 많거든!
“용혈봉도 좋은 위치야. 산의 정기가 가장 넘치는 곳이니까. 자연적으로 힘을 회복하려면 용혈봉이 가장 빠를 테지. 하지만 그러진 않을 거야. 상류는 그렇게 고상한 녀석이 못 되니까.”
나의 물음에 청령은 어쩔 수 없이 가르쳐 주는 척 했지만 그래도 대답은 척척이었다. 이 귀요미 정말! 그 모습에 또 흐뭇한 표정을 지으니 청령을 흥 하고 소리쳤다.
“너 따위를 위해서 해준 말은 아니야. 보기 싫으니 얼른 사라져 버려!”
버럭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아, 정말 내가 이 구렁이 한테 이런 마음을 느끼게 될 줄이야.
“금방 다녀올게.”
그리고 청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청령이 살짝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 보았다. 손을 흔들자 이내 흥 하고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어쩐지 입꼬리가 샐쭉하니 올라간 것 같다.
“그러면…….”
일단은 먼저 용혈봉으로 가보자. 성성자가 있으니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을 것만 같다. 그 생각과 함께 나는 유일하게 내가 익혀둔 도술, 장군님만 쓴다는 축지법의 주문을 외웠다.
“우사인보투……!”
아, 놔 여전히 이게 후루꾸 같긴 하다만!
-스윽!
효과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니 말이다!
“어?!”
몇 걸음 내딛지 않았지만 속도는 우월했다. 불륜커플이 순간 날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정말 눈 깜빡 할 사이에 사라져 버리니 그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보일 따름이었다.
“귀, 귀신?!”
“와이프, 남편 자식들 냅두고 바람 필거요?!”
“아,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그냥 질렀더니 이렇게 벌벌 합니다. 아줌마가 잘못이 있긴 한가봐. 젊은 놈들 쯧쯧 할 거 없다니까!
“앵간히 하고 가정에 충실하쇼!”
버럭 소리 치고 일장연설이라도 하고 싶었다만 사람들 눈이 있는데 계속 그러긴 뭣해 샛길로 걸음을 내딛었다. 나무가 있건 말건!
“읏차!”
번개처럼 나무를 피하며 그렇게 용혈봉 까지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도빙발각.”
내 숨은커녕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짐 없이 도착한 자리에 등산 중인 사람들이 날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뭐 그럴 만도 하지. 정장에 구두 신고 산 타면 이상하잖아?
“후. 북한산 패셔니스타라고 방송 좀 타겠는데.”
남자는 뭐? 자신감! 아웃도어 군대보단 이게 훨씬 더 개성 있고 좋지 않나? 흥! 자신감을 충전한 나는 성성자를 꺼내 보았다. 용혈봉 근방에서 상류가 힘을 회복하고 있다면 필시 성성자가 울릴 것이다.
“후우. 울어라, 성성자.”
숨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성성자에게 이야기를 해보였다. 이게 반경 얼마를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그런고로 이 주변을 좀 뒤져야 할 것 같다만…….
“흉이로구나.”
미안하지만 내가 좀 템빨 받거든! 오랜만에 파워 발휘하는 구슬이 되시겠다! 용혈봉은 청령의 예측도, 구슬이의 진단도 그렇고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한 것은 구천 폭포 방면. 여러 정황 상으로 거기가 제일 유력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구슬아.”
지금 내게 가장 현명한 답을 내려 줄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구슬이가 되겠지. 그 물음에 대답하듯이 용혈봉 기운을 받아서 더욱 더 선명한 푸른빛을 내뿜는 구슬이가 몽글몽글 글자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길(吉)
이것인 즉 정답이란 말일까? 아니면…….
“해석하기 나름이네. 여기가 흉이니 그놈이 있단 건지, 아니면 거기가 나한테 좋은 곳이란 건지.”
아, 골치 아파! 일단은 길이라고 진단을 내려준 구천 폭포로 먼저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여기든, 저기든 뭔가 싸인이 있을 테니 말이다. 필시 도움이 되는 게 있겠지!
“우사인보투……!”
다시 한 번 더 축지법과 함께 이동을 하니 위치가 어딘지 헷갈려 헤매도 구천폭포를 찾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게 점점 쓰면 쓸수록 어떻게 영력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익숙해져서 거리를 줄이는 게 점점 더 늘어나는 기분이거든!
-쏴아아!
어렵잖게 구천폭포를 찾은 나는 계곡 보호를 위해서 출입을 금지해놓고 만들어 놓은 갓길에 서서 그 자리를 내려다 보았다.
“후우. 성성자.”
그리고 품에서 성성자를 채 꺼내기도 전.
“잘 찾아왔군.”
“어후, 깜짝이야!”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내 심장을 그대로 고공낙하 시키고 말았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앉은 기분 속에서 고개 돌린 곳에는 다름 아닌 도사님이 어느 샌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사님!”
“이곳은 본래 신령이 터를 잡고 있었던 곳이라네. 영적인 기운이 충만한 곳이었지만 원혼들이 몰려들고, 자연이 망가지면서 그 힘이 매우 약해지게 되었지.”
와, 대체 이 양반 정체가 뭐야? 그의 모습에 반가워 할 겨를도 없이 그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생긴 내가 의문을 담은 눈빛을 보내자 도사님은 인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잘 지냈는가?”
“아니 여긴 어떻게?”
분명히 보통 도사는 아닌 게 틀림없다. 아리나 주미 원장의 말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미심쩍은 내역들이 많은 가운데 혹시 이 야반이 상류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런 존재가 내게 성성자 같은 걸 넘겨줄 리 없잖아? 그 생각에 경계심과 경외심을 동시에 가지고 그를 바라보자 그가 그럴 거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에게 할 부탁이 있다 하지 않았나?”
“그……러셨죠.”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니 그가 다시 미소 지었다.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라네.”
============================ 작품 후기 ============================
종합검진 결과는 10월 2일에 나오지만 위내시경 결과 하나는 먼저 알았습니당.
소화성 위궤양- 빠이빠이 했던 헬리코박터균과 다시 재회 했군요... 어쩐지 요즘 설사를 달고 살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