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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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놔! 이게 무슨 짓이야!”
“보호자 동의 하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저희 청령 재단 알콜치료센터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실 테니 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이 나라에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어디 있냐? 용구도, 용구네 어머니도 더 이상 진상 영감을 감당할 자신은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모녀의 승낙 하에 청령의 복지 재단 내의 알콜 치료 센터로 강제 수감되는 진상 영감은 저항을 해보였지만 무슨 수로 그가 팔팔한 20대 힘을 이겨 내겠는가?
“감히 나한테! 어떻……!”
“담당의 소견서도 있고, 보호자 동의가 있으니 절차상 행동이 과격한 점은 양해 부탁 드립니다.”
말이 양해지 이건 뭐 그냥 납치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진상영감인데 뭐! 워낙에 병원 안에서도 진상을 떨어대는 판국에 사람들 모두 꼴 좋단 얼굴을 하고 있으니! 뭐, 나만 해도 그렇다. 저 영감탱이 입에 재갈 물리고 데리고 가는 걸 보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으, 으읍!”
저항하면 무얼 하리까? 용구가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동안 도도한 자태의 청령이 위로인지 뭔지 모를 말을 용구에게 건넸다.
“한 달 뒤에 만나보면 새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걱정 하지 마.”
한국에서 정신 병원이나 이런 복지 시설에 잘못 수감되면 나올 방법이 없다고 하더니 이게 바로 그런 건가 보다. 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만 자신만만한 청령과 진상영감의 밉살스러움이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다 보니 도리어 흡족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하거든!
뭐 어떠냐? 용구도 걱정을 하기보다는 진상 영감이 지금도 이렇게 진상인데 얼마나 달라질까 싶은 모양이다.
“걱정 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그렇게 진상 영감이 청령의 아랫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동안 그 장면을 지켜보던 용구는 자기가 잘한 짓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듯 흔들리는 눈빛을 해보였다. 그 모습에 위로를 던지니 그저 다시 웃음 짓는 용구. 여러 가지 의미들이 담겨져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마음은 놓은 듯 한 모습이었다.
“집을 무서워 할 필요는 없겠네?”
“아……. 네. 그렇긴 한데…….”
막상 진상 영감이 이렇게 처리 되고 나니 현실 문제들이 두려워진 모양이다. 불안한 기색 역력한 그 모습에 아무 말 없이 머리에 손을 올리자 용구가 힐끔 나를 바라본다.
“기부 천사 있잖냐. 걱정 하지 마라.”
당당한 그 한 마디에 용구가 살며시 미소 짓는 동안 청령이 참 신기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니 금방 오만한 자태로 고개를 슥 돌리는 청령! 그 모습이 여전히 이런 분위기엔 적응이 되지 않는 듯 했으나 그래도 보면 볼수록 귀여운 맛이 있단 말이야!
“네,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니두요……!”
나와 청령에게 인사하는 용구! 꾸벅꾸벅 인사 하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에 웃음을 띨 만 도 하다만 청령은 여전히 뚱한 모습이었다.
“고맙다잖아! 그럼 인사 좀 받아 줘!”
“흥! 널 도와주려고 했다고 착각하진 마. 그냥 꼴 보기 싫어서 그런 거니까.”
그 성격이 어디 갈까?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용구는 마냥 고맙고 감사할 뿐이었던 모양이다.
“정말 고마워요, 언니!”
계속해서 감사를 표하는 모습에 청령이 일순 당황한 듯 나를 힐끔 쳐다 보았다. 그 모습이 또 그렇게 귀엽게 보이더라! 저 개뻘쭘한 표정 좀 봐! 표정이 워낙에 인상 쓰는 거밖에 없다 보니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초롱초롱 빛을 내는 용구의 모습에 청령이 다소 당황한 듯 자꾸 나를 쳐다보다 이내 어색한 얼굴을 하고서는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요!”
“으, 으윽!”
그리고 용구가 청령을 꼭 끌어 안자 청령이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곤 날더러 용구를 어떻게 해보란 눈빛을 보내자 그 모습이 도리어 웃음이 나왔다.
“뭘 보고 웃는 거지!”
버럭 소리는 지르고 있지만 수줍은 듯 한 얼굴이 절대로 밉지가 않았다. 저게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나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 났던 난폭한 구렁이 요괴란 걸 누가 믿겠는가? 후후, 정말인지 여잔 남자하기 나름이라고 내가 참 잘해! 암!
“아무튼 이제 저 아저씨는 달에 한 번씩 상태 지켜볼 수 있는 건가?”
“한 달 뒤에 만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자신감 있어 보이는 청령의 말에 나는 그저 피식 웃음을 짓고 말았다. 어, 왜냐하면 그 자신감의 원천이 뭔지 알고 있거든. 독에 대해서는 정평이 나 있는 청령이고, 그러다 보니 그걸 이용해서 사람들을 아주 손쉽게 다루고 있는 모양이다.
뭐, 그런 게 아니더라도 더러는 이런 시설에서 무력을 동반해서 관리 하게 된다면 그 결과야 말로 설명해 무얼 할까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튼 이제 용구 넌 들어가서 좀 쉬어야지?”
“아니에요, 엄마 보러 가려구요. 가서 이야기 해주기로 했어요.”
어쨌거나 진상 영감의 사후 처리가 끝이 났으니 용구는 한 시름 놓은 모양이다. 간밤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몰라도 몹시 피로해 보였지만 마음은 한결 편안해진 것 같았다. 워낙에 청령이 자신감 있어 보이는데다 자체가 카리스마가 있다보니 거기에 홀랑 넘어간 듯 연신 청령을 향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러면 데려다 줄까?”
“아, 아니에요! 아저씨도 이제 일 보셔야 하잖아요! 버스타고 가면 돼요!”
그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데려다 주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은 급한 일이 있지 않은가? 그걸 먼저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러면 조심해서 가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 하도록 해.”
“네, 아저씨!”
“참, 지내는 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진상영감이 사라졌으니 용구도 우리 집에서 지낼 필요는 없는 게 사실이다. 그게 생각이 나 물음을 던졌더니 용구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단 얼굴을 하고서 나를 쳐다 보았다. 그 모습에 너무 재촉을 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젠 시간도 많고, 여유 있으니까 급하게 생각 하지 않아도 돼! 어쨌든 가까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 하도록 하고.”
용구 혼자 지내는 것도, 그리고 나와 함께 지내는 것도 둘 다 좀 이상한 게 사실이니까! 뭐, 바로 윗층인데 문제가 생긴다면 바로 도와줄 수도 있고 걱정 할 거리는 전혀 없지!
“정말 고마워요, 아저씨.”
그 말에 용구가 배시시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아무래도 진상 영감을 처리한 게 용구에게는 가장 기분이 좋은 일이었던 모양이다. 상태가 좋아지길 바라기보다는 당장의 문제를 처리했단 기쁨이 더 크겠지만 그런 건 나도 십분 공감 할 수 있으니!
“별 말씀을.”
고맙단 소리만큼 큰 보상은 없으렷다.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흐뭇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용구가 덩달아 웃음 짓고 청령은 그게 몹시 신기한 눈치다. 그 얼굴을 쳐다 보는 동안 용구가 ‘저 먼저 갈게요!’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기다리시니까!”
“알겠어, 조심해서 가!”
“네, 아저씨! 언니, 정말 감사합니다!”
“흥!”
“대답이 그게 뭐야? 왜 흥이야?!”
“흥! 내 맘이야!”
못내 쑥스러워 하는 것인지 버럭 소리 지르는 청령의 모습에 용구도 함박 웃음이다. 기분 나쁘다거나 무안하다기보다는 묘하게 귀여운 구석이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이따가 저녁에 다시 찾아뵐게요, 아저씨……!”
활기를 되찾은 용구의 밝은 인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먼저 병원을 나서는 용구! 그 모습을 보며 금조가 까악까악 하고 인사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일 했어, 청령.”
“흥! 좋은 일이라니?”
“작고 가련한 소녀를 도와줬잖아.”
“작고 늙은 영감이 어떤 고생을 할 진 생각해보지 않았어?”
“그게 바로 이 좋은 일의 핵심이거든.”
후후 웃으며 청령의 어깨를 툭 치니 청령이 자기는 도저히 모를 일이라는 듯 샐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웃는 얼굴 보기 참 힘든 건 사실이라만 은연중에 이렇게 표정이 다양하니 그게 참 신기해 눈길이 간다.
“뭐, 뭘 봐!”
“아유 이뻐서 그러지. 이제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마음씨도 점점 예뻐져 가네.”
“흥!”
그 말에 또 잠깐 어물쩡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다 슬쩍 입꼬리가 올라간다. 난 참 이렇게 표정이 다채로운 애들이 좋더라! 솔직하지 못하다 해도 얼굴은 거짓말을 못하니 말이야!
“어쨌든 이제 놈을 찾는 일도 시작해봐야 할 것 같네.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계속 놀리고 싶은 청령이라지만 우선은 구슬을 노리는 나쁜 놈부터 처리를 해야겠지? 그 말에 청령이 함께 걸음을 옮기며 대답했다.
“어딘가 근거지가 되는 곳에 몸을 숨기고 있겠지. 태양을 싫어하니 절대로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움직이지 않을 거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서브로 용구의 주폭 아버지를 처리해준 청령은 이후로도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눈엣가시 같았던 아리가 사라져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나긋나긋해진 것이…….
혹시 아리를 질투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
“태양을 싫어하는 이유가 뭐야?”
“궁금한 것도 많군! 인간 주제에……!”
물론 여전히 칭얼거리고 투덜거리긴 하지만! 그게 청령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기질 문제야. 기본적으로 물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은 태양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자체로 내 힘을 떨어뜨리는 것 같거든. 바짝 마르는 기분 같은 게 제일 싫어. 그래서 어둡고 음습한 곳을 좋아하지.”
뭐, 물어보면 투덜거리긴 해도 대답은 잘 해주니까! 그리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쓰클이의 문을 열었다.
“흠. 그런 거라면 지금 그 상류라는 놈도 해가 들지 않고 축축한 곳에 모습을 감추고 있겠지? 관악산에 그런 데가 있으려나?”
모든 산이 그렇다시피 산에는 항상 그런 곳이 있다. 다소 광범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탐색지가 줄어든 감이 있어 마음은 한결 편하다.
“그 습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 본신을 잃었으니 본신으로 삼을 만한 육체를 가지고 있을 거야. 아마 그 몸에 대부분의 힘을 밀집해놓고 나머지는 아주 조금씩 외부로 흘려 보내서 조금씩 조종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겠지.”
같은 계통의 요괴답게 청령의 어드바이스는 정말로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종류는 달라도 과거에 같은 뱀 요괴였으니 그런 성향마저도 비슷한 모양인가 봐? 그런 호기심과 한 편으로는 툴툴 거리면서도 잘 대답하는 청령을 보니 자꾸만 맘이 흡족해지는 걸!
“왜 자꾸 그런 눈으로 날 쳐다 보는 건데?”
“안 돼?”
“흥! 감히 인간 주제에……!”
또 투덜 거리긴 하지만 뭐 이제 적응이 되어 간다. 새침데기의 면모에 미소는 미소다만 이제 또 목적지를 찾아가야지?
“그럼 관악산으로 가서 아리와 함께 합류하도록 할까?”
다른 경로를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물음에 청령이 금방 인상을 구겼다.
“멍청한 여우를 따라 갈 생각은 아니겠지?”
누가 뭐래도 질투심만큼은 부족함이 없는 청령이기에, 좋은 티는 잘 안 내려 해도 안 좋은 티 아낌 없이 팍팍 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힐끔 고개 돌려 본 곳에 청령이 우쭐한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흔들었다.
“관악산은 화기가 가득한 곳이야. 그러니 불을 다루는 여우나 금시조는 좋아해도 나라면, 나와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다면 질색하는 장소이기도 하지.”
그래? 하긴 관악산은 쳐다도 보지 말란 옛말이 있다지? 숭례문을 지은 것도 관악산의 화기가 한양, 즉 서울에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니!
“그럼 어디가 좋을 것 같은데? 만약 너라면 어디에 거처를 잡고 몸을 숨기고 있겠어?”
그 말에 청령이 망설일 필요도 없다는 듯 당당한 얼굴로 대답해 보였다.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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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종합검진 받으러 갑니다. 별 다른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데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