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 회: 럭키 가이! -->
*이 글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혀 생각 없이 쓰는 가벼운 글 입니다.
---------------------------------------------------------------
아, 놔 얘는 갑자기 왜 정색을 하고 그래? 서방님 발언으로 내게 충격을 준 이후 하루 걸러 본 것 치고는 너무 반응이 달라졌던 터라 내 머리 속은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나이 계범도! 1종 면허를 소지한 전문가인 동시에 여자에 대해서는 준전문가를 자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 상황 정도는 충분히 케어 할 수 있지!
“왜 그래? 화 났어?”
물음과 함께 청령의 앞으로 다가서자 도도한 자태의 청령이 팔짱을 낀 채 뚱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당연한 물음 아닌가? 내 모든 걸 앗아간 주제에 도움을 구하겠다니? 정말 염치 없는 인간이로군!”
아니, 뭐가 보여야지 썰을 풀던가 말던가 하지! 청령이 빛을 싫어하는 터라 어슴프레한 불빛만 일렁이다 보니 표정이고 뭐고 하나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전진을 해야만 했다. 이렇게 싫은 티 폴폴 내도 말이다!
보통 초짜들이 여자들이 이렇게 정색하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쫄리기 마련인데 절대로 쫄아선 안 돼! 그러면 지는 거야! 왜냐하면 이건 정말 남자 입장에선 화를 낼 일이 아닌데 여자라서 화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나와 같을 거라고 착각하는 순간 된서리 강풍으로 맞는거야.
하지만 내가 누구? 내가 20살에 연애 상담 사이트의 초고수‘깜장이아찌의 연애 비기’를 터득한 계범도란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에 놓여져 있는지 진단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어떤 표정을 하고 있고, 또 어떤 감정 상태인가를 바로 보는 것!
“더 오지마!”
“부탁이면 모를까 그런 건 별로 맘에 안 드네.”
가까이 다가갈수록 청령의 표정은 명확해져 가고 있었다. 멀리선 무척이나 도도하고 당당해 보였지만 가까이서 본 그녀의 얼굴엔 감출 수 없는 서운함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울상이야?”
아, 또 이렇게 보니 귀엽네! 이런 경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대부분이 정말로 사소한 일 때문이다. 그래, 그게 뭐냐 하면 내 말 한 마디 때문이란 거지.
“우, 웃기지 마!”
감정조절 안 되는 사춘기 소녀처럼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을 보니 이게 정말 그 흉폭했던 구렁이 요괴인가 싶다! 하지만 이런 얼굴을 한 여자들을 난 아주 잘 알고 있죠! 후후, 대부분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날 더 좋아하거나, 생각 이상으로 애정에 민감한 스타일이다.
이윽고 청령의 바로 앞까지 다다랐을 때 어느 샌가 삐딱하게 꼰 다리와 팔짱은 풀려 있었고, 도도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는 새침데기의 귀여운 모습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보고 싶었어.”
준전문가 하고 싶으면 이 정도 눈칫밥은 있어야지! 그 말과 함께 청령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순간 청령의 표정에 일순 봄이 찾아왔다. 어슴프레한 불빛 덕에 도무지 보이지 않았던 표정도 이리 가까이에서 보니 그 무엇보다도 반응이 극적이라 지켜보는 맛이 있다 느껴질 정도였다. 아, 귀여워! 이럴 수가 있나?!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감히 인간 주제에…!”
상기된 표정과 감정을 감추기 위해 버럭 소리치지만 오히려 그쪽이 더 적나라하게 감정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아, 정말인지! 보고 싶단 말이 먼저 나오지 않고 사무적으로 도움을 청할 것이 있다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화가 났던 거다!
뭐 남자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남자보다 여자의 두드러지는 특성이라 볼 수 있지! 공감 능력과 풍부한 감수성은 객관과는 거리가 멀다. 이 주관성인 즉 상황과 맥락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을 한다는 것이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여자는 남자보다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종종 남자들은 이해 할 수 없는 이유로 화를 내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도 모든 행동의 포커싱이 자신에게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거기서 속상한 맘에 화가 나는 것이고! 후후, 며칠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부분에 지쳐서 난 여자와는 섹스밖에 하고 싶은 게 없는 짐승이었지만 지금은 다르지!
“어허! 부인!”
그리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청령이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래, 바로 이거지! 이게 정답이었어!
“많이 보고 싶었지?”
“우, 웃기지 마! 미쳤어!”
“얼굴만 봐도 자꾸 웃음이 나오는데 어떻게 하겠어. 보기만 해도 아주 그냥 좋아 죽는데!”
그 말에 청령이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인지 찌릿하고 나를 쳐다본다. 그러다 눈 마주치기 채 3초도 지나지 않아 홱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흥, 그……거야 네 얼굴이 아주 형편없이 우스꽝 스러우니 그럴 수 밖에!”
아 놔! 그래도 말은 그렇게 해도 가까이서 보니 얼굴에 불이 들어왔단 걸 절로 알 수 있을 지경이었다. 후후, 그래! 말은 그렇게 해도 이미 나한테 빠져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는 게 틀림 없구만! 역시 남자는 박력이 있어야 한다. 박는 힘이 좋아야 사랑을 받지!
“정말 보고 싶었어. 아무것도 없이 사라져 버리면 내가 어떻게 찾아가?”
그러자 청령이 움찔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혼란이 가득한 얼굴은 이 감정이 뭔가 여전한 혼란에 있는 얼굴 그대로였다. 천년을 살아도 사랑을 몰랐으니 이런 게 생소할 수밖에! 그게 참 귀엽단 생각을 하며 나무라는 듯 한 눈빛을 보이자 도리어 청령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 감히 인간 주제에 알아서 찾아와야지!”
“됐어. 다시 찾았으니 그걸로 그만이지.”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자 청령도 툭툭 튀어나온 모난 부분이 점차 맨들해져 가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였다. 기 센 여자 길들이는 맛에 빠져본 사람은 그런 연애만 찾게 된다고 역시 이 나름의 매력이 있거든!
그 매력에 흠뻑 취해서 말 없이 청령을 향해 손을 내밀자 놀랍도록 다소곳해진 청령이 어ᄍᅠᆯ 줄 몰라하는 목소리로 옹알이 하는 아기 마냥 중얼거린다.
“누가 그런 걸……. 아!”
그러다 내 손이 그녀의 몸에 닿았고, 이윽고 내가 청령의 품에 안은 모양이 되었을 때 더 이상 그 옹알이 같은 투덜거림도 들려오지 않았다. 사나운 구렁이 요괴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만 같았다. 그저 품에 기댄 한 떨기 수줍은 미녀 재벌만이 있을 뿐!
“너 말이야, 너.”
네가 날 좋아한다고! 이런 경우 확실하게 일러둬야 의식적으로 자꾸 되새기게 되는 거지! 까마득한 꼬꼬마시절 고수 깜장이아찌님의 픽을 받아서 이제 준전문가로 성장한 내 모습을 보니 역시 세월의 힘이란……!
“쳇…….”
이내 청령이 투덜거리긴 했지만 별 다른 말은 없었다. 그저 살짝 꼬였던 뭔가가 풀린 듯, 눈빛만 봐도 두근거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랑스러운 눈을 저도 모르게 해보인 채 날 바라볼 뿐이었다.
“아, 아무튼 내게 할 부탁이란 게 뭐지?! 인간!”
그리고 다시 센 척을 하는데 이게 백미입니다! 얼음 같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이미 녹는 중이라! 아, 나란 남자! 파리 지옥 같은 남자!
“어제 상류라는 요괴 놈이 낮 찾아와서 구슬을 빼앗아 가려고 했어. 보통 요괴가 아니라 구슬과 날 노리고 있어서 먼저 선수를 치려고, 네게 도움을 청한 거야.”
그 말에 청령이 흠칫 하며 날 바라보았다.
“상류? 그 오래된 요괴가 말이야?”
상류가 무얼 하는 놈인지 청령도 알고 있는 눈치다. 이야기가 쉬워질 거라 생각한 나는 진심 어린 눈으로 청령을 바라보았다.
“놈을 먼저 찾아서 없애 버리기 위해서는 네 도움이 필요해. 놈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줘.”
나의 뜨끈한 눈빛을 마주하던 청령이 이내 또 다시 슥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리곤 이내 다시 도도한 얼굴을 하고서 오만하게 나를 내리 깔아 보기 시작했다.
“내가 왜 널 도와줘야 하지?”
주도권을 쥐고 싶은 모양이로군. 하지만 깜장이 아찌 가라사대, ‘상대의 밀당에 놀아나지 말지어다!’ 하셨으니!
“이런 걸 부탁 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네가 원치 않는다면 굳이 성가시게 굴진 않을거야. 본 걸로 만족해.”
그리고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자 청령이 도리어 당황한 눈치다. 자, 물어! 어서 이 떡밥을 물란 말이야! 미끼를 던지고자 아쉬움 가득한 눈빛을 던진 채 뒤돌아서자 이내 청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그리고 고개 돌린 곳에는 뭔가 당하는 느낌이 들었던지 심통은 났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팔짱을 낀 청령이 보였다.
“네가 워낙 간곡하게 부탁을 하니…….”
“그렇게 간곡한 것 같진…….”
찌릿 하고 나를 노려 보는 이 새침데기 좀 봐!
“간곡하게 부탁하겠소, 부인.”
사람은 센스가 있어야지! 임기응변이 바로 이 센스라고 매수트 외질의 패싱 능력만큼 감각적인 언어 전환에 청령이 제법 우쭐한 얼굴을 해보였다.
“누구 더러 부인이라는 거야, 정말……. 인간 주제에…….”
투덜투덜 궁시렁 거리긴 하지만 전처럼 정색하거나 화를 내진 않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짓자 화들짝 놀라선 또 표정을 싹 바꾸려 ‘노력’하는 청령. 아, 나 이 구렁이가 이렇게 귀여워질 줄 누가 알았겠냐!
“고마워.”
그리 말을 전하자 또 다시 청령의 눈빛이 온화하게 녹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신이 들었던 모양인지 한 번 크게 움찔하곤 반드시 명심하라는 듯 새초롬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말하는 그녀.
“하지만 명심해. 너 따위를 돕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니니까.”
============================ 작품 후기 ============================
정답은 깜장이아찌님! 범도가 깜장이님을 준전문가로 인정합니다...!
약속대로 일어나자 마자 한편을 써올립니다. 쓰다가 코피 터져서 깜짝 놀랐네요. 야한 것도 안 썼는데...
추가로 초고수 깜장이아찌로 출연 하셨습니다 ㅋ